INTJ 여자 개발자의 하루

개팔자202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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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5시 40분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 왜 그 시각인줄 알았냐면 당연히 깨자마자 휴대폰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5시 50분에 알람을 맞춰놓았는데 5시 40분에 깬 이유는 어떤 생체 기제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여러가지 가설을 떠올리다가 5시 50분 알람에 맞춰 기상한다.

기상 직후는 잉여 영양소를 소모할 수 있는 공복 유산소 골든 타임이므로 오래전 사놓은 스핀바이크로 가볍게 30분 스피닝을 타준다. 그 시간 동안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최신작과 모닝뉴스를 보면서 최신시사를 파악한다. 가끔은 애써 예능프로를 보지만 30분을 겨우 채우고는 남는게 없음을 한탄하면서 그 시간에 글로벌 일기예보라도 보았으면 세계 기상 추이를 알 수 있었을텐데 라고 반성한다.

아 그리고 스핀 바이크를 밟으면서 이 비싸게 주고 산 마그네틱 방식 마찰이 어느정도나 갈지 고민걱정하는 시간을 잠시 가지다가, 마그네틱 브레이크가 염분과 같은 불순물에 대한 저항성이 얼마나 높은지 생각하다가 염분이 마찰력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생각하다가 염소계 표백제와 오존 표백제에 대한 차이를 잠시 떠올리곤한다.

30분을 정확히 채우고 샤워를 하고 시간을 확인한다. 7시 15분.. 나쁘지 않다. 위장에 좋은 양배추즙을 섭취한다. 양배추가 건강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고찰은 이미 끝났으므로 무의미한 내적 갈등은 하지 않기로 한다.

마찬가지로 의상에 대한 고민도 크게 하지 않는다. 깔끔한 셔츠, 블라우스에 어두운색 바지. 무난한 셔츠나 블라우스를 발견하면 색깔별로 네다섯벌 구매하기 때문에 옷이 모자랄 일은 없다. 어제는 팥죽 색을 입었기에 오늘은 진청색을 입는다. 날이 추워지면 블랙 or 그레이 카디건을 걸치면 ok인 컬러들이다.

사무실에 출근하면 먼저 메일을 확인하고 분노를 삭이는 시간을 가진다. 어제 설명한 걸로 납득이 안된다면 영장류로 불릴 자격이 없을텐데... 혹시 나의 사회성이 너무 떨어져서 생긴 비극일까? 왜 알아서 공부를 못할까? 나의 불찰인가? 이런 끔찍한 일을 원천차단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분노를 삭이고 차분하게 솔루션을 제시하는 답메일을 작성한다. 필요시 여러가지 기술적 근거를 첨부하고 권위있는 소스의 의견을 첨부한다.

그 사이에 당연히 오늘 원래 해야했던 루틴업무가 쌓인다. 점심시간 동안 검토하고 해치우고 또 납득이 안되는 A부분에 대해 보류한 후 메신저로 담당자에게 확인하려하다가 차라리 내가 확인하는게 낫지 하면서 메신저를 취소하고 직접 확인한다.

오후에 B,C 이슈에 대해 의견을 달라고 하는데 또 D리뷰를 하라고 한다. 상시 업무도 있는데..  그런데 B 이슈는 대단히 간단한 원인으로 발생한것 같은데 원인에 대해 뭐라고 하면 안될 것 같은 불길한 기분이 들어 해결책만 제시한다.

저녁에 사내 식당으로 저녁 먹으러 가다가 아 B 이슈가 기존에 누가 말했던 오리지널 이슈였는데 그걸 묵살한 선배가 있었고 그게 계속 곪았다가 터졌는데 그 선배가 아직 조직의 키맨으로 있었지..? 라는 생각을 하다가 그 선배 포함 모 다른 선배와 갔었던 소꼬리찜의 맛에 대해 생각하다가 콜라겐과 백신의 상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다가 저녁을 먹고 이슈와 씨름하며 일하다가 퇴근한다.

퇴근시간을 낭비할 수 없으므로 열심히 영어회화 리스닝 강의를 듣고 집에 와서 공복시간을 체크한 후 홈트레이닝을 한다. 오늘은 자체로 정한 루틴의 B세트이다. 가볍게 샤워한 후 오후 11시, 완벽하다. 밀리와 리디 중 오늘은 리디이고 리디 셀렉션을 읽다가 네이버 뉴스를 읽다가 온갖 인터넷 뉴스 댓글을 확인하고는 인류애를 상실한다.

그리고 다시 리디로 돌아와 책을 읽는다. 학자들이 쓴 글을 읽을 때 마음이 편하다. 오후 11시 30분. 서글픈 현실을 외면하고 순수한 이상을 읽으며 애써 평안을 찾다가 잠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