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싫어 미칠 것 같아요

쓰니202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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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에 친구들도 많고 아는 어른들도 많지만, 아무래도 집안일이다 보니까 하루하루가 너무 답답하고 속상한데 어디 말할 곳이 없어요. 한참을 고민하다가 익명을 빌려서라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서 네이트판을 들어왔습니다.

 

 저는 올해 21살 되는 여자입니다. 제가 앓고 있는 병이 있는데 저한테 맞는 약만 찾으면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병입니다. 제게 맞는 약을 찾기 위해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4년간을 애썼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공부보다는 건강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엄마와 함께 오랜 고민 끝에 휴학을 결정하게 되었고, 저는 고등학교 1학년이 끝나자마자 휴학을 했습니다. 1년을 휴학하고 복학을 해서 2년간은 저보다 1살 어린 친구들과 학교생활을 했고, 올해 졸업할 예정이구요.

 

 중학교 3학년 때쯤엔 엄마가 아빠 때문에 힘들어하는 걸 눈치로 얼핏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저와 동생에게 큰 내색을 한 적이 없으셨어요. 그래서 자세히는 몰랐구요. 근데 제가 예상치 못하게 아침에 아파서 고등학교 입학식을 못 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 전교 1등도 몇 번 할 정도로 성적이 좋았어서 입학식 때 장학금을 받는 학생으로 선정되어 있었고, 그걸 직접 못 받는 상황이 된 거였습니다. 엄마도 저도 정말 너무너무 속상해했어요. 근데 아빠가 이 상황에 정말 신경도 안 쓰고 웃으면서 유튜브를 보는 모습을 봤습니다. 엄마가 처음으로 제 앞에서 아빠에게 당신이 아이 아빠가 맞냐며 화를 냈어요. 이 일을 계기로 엄마와 아빠의 언쟁은 전과 달리 슬슬 저와 동생의 눈앞에서 벌어졌고, 빈도 자체도 잦아졌습니다.

 

 제가 휴학을 했던 시기에 엄마의 하소연을 들으며 알았지만, 저희가 아주 어렸을 때 아빠가 빚을 졌다고 했습니다. 빚진 것을 엄마에게 감추고 그저 이번 달에 수입이 없다는 말만 하며 한 달에 50만원 정도를 엄마에게 생활비로 줬다고 했습니다. 그것조차도 카드 서비스를 이곳저곳에서 받으면서 가져다준 것이었고,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니까 제2 금융권까지 손을 뻗었다고 했어요. 모든 일을 벌여놓고 스스로 감당이 안 될 정도가 되니까 엄마에게 말하면서 말 그대로 크게 터뜨린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생활비가 없어서 제사를 챙기기 힘들다는 엄마한테 꼬박꼬박 챙겨야 한다고 고집했던 거구요. 이자가 너무 센 것까지 손을 뻗어서 급하게 엄마 앞으로 대출을 받아서 급한 것들을 막기 시작했습니다. 아빠가 친 사고로 엄마까지 빚더미에 오르게 된 거예요. 그럼에도 엄마는 저와 동생 때문에 이혼도 못 하고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희는 네 식구고 현재 저희 아빠의 월급은 230만원입니다. 네 식구는 그 돈으로 살아갈 수가 없어요. 저희 형편이 너무 어려운 걸 외가 쪽 식구들이 다들 알아서 이모들이 매번 본인들 장 볼 때 엄마를 데려가서 저희 장도 함께 봐주고, 하물며 쌀도 외할머니께서 본인 것을 시키실 때 같이 사서 시켜주십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가 동생과 한 살 터울이라서 이번에 같이 대학교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저희는 학교 갈 등록금이 없어서 수능이 끝나자마자 둘 다 각자 알바를 2개씩 하고 있어요. 엄마는 제가 아파서 어쩔 수 없이 일을 못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가 예상치 못하게 아파 버렸을 때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정말 큰일 날 수도 있는 병이라서요. 근데 아빠는 전부터 어려운 가정형편에 엄마가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불만이었어요. 직접적으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반응이나 중간중간 본인도 모르게 하는 말들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충분히 알 수 있었구요. 근데 이번에 저와 동생이 알바를 하면서 돈을 모으고 있다고 하니까 정말 대놓고 좋아하는 티를 냈습니다. 주변에서 이모나 이모부들, 선생님들조차 시간이 남아서 하는 알바가 아니고 정말 살기 위해 알바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워 하시는데 아빠라는 인간이 좋아하며 웃는 모습을 보고 사실 소름이 돋았어요.

 

 아빠는 저희가 학교 원서를 쓸 때도 전혀 신경 써주지 않았습니다. 학원 일을 하니까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많을 것 같아서 도와달라고 얘기했는데 알아서 하라 그러면서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았어요. 결국, 담임 선생님과 작년에 이미 아들을 대학교에 보내보셨던 이모부께 쫓아다니면서 여쭤보고 엄마가 주변에 학교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받아오는 자료들을 보면서 저랑 동생 둘이서 해결했습니다. 사실 너무 속상하고 서운했습니다. 아버지가 나서서 찾아봐 주고 같이 고민해주는 제 친구들의 상황이 눈에 보일 수 밖에 없으니까요.

 

 거기다가 이번에 아빠가 또 빚을 만들어서 터뜨렸습니다. 원금만 4천만원을 터뜨려서 신용 회복 위원회에서 매달 50만원 씩 10년을 갚아야 되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총 6천만원인거죠. 아빠가 이렇게 크게 터뜨린게 한, 두번이 아니라서 엄마 앞으로 쌓여가는 빚도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가장 답답해서 죽어버릴 것 같은 건 그 와중에 알코올 중독이라는 것입니다. 매일매일, 정말 단 하루도 안 거르고 저녁마다 술을 마시고, 혼자 유튜브 틀어놓고 보다가 잠들어서 아침엔 일어나지도 못합니다. 깨워서 아침밥을 먹게 하면 먹자마자 들어가서 또 자고, 덕분에 저희나 엄마가 매번 직접 깨워서 직장을 보내는 상황입니다. 


 아무리 붙잡고 말을 해도 듣지를 않아요. 위에 쓴 나날이 반복되니까 아빠를 향한 엄마나 저희의 표정과 말투가 곱지 않다는 것은 압니다. 그것 때문인지 다른 것 때문인지 아빠도 본인 나름의 불만이 있는 것 같아요.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 가기만 하고 그럴수록 집안 분위기도 험악해져만 가고 있습니다. 엄마가 대화를 해보고자 해도 아빠는 말을 하고 불리한 것 같으면 입을 다물고 대화를 단절해버리는 스타일이라 대화도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정말 미칠 것 같아요. 엄마도 이모들에게 힘들다힘들다 얘기는 해도 정말 쪽팔려서 자세하게는 얘기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고 있습니다. 저와 동생이 뭐라도 도움이 되어주고 싶어서 하소연을 들어주는데 그것만으로는 엄마의 힘듦을 나눌 수가 없는 것을 알아요. 엄마뿐만이 아니라 저와 동생도 이제는 아빠가 정말 싫어졌구요.

 

 쓰는데도 답답하고 자꾸 눈물이 나서 몇 번을 멈췄다 썼다 했는지 모르겠네요. 누군가에게 무언가 힘든 일을 털어놓는 이유는 위로를 받기 위해서고, 그걸 못해서 여기다가 끄적거리고 있으니 제가 한심하다는 것은 잘 압니다. 또한, 이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는 사람이 몇 명 없을 거라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보셨다면 진심이 아니라도 좋으니 힘내라는 말이라도 한 번만 해주세요. 그냥 그 작은 응원과 위로에 목말라서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