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신부였던 30대 초반 여자입니다
일주일전까지는 예비신부였고 지금은 아닙니다..
너무 상처되고 어이도 없고 허무한데 그래도 사람 마음이 단칼에 정리 되는게 아니다보니 참 힘들어요
저는 언니랑 14살 차이나는 늦둥이이고, 저희 부모님은 제가 중학생때 전부 돌아가셨어요. 당시 언니가 결혼한 지 얼마 안되었을때라 저를 이모가 키워주시기로 했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이럴때일수록 형제자매가 함께 있으면서 이겨내야 한다는 이유로 형부가 저에게 손을 먼저 내밀어주셨어요. (저랑 형부는 22살 차이)
그렇게 저에게 형부와 언니는 제2의 부모님이 되어주셨고 사돈어르신들도 저를 손녀로 대해주셔서 여러모로 많이 힘들지 않게 무사히 자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랑 전남자친구는 대학때 만난 CC이고 운이 좋아 안정적인 직장으로 또 사내커플이 되었어요. 둘다 공부를 오래한 탓에 사회초년생이라 모은 돈은 많지 않지만 나름 고연봉인지라 자연스레 결혼을 약속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집이었어요. 요즘 집값.. 말해 뭐하나요 ㅠ 저희는 당연히 인서울은 생각도 못하고 서울 근접한 경기도로 집을 보러 다녔습니다. 이때까지 저희끼리 시세도 볼겸 대략적인 계획을 위해 양가 어른들(저는 언니랑 형부)한테 결혼 얘길 하지 않고 먼저 집부터 보러 다녔어요
그 즈음에 언니랑 형부한테 결혼 말씀을 드렸고 가볍게 저녁 먹자며 남자친구와 함께 만나 얘길 나누던 중에 제가 집을 보러 다녔던 얘길 했어요. 그러고 며칠 후에 형부가 출퇴근 4시간을 길에서 보내는 건 힘들다고 하시며, 형부가 소유하고 계신 아파트 중 저희 회사랑도 멀지않고 마침 세입자 계약이 끝나니까 그 집에 전세로 들어오라고 하셨어요. 전세보증금도 받지 않으신다고 하고 전세기간도 무기한으로요... 그대신 착실히 돈 모으고 청약이든 매매든 나중에 자가가 필요한 시점을 위해 준비 하라고 하셨어요.
저는 생각치도 못한 형부 말씀에 당혹스러웠는데 남자친구가 저랑 상의도 하지않고 바로 감사하다, 알겠다고 하더라구요. 이게 무슨 마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모습에 제가 기분이 좀 상해서 완전 공짜는 안되니까 월세 개념으로라도 돈 드려야한다고 남자친구에게 통보하고 형부랑 언니도 설득해서 그러기로 했어요. (저희가 드리기로 한 돈은 월 50, 형부가 내어주신 아파트는 전세 시세가 9억..)
그렇게 상견례 자리가 만들어졌고 초반에는 무난하게 진행되었으나, 집 얘기에서 말문이 막혔습니다. 남자친구가 부모님께 풀스토리를 얘기한 모양이더라구요. 시어머니가 될뻔한 그 분이 하는 말이.. 애들이 돈을 준다고 한다고 했다고 진짜 그걸 다 받으시냐, 요즘 집값도 엄청난데 집이 여러채 있으신가보다, 원래 공짜전세로 내어주실 생각이 있던 정도면 그냥 줘도 되지 않냐, 애들 돈도 모아야하는데 집값이 발목을 잡는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너무 당당하게 쉬지않고 다다다다 말씀하시더라구요? 남자친구가 말리는데도 게의치 않고 그러시는데 저도 할말 해야하는데 말이 안나와서 입만 벌리고 있었던거 같아요. 형부가 재차 제 집을 그냥 주라는 말씀인거냐 두어번 여쭤보니 맞다네요.. 형부가 진짜 주실거처럼 보였는지 형부랑 언니가 예쁘게 잘 키워주셨는데 선물하면 좋지 않으냐고... 그때 언니가 제 손을 꽉 잡더라구요. 언니랑 손 잡는 순간 저도 모르게 참았던 눈물도 나고... 결국에는 형부께서 그렇게는 못한다. 오늘은 이만 일어나겠다. 저랑 얘기해보고 상견례를 다시할지 연락을 주고받자. 이런식으로 말씀하시고 저희는 일어났어요.
그날 저녁 남자친구한테 연락이 왔는데 본인도 불쾌하다고 합니다. 그래도 부모님인데 언니랑 형부가 그러면 안되지 않냐고도 하구요. 말이 형부지 저희 형부 50대 중반이시고 언니는 40대 후반이예요. 남자친구 부모님이랑 저희 형부랑 5살 차이인데.. 남자친구 늬앙스가 자기네는 부모이고 너네는 언니네 부부인데 무례하다는? 제 자격지심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느껴졌고, 제가 차라리 원래 계획대로 우리가 알아본 곳으로 전세 대출내서 들어가자고 하니까 싫다고... 형님이 집 주신다고 했는데 왜 그러냐고 하길래 집 준다고 하신거 아니라고 하니 그게 그말이다.. 공짜로 살게 해줄때 받아도 될걸 왜 월세를 낸다고 했냐고도 따지는데 갑자기 저도 오만정이 떨어져서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갑자기 정이 떨어지니 정리가 잘 되더라구요.. 형부랑 언니한테도 말씀드렸고 없던 일로 하기로 했어요. 두 분다 제 의견 존중해주신다고 하니 감사하고 죄송하고 그러네요 ㅠ
그래도 8년을 만났는데 하루아침에 괜찮아지지 않네요.. 다시 만날 생각은 없는데 잠도 오지 않아 글 남겨봐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