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외국 기숙사에서 쓰는 인생 썰

스쿠너영이202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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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실이었다. 짐을 풀고 침대에 누워 보니 실감이 좀 낫다. 엄청 신났던 것 같다. 그렇게 보금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으니, 혼자 살아보고 싶었으니, 그것도 서울이 근처인 경기도에. 참고로 그 당시 20살인 나는 서울을 한번도 놀러 가본적이 없었다. 20년 동안.


룸메이트는 나보다 4살많은 형이었다. 간호학과 학생이었으며 신입생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인사를 간단히 나눈 후 저녁을 먹으러 호프집에 갔다. 후라이드 치킨 한마리와 맥주. 그 때 맥주가 인생 첫 맥주였다. 그냥 맥콜에서 콜라맛 뺀맛. 뭐 뻔한 레파토리 지만 술은 왜 마시는 거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도 처음으로 집에서 벗어나서 이렇게 20살이 넘은 다른 성인과 함께 저녁을 먹는 것 그 자체가 너무 재밌고 행복했다. 나도 이제 어른의 삶을 살아보는거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나름 뿌듯했다.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됐다. 수 많은 학생들이 모이고 대강당에 앉아 뻔한 말을 들으며 주변을 둘러 보았다. 벌써 친해진 사람들도 있고, 고등학교부터 알던 친구들이 같은 대학교에 온 사람들도 있고 뭐 정신 없었다. 지금 기억으로는 그냥 끝나자 마자 바로 기숙사로 들어온 거 같다. 그러곤 룸메이트 형이 오길 기다렸다. 그 형이랑 얘기하고 수다 떠는게 더 재미있었으니까.


수강신청이란 말 내게는 허용되지 않는 말이었다. 전문대라서? 그냥 이 학교만 그런건가? 무튼 시간표는 짜여져 있었다. 1학년 신입생 대략 90명 1 2 3반으로 30명씩 나눠서 수업을 듣는 형식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첫 수업에 들어갔다. 또 어떤 성인들을 만나 어떤 얘기를 나누고 어떤 인연을 쌓아갈까. 두근두근 했다.


교수님의 소개가 끝난 후 한 명씩 일어나 자기소개를 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다들 탄식한다. 어린애들도 아니고 뭔 자기소개냐고 투덜되더라. 뭐 나는 속으로 얼른 내 차례가 오길 기다렸다. 그러곤 평화의 도시 충청에서 온 OOO이라 말했다. 몇몇사람들이 웃음이 터졌다. 속으로 내 드립이 먹혔구나 하며 뿌듯해 했다. 이어서 내성적이라서 먼저 다가오면 감사하겠다고 잘 부탁한다고 하며 마무리 지었다.


그렇게 쉬는 시간이 되고, 한 남자애가 다가오며 여어~ 평화의 도시에서 온 친구 하며 인사를 하더라, 착해 보여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또 다른 수업에 같이 앉아 있었다. 그렇게 개강 첫날을 마치고 기숙사에 들어와 룸메이트 형을 기다렸다. 얼른 오늘 있었던 얘기를 해주고 싶었고 듣고 싶었다. 밤 10시? 11시? 에 형이 돌아왔던 거 같다.


각자 침대에 누워 오늘 있었던 얘기를 하는데, 형은 맞장구를 잘 쳐주었다. 형은 어땠는지 물어보았다. 그러곤 하는 말이 여자가 많아서 좋다고 했다. 수업 끝나자 마자 여자애들이랑 술을 먹고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쁜애도 몇 명 있었고 가슴 큰 여자얘기 등등. 당황스러웠다. 뭐 대학에 들어오면 빼먹을 수 없는 얘기가 이성얘기인데, 그 당시 나는 이성에 관심도 없었고, 쑥맥 그 자체에 순수함 그 자체였다. 연애를 생각해본 적 도 없었고. 근데 갑자기 여자 얘기를 시작하나 나는 좀 당황스러웠지. 하지만 4년후 내가 그 형이 나이가 되었을 때, 내가 그렇게 여자에 관심이 많이 생길 줄은 몰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