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누가 제 아이한테 재산을 다 주고 싶어해요

ㅇㅇ2021.12.23
조회116,029

자랑처럼 느껴질 수 있는 제목입니다만,
끝까지 읽고 꼭 의견 부탁드려요.
여러 생각이 궁금합니다.
혹시 글이 길게 느껴지시는 분들은 ***표시된 마지막 부분만 읽어보셔도 돼요.




남편이랑 시누(남편 누나)랑 나이차가 꽤 많이 나요.
남편이 40대 초반, 시누는 50대 중후반이에요.
제가 30대 후반이니 저랑은 20살 가까이 차이나구요.
시부모님은 결혼한 지 얼마 안돼서 돌아가셨습니다.

시누가 꽤나 자수성가 하신 분이라 오피스텔도 두어개 관리하고 계시고 상가도 몇군데 있으세요.
작게 시작한 사업이 돈이 꽤 벌려서 그걸로 투자하고 또 그게 잘 돼서 매입하셨대요.
지금은 다른 일 다 접고 건물, 상가관리만 하세요.
저희 결혼할 때에는 반반 결혼이었는데 남편 쪽은 실상 시누가 다 보태줬다고도 하더라구요.

참고로 시부모님이 연세가 있다보니 시누가 어려서부터 남편을 거의 키우다시피 하시고, 일도 바빴어서 결혼은 안하셨어요.

시누 성격이 남한테 큰 관심을 안두는 편이에요.
어릴 때도 남편을 잘 돌보긴 했지만 엄청 살가운 편은 아니었다고 해요. 되게 쿨하기도 했고, 학교 공부든 집안일이든 그냥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하는 편이었다고.
남편이 철이 들고서 선물과 편지를 드리면서 어린 나이에 엄마 역할해주어 고마웠단 말을 전했더니,
“괜찮다, 돈 많이 벌었으니 난 보상받은 삶이다”
그랬다네요.

전 시누를 상견례, 결혼식, 시부모님 장례식 딱 이렇게 세 번 뵈었을 정도로 시누는 저희 부부한테 큰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 분이셨는데 지금 7살 된 저희 딸 태어나고는 정말 지극정성이세요.

병원비, 조리원비 부담에 일주일에 3번 오던 시터 비용까지 다 내주셨어요.
남편한테 이런 거 죄송해서 어떻게 다 받냐고 말했더니
“누나가 결혼도 못하고 조카가 처음이라 기대돼서 그런거다, 우리가 더 잘하면 된다” 그래서 아이 태어나고 목걸이 선물로 드리며 감사를 표했어요.



아무튼
딸 태어나고서 초반엔 매일 사진 보내달라하셨고,
100일 무렵부터 한 달에 한 번쯤 아기보러 오시더니, 돌 지나고선 점점 빈도가 짧아져 지금은 일주일에 1~2번 정도 뵙고있어요.

저희가 시누한테 워낙 받는 것도 많고, 또 정말 저희 딸아이한테만 관심이 있으셔서 잦은 만남에도 불편할 게 하나도 없긴 합니다.
딸만 옆에 있으면 제가 공중제비를 돌든 뒷구르기를 하든 관심이 일절 없으세요…

익명이니 시누가 주시는 금전적인 부분에 대해서 약간만 밝히자면,
달마다 딸아이 용돈 명목으로 돈 넣어주시고,
후에 학비에 보태라고 남편 통해 적금 넣고 계시고,
딸이 뭐 갖고 싶다, 하고 싶다는 소리 조금이라도 꺼내면 바로 구매하시고도 밤에 입금까지 하세요.
“ㅇㅇ이 어린 눈에 얼마나 갖고(하고) 싶었으면 그런 얘기를 하겠냐, 마음에 저며서 잠을 못 자겠다, 혹 부족할까봐 돈 조금 보태어 넣어둘 테니 꼭 제일 좋은 걸로 해줘”라시는 매번 비슷한 말을 덧붙이시면서요.
추가적으로 자잘자잘한 명목으로 많이 보내십니다.

처음엔 해주시는 것에 맞춰서 선물을 하기도 하고, 백화점 상품권으로 돌려드리기도 했는데 다 싫어하셨어요.
하나뿐인 조카 위해서 주는 건데 그걸 다시 현물로 갚아버리면 자기가 뭐가 되냐면서요.

저희가 형편이 안 좋은 건 아닙니다.
연봉이 아주 세진 않더라도 소득이 결코 적지 않고,
저와 남편은 경제적 힘듦이 예상되면 절대 아이는 낳지 말잔 마음으로 시작해서 아이 앞날에 대해 제법 준비를 한 상태이기도 했어요.
다만 아이가 하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걸 다 하고 살 수는 없으니 가려서 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니까 딸이 말을 꺼낸다고 해서 제가 다 시켜주지는 않습니다.

추가적으로 시누에게 가장 중요한 스케줄이 저희 딸이랑 하는 토요일 저녁 식사입니다. 저희 부부 스케줄이 도저히 안 맞는 날이 있으면 둘이서만 가기도 하구요.
딸은 고모가 자기를 너무나도 예뻐하니 함께 있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앞서 말했듯 시누는 저희 딸만 있으면 돼서 식사자리에불편할 건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파스타를 물에 말아먹어도 모를 겁니다.

논외로, 시누가 저한테 명품 가방과 구두를 몇 번 사주신 적이 있어요. 그냥 덜컥 사오셨어요.
그러면서 “딸이 밖에서 예쁜 엄마랑 있으면 기가 산다, 부담가지 말아라” 하셨습니다.
남편에게 이 일에 대해서 얘기를 하니 너무 속상해 했어요.
누나가 어려서부터 엄마 역할을 하느라 정작 자기 엄마는 없었던 것 같다고, 그래서 우리 딸한테 더 마음 쓰는 것 같다구요. 저도 얘기하며 생각이 많아졌었습니다.



***
시누가 이런 분이신데, 지난 주에 평소처럼 식사를 하던 도중에 짐짓 진지하게 말을 꺼내셨어요.

“내가 나이 먹고 늙어가면서 가진 것들을 정리할 때 ㅇㅇ이(딸) 이름으로 물려주고 싶다. 단, 조건이 있다.
1. 지금과 같이 매주 토요일마다 식사를 할 것.
2.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식사에 아이만 보낼 것.
3. 아이가 크고 나서 학교 다닐 때 방학이 되면 함께 해외여행을 허락할 것(부모 동행해도 좋다), 최소 2주 이상이어야 한다.
4. 아이가 해외 여행에 제법 괜찮은 반응을 보이면 유학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할 것 (가게 된다면 고모인 나는 무조건 같이 갈 것이다)”

이게 시누가 한 말이에요.


솔직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얼떨떨해요.
익명이니 정말 터놓고 말하자면 시누가 저희 딸한테 다 남기시려나보다 생각은 했어요.

그런데 저렇게 들으니 기분이 묘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도 이미 딸과의 관계가 더할 나위 없이 좋은데,
조카와 고모간의 관계 이상을 원하는 것 같아서요.
‘2.식사 자리에 아이만 보내라’는 말과, ‘4.유학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라’는 부분에서 ‘혹시 부모의 역할에 참여하고 싶으신 건가?’ 하는 염려가 있었거든요. 아직까진 딸아이에 대한 저희 부부의 교육에 말 한 마디 보태신 적도 없긴 하세요.
이전에 딸이 고모만 찾게되면 어떡하지, 딸이 고모를 이용하려 들면 어쩌나 하는 고민이 있기도 했습니다.

시누의 금전적인 지원을 떠나 무엇보다도 조카인 저희 딸을 너무 귀히 여기시니 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만, 동시에 어려워지는 생각에 많은 의견을 구하고자 글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