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상록은 결빙을 인정하지 않는다 말갈기 휘날리는 비바람도 지상을 독식하며 덤비는 눈덩이도 숙명으로 주어진 천근성이라 하여 결코 얕은 뿌리를 흔들지는 못하리라 다 뜯어준 빈 가슴이 되어 고사목이 된 우듬지에 눈꽃으로라도 이어지는 생명은 세세만년이리니 끈질기고 장대한 세월에 씻기운 불멸을 가벼이 들먹이지 말라며 울울창창한 잡목을 저만치 두고 외로움의 아우성을 기백으로 다듬어 무념의 하늘 향해 터를 잡은 까닭을 알려고 애쓰지도 말라며 무등에, 덕유에, 지리에, 한라에 이 땅의 정수에 뿌리 내린 적멸의 내력을 고백한다 하여 억고의 삶을 끄덕이고 행하기엔 엄살스런 수편(隨便)으로야 어림없지 않느냐며
구상나무에게 듣다
구상나무에게 듣다
최정신
푸른 상록은 결빙을 인정하지 않는다
말갈기 휘날리는 비바람도
지상을 독식하며 덤비는 눈덩이도
숙명으로 주어진 천근성이라 하여
결코 얕은 뿌리를 흔들지는 못하리라
다 뜯어준 빈 가슴이 되어
고사목이 된 우듬지에 눈꽃으로라도
이어지는 생명은 세세만년이리니
끈질기고 장대한 세월에 씻기운
불멸을 가벼이 들먹이지 말라며
울울창창한 잡목을 저만치 두고
외로움의 아우성을 기백으로 다듬어
무념의 하늘 향해 터를 잡은 까닭을
알려고 애쓰지도 말라며
무등에, 덕유에, 지리에, 한라에
이 땅의 정수에 뿌리 내린
적멸의 내력을 고백한다 하여
억고의 삶을 끄덕이고 행하기엔
엄살스런 수편(隨便)으로야 어림없지 않느냐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