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이외수 아이야 오늘처럼 온통 세상이 짙푸른 날에는지나간 날들을 떠올리지 말자바람이 불면허기진 시절을 향해 흔들리는기억의 수풀시간은 소멸하지 않고강물은 바다에 이르러 돌아오지 않는다 연락이 두절된 이름들도나는 아직 수첩에서 지울 수 없어라하늘에는만성피로증후군을 앓으며 뭉게구름 떠내려 가고낙타처럼 피곤한 무릎으로 주저앉는 산그림자나는 목이 마르다 아이야 오늘처럼 세상이 온통 짙푸른 날에는다가오는 날들도 생각하지 말자인생에는 도처에 이별이 기다리고한겨울 눈보라처럼 흩날리는 아카시아 꽃잎그 아래어깨를 늘어뜨리고모르는 사람 하나 떠나가는 모습나는 맨발에 사금파리 박히는 아픔을 배우나니
5월
5월
이외수
아이야 오늘처럼 온통 세상이 짙푸른 날에는
지나간 날들을 떠올리지 말자
바람이 불면
허기진 시절을 향해 흔들리는
기억의 수풀
시간은 소멸하지 않고
강물은 바다에 이르러 돌아오지 않는다
연락이 두절된 이름들도
나는 아직 수첩에서 지울 수 없어라
하늘에는
만성피로증후군을 앓으며 뭉게구름 떠내려 가고
낙타처럼 피곤한 무릎으로 주저앉는 산그림자
나는 목이 마르다
아이야 오늘처럼 세상이 온통 짙푸른 날에는
다가오는 날들도 생각하지 말자
인생에는 도처에 이별이 기다리고
한겨울 눈보라처럼 흩날리는 아카시아 꽃잎
그 아래
어깨를 늘어뜨리고
모르는 사람 하나 떠나가는 모습
나는 맨발에 사금파리 박히는 아픔을 배우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