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 content="Namo WebEditor v4.0" name=generator> [She...] 그와 이별한지도 어느덧 1주일이 흘렀다. 아니, 겨우 1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아무리 내 마음속에서 그의 존재감을 밀어 내보지만, 아직은 무리인가 보다. 어제 학교에서 친구들이 내가 그와 헤어졌던 사실을 알고는 위로해준답시고 오늘 만나자고 했다. 솔직히 나로서는 거절할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 그와 이별하기 전에는 그와 유치한 사랑놀이하느라 친구들에게 소홀히 했는데... 난 시간에 맞추어 시내로 향했다. 오늘도 바깥 날씨는 나의 심정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거리를 배회하는 연인들은 추위를 이기려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는 등 꼭 나의 그런 심정에 대해 시샘한 듯 보인다. 나 역시 그들처럼 그랬다며 스스로 위안해보지만 그저 과거일 뿐이었다. 이런 초라함 때문이지 나의 몸은 더 움츠리며 약속장소인 어느 주점에 들어섰다. 이미 친구들은 창 밖이 보이는 어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색하게나마 인사를 나누곤 술잔을 겨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가 이별했던 사실에 대해선 친구들은 일체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한 친구가 채워져 있던 술잔을 비우곤 말했다. "야, 헤어졌다고 뭘, 그렇게 기죽어 있니?" 나 역시 술잔을 비우곤 말했다. "기죽긴..." 내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 한 친구가 말했다. "이제 와서 하는 얘긴데... 솔직히 너 남친, 마음에 안 들었어. 학교에서 봐도 인사도 잘 안 하고... 그래도 우리는 너 친군데 우리랑 어울릴 생각도 없고." 또 한 친구가 그 친구의 말을 거들었다. "그래, 그건 주영이 말이 맞아. 남자애가 숫기가 있어야지..." 그리고 마치 연쇄반응처럼 나머지 친구들의 불평도 늘어지기 시작했다. 듣기 싫다...! 아무리 헤어졌다한들 그래도 내가 사랑했던 사람인데... 아니, 지금 내가 그를 옹호하는 건가...? 그와는 이미 끝난 사인데... 그래, 이런 나의 심정은 아직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친구들은 자기들 나름대로는 날 위로해준답시고 그렇게 말한 것을 알기에 그냥 흘러 들으며 어느새 채워진 술잔을 다시 비울 뿐이었다. 어느덧 우리가 자리한 테이블 위에는 평소보다 많은 술병들이 올라있었고, 그 결과에 따른 취기에 현기증마저 느껴진다. 막 10시가 넘을 무렵 우리는 그곳에서 나왔고 더욱 취기에 오른 나는 간신히 버텼다. 친구들은 그런 내게 호의라도 베풀려는지 집까지 바래다준다지만, 지금은 친구의 그런 도움 마저 달갑지 않다. 난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는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막차인 마냥 때마침 버스가 정차되어 있었다. 서둘러 버스에 올랐고 다행이 빈 좌석이 많아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오늘따라 버스는 왜 이리 덜컹거리는지 속은 울렁거리고 머리는 깨질 듯 아프다. 차창에 기대어 그렇게 시름하다 버스에서 실수(?)하는 망측한 일을 겪지 않고 내릴 수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집까지 걸어가야 하는 것도 걱정이다. 평소에도 버스 정류장에서 아파트 단지까지 걸어가는 것도 귀찮고 힘들었는데(난 아파트에 살며 운동을 정말 싫어한다) 이런 상태는 더욱 더 곤욕이다. 그러나 어떻게 하겠는가? 기어코 군소리 없이 걸어갈 수밖에... 걸어가는 나의 발걸음은 자주 엇갈렸고, 그럼으로써 자주 비틀거려 간간이 가로수를(자연과 더불어 생활한다는 아파트-건설회사의 취지 아래 가로수가 많다) 붙잡으며 몸을 지탱했다. 그렇게 겨우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다. 아무리 밤이지만 아파트 단지는 너무나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아파트 건물에 올려다보면 듬성듬성 보이는 불빛만이 그나마 사람들의 존재를 인지하게끔 한다. 그때 문득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돌았다. 하지만 그저 공허함만이 나의 허전함을 더할 뿐이었다. 하긴 이렇게 술에 취했으면서 나의 감각을 믿은 내가 바보지. 드디어 105동에 아파트 현관에 들어섰다.(참고로 난 105동에 산다) 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렇게 술에 취에 나 홀로 집에 온 것도 오랜만인 것 같다. 내가 술에 취해 있든, 그렇지 않든 그는 항상 집까지 바래다주었는데... 간혹 속상한 일이 생겨 그토록 술 주정을 해도 그는 군말 없이 집까지 바래다주었는데... 하지만 이젠 그런 그는 없다. 이런, 또 그를 그리워한다. 아니, 잠시 그를 생각한다.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오늘로써 나의 기억에서 삭제되길 바란다. 아니, 분명히 삭제될 것이다. 반드시 삭제해야만 한다. [He...] 그녀와 이별한지 아직은 1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녀에 대한 미련(未練)은 아주 미련하게 '사랑'이란 이름으로 남아있다. 이 남은 사랑을 나, 스스로 소멸시키려 안간힘을 써봤지만, 그저 그리움만 늘어날 뿐이었다. 이젠 그 그리움이라도 잊으려 오늘은 친구들과 잘 마시지 않던 술을 마셨다. 하지만 마셔도 아무런 효과는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런데 왜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사랑하다 이별하면 꼭 술을 마시는지....? 왕창 마시고 그냥 의식마저 잃어버리고 싶은 걸까? 도저히 그런 무모한 짓은 하고 싶지는 않다. 다음날 일어나서 겪게 되는 속 쓰림, 두통... 차마 그런 뒷일을 감당할 여력이 내겐 없다. 그래도 평소보다 많이 마셔서 그런지 울렁거림과 두통이 동반되어 나를 괴롭힌다. 난 다른 친구들보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갈려고? 오늘 너 때문에 이렇게 모인 건데 너가 이렇게 먼저가면 섭하잖아?" "미안, 오늘은 몸이 별로 안 좋네. 그냥 너희들끼리 놀아라." 친구들은 내가 가는 것을 만류하지만 난 완곡히 거절했다. 친구들은 그저 안타까운 기색들이었다. 나 역시 이렇게 가는 것이 좀 씁쓸했지만... 난 미련 없이 자리에 일어났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미안한 감정은 어쩔 수 없었는지 다시 등을 돌리곤 말했다. "오늘... 정말 고맙다." 그러자 친구들은 애써 웃음으로 나를 보내줬다. 바깥으로 나오니 나를 반기는 것은 매서운 겨울 바람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이 겨울 바람은 그저 반갑기만 하다. 덕분에 울렁거림과 두통이 조금 수그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취기 때문인지 자꾸 발걸음이 엉킨다. 어느 누구에게도 술에 취에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기에 애써 똑바로 걸어보지만 여전히 발걸음은 엉킨다. 행여나 나의 이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고 비웃는 사람들은 없을까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 무도 내게 그런 시선조차 주지 않는다. 게다가 오늘따라 웬 연인들이 거리를 메우는지 남녀가 짝을 이뤄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고 행복한 모습으로 나를 스쳐갔다. 흥! 나도 너희들처럼 그런 적 있었다고...! 하지만 그렇게 으스대는 것도 일순이었다. 말 그대로 그런 적 있었을 뿐, 진행형은 아니며 더불어 미래형은 더욱 더 아니다. 그저 과거형일 뿐이었다. 그때 나처럼 취기 때문인지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 뒷모습이 왜 이렇게 낯익은 걸까...? 혹시... 그녀는 아닐까...? 그녀였으면... 난 발걸음을 재촉하며 조심스레 그녀에게 다가갔다. 나의 짐작은... 나의 바람은 정확했고, 이루어졌다. 다시 한 번 슬쩍 보며 재확인해보지만, 아무리 내가 술에 취해 있다지만 그녀임이 틀림없다. 그녀의 발걸음은 위태로워 보인다. 난 집에 가야한다는 사실조차 망각한 채 나의 발걸음은 그녀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결국은 우리 집 근처에도 가지 않는 버스를 타야 했으며 행여나 그녀가 눈치챌라 노심초사 했다. 하지만 그녀는 취기에 따른 고통 때문인지 어느 빈자리에 앉자마자 창가에 머리를 맡긴 채 두 눈을 지긋이 감고 있었다. 나는 잠시 옛 생각에 잠긴다. 그녀는 술을 마시면 평소보다 말을 많이 하는 버릇이 있다. 그렇다고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난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는데 그녀는 항상 자신의 그런 모습을 흉한 술 주정이라 하며 다음날이면 항상 나한테 사과했다. 순간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그 웃음도 잠시 어느새 그 기쁨은 불안으로 바뀌었다. 그녀가 제대로 내릴 수나 있을지...? 하지만 나의 그런 걱정과는 달리 그녀는 무난하게 버스에서 내렸다. 반면 나는 그녀에게 들킬라 그녀가 내리고 잠시 뜸을 들였다가 문이 닫히기 직전에 뛰어내 렸다. 그리고 살금살금 그녀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그녀의 발걸음은 여전히 위태로워 보였다. 보기가 안쓰러울 정도로 비틀거림은 심했고, 간간이 취기에 버티지 못한 몸을 가로수에 의 존해 버틸 때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부축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만 들뿐이었다. 행동으로 옮길 수가 없었다. 옮기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 우린... 아니, 그녀와 나는 이별했으므로... 그저 이렇게 뒤에서나마 그녀를 지켜보는 것만이 내가 그녀로 하여금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에 들어섰을 때였다.(참고로 그녀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일순 그녀가 뒤를 돌아봤다. 나의 인기척이라도 알아차린 걸까? 난 황급히 아무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좀 전까지 나의 몸을 차지했던 취기가 달아날 정도로 정신이 확 들며 가슴까지 쿵쾅대며 뛰 지 시작했다.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는데... 뒷모습이라도 좋으니 그녀를 보고 싶은데... 언제쯤 나갈까? 아직도 그녀가 뒤를 돌아보고 있을까? 만약 마주치면 뭐라고 변명해야하지? 아니, 이러다 그녀가 벌써 들어가 버리면...? 조심스레 그곳에서 나와 그녀가 있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하지만 나의 마지막 생각처럼 그녀의 모습은 이미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에 서둘러 그녀가 사는 105동으로 향했다. 여전히 그녀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언제 그녀의 뒷모습이라도 다시 볼 수 있을까? 아니다. 그렇게 본다한 들 무엇이 달라질게 있을까? 이젠 그녀와 어느 연인처럼 팔짱을 낄 수 없음은 물론 그녀의 손조차 잡을 수 없는데... 그 리고 이렇게 늦은 밤이든, 그렇지 않든 지금 내가 서있는 이곳까지 바래다 줄 수도 없는데... 하지만 이런 마음도 잠시뿐이었다. 또 나의 마음이 바뀐다. 이러니 그녀가 줏대 없다고 불평했겠지. 아무튼 우리... 아니, 그녀와 나 사이의 관계가 변하지 않아도 좋다. 더욱 그리워져도 좋다. 그녀의 뒷모습이라도... 보고 싶다...
이별, 그 후... <제 4 회> - 술 취한 어느 밤,
<META content="Namo WebEditor v4.0" name=generator>
[She...]
그와 이별한지도 어느덧 1주일이 흘렀다.
아니, 겨우 1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아무리 내 마음속에서 그의 존재감을 밀어 내보지만, 아직은 무리인가 보다.
어제 학교에서 친구들이 내가 그와 헤어졌던 사실을 알고는 위로해준답시고 오늘 만나자고
했다.
솔직히 나로서는 거절할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
그와 이별하기 전에는 그와 유치한 사랑놀이하느라 친구들에게 소홀히 했는데...
난 시간에 맞추어 시내로 향했다.
오늘도 바깥 날씨는 나의 심정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거리를 배회하는 연인들은 추위를 이기려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는 등 꼭 나의 그런
심정에 대해 시샘한 듯 보인다.
나 역시 그들처럼 그랬다며 스스로 위안해보지만 그저 과거일 뿐이었다.
이런 초라함 때문이지 나의 몸은 더 움츠리며 약속장소인 어느 주점에 들어섰다.
이미 친구들은 창 밖이 보이는 어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색하게나마 인사를 나누곤 술잔을 겨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가 이별했던 사실에 대해선 친구들은 일체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한 친구가 채워져 있던 술잔을 비우곤 말했다.
"야, 헤어졌다고 뭘, 그렇게 기죽어 있니?"
나 역시 술잔을 비우곤 말했다.
"기죽긴..."
내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 한 친구가 말했다.
"이제 와서 하는 얘긴데... 솔직히 너 남친, 마음에 안 들었어. 학교에서 봐도 인사도 잘 안
하고... 그래도 우리는 너 친군데 우리랑 어울릴 생각도 없고."
또 한 친구가 그 친구의 말을 거들었다.
"그래, 그건 주영이 말이 맞아. 남자애가 숫기가 있어야지..."
그리고 마치 연쇄반응처럼 나머지 친구들의 불평도 늘어지기 시작했다.
듣기 싫다...!
아무리 헤어졌다한들 그래도 내가 사랑했던 사람인데...
아니, 지금 내가 그를 옹호하는 건가...?
그와는 이미 끝난 사인데...
그래, 이런 나의 심정은 아직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친구들은 자기들 나름대로는 날 위로해준답시고 그렇게 말한 것을 알기에 그냥 흘러
들으며 어느새 채워진 술잔을 다시 비울 뿐이었다.
어느덧 우리가 자리한 테이블 위에는 평소보다 많은 술병들이 올라있었고, 그 결과에 따른
취기에 현기증마저 느껴진다.
막 10시가 넘을 무렵 우리는 그곳에서 나왔고 더욱 취기에 오른 나는 간신히 버텼다.
친구들은 그런 내게 호의라도 베풀려는지 집까지 바래다준다지만, 지금은 친구의 그런 도움
마저 달갑지 않다.
난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는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막차인 마냥 때마침 버스가 정차되어 있었다.
서둘러 버스에 올랐고 다행이 빈 좌석이 많아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오늘따라 버스는 왜 이리 덜컹거리는지 속은 울렁거리고 머리는 깨질 듯 아프다.
차창에 기대어 그렇게 시름하다 버스에서 실수(?)하는 망측한 일을 겪지 않고 내릴 수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집까지 걸어가야 하는 것도 걱정이다.
평소에도 버스 정류장에서 아파트 단지까지 걸어가는 것도 귀찮고 힘들었는데(난 아파트에
살며 운동을 정말 싫어한다) 이런 상태는 더욱 더 곤욕이다.
그러나 어떻게 하겠는가?
기어코 군소리 없이 걸어갈 수밖에...
걸어가는 나의 발걸음은 자주 엇갈렸고, 그럼으로써 자주 비틀거려 간간이 가로수를(자연과
더불어 생활한다는 아파트-건설회사의 취지 아래 가로수가 많다) 붙잡으며 몸을 지탱했다.
그렇게 겨우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다.
아무리 밤이지만 아파트 단지는 너무나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아파트 건물에 올려다보면 듬성듬성 보이는 불빛만이 그나마 사람들의 존재를 인지하게끔
한다.
그때 문득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돌았다.
하지만 그저 공허함만이 나의 허전함을 더할 뿐이었다.
하긴 이렇게 술에 취했으면서 나의 감각을 믿은 내가 바보지.
드디어 105동에 아파트 현관에 들어섰다.(참고로 난 105동에 산다)
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렇게 술에 취에 나 홀로 집에 온 것도 오랜만인 것 같다.
내가 술에 취해 있든, 그렇지 않든 그는 항상 집까지 바래다주었는데...
간혹 속상한 일이 생겨 그토록 술 주정을 해도 그는 군말 없이 집까지 바래다주었는데...
하지만 이젠 그런 그는 없다.
이런,
또 그를 그리워한다.
아니, 잠시 그를 생각한다.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오늘로써 나의 기억에서 삭제되길 바란다.
아니, 분명히 삭제될 것이다.
반드시 삭제해야만 한다.
[He...]
그녀와 이별한지 아직은 1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녀에 대한 미련(未練)은 아주 미련하게 '사랑'이란 이름으로 남아있다.
이 남은 사랑을 나, 스스로 소멸시키려 안간힘을 써봤지만, 그저 그리움만 늘어날 뿐이었다.
이젠 그 그리움이라도 잊으려 오늘은 친구들과 잘 마시지 않던 술을 마셨다.
하지만 마셔도 아무런 효과는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런데 왜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사랑하다 이별하면 꼭 술을 마시는지....?
왕창 마시고 그냥 의식마저 잃어버리고 싶은 걸까?
도저히 그런 무모한 짓은 하고 싶지는 않다.
다음날 일어나서 겪게 되는 속 쓰림, 두통... 차마 그런 뒷일을 감당할 여력이 내겐 없다.
그래도 평소보다 많이 마셔서 그런지 울렁거림과 두통이 동반되어 나를 괴롭힌다.
난 다른 친구들보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갈려고? 오늘 너 때문에 이렇게 모인 건데 너가 이렇게 먼저가면 섭하잖아?"
"미안, 오늘은 몸이 별로 안 좋네. 그냥 너희들끼리 놀아라."
친구들은 내가 가는 것을 만류하지만 난 완곡히 거절했다.
친구들은 그저 안타까운 기색들이었다.
나 역시 이렇게 가는 것이 좀 씁쓸했지만... 난 미련 없이 자리에 일어났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미안한 감정은 어쩔 수 없었는지 다시 등을 돌리곤 말했다.
"오늘... 정말 고맙다."
그러자 친구들은 애써 웃음으로 나를 보내줬다.
바깥으로 나오니 나를 반기는 것은 매서운 겨울 바람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이 겨울 바람은 그저 반갑기만 하다.
덕분에 울렁거림과 두통이 조금 수그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취기 때문인지 자꾸 발걸음이 엉킨다.
어느 누구에게도 술에 취에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기에 애써 똑바로 걸어보지만
여전히 발걸음은 엉킨다.
행여나 나의 이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고 비웃는 사람들은 없을까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
무도 내게 그런 시선조차 주지 않는다.
게다가 오늘따라 웬 연인들이 거리를 메우는지 남녀가 짝을 이뤄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고
행복한 모습으로 나를 스쳐갔다.
흥!
나도 너희들처럼 그런 적 있었다고...!
하지만 그렇게 으스대는 것도 일순이었다.
말 그대로 그런 적 있었을 뿐, 진행형은 아니며 더불어 미래형은 더욱 더 아니다.
그저 과거형일 뿐이었다.
그때 나처럼 취기 때문인지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 뒷모습이 왜 이렇게 낯익은 걸까...?
혹시... 그녀는 아닐까...?
그녀였으면...
난 발걸음을 재촉하며 조심스레 그녀에게 다가갔다.
나의 짐작은... 나의 바람은 정확했고, 이루어졌다.
다시 한 번 슬쩍 보며 재확인해보지만, 아무리 내가 술에 취해 있다지만 그녀임이 틀림없다.
그녀의 발걸음은 위태로워 보인다.
난 집에 가야한다는 사실조차 망각한 채 나의 발걸음은 그녀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결국은 우리 집 근처에도 가지 않는 버스를 타야 했으며 행여나 그녀가 눈치챌라 노심초사
했다.
하지만 그녀는 취기에 따른 고통 때문인지 어느 빈자리에 앉자마자 창가에 머리를 맡긴 채
두 눈을 지긋이 감고 있었다.
나는 잠시 옛 생각에 잠긴다.
그녀는 술을 마시면 평소보다 말을 많이 하는 버릇이 있다.
그렇다고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난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는데 그녀는 항상 자신의 그런 모습을
흉한 술 주정이라 하며 다음날이면 항상 나한테 사과했다.
순간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그 웃음도 잠시 어느새 그 기쁨은 불안으로 바뀌었다.
그녀가 제대로 내릴 수나 있을지...?
하지만 나의 그런 걱정과는 달리 그녀는 무난하게 버스에서 내렸다.
반면 나는 그녀에게 들킬라 그녀가 내리고 잠시 뜸을 들였다가 문이 닫히기 직전에 뛰어내
렸다.
그리고 살금살금 그녀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그녀의 발걸음은 여전히 위태로워 보였다.
보기가 안쓰러울 정도로 비틀거림은 심했고, 간간이 취기에 버티지 못한 몸을 가로수에 의
존해 버틸 때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부축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만 들뿐이었다.
행동으로 옮길 수가 없었다.
옮기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
우린... 아니, 그녀와 나는 이별했으므로...
그저 이렇게 뒤에서나마 그녀를 지켜보는 것만이 내가 그녀로 하여금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에 들어섰을 때였다.(참고로 그녀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일순 그녀가 뒤를 돌아봤다.
나의 인기척이라도 알아차린 걸까?
난 황급히 아무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좀 전까지 나의 몸을 차지했던 취기가 달아날 정도로 정신이 확 들며 가슴까지 쿵쾅대며 뛰
지 시작했다.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는데...
뒷모습이라도 좋으니 그녀를 보고 싶은데...
언제쯤 나갈까?
아직도 그녀가 뒤를 돌아보고 있을까?
만약 마주치면 뭐라고 변명해야하지?
아니, 이러다 그녀가 벌써 들어가 버리면...?
조심스레 그곳에서 나와 그녀가 있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하지만 나의 마지막 생각처럼 그녀의 모습은 이미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에 서둘러 그녀가 사는 105동으로 향했다.
여전히 그녀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언제 그녀의 뒷모습이라도 다시 볼 수 있을까?
아니다.
그렇게 본다한 들 무엇이 달라질게 있을까?
이젠 그녀와 어느 연인처럼 팔짱을 낄 수 없음은 물론 그녀의 손조차 잡을 수 없는데... 그
리고 이렇게 늦은 밤이든, 그렇지 않든 지금 내가 서있는 이곳까지 바래다 줄 수도 없는데...
하지만 이런 마음도 잠시뿐이었다.
또 나의 마음이 바뀐다.
이러니 그녀가 줏대 없다고 불평했겠지.
아무튼 우리... 아니, 그녀와 나 사이의 관계가 변하지 않아도 좋다.
더욱 그리워져도 좋다.
그녀의 뒷모습이라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