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과 자살협박 우리 아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돌고래2022.01.07
조회6,176
안녕하세요 가끔 눈팅만 하다가 이렇게 작성할 날이 올 줄은 몰랐네요.
카테고리 벗어나서 죄송합니다. 여기가 화력이 세서 많은 인생선배님들의 조언을 듣고싶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올리게 되었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질까봐 간략하게 설명하고 싶어도 중요한 환경, 베이스는 다 이야기 해야 할 것 같네요..
저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봐 아주 구체적으로는 말할 수 없지만 편부가정에서 삼남매가 자랐습니다. 저는 장녀이고요. 막내동생과는 대략 10살 터울이 납니다.
사별이 아닌 이혼이었고요. 이 이야기도 하다보면 늘어지니 생략하겠습니다.. 두 분 어린 나이에 만나 저를 가지게 되어 가정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 성격차이로 인해 결혼생활을 정리하게 되었고 그 때가 제가 12살이었고 지금 저는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입니다.

아버지가 저희 삼남매를 양육했습니다. 몸으로 기술로 일하시는 직업이라 당연히 고생 많으셨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했어도, 저희는 그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 항상 죄스러움을 느낍니다..

큰 딸인 저는 지금 생각해보면 일종의 감정쓰레기통이었습니다.
중학생인 저를 앉혀놓고 제가 왜 엄마를 미워해야하는지 자기 인생이 왜 이렇게 됐는지에 대한 일장연설이 자주 있었으니깐요.. 그 이야기 중엔 그 나이에 제가 알지 않아도 될 아주 사적인 부분까지 포함됐습니다.
그 무렵부터 술먹고 자살하겠다는 이야기가 심심치않게 나왔습니다.
실제로 제가 고등학생 때 자긴 자살하겠다며 술을 먹고 차타고 나가서 폰을 꺼버리는 바람에, 119에 신고한 저는 위치추적도 안되는 아빠를 찾아 구급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소방차를 타고 밤새 찾아다녔습니다.
다음 날 보니 아버지는 폰을 끄고 동네모텔에서 주무시고 계셨고.. 살아계신것만해도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엔 정말 아빠가 죽을까봐 두려움밖에 없었고 언젠간 좋은날이 오겠지 이악물고 버텼던 기억이 납니다.

열심히 살다보니 시간이 흘렀고, 막내동생까지 성인이 된 이 시점에 아빠가 하는 행동이 이해할수 없어서 조언을 구하고자 올립니다.
몇년 전, 아버지는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자그마한 사업체를 꾸리시며 스트레스와 우울증세가 생겨서 약을 처방받겠다 하셨고, 안쓰러운 마음 뿐이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참고로 아버지는 하루에 특정맥주를 최소8병 많게는 12병씩 드시는 심각한 알콜중독입니다.
제 생각엔 그 치료가 우선되었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저 포함 주변사람이 술을 먹지 말라는 이야기만 해도 예민한 사람이어서 아무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저 또한 성인이되고나서도 술취한 아버지에게 손찌검당할지경이었으니까요.. 술만 안드시면 너무 점잖고 안쓰러운 아빠라 다들 심각성을 못느꼈던 것 같습니다.

경제적으로 저희 삼남매 아버지에게 일절 부담을 주지 않았습니다. 막내동생은 편부모에 다자녀에 학교다니면서 돈 들 일이 없었고 저또한 수능끝나자마자 알바전선에 뛰어들었고 입학등록금까지 제 손으로 냈으며 수능 끝나고 처음 마련한 스마트폰의 폰 요금도 한번도 아버지가 내주신적없습니다. 학비는 올장학금아니면 학자금대출이었고요. 생활비는 방학 때 종일 알바해서 그 돈으로 학기중에 생활하고 그랬습니다.
용돈은 십원한장 안받았고요. 오히려 아버지가 대학생인 제 이름으로 한국장학재단에서 생활비대출을 받았고(거의 학기마다 이자가 싸니 나중엔 갚는단 말로 이백씩 뺐습니다) 이자까지 불어나 천오백까지 늘어난 그 빚을 이제는 제가 모은돈으로 갚으려고 결심했습니다. 끌어안고있어봤자 이자만 느니깐요.
여동생도 술드시고 꼬장부리는 아빠한테 질려버려서 고등학교졸업 후 바로 취업했고요. 저희 셋다 아버지에게 경제적인부담 안겨드린 적 없는 것 같고 다들 혼자 키우신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생각했습니다.
(참고로 아버지는 직장생활 하실 때 월급 적지 않았고 수중에 돈이 생기면 차를 바꾸고 별로 필요하지않은 가전제품을 사는 등 씀씀이가 큽니다. 이것도 아빠 삶의 낙이 없어서 그런거겠지 화 한번 낸 적 없고 이해하려했습니다.)
저도 최근 몇년 말고는 거의 아버지 곁에 있었고. 둘째 동생은 아빠가 우울증이라하니 지내던곳을 정리하고 본가에 들어가서 아빠랑 지냈고 막내는 안쓰럽게도 그냥 아버지의 모든 심부름 감정받이를 다 해내고 있었습니다.

근데 아버지의 증세가 너무 일반적인 우울증환자들의 증세와 달라서 의아합니다.
이제 다들 경제적. 정서적으로 독립할 나이가 되었고 본인들 인생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데
잊을만 하면 나 죽고싶다 우울증이다 하고 선언합니다..심지어 술드시고 별로 친하지 않은 친척께도 전화해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다니고,
저희는 아빠가 죽겠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인지 안믿기도 했고 사실 지쳤습니다.
그 하소연이나 협박은 큰딸인 저에게 가장 심하고.. 아마 저에게 투정부리고 싶은 맘이 큰 것 같습니다.

저는 작년 하반기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그동안 모은 돈으로 아빠가 받은 대출을 갚고, 시험준비를 위해 애쓰고있었습니다.
근데 아빠는 뭐가 아니꼬운지 '그나이에 시험 볼 생각하지말고 시집갔으면 좋겠다, 자기 이사갈건데 니네가 돈 보태달라' 등등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고
정말 제 멘탈관리가 너무 안되서, 마지막으로 제가 아빠한테 보낸 문자는 "시험볼때까지 아빠 차단하겠다. 아빠때문에 시험망치기싫다. 십수년째 죽는다는 협박하는것도 일종의 폭력이다"였습니다

그날 저녁 난리가 났습니다. 동생들한테 전화가 와서 독서실에있다가 급하게 가보니 만취한상태로 정신과약과 술을 먹은 채 차를 끌고 아파트단지를 빙빙 돌고있었습니다. 당연히 위험한 상태였고 제가 그 차앞을 가로막아서 아빠가 멈췄습니다. 그 사이에 동생이 경찰을 불러서 면허취소당했고요. 단지내에 있던 차를 박아 배상도 해줘야 하고.. 그 일은 진짜 딸인 저도 면목이 없습니다 사람이라도 다쳤으면 큰일이니깐요

제가 급하게 가는길에 아빠한테 전화를 거니 한말이
결론은 '니가 열받게해서 나는 죽는다'였습니다.

아무리 원망스러운 아빠라도 혈육인데 죽는걸 바라지않습니다. 죽겠단 사람이 술먹고 아파트단지만 빙빙 도나요? 저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쇼였다고 생각이 듭니다..끝까지 저 맘아프게 하려고 속상하게하려고, 내가 이지경이니 니가 나한테 와서 좀 들여다보라고..
방법이 너무 잘못된 것 같습니다.
저보다도 그 당시에 엉엉 울고 놀란 동생들을 생각하면 걷잡을수없이 화가 납니다.
언제까지 주변사람들이 괴롭고 맘졸여야하는지..,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당신 몸만 건사하면되는데.


나이 서른을 먹고도 정말 조언해줄어른이없어서 답답해서 올립니다. 내일 아빠를 만나서 정말 죽을 맘이 아니라면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입원하자고 제안할 생각입니다. 스스로 제어가 안되고 남까지 해치게 생겼으니까요..
만약에 그 의견을 받아들이지않는다면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숙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는수밖에 없을까요? 이미 결혼 출산 이런것들은 뒷전으로 미뤄둔지 오래입니다.
동생들이라도 자기인생 살게끔 하려면 제가 어떤 방법을 취해야할까요.
비슷한일을 겪으시거나 주변에서 본 사례가 있으시면 조언 부탁드립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으로 쓴 글이라 많이 조잡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읽어보니 남일이라면 저도 연끊고 본인 인생 살라고 조언할 것 같은데 그래도 혈육인지라 우리를 위했던 마음, 사랑을 어렴풋이 느껴서 끊어내기가 참 힘든 것 같습니다..
제가 큰 딸이라고 실수도 많고 모질기도 했지만 저를 아끼는 마음은 확실히 느껴왔거든요..속상해서 술 한잔 마시고 쓴 글이어서 그런지 저도 어떤 조언을 얻고싶어서 올리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