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전 깃발 펄럭이는 능선 냉전이 끝난 경계마다 진달래 축포 쏘아 올릴 준비가 한창이었어요 고색창연한 성곽에는 난데없는 입맞춤 바람이 햇빛을 챙챙 감으며 잘 놀고요 마른 풀잎 사이로 양지꽃이 보드라운 몸을 내어밀고 있었지요 아직 눈까풀을 열지 못한 새순이 찔레꽃 가지마다 하품을 걸어놓곤 했어요 몸을 녹인 물이 진저리를 치면서도 그렇게 빨리 다시 흐르는 걸 보면 사랑은 실수란 걸 모두들 잊나 봐요 수액이 닿는 가지 끝마다 짜릿한 꽃 시절이 다시 오고 있다니요 잡아내려도 부풀어 오르는 치마통 바람이 따뜻한 손으로 이끌면 못 이기는 체 산등성이 훌쩍 함께 넘고 싶었다니까요
북한산 꽃길
북한산 꽃길
남유정(南宥汀)
승전 깃발 펄럭이는 능선
냉전이 끝난 경계마다
진달래 축포 쏘아 올릴 준비가 한창이었어요
고색창연한 성곽에는
난데없는 입맞춤
바람이 햇빛을 챙챙 감으며 잘 놀고요
마른 풀잎 사이로
양지꽃이 보드라운 몸을 내어밀고 있었지요
아직 눈까풀을 열지 못한 새순이
찔레꽃 가지마다 하품을 걸어놓곤 했어요
몸을 녹인 물이 진저리를 치면서도
그렇게 빨리 다시 흐르는 걸 보면
사랑은 실수란 걸 모두들 잊나 봐요
수액이 닿는 가지 끝마다 짜릿한
꽃 시절이 다시 오고 있다니요
잡아내려도 부풀어 오르는 치마통
바람이 따뜻한 손으로 이끌면 못 이기는 체
산등성이 훌쩍 함께 넘고 싶었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