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이랑 사귀었던적 있는데

ㅇㅇ2022.02.01
조회2,825
내 전남친 얘기임 걍 ㅈㄴ 유명한 집 아들인데
그냥 드라마는 드라마인 이유가 있어;
어렸을 때 상속자들 보면서 우와~! 싶었는데
이젠 걍 '급 차이 많이나는 사람들은 끝까지 그 간극 못 좁히겠지' 이 생각 밖에 안 듦;
하필 한국에서 만난 것도 아니라서 더 뭣 같아
차라리 한국에서 만나서 한국에서 사귄거면 이만큼 족같진 않았을거야



+)기니까 읽을 사람만 읽어..!

솔직히 비슷한 수준이었다면 훨씬 더 오래 사귀었을 것 같아. 웃음포인트도 비슷하고 서로 배울만한 점도 있고 꽤 잘 맞았었거든.

근데 살아온 환경이 (가족/친척/학창시절 친구 등 주변인들, 의식주 등 보고 자라온 것들) 너무 달라서 각자한테 익숙한 게 너무 달랐어
이건 살아온 환경이나 전반적인 가치관과 생각 자체를 바꿀 수 없으니 쉽게 못 좁혀지는 차이라고 생각해..

케이스 별로 예시를 들자면
(감정적으로 화났던 일은 주관적이기도 하고 너무 길어서 객관적인 차이가 느껴졌던 일만 쓸게)

-미래
나는 비전도 별로 없는 학과에 유학까지 와서 정말 막막함.
물론 얘도 미래 고민이 많긴했지만 적어도 그게 의식주에 관련된 건 아니었어.

나는 그동안 쓴 비용을 어떻게 메꾸고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어떻게 먹고살지 고민할 때 얘는 "돈 벌면 되는거 아니야?" 에서 끝나.
그렇다고 얘가 비현실적인 사람은 아니었는데, 그냥 의식주 같이 기본적인 일에 대해 고민하는걸 크게 안 와닿아했고 이런 차이가 나한텐 알게 모르게 벽이 있는 느낌이었어.


-비행
나는 장거리 비행일수록 비싸니까 최대한 저렴한 이코노미를 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근데 얜 장거리 비행일수록 피곤하기 때문에 좋은 자리에 앉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어.
이런 사소한 것부터 생기는 차이가 안 좁혀지더라.

그리고 여기서 끝나면 좋겠지만 상대가 원하지도 않는 배려를 해서 부담 줌. 본인은 부담 가지지 말라고 해도 받은만큼 주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데, 그건 생각을 안 해.
둘 다 직설적이라서 나도 부담스럽다고 대놓고 얘기했는데, 얘는 왜 그걸 편하게 못 즐기냐고 반문함. 이건 진짜 가치관의 문제라 내가 어떻게 터치가 안 되더라. 그럼 또 나한테는 부담만 돼.
그리고 이게 한국에서 있었던 일이 아니다보니까 차이가 더 와닿았어.


자격지심보다는 서로 간극이 너무 명확해서 거기서부터 안 주눅들 수가 없었어.. 이해를 요구하기엔 살아온 환경이 다른건데 "항공권에서는 편한 것보다 금액이 더 중요한거다!" 라는 생각을 내가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같이 앉아서 가고 싶다는 사람 생각을 꺾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내가 받은만큼 눈에 보이는 걸로 돌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현실은 드라마가 아닌데다가, 드라마처럼 되려면 (애초에 끼리끼리라서 접점도 별로 없겠지만.)
- 돈 앞에 절대 주눅들지 않는 가난한 주인공 (자존감 높은거랑은 다르더라고..)
- 그동안 가지고 살아온 가치관을 바꿀 수 있어야 함
- 서로 배려가 엄청나게 넘치고 절대 상처따위 받지 않는 주인공
- 기브앤테이크 ㅈㄴ 안 되고 등골만 빨아먹는 기분이 들더라도 부담 갖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극강의 철판

이 정도 전제 조건은 있어야 오래 사귈 것 같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