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족 다 그래요. 서로 일에 간섭은 안하지만 조언이 필요하다고 하면 진심으로 대화하고 생각하고 도와줍니다. 하지만 오지랖 일부러 부리거나 서로 잘 보이려고 하거나 선을 넘지는 않아요. 생일이나 졸업 취업같은 좋은 일에는 서로 잘 챙기고 생색은 내지 않습니다.
남편은 시골에서 자라 서울로 대학을 오고 서울에서 자취하고 직장다니면서 저를 만났어요. 일년 남짓 연애하면서 시부모님 한번 뵈었고 시골분들이라 정이 많으셨어요. 그리고 결혼을 했는데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어요.
저는 친정부모님에게도 특별한 일이 아니면 연락을 안드리는데
시어머님이 저한테 매일 전화하라고 하셨어요.
제가 매일 무슨 일이 있으시냐고 여쭤봤더니 꼭 무슨 일이 있어야 전화를 하냐고 안부전화는 매일 하는거라고 하셨어요.
아. 그럼 ㅇㅇ(남편)에게 매일 전화드리라고 할게요 하니 바쁜 사람한테 매일 전화를 어떻게 시키냐고 저보러 하라고 하시길래 바쁜건 제가 더 바쁘다고 하니 어른이 말하는데 긍정적으로 대답을 안한다고 역정을 내셨어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게 싫다고 말씀드렸더니 말문이 막히셨는지 다음에 이야기 다시 하자고 하셨어요.
남편에게 말을 했더니 그냥 알았다고 하고 말길래 저도 그냥 넘어갔어요.
전문직종에서 회사를 다녔고 프로젝트를 자주하고 야근도 많고 주말 출근도 자주 하다보니 바빠서 임신 계획은 당분간 없었고 남편과도 협의가 된 부분이에요.
최소 결혼 후 5년 간은 아이 안낳기로 했고 그 이후에 상황이 나아져서 아이 계획을 세우더라도 한명만 낳기로 했어요.
친정에서는 애초에 아이에 대해서는 물어보지도 않으셨고 후에 아이계획은 이렇다 말씀 드렸더니 요즘 세상에 둘이 재밌게 사는 것도 괜찮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시댁에서는 결혼 하고 다음 달 부터 좋은 소식 없냐고 줄기차게 물어보셨어요. 남편이 계획은 이렇다 하고 말씀드리니 노발대발 하시면서 아이는 여자가 하루라도 젊을때 낳아야한다고 저한테 전화하셔서 설교 하셨어요. 아이는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했더니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말대꾸 한다고 그러셔서 회사 일이 남았다고 끊겠습니다 하고 끊었어요.
남편한테 이렇고 저랬다 하니 시댁에서 오는 전화 받지 말래요.
그리고 그 다음달에 임신 잘되는 거라고 흑염소 엑기스를 보내주셨어요. 남편에게 나는 저걸 먹지 않을 거니 알아서 처리해달라고 하니 직장 동료중에 임신 노력한다는 분께 드렸대요.
그리고 남편이 시댁에 전화해서 이런거 보내지 말고 저한테 전화해서 압박하지 말라고 본인은 사실 아이 없어도 된다고 애 없이 사는게 더 좋다고 말씀드렸어요.
결혼 할때 제 명의의 아파트에 신혼 살림을 차렸어요. 십오년전에 대출 많이 받아 산 작은 아파트인데 싱글일때 미친듯이 갚아 대출금 거의 다 갚고 결혼했고 지금은 대출이 없어요. 남편은 혼수를 하고 서로 예물 예단을 안했어요. 제 아파트는 제가 벌어 제가 산거라 남편은 관심이 없고 남편도 직장생활하면서 모으고 혼자 재테크도 하고 해서 다음에 이사 가게되면 집값 반반 부담해서 공동 명의 하기로 했어요. 이 집을 팔긴해야겠죠 그때 가면..
지금 월급 관리도 각자 하고 서로 일정금액 착출해서 생활비하고 일정금액 내서 공동 적금내는거 빼고는 양가 용돈 및 본인 용돈 본인 차량 유지비용 같은건 각자 해결해요. 물론 생신때는 저도 따로 시부모님 선물이나 식사같은거 정말 잘 챙겨드려요. 둘다 돈관리 잘하는 편이라 서로 만족하구요.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고 갑자기 시부모님이 연락오셔서 용돈을 올려달라고 하셔서 남편이랑 이야기해보시라고 했어요. 며느리한테 용돈 받기도 어렵다 하시기에 용돈은 각자 집에 각자 알아서 하기로 했다 알지 않으시냐 했더니 결혼했는데 아직도 각자 집 각자 부모님이라고 한다고 역정을 내시길래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한데 시부모님 용돈은 남편 영역이라 남편이랑 이야기하시는게 맞다고 했어요. 남편에게는 이런일로 전화가 왔다고 하니 알았다고 했어요.
음식과 저희집 방문문제도 있어요.
친정은 같은 서울이라 저희가 초대 하지 않으면 거의 저희 집에 안오세요. 친정 부모님 아직도 은퇴 안하시고 두분 다 출근하시고 친정 엄마는 요리 잘 못하셔서 어차피 반찬은 친정에서도 사드세요. 저희도 야근이 많고 회사에서 밥 먹는 날도 많고 하니 주말에 같이 쉴때는 외식하거나 밀키트 사다가 해먹고 해요.
막상 남편은 시어머니 음식에 대한 애닮음이 없는데 시어머니는 줄기차게 반찬을 보내주셨고(지금은 여러 사건 이후에 안보내심) 결혼하고 3년차때까지는 저는 절대 못가는 김장날에 오라고 스트레스를 주셨어요. 사실 저희 부부는 집에서 밥먹는 날이 많이 없었어서 (남편은 아침도 먹는걸 싫어해요) 김치 한포기를 사면 냉장고에 한달도 넘게 있는 경우가 허다해요. 남편은 짜고 매운 음식을 안좋아하고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는데 시어머니 김치는 젓갈도 듬뿍 들어가고 밑반찬들이 다 간이 세요.
시댁이 서울에서 차로 6시간 정도 걸리는데 남편이 서울에 혼자 살때도 일년에 한두번 오셨다고 들었는데 결혼 하고 나니 정말 한달에 한번은 오시려고 애를 쓰셨어요. 그 핑계가 반찬이었고, 아님 병원 검진.. 시댁에서 가까운 도시만 나가도 병원이 많은데 서울 의사들이 병도 잘 본다고 하셔서 여러 이유로 저희집에 오시는 계획을 많이 잡으셨어요.
저희 집에 오시는 거야 백번 양보해서 괜찮은데 서너번 오시더니 급기야 카드키를 달라고 하셨고 카드키 여분이 없으면 비밀번호 알려달라고 하셨어요. 단칼에 거절했어요.
어머님은 방문하시는 건데 제 집 마음대로 드나드시는 건 제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어요.
그리고 결혼 하고 신혼때 제가 정말 바빴거든요. 주말에도 출근을 밥먹다시피 하고 야근도 매일해야했어요.
그럴때 시어머님이 오시면 혼자 병원도 가시고 혼자 식사차려드시고 하셔야 했는데 그게 그렇게 불만이셨던지 며느리한테 밥상한번을 제대로 못 받는다고 어른 공경할줄 모른다고 하셨어요. 저는 그래도 많이 노력했거든요.
토요일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면서 밀키트 사와서 저녁은 차렸어요. 남편은 그냥 자기가 저녁하겠다 혹은 그냥 나가서 먹자 했는데 신혼이기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야지 하고 최선을 다한건데 저렇게 말씀하셔서 저는 이게 최선을 다한거라고 저한테 더 많이 원하시면 그건 저는 못해드려요 했더니 저 때문에 혈압오르신대요. 남편이 이렇게 하실거면 올라오지 마시라고 했어요. 주말에 쉬고 싶은데 엄마 오는 주말은 저도 본인도 쉬지를 못한다고. 가만보니 꼭 올라오지 않아도 되는 일인데도 기어코 엄마는 올라와서 이러느냐고 했더니 아들 키운 보람도 없고 며느리 들인 복도 없다고 하셨어요.
코로나 사태 전에 저는 좋은 기회로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고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했어요. 너무 다행히 일은 많이 들어와서 회사 다닐때보다 수입은 훨씬 많아졌고 지금은 남편보다 수입이 훨씬 높아요. 단점은 일이 몰리는 시즌에는 주말 출근이 아니고 주말이고 평일이고 밤새야하는 날도 많아졌는데 제가 퇴사하고 집에서 일한다고 했더니 시댁에서는 제가 집에서 노는줄 아세요.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에는 시골에 뭔일만 나면 내려오라고 하셔서 일해야한다고 거절하면 거짓말한다고 하셨어요.
남편이 전화드려서 한소리를 했고 코로나 때문에 내려오라는 소리는 많이 사그라드셨죠.
올해로 결혼 6년째에요. 남편이랑은 지금도 애틋하고 사이가 좋아요. 시어머니가 저렇게 하시는 부분은 있어도 시아버님은 말수가 없으시지만 따뜻하게 대해주시고 하나 있는 아가씨도 좋아요.
저도 정신적 데미지를 크게 받는 사람이 아니라 솔직하게 상황과 제 감정을 설명하고 넘어가는 터라 아주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데
구정에 내려가는 문제로 시어머님과 스피커폰으로 남편과 저랑 같이 통화하다가 저한테 너는 내가 아무리 해도 왜 길들여지지가 않니 하는 소리를 듣고 웃음이 나와 글을 한번 써봤어요. 물론 남편이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시어머니께 화를 냈고 저도 어머니 제가 뭐 어머니 집 반려견인가요 길들이려고 하시게요 했어요.
뭐 그 말실수때문에 남편이 구정에 안내려간다고 했어요. 코로나도 난리인데 어떻게든 갈까 했던 우리가 바보같아졌다구요.
가끔가다가 새벽에 판을 읽어보면 정말 심한 시월드도 많아서 제 경우가 뭐가 심하냐 하실 분들도 많으실텐데
제 경우가 심해서 글을 쓰는게 아니라
저도 그 동안 은근히 쌓여왔던게 (글에 쓴 에피소드가 다가 아니니까요) 많아서 어디다가 조금은 말하고 싶었어요. 남편이 편이 되어주고 이해해줘서 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늘 고맙기도 하구요.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신년인데 다들 시월드와 크고 작은 싸움이 있을지라도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그 싸움에 응하시고 이겨내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