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서자 마자 석훈은 그대로 잠시 거실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나직하게 말했다.
"당신은 모를 수도 있겠지만 난 당신과 잘해보려고 최대한 노력했어. 당신을 이해하려고 애썼고 당신을 존중하려고 애썼어. 하지만 지금은 그게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알았어. 노력하면 될 줄 알았는데 어쩜 당신과는 노력과는 상관없이 맞지 않는다 는 생각이 들어. 지금까진 당신을 최대한 배려하려고 애썼던 거 이제 관두기로 했어. 더 이상 그런 일은 없을 거야......이젠 더 이상 당신을 배려하진 않을 거 야....좀더 내 기분에 충실해서 살 거야......"
"당신이 나에 대해 무엇을 배려했는데요?"
"모른다고? 만약 당신이 모른다면 그게 우리의 한계겠지......"
"당신은 나에 대한 책임감으로 결혼했어요. 그리고는 날 버리고 바로 미 국으로 가버렸어요......"
"난 당신에게 시간을 주고 싶었을 뿐이야......그리고 무엇보다 난 나 자 신을 용납할 수가 없었어....."
"알고 있어요. 술김에 날 건드린 걸 후회했겠죠? 그런 일만 일어나지 않 았다면 당신은 나와 결혼할 필요도 없었고 그 세련된 미진이란 여자와 결 혼했을 거고 당신 할아버지도 좋아했을테니까요......그 일을 후회했겠 죠....."
석훈의 얼굴에서 분노를 읽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는 서은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서은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았다.
"당신말이 맞아....그 일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그래서 내 자신 을 용서할 수가 없었어.....너무나 잘 알고 있군......"
그 말을 듣자 서은의 가슴에 통증이 지나갔다. 하지만 석훈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서은의 얼굴을 보고만 있었다. 갑자기 그의 힘이 느슨해졌다고 생각했을 때 그의 입술이 다가왔다. 서은의 눈에 물기가 촉촉했다. 그것을 그도 알았는지 그의 입술이 다가온 것은 그녀의 볼이었다. 서은은 숨을 들이켰다. 왜 거부할 수 없는 것일까? 그리고 그의 입술을 볼을 타고 내려와 서은의 입술에 머물렀다. 그리고는 그녀의 입술에 입술을 대고만 있었다. 서은은 왠지 애가 탔다. 그것만으론 만족할 수 없었다. 서은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그에게 무언의 항의를 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그때 석훈의 입술이 서은의 입술을 덮었다. 하지만 애를 태우듯 적극적이진 않았다. 서은은 자신도 모르게 석훈의 옷깃을 잡았다. 석훈은 서은의 그런 반응이 맘에 드는지 서은의 아랫입술을 물었다.
서은은 점점 힘을 잃고 석훈에게 매달렸다. 드디어 석훈의 혀가 서은의 입술을 점령했다. 그들은 굶주린 사람들처럼 한참동안 그렇게 서로의 입술을 탐하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석훈은 키스를 하면서 서은을 소파로 이끌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목마른 사람처럼 소파에 쓰러졌다. 그의 손이 그녀의 가슴에 머물렀다. 서은은 숨을 훅 들이켰다. 그의 손이 그녀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서은의 몸은 열기로 가득찼다.
석훈의 입술이 그녀의 가슴으로 다가왔다. 서은이 손으로 그의 머리를 안았다. 그때였다. 갑자기 석훈이 서은을 물리치고 일어났다. 서은은 석훈을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녀의 눈에는 아직 갈망의 빛이 남겨있었다. 그건 그도 마찬가지였으리라.....하지만 그는 냉정해보였다. 서은은 갑자기 찬바람을 느꼈다.
자기 혼자만 열을 낸 것 같아 얼굴이 후끈거리기조차했다.
"술이 취한 당신을 이용하고 싶진 않군.......언젠가 또 기회가 있겠 지....운이 좋다면 1년의 유예기간 안에 말이야......"
석훈은 그렇게 말하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서은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저남자 일부러 상처를 주려고 작정한 사람 같다. 가슴이 이렇게 아플 거라곤 생각도 못했었다.
그때였다. 핸드폰 벨이 울렸다. 서은은 한참을 있다 전화를 받았다. 민석이었다.
"집엔 도착했어?"
"응."
민석이 대답했다.
"괜찮아? 오늘 술 많이 마시던데.....요즘 너 주량이 는 것 같아....."
"괜찮아. 지금 술 확 깼어....."
"요즘 너랑 제대로 얘기도 못해보고 그런 것 같아서......왠지 불안했 어....."
"매일 학교에서 만나잖아......"
"하지만 넌 언제나 급하다고 집에 바로 가버리고.....제대로 데이트해본 적 없잖아......"
"넌 정말 착해........"
"갑자기 무슨 소리야?"
"너같은 남자친구가 있어서 다행이야......"
'너같은 친굴 사랑하게 됐다면 이렇게 마음 아픈 일은 없었을텐데...... 왜 사람들은 이렇게 착한 사람보다 마음 아프게 하는 사람에게 끌려갈 까?...'
"우리 내일은 따로 시간을 갖자. 일요일이잖아......"
"그래.....뭐할 건데?"
"영화 보러 갈래? 요즘 인기많은 애정영화볼까?
"난 액션영화가 더 좋은데......"
"넌 그래서 문제야.....그래서 연애에 대해서 소극적인 거라고....."
"내가? 연애에 대해서 소극적이라고?"
"그래.....네가 소개팅 같은 거 자주 하는 건 알았지만 왠지 그래도 걱정되지 않았어....너에겐 왠지 그런 게 느껴지거든....."
서은은 갑자기 석훈을 쫓아다닐 때의 자신이 생각났다. 이 애가 그 얘길 듣는다면 이렇게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내가 인터넷으로 예매해 놓을게....."
"알았어...."
"내일 극장 앞에서 보자.....시간 보고 다시 전화줄게....."
민석과의 전화를 끊으면서 서은은 처음으로 불안감을 느꼈다. 석훈의 방에선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서은은 다시 한번 자신의 입술을 만졌다. 지금도 느낌이 남아있다. 서은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서은은 잠을 설칠 수밖에 없었다. 한지붕 두가족 살림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음날 서은은 늦잠을 잤다. 민석과의 약속시간은 11시였다. 하지만 이미 시간은 10시가 넘어 있었다. 서은은 서둘러 씻고 옷을 챙겨입고 간단히 화장을 했다.
그리고 가방을 들고 뛰쳐나가려는데 소파에 석훈이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서은은 왠지 미안한 감이 들었다.
캥기는 것 보면 결혼을 한 게 맞긴 맞는가 보다.
"어디 가는 거야? 남편 밥은 챙겨줄 생각도 안하고....."
가끔 석훈은 아이처럼 저렇게 심통을 부리곤 한다.
"친구랑 약속이 있어요....."
"누구랑?"
"여자친구요....."
"누구냐고 물어봤지 여자냐 남자냐고 물어봤어? 그렇게 말하니까 더 수상 한데 혹시 데이트 있어?"
"........"
왠지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대답을 못하는 걸 보니 데이트가 맞긴 맞나보군......남편 집에 놔두고 데이트 나가는 아내라....."
"시비 걸지 말아요....."
"알았어....잘 갖다와....아내가 데이트 나가는데 잘 갔다오라고 말하는 남편이라면 정말 좋은 남편 아니야?"
"지금 계속 비꼬고 있잖아요....."
"내가 언제?.....그럼 잘 갔다와....갖다와서 얘기도 해주고....."
서은은 석훈을 노려보다가 나왔다. 그리곤 궁시렁궁시렁 석훈의 욕을 해댔다. 극장 앞에선 이미 민석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11시 20분에 시작하는 영화를 봤다. 영화 장면 장면이 웃으면서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서은은 기분이 유쾌해졌다. 팝콘을 먹고 콜라를 먹으며서 서은은 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영화에선 남녀의 성 문제를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로 포장해서 다루고 있었다. 석훈과의 문제가 계속 엇갈리고 있는 건 어쩜 애초부터 성과 관련된 것일지도 몰랐다. 원치 않았던 사랑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감으로 시작된 관계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지금도 그 문제로 시작된 문제들이 엉키고 엉키어서 온통 문제투성이지 않은가? 그리고 그의 동정을 거부하고 떳떳하게 자신의 길을 선택했어야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러기엔 석훈과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 우선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민석이 서은의 손을 잡아왔기 때문이다. 서은은 놀라서 민석을 쳐다봤다. 예전 같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을텐데 지금은 민석과 극장에서 손잡고 영화본다는 게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하지만 민석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봐 손을 빼지는 않았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민석과 식사와 후식을 같이 할 겸해서 레스토랑을 찾아들어갔다. 밖의 전망이 괜찮은 창가를 선택해서 앉았다.
"오랜만에 너랑 데이트하니까 좋다....."
왠지 그의 반응에 마음이 편치가 않다.
"너 여러 사람 만나보는 게 어때?"
"무슨 말이야?"
"우리 학교 졸업할 때까진 그냥 친구로 지내자. 그후에도 좋은 관계가 유 지된다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생각해보고......"
"네가 나에게 그닥 마음이 없다는 건 알아.....너에게 첫눈에 반해 일방 적으로 쫓아다닌 것도 나고 그리고 그 후에도 네가 계속 남자를 만나고 소개팅을 하고 다닌 것도 알아.......하지만 언젠가는 네가 내 진심을 알 아줄거라고 생각해왔어......"
"결코 널 싫어하진 않아. 네가 얼마나 좋은 앤지 너무나 잘 알거든..... 그래서야....너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아....그래서 우리 좀더 시간을 갖 자는 거야.....어차피 계속 만날 거잖아....."
"알았어....시간은 많으니까.....하지만 우린 계속 특별한 친구라고는 생 각해도 되지?"
"물론이지. 네가 나한테 얼마나 힘이 되는데......"
그건 사실이었다. 민석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그땐 민석의 호의가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민석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땐 미안하다거나 하는 느낌이 없었다. 이상하게 당시에 서은은 언제나 화가 난 상태였고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미팅과 소개팅에 열심이었고 친구들은 그런 서은을 한편으론 한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도 민석은 한결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그런 그를 우습게 생각하고 가볍게 생각했다. 아쉬울 때 생각나던 게 민석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석훈이 다시 나타나고부터는 다르다. 민석에게 진심으로 미안해지고 있는 것이다. 어쩜 서은은 민석에게 알듯모를듯 많은 상처를 주었는지도 모른다. 민석을 처음 만났을 때는 서은이 신입생이 되고 한창 꿈에 부풀어올랐을 때쯤이었다. 물론 마음 한구석엔 묵직한 짐이 놓여져 있어 진심으론 그 부푼 감정을 느낀다거나 즐기진 못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왜 새삼스럽게 그런 일들이 생각나는 것일까? 그중엔 아주 웃기는 얘기거리들도 몇가지 정도는 있는 것 같다. 민석이 서은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하던 과정 중에서 말이다. 하지만 제대로 성공한 건 없었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렇게 어설픈 하지만 순수한 민석의 모습들이 차츰 서은에게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앞으로 서서히 조금 야한 씬들도 나옵니다...다 이해하시고 봐주세요.....************
야들야들 결혼서약 (12)-짜릿하지만 날카로운 키스의 감각
#12. 짜릿하지만 날카로운 키스의 감각
집에 들어서자 마자 석훈은 그대로 잠시 거실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나직하게 말했다.
"당신은 모를 수도 있겠지만 난 당신과 잘해보려고 최대한 노력했어.
당신을 이해하려고 애썼고 당신을 존중하려고 애썼어.
하지만 지금은 그게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알았어.
노력하면 될 줄 알았는데 어쩜 당신과는 노력과는 상관없이 맞지 않는다
는 생각이 들어.
지금까진 당신을 최대한 배려하려고 애썼던 거 이제 관두기로 했어. 더
이상 그런 일은 없을 거야......이젠 더 이상 당신을 배려하진 않을 거
야....좀더 내 기분에 충실해서 살 거야......"
"당신이 나에 대해 무엇을 배려했는데요?"
"모른다고? 만약 당신이 모른다면 그게 우리의 한계겠지......"
"당신은 나에 대한 책임감으로 결혼했어요. 그리고는 날 버리고 바로 미
국으로 가버렸어요......"
"난 당신에게 시간을 주고 싶었을 뿐이야......그리고 무엇보다 난 나 자
신을 용납할 수가 없었어....."
"알고 있어요. 술김에 날 건드린 걸 후회했겠죠? 그런 일만 일어나지 않
았다면 당신은 나와 결혼할 필요도 없었고 그 세련된 미진이란 여자와 결
혼했을 거고 당신 할아버지도 좋아했을테니까요......그 일을 후회했겠
죠....."
석훈의 얼굴에서 분노를 읽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는 서은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서은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았다.
"당신말이 맞아....그 일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그래서 내 자신
을 용서할 수가 없었어.....너무나 잘 알고 있군......"
그 말을 듣자 서은의 가슴에 통증이 지나갔다.
하지만 석훈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서은의 얼굴을 보고만 있었다.
갑자기 그의 힘이 느슨해졌다고 생각했을 때 그의 입술이 다가왔다.
서은의 눈에 물기가 촉촉했다. 그것을 그도 알았는지 그의 입술이 다가온 것은 그녀의 볼이었다.
서은은 숨을 들이켰다.
왜 거부할 수 없는 것일까?
그리고 그의 입술을 볼을 타고 내려와 서은의 입술에 머물렀다.
그리고는 그녀의 입술에 입술을 대고만 있었다.
서은은 왠지 애가 탔다.
그것만으론 만족할 수 없었다.
서은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그에게 무언의 항의를 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그때 석훈의 입술이 서은의 입술을 덮었다.
하지만 애를 태우듯 적극적이진 않았다.
서은은 자신도 모르게 석훈의 옷깃을 잡았다.
석훈은 서은의 그런 반응이 맘에 드는지 서은의 아랫입술을 물었다.
서은은 점점 힘을 잃고 석훈에게 매달렸다.
드디어 석훈의 혀가 서은의 입술을 점령했다.
그들은 굶주린 사람들처럼 한참동안 그렇게 서로의 입술을 탐하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석훈은 키스를 하면서 서은을 소파로 이끌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목마른 사람처럼 소파에 쓰러졌다.
그의 손이 그녀의 가슴에 머물렀다.
서은은 숨을 훅 들이켰다.
그의 손이 그녀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서은의 몸은 열기로 가득찼다.
석훈의 입술이 그녀의 가슴으로 다가왔다. 서은이 손으로 그의 머리를 안았다.
그때였다. 갑자기 석훈이 서은을 물리치고 일어났다.
서은은 석훈을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녀의 눈에는 아직 갈망의 빛이 남겨있었다.
그건 그도 마찬가지였으리라.....하지만 그는 냉정해보였다.
서은은 갑자기 찬바람을 느꼈다.
자기 혼자만 열을 낸 것 같아 얼굴이 후끈거리기조차했다.
"술이 취한 당신을 이용하고 싶진 않군.......언젠가 또 기회가 있겠
지....운이 좋다면 1년의 유예기간 안에 말이야......"
석훈은 그렇게 말하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서은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저남자 일부러 상처를 주려고 작정한 사람 같다.
가슴이 이렇게 아플 거라곤 생각도 못했었다.
그때였다.
핸드폰 벨이 울렸다.
서은은 한참을 있다 전화를 받았다.
민석이었다.
"집엔 도착했어?"
"응."
민석이 대답했다.
"괜찮아? 오늘 술 많이 마시던데.....요즘 너 주량이 는 것 같아....."
"괜찮아. 지금 술 확 깼어....."
"요즘 너랑 제대로 얘기도 못해보고 그런 것 같아서......왠지 불안했
어....."
"매일 학교에서 만나잖아......"
"하지만 넌 언제나 급하다고 집에 바로 가버리고.....제대로 데이트해본
적 없잖아......"
"넌 정말 착해........"
"갑자기 무슨 소리야?"
"너같은 남자친구가 있어서 다행이야......"
'너같은 친굴 사랑하게 됐다면 이렇게 마음 아픈 일은 없었을텐데......
왜 사람들은 이렇게 착한 사람보다 마음 아프게 하는 사람에게 끌려갈
까?...'
"우리 내일은 따로 시간을 갖자. 일요일이잖아......"
"그래.....뭐할 건데?"
"영화 보러 갈래? 요즘 인기많은 애정영화볼까?
"난 액션영화가 더 좋은데......"
"넌 그래서 문제야.....그래서 연애에 대해서 소극적인 거라고....."
"내가? 연애에 대해서 소극적이라고?"
"그래.....네가 소개팅 같은 거 자주 하는 건 알았지만 왠지 그래도 걱정되지 않았어....너에겐 왠지 그런 게 느껴지거든....."
서은은 갑자기 석훈을 쫓아다닐 때의 자신이 생각났다.
이 애가 그 얘길 듣는다면 이렇게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내가 인터넷으로 예매해 놓을게....."
"알았어...."
"내일 극장 앞에서 보자.....시간 보고 다시 전화줄게....."
민석과의 전화를 끊으면서 서은은 처음으로 불안감을 느꼈다.
석훈의 방에선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서은은 다시 한번 자신의 입술을 만졌다.
지금도 느낌이 남아있다.
서은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서은은 잠을 설칠 수밖에 없었다.
한지붕 두가족 살림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음날 서은은 늦잠을 잤다. 민석과의 약속시간은 11시였다.
하지만 이미 시간은 10시가 넘어 있었다.
서은은 서둘러 씻고 옷을 챙겨입고 간단히 화장을 했다.
그리고 가방을 들고 뛰쳐나가려는데 소파에 석훈이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서은은 왠지 미안한 감이 들었다.
캥기는 것 보면 결혼을 한 게 맞긴 맞는가 보다.
"어디 가는 거야? 남편 밥은 챙겨줄 생각도 안하고....."
가끔 석훈은 아이처럼 저렇게 심통을 부리곤 한다.
"친구랑 약속이 있어요....."
"누구랑?"
"여자친구요....."
"누구냐고 물어봤지 여자냐 남자냐고 물어봤어? 그렇게 말하니까 더 수상
한데 혹시 데이트 있어?"
"........"
왠지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대답을 못하는 걸 보니 데이트가 맞긴 맞나보군......남편 집에 놔두고
데이트 나가는 아내라....."
"시비 걸지 말아요....."
"알았어....잘 갖다와....아내가 데이트 나가는데 잘 갔다오라고 말하는
남편이라면 정말 좋은 남편 아니야?"
"지금 계속 비꼬고 있잖아요....."
"내가 언제?.....그럼 잘 갔다와....갖다와서 얘기도 해주고....."
서은은 석훈을 노려보다가 나왔다.
그리곤 궁시렁궁시렁 석훈의 욕을 해댔다.
극장 앞에선 이미 민석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11시 20분에 시작하는 영화를 봤다.
영화 장면 장면이 웃으면서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서은은 기분이 유쾌해졌다.
팝콘을 먹고 콜라를 먹으며서 서은은 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영화에선 남녀의 성 문제를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로 포장해서 다루고 있었다.
석훈과의 문제가 계속 엇갈리고 있는 건 어쩜 애초부터 성과 관련된 것일지도 몰랐다.
원치 않았던 사랑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감으로 시작된 관계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지금도 그 문제로 시작된 문제들이 엉키고 엉키어서 온통 문제투성이지 않은가?
그리고 그의 동정을 거부하고 떳떳하게 자신의 길을 선택했어야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러기엔 석훈과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 우선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민석이 서은의 손을 잡아왔기 때문이다.
서은은 놀라서 민석을 쳐다봤다. 예전 같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을텐데 지금은 민석과 극장에서 손잡고 영화본다는 게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하지만 민석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봐 손을 빼지는 않았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민석과 식사와 후식을 같이 할 겸해서 레스토랑을 찾아들어갔다.
밖의 전망이 괜찮은 창가를 선택해서 앉았다.
"오랜만에 너랑 데이트하니까 좋다....."
왠지 그의 반응에 마음이 편치가 않다.
"너 여러 사람 만나보는 게 어때?"
"무슨 말이야?"
"우리 학교 졸업할 때까진 그냥 친구로 지내자. 그후에도 좋은 관계가 유
지된다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생각해보고......"
"네가 나에게 그닥 마음이 없다는 건 알아.....너에게 첫눈에 반해 일방
적으로 쫓아다닌 것도 나고 그리고 그 후에도 네가 계속 남자를 만나고
소개팅을 하고 다닌 것도 알아.......하지만 언젠가는 네가 내 진심을 알
아줄거라고 생각해왔어......"
"결코 널 싫어하진 않아. 네가 얼마나 좋은 앤지 너무나 잘 알거든.....
그래서야....너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아....그래서 우리 좀더 시간을 갖
자는 거야.....어차피 계속 만날 거잖아....."
"알았어....시간은 많으니까.....하지만 우린 계속 특별한 친구라고는 생
각해도 되지?"
"물론이지. 네가 나한테 얼마나 힘이 되는데......"
그건 사실이었다. 민석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그땐 민석의 호의가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민석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땐 미안하다거나 하는 느낌이 없었다.
이상하게 당시에 서은은 언제나 화가 난 상태였고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미팅과 소개팅에 열심이었고 친구들은 그런 서은을 한편으론 한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도 민석은 한결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그런 그를 우습게 생각하고 가볍게 생각했다.
아쉬울 때 생각나던 게 민석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석훈이 다시 나타나고부터는 다르다.
민석에게 진심으로 미안해지고 있는 것이다.
어쩜 서은은 민석에게 알듯모를듯 많은 상처를 주었는지도 모른다.
민석을 처음 만났을 때는 서은이 신입생이 되고 한창 꿈에 부풀어올랐을 때쯤이었다.
물론 마음 한구석엔 묵직한 짐이 놓여져 있어 진심으론 그 부푼 감정을 느낀다거나 즐기진 못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왜 새삼스럽게 그런 일들이 생각나는 것일까?
그중엔 아주 웃기는 얘기거리들도 몇가지 정도는 있는 것 같다.
민석이 서은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하던 과정 중에서 말이다.
하지만 제대로 성공한 건 없었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렇게 어설픈 하지만 순수한 민석의 모습들이 차츰 서은에게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앞으로 서서히 조금 야한 씬들도 나옵니다...다 이해하시고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