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들야들 결혼서약 (14)-그와 그녀는 섹스 뒤에 왜 싸워야만 했을까?

윤빛거진2004.03.06
조회11,498

#14. 그와 그녀는 섹스 뒤에 왜 싸워야만 했을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석훈은 서은의 머리를 감싸고 움켜쥔채 그녀의 입술에 열렬한 키스를 퍼부었다.

서은도 그의 머리를 잡아당긴채 그에게 응하고 있었다.
석훈의 손은 서은의 옷의 단추를 풀고 있었다.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에게 찾아든 열정은 그것마저 대수롭지 않게 만들었다.

그는 그녀의 옷을 벗기고 자신도 상의를 벗고 바지를 마저 벗어던져 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서은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하지만 이번엔 입술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온몸 구석구석을 확인하듯 입술도장을 찍어나갔다.

 

"당신이 이렇게 어른이 됐는지 미처 몰랐어."

 

석훈이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열기로 가라앉아있었다.

 

"난 이미 오래전부터 어른이었어요. 당신한테는....."

 

하지만 그 말은 이미 석훈에 의해 가로막혀 버렸다.
그의 혀가 뜨겁게 서은의 입안을 다시 농락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어떻게 참았는지 모를 정도야......"

 

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서은은 불에 데인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온몸에 서서히 열기가 더해갔다.
두 사람이 뿜어대는 열기와 신음소리가 방안에 퍼졌다.
열기가 고조됐을 때 서은은 석훈을 받아들였다.
서서히 하나가 됐다는 충만감과 쾌감이 서은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그들은 그날밤 몇번인가 사랑을 나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서은은 석훈의 품안이었다.
어제 일이 생각나자 저절로 서은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의 움직임을 눈치챘는지 석훈이 눈을 떴다.
그리고는 서은의 입술에 살짝 키스했다.

 

"잘 잤어?"

 

그의 목소리가 유난히 상냥하다.

 

"네....."

 

"어제 우리가 너무 무리한 건 아닌가 해서....."

 

서은은 몸을 떼며 일어났다.

 

"장난하지 말아요."

 

서은이 얼굴을 붉히며 한마디하자 그제서야 석훈이 웃으며 다시 서은을 끌어당겼다.

 

"또 생각이 간절하지만 지각이라서 안되겠군. 회사에선 무슨 사고라도 있
는줄 알겠어......."

 

석훈의 얼굴을 보는 것이 너무나 쑥스러워서 서은은 그의 눈을 피하고 있었다.
갑자기 석훈이 서은을 얼굴을 잡은채 자신의 눈을 들여다보게 했다.

 

"내 눈을 봐.....당신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어젠 정말 만족스러웠
어. 적어도 우린 그런 쪽으론 잘 맞는군."

 

"적어도라뇨?"

 

"말꼬리잡지마. 그냥 그렇다는 의미야. 그냥 만족스러웠단 얘기야. 또 나
랑 싸우고 싶어? 당신도 만족했잖아. 안그래?"

 

"그럭저럭 어느 정도는....."

 

서은은 민망해서 대충 얼버부리고 있었다.

 

"실망인데....그럭저럭이라니....."

 

"하지만 난 경험이 없어서 적어도 당신밖에는 ....그래서 정확히는 잘 모
르겠어요."

 

"다른 남자가 필요하단 얘긴 아니겠지?"

 

"물론 그런 얘긴 아니지만요."

 

"당신은 내 아내야. 적어도 그 약속은 이행해야하는 거야....아무리 우
리 결혼에 유예기간이 있다고 해도 말이야."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나도 그 약속은 지킬 생각이야......언제부턴가 다른 여자들에겐.....어
쨌든 그것만은 명심해....."

 

"저 앞으로 어떡할 거에요?"

 

"뭘?"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잘 거냐고요? 방문제도 있고....."

 

"섹스 말이야? 왜 그렇게 빙돌려서 말하는 거지? "

 

석훈은 일부러 킥킥 웃으면서 말하고 있었다.

 

"방을 따로 쓰길 원한다면 그렇게 하지......그리고 서로 원하면 그때 이
런 식으로 쌓이는 걸 해결하고....."

 

"우리가 잘한 건지 모르겠어요. 아, 그리고 나 피임안했는데......혹시 임
신이라도 하게 되면 어떻게 해요? 난 아직 전혀 그럴 준비가 안 되어있는
데"

 

"그걸 겁내는 거야? 임신할까봐.....혹시 임신해서 나중에 이혼도 못하
고 이렇게 내 옆에 주저앉게 될까봐?"

 

"그건 나보다 당신이 더 싫어할텐데요."

 

"난 괜찮아. 어차피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야. 당신과 헤어진다고 더 특
별한 사람이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고.....영 마음에 걸리면 다음부턴 피
임을 하도록 하지......."

 

"난 아직 학생이예요. 더욱이 친구들은 결혼한 사실도 모른다구요. 더욱
이 당신이 말한대로 우리 결혼이 끝까지 갈거라는 것도 확신할 수가 없
고. 더욱이 앞으로 이런 식의 관계까지 맺게 된다면 머리가 어수선한 건
당연한 일이잖아요. 더욱이 난 여자고....."

 

"지금 남자, 여자 따지는 거야? 당신은 피해자고 난 가해자라고? "

 

"꼭 그런 식의 얘기가 아니잖아요? "

 

"그럼 무슨 얘긴데? 세상에 당신만큼 내 기분을 엉망진창 만들어놓는 기
술 가진 여자도 없을 거야?"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아요. 난 항상 기분이 좋은지 알아요? 나도 머리
가 아프다구요? "

 

"도대체 당신이란 여자는 나랑 잘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야.... 없는 거
야?"

 

그렇게 말하고 석훈은 욕실로 들어가버렸다.
물소리가 나자 서은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결국은 이런 식으로 또 망쳐버렸다.
왜 항상 석훈과는 이렇게 되는지 모르겠다.
잘하려고 할수록 언제나 의사전달이 잘못된다.
그리고는 마음의 상처를 받는 건 또한 언제나 자신뿐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더욱 비참해진 서은은 울음이 날 것 같은 것을 억지로 참았다.
석훈은 그대로 출근해버렸다.
어제 그와 나눴던 사랑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의 뜨거운 입맞춤과 속삭임과 열기가 지금도 서은에게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마치 꿈을 꿨던 것만 같다.

 

"아악"

 

서은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이런 건 정말 싫어......'

 

 

서은은 수업을 받을 때 거의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그와 나누던 사랑을 떠올릴 땐 황홀한 기분이 되어 얼굴에 웃음이 번졌고
그와 싸우던 것을 떠올리면 마치 혼자 지옥에 있는듯한 기분이었다.
민석은 그런 서은을 이상한 듯이 보고 있었다.
서은은 민석의 눈길을 피했다.
왠지 그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미안해져서 서은은 은근슬쩍 민석을 피해다니고 있었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니?"

 

그때 희윤이 다가왔다.

 

"무슨 소리야?"

 

"방금 전에 뭐에 홀린 것처럼 웃고 있었잖아?"

 

"내가?"

 

"그래....아참, 그리고 나 너네 삼촌 만나기로 약속했다. 아까 전화했는데 좋다
고 하시더라......나좀 밀어줘....."

 

순간 서은은 뒤통수를 맞은듯한 기분이었다.

 

"내가 안도워줘도 둘이서 잘해낼 것 같은데......"

 

"물론 그렇긴 하겠지만....그래도 네가 조금은 거들어주는 게 낫지 않겠
니?"

 

"알았어. 삼촌한테 은근히 물어볼게.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그리고
네 얘기 잘해줄게....."

 

"고마워....."

 

희윤의 웃는 얼굴에 어떤 거라도 처박아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럼 그렇지. 잠시 잊고 있었다. 그 인간이 어떤 인간이지.....언제나
옆에 여자가 있었다는 걸......정말 구제불능에 저질이다......'

 

서은은 어젯밤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또 걸려들고 만 것이다.
그 인간에겐 왜 이렇게 항상 당한다는 기분이 드는 것일까?
서은은 이를 악물었다.
그 인간이 지금 눈앞에 있다면 있는 힘껏 물어뜯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집에 돌아가면 끝내고 말 것이다.
더이상 그 인간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서은은 그 이후엔 또 내내 얼굴이 부어있어서 친구들은 그녀의 안색을 살피고 있었다.
아무래도 더위를 먹은 게 아닐까 하고 짐작하는 친구들도 있었을런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