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외국 기숙사에서 쓰는 인생 썰

스쿠너영이202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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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렸다. 수업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왜 답장이 없을까. 아마 바쁘시겠지. 학회장인데 교수님 호출도 가야하고, 학과회의도 해야 하고 그렇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답장이 왔다. 어떤 것이 궁금하냐는 그런 뻔한 답장이었다. 뭐 당연한 결과 아닌가 내가 보낸 내용을 보면 뻔하고 뻔한 질문을 하였다. 어떤 일을 추후에 해야 하는 건지, 수업과 학회활동을 병행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친절하게 답해 주었다. 웃는 모습이 사람을 정말 기분 좋게 만드는 그 분 답게. 그러곤 뭐 딱히 특별한 일은 한동안 없었다. 수업을 들으며 그저 그런 학교생활을 했다. 뭔가 자연스럽게 더 말을 이어 가려고 해도 어색하고 더 민폐인 것 같았다.


어느 날, 같은 반 친구 중 학회에 소속되어 활동을 하고 있던 친구가 있었는데, 사교성이 좋아 그나마 말이 좀 통하는 친구였다. 한번은 그 친구와 함께 조별과제를 하던 중 잠시 학회 관련 문서를 선배한테 전달하고 가야한다고 해서 따라갔었다. 선배가 있다는 강의실 문을 여는 순간, 학회장 누나의 모습이 보였다. 넓은 강의실에서 혼자 분주해 보였다. 친구가 학회장 누나에게 문서를 전달 후 간단한 얘기를 하고 있던 와중에, 뻔히 쳐다보고 있던 내 눈이 누나와 마주쳤다. 작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다. 밝게 웃어주면서 인사를 받아주었다. 처음 보았던 그 웃음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더 예뻐 보이더라. 그 순간 본능적으로 기회처럼 느꼈던 거 같다. 흔치 않은 기회. 입을 열었다 “그때 학회관련해서 문자로 물어보았던 1반 OOO이 저에요” 누나에게 내 존재를 알리고 싶었다. 내 얼굴을 앞으로 기억해주었으면 했다. 학교를 돌아다니다 마주치면 친근하게 인사할 수 있게, 앞으로 한마디라도 더 걸어볼 수 있게. “아 그래 기억난다 네가 OOO이구나” 기분이 좋았다. 그 문자라도 기억해주어서, “그렇게 물어봤으면서 학회는 지원 안했더라 ㅎㅎ” 가벼운 농담까지 해주었다. 나는 당황해서 어버버 거렸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센스도 있던 누나였던 것 같다.


조별과제를 하러 친구와 돌아가던 중 물어보았다. “학회장 누나는 어떤 분이셔?” 정말 착하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도 잘 챙기고, 리더의 역할도 할 줄 알고, 모든 교수님, 친구들이 좋아한다고. 뭐 당연한 대답이었으려나. 한편으로는 저렇게 대단한 사람이랑 어떻게 더 친해지지 하며 생각했던 것 같다. 친구는 이어서 몇 주 앞으로 다가온 중간고사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어떻게 공부하지, 작년 시험문제 정보 같은 건 없으려나 하며 대학생활에 있어서 뻔한 그런 얘기들. 그러던 중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물론 시험에 관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누나와 어떻게 더 연락하고 친해질 수 있는지 그 아이디어, 바로 중간고사 시험을 활용하는 것.


뭐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미 다 알겠지만, 누나에게 시험문제에 관해서 물어보는 것, 누나가 작년 이시기 시험을 볼 때, 과목별 시험이 어떤 식으로 나왔는지,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공부를 하면 되는지. 그 당시 스스로 참 대견 했던 것 같다. 이 방법이면 자연스럽게 문자해서 물어볼 수 있으며 시험 팁 까지 알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닌가.그날 저녁 나는 바로 누나에게 문자를 했다. 저번에 답장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칼 답장이 왔다. 문자내용을 보자마자 이미 내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내일 아침 10시 반까지 00강의실로 올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