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빗는 여자 정한용 그 여자, 이제 가네볼이 움푹 패이고 이마에 점이 박힌 여자피에 젖은 꿈들을 햇살에 널던 여자다리에 약간 살집이 오른 것만 빼면아직도 싱싱하고 관능적인 여자 누구나 그러하듯그 여자에게도 아름답고 슬픈 과거는 있네사랑하는 남편도 있었네새새끼처럼 귀여운 아들도 있었네모두 지나간 일, 지금그 여자에게남은 건 서른평 아파트와 긴 머리뿐 세월이 가슴을 할퀴며 지나갈 때얽히고 맺힌 끈까지 풀어가다행히 몸뚱이 하나 온전히 버텨내었네사랑하던 사람들어둠을 향해 소리쳐 불러보지만돌아오는 메아리들만 빈 가슴을 메웠다네그런 것도 쌓이면 힘이 되던가이제 마흔 그냥한 평생을 머리 빗으며 살아왔는데또 그렇게 살아가면 그만인데 저 환장하게 시퍼런 겨울 하늘모든 희망과 그 귀신들을 삼켜버린 저 곳그 여자, 이제 가네적멸의 하늘에서 동아줄 하나 덜렁 내려와그 여자 데불고 가네
머리 빗는 여자
머리 빗는 여자
정한용
그 여자, 이제 가네
볼이 움푹 패이고 이마에 점이 박힌 여자
피에 젖은 꿈들을 햇살에 널던 여자
다리에 약간 살집이 오른 것만 빼면
아직도 싱싱하고 관능적인 여자
누구나 그러하듯
그 여자에게도 아름답고 슬픈 과거는 있네
사랑하는 남편도 있었네
새새끼처럼 귀여운 아들도 있었네
모두 지나간 일, 지금
그 여자에게
남은 건 서른평 아파트와 긴 머리뿐
세월이 가슴을 할퀴며 지나갈 때
얽히고 맺힌 끈까지 풀어가
다행히 몸뚱이 하나 온전히 버텨내었네
사랑하던 사람들
어둠을 향해 소리쳐 불러보지만
돌아오는 메아리들만 빈 가슴을 메웠다네
그런 것도 쌓이면 힘이 되던가
이제 마흔
그냥
한 평생을 머리 빗으며 살아왔는데
또 그렇게 살아가면 그만인데
저 환장하게 시퍼런 겨울 하늘
모든 희망과 그 귀신들을 삼켜버린 저 곳
그 여자, 이제 가네
적멸의 하늘에서 동아줄 하나 덜렁 내려와
그 여자 데불고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