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1주 우울증

무책임한나2022.01.11
조회1,292

안녕하세요.
쉬는날 하루종일 무기력하게 누워 있다가 가슴이 답답해 하소연이라도 하자 싶어 글을 적습니다.
제목처럼 현재 21주 임산부입니다. 그리고 내일 중절수술 상담을 위해 병원 예약을 잡아놓은 상태입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전 적은 나이가 아님에도 (30대 중후반) , 그리고 가임기가 아니었음에도 예상치못하게 임신이 되었고 제 의지, 노력과 무관하게 아이는 아주 잘 크고 있습니다.
건강상의 문제라면 조절이 불가능한 제 감정과 배가 불러옴에 따른 불편함. 호흡곤란 정도입니다.
저는 2개의 사업자를 가지고 있는 자영업자로 직업 특성상 말을 많이하고 무거운 짐을 수시로 들고 서있는 시간도 많습니다. 그리고 식사 시간이 상당히 불규칙하며 (9시~5,6시까지 식사 불가능) 습관이되어 일하는 중에는 화장실 가는 것도 참습니다.
제 성격이 도태되는것을 못 견디고 일을 완벽하게 해야된다는 강박에, 과한 책임감까지 가지고 있다보니 임신이라는 변화가 저에게는 고통이고 죄책감으로 다가옵니다.
21주간 큰 입덧이 없음에도 매일 식사를 인스턴트로 떼우며 (아침은 차안에서 김밥이나 샌드위치. 낮에 잠깐 시간이 날경우에는 컵라면이나 빵. 대부분은 굶음) 커피는 수시로 마십니다( 워낙에 중독이라 카페인을 넣지 않으면 일이 손에 안잡힙니다) 그리고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직업이라 스트레스 강도가 높습니다. 스트레스는 제가 안받아야지 한다고해서 안 생기는 것도 아니고 미치겠습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업계에 있는 분들을 보면 임신과 동시에 일을 그만두거나 주수가 차면 대부분이 그만둡니다. 아이의 건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저는 일을 놓을수가 없는 상황이고 놓고 싶지도 않다는 것입니다.
매주 월요일이면 임신주수에 따른 알림이 옵니다. 엄마가 지켜야 할 것들이지요. 스트레스가 태아에게 좋지않다. 철분이 많이든 음식을 먹어라. 태아의 혈액에 영향….태아 뼈 형성. 태교중요…. 등등 제가 하나도 지키고 있지 못하는 것들입니다. 배가 불러올수록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저의 이중적인 모습에 환멸이 납니다. 일에 관련해서는 책임감이 넘쳐나면서 뱃속태아 한테는 무책임한 행동을 일삼는 제가 너무 싫습니다. 할수만 있다면 아이 보내면서 저도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을 놓고 아이를 택한다면 저는 너무 불행할것이 예상되고 아이를 놓아버리자니 21주간 제대로 된 영양섭취, 좋은것도 못먹고 태교도 못받고 떠나갈 태아가 너무나 불쌍합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아빠가 원망스럽고 제가 중절수술 얘기를 할때마다 몰래 뒤돌아 우는 아이아빠도 너무 안타깝습니다. 아이를 너무나 원하는 사람인데 제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줍니다.
왜 저같은 인간에게 귀한 아기가 찾아온건지.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지금 주수에는 수술을 하게되면 출산과 같아 1-2주는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데 수술일 포함해 당장 4일도 쉬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어떠한 선택도 결단하지 못하는 제자신이 환멸스럽습니다. 이런 속마음을 얘기 할 곳이 없어 가슴이 더욱 답답합니다. 비슷한 경험담이 있으신 분들의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우울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