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이혼은 물음표가 없다.

쓰니2022.01.08
조회12,638
이혼해야할까요? 이혼 해야겠죠? 라는 글들에
아.. 참 이혼하고 싶겠다.. 라는 생각도 들고 공감도 됐다.

어린 애 둘 데리고 이혼한 지금 내 상황에서 다시 읽어보니
진짜 이혼은 물음표가 없는 것 같다.

보여지는 모습이 지독하게 다정했던 사람.
너무나도 가정에 충실하고 따뜻했던 사람.
그리고 끔찍하게 감정적 이던 사람.

둘째 임신때부터 돌변하기 시작하더니
감정에 분위기에 유혹에 술에 휩쓸려 날 참 아프게 했다.
취해 차 안에 있는 놈 잡으러 가서 차문 열려고 하자
만삭의 와이프를 매달고 달려버린 너.
출산 수술대 위에서 제발 눈을 뜨지 말았으면 했다만..
그 몇번의 마취약도 들지않아 둘째가 태어난 모든 순간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고 난 그때
아이들을 내 한목숨 걸어 지킬거라 다짐했다.

술에 취해 이유없이 애 들 앞에서 맞은 다음 날이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싹싹 빌고 몇날 몇일을 잘해주고
잊을 때 쯤 이면 다시 손을 들고
그럴때면 애들 부터 지키겠다는 마음에
애들을 부둥켜 안고 아픈소리 한번 내지 못했다.

온 몸이 터져라 두들겨 맞고 처음 친정에 간 날,
부모님께 부탁드렸다. 한번의 기회를 주자고.
엄마아빠 너무 속상하겠지만 마지막 기회를 주려 한다고.

그리고 정확히 2달 완벽하게 술을 끊더니
다시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퍼붓고 또 지옥이 시작됐다.

말이트인 애가 아빠를 밀치며
아빠 제발 하지마요 오열을 하던 순간
그 순간에도 집에서 나가지 못했다.

그 다음날 아침 아빠 품에 안기는 모습에
아이들이 어려서 나만 괜찮으면
다음 날이면 다 괜찮아지는 줄 알았고
차마 짐을 싸서 나올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나만 참으면 이 가정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

화를 풀지 않는다는 이유로 3일 내내 술에 쩔어
방안에서 소리지르는 아빠를 두고
거실에서 누워있던 애가 내 귀를 막아줬다.
아빠 괴물이야 내가 지켜줄게.

그 길로 뛰쳐나왔다.
내가 돈이 있던없던 능력이 있던없던
내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애쓸게 아니라
내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애써야 했다.

그렇게 나와 산지가 한참인데
단 한번을 아빠를 찾지않고 물어봐도 싫다고 하더니
몇일 전 마주친 아빠를 보며 한참을 얼굴을 비비고
뽀뽀하며 보고싶었다는 아이를 보며
단 1%의 미안함도, 뛰쳐나옴에 대한 후회도 들지 않았다.

이 아이에게 아빠의 좋은 모습만 남겨주고 싶다.
상처는 내가 받을테니 아빠와는 늘 즐거운 기억만 남길 바란다.

커버린 후 기억이 없을 첫째와
지금 핏덩이 같은 둘째가
시간이 흘러 왜 이혼 했는지 묻는 날이 올 때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도 사실 모르겠다.

주변에서 이혼사유를 묻는데
대답하기 조차 부끄러운 지금 상황이 너무 싫다.

세상에 소리질러 내가 너무 피해자라고 외치고 싶은데
도리어 자식도 뺏고 돈 욕심까지 부린다는 그 사람의
피해자 코스프레에 숨이 턱 하고 막힌다.

가정 폭력에 온갖 증거가 흘러넘치는데도
소송을 하면 길어진다는 이야기에 협의이혼을 선택했다.

결혼 생활하며 얻은 정신병에 약 없이는
일상적인 생활도 힘들지만
자식들을 위해 천천히 약도 끊으며 악착같이 살아보려 한다.

그냥 멋진 엄마가 되고싶다.
자랑스럽고 남은거라곤 사랑밖에 없는 엄마가 되고 싶다.

후에 애들에게 지금 내 선택을 이해받을 마음도,
당시의 내 처지를 설득시킬 마음도 없다.
그저 엄마가 있어서 행복해. 라고 해줬으면 좋겠다.

엄마만 있어서 미안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너희 둘만의 엄마가 될게. 사랑해 내 전부들. 엄마가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