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하다.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났는데도. 20살 당시에는 꾸미는 것도 몰랐던 내가. 심지어 예쁜 옷 하나 없던 옷장을 뒤적거리고 있다. 아침부터 들썩거리는 소리에 처음으로 룸메이트 형이 아침부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대답도 제대로 하지 않은 나는 형에게 혹시 옷 한번만 빌릴 수 있냐고 물었다. 룸메이트 형은 졸린 눈이 동그랗게 떠지며 무슨 날이냐고 물었다. 뭐 확실이 4년 더 산 인생짬이 있는 형 답게 대충 말해도 뭐 눈치는 챈 모양인 것 같았다. 그 날은 형이 오후 수업이라 늦잠 잘 계획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벌떡 일어나 내 옷 코디를 해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코디도 그지 같았지… 심지어 신발은 부모님이 홈쇼핑으로 산 바닥은 주황색 위 색깔은 하늘색인 런닝화였다…
간만에 아침 일찍 기숙사를 나서는데 기분이 굉장히 상쾌했다. 학교 가는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이었나. 학교 캠퍼스가 이렇게 예뻤었 나. 기숙사에서 학교 건물까지는 걸어서 7분 남짓인데 그 와중에 유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첫사랑과 벚꽃엔딩을 들었다. 2곡이 끝나고 나니 누나가 오라고 했던 강의실 앞에 도착했다. 이어폰을 정리한 후 주머니에 놓고 강의실에 들어갔다. 누나를 포함해 3명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했다. 3명이 전부 나를 보고는 누나만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었다. 다른 2명의 선배들은 전에도 가끔 보았던 학회에 소속된 분들이었다. 분주해 보였다. 내심 전날처럼 누나 혼자 있길 바랬다. 그럼 나도 좀 편하게 얘기할 수 있었을 텐데. 3명의 얘기가 끝난 후 누나가 내게로 다가왔다. 어떤 교수님 과목이 궁금하냐고 물었다. 관심도 없는 과목을 얘기하며 누나와 함께 전공책을 펴 같이 살펴보며 시험문제를 찝어 주었다. 책을 보는 척 하면서, 누나에 말에 귀 기울여 듣는 척 하면서, 슬쩍 얼굴을 보았다. 누나는 무의식 적으로 한 쪽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데 그 모습을 보니 더 설레고 떨렸다. 그렇게 15분 정도 얘기를 나누었다. 감사합니다 하고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또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누나가 얘기해주었다. 고마웠다. 또 나중에 어떻게 연락을 하지 생각하며 내 수업을 들으러 갔다.
시간을 빠르게 흘러 중간고사를 보았다. 누나가 알려준 내용이 나왔다. 엄숙한 시험시간 와중에 또 한번 누나의 웃는 모습이 떠올랐다. 아니지 아니지 시험 잘 보는게 우선이지 하며 다시 정신을 차리고 집중했다. 그렇게 일주일의 중간고사가 끝났다. 금요일이었다. 같은 반 동기들, 다른 반 애들은 벌써 시험이 끝났으니 술약속을 잡는다고 난리가 났다. 물론 나는 예외. 기숙사로 바로 돌아갔다. 룸메이트 형도 같은 날 시험이 끝나는 걸로 알고 있어 중간고사 쫑 기념으로 형과 한잔 하고 싶었지만 이미 간호학과 동기들과 함께 술을 마시러 간다고 했다. 뭔가 더 고독했다. 시험은 나름 잘 봤지만 그건 이미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바로 잠에 들었다.
토요일 아침. 보통 같으면 집으로 내려가 동네 친구들이나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귀찮았다 이번에는. 옆을 보니 지난 밤 술을 먹고 늦게 들어온 룸메이트 형이 쿨쿨 자고 있었다. 핸드폰을 켜보았다. 이제는 문자가 아닌 누나의 카톡 프로필을 보고 있었다. 창문 밖을 보니 날씨가 너무 좋았다. 토요일 아침, 날씨 맑음. 내게 버프가 되었던 걸까. 누나에게 카톡을 보냈다.
‘누나 덕분에 시험 잘 봤어요. 알려주신 거에서 많이 나왔어요’
몇 분 있다가 답장이 왔다.
‘아 정말? 다행이다. 시험 보느라 고생했어~ 푹쉬어’
‘ㅎㅎ 주말인데 집에 안 가고 기숙사에서 쉬고있네요 ㅎㅎ’
‘아 진짜? 이번 주말은 안내려갔네?’
‘네네ㅎㅎ 시험 끝나자 마자 내려 가기 귀찮아서요 ㅠ 날씨도 좋은데
기숙사 있으니 심심하네요ㅠ 누나는 주말인데 뭐하세요?’
‘오늘 친구 이사하는 거 도와줘야 되서 강남 가야 할 듯!’
‘와 강남이요? 저 강남 한번도 안 가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촌놈인거 티내는 거 같아서 정말 아닌 것 같았는데, 누나 답장을 본 순간 뭐 그게 뭐가 중요한가 결과가 개 쩌는데
#5 외국 기숙사에서 쓰는 인생 썰
분주하다.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났는데도. 20살 당시에는 꾸미는 것도 몰랐던 내가. 심지어 예쁜 옷 하나 없던 옷장을 뒤적거리고 있다. 아침부터 들썩거리는 소리에 처음으로 룸메이트 형이 아침부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대답도 제대로 하지 않은 나는 형에게 혹시 옷 한번만 빌릴 수 있냐고 물었다. 룸메이트 형은 졸린 눈이 동그랗게 떠지며 무슨 날이냐고 물었다. 뭐 확실이 4년 더 산 인생짬이 있는 형 답게 대충 말해도 뭐 눈치는 챈 모양인 것 같았다. 그 날은 형이 오후 수업이라 늦잠 잘 계획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벌떡 일어나 내 옷 코디를 해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코디도 그지 같았지… 심지어 신발은 부모님이 홈쇼핑으로 산 바닥은 주황색 위 색깔은 하늘색인 런닝화였다…
간만에 아침 일찍 기숙사를 나서는데 기분이 굉장히 상쾌했다. 학교 가는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이었나. 학교 캠퍼스가 이렇게 예뻤었 나. 기숙사에서 학교 건물까지는 걸어서 7분 남짓인데 그 와중에 유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첫사랑과 벚꽃엔딩을 들었다. 2곡이 끝나고 나니 누나가 오라고 했던 강의실 앞에 도착했다. 이어폰을 정리한 후 주머니에 놓고 강의실에 들어갔다. 누나를 포함해 3명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했다. 3명이 전부 나를 보고는 누나만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었다. 다른 2명의 선배들은 전에도 가끔 보았던 학회에 소속된 분들이었다. 분주해 보였다. 내심 전날처럼 누나 혼자 있길 바랬다. 그럼 나도 좀 편하게 얘기할 수 있었을 텐데. 3명의 얘기가 끝난 후 누나가 내게로 다가왔다. 어떤 교수님 과목이 궁금하냐고 물었다. 관심도 없는 과목을 얘기하며 누나와 함께 전공책을 펴 같이 살펴보며 시험문제를 찝어 주었다. 책을 보는 척 하면서, 누나에 말에 귀 기울여 듣는 척 하면서, 슬쩍 얼굴을 보았다. 누나는 무의식 적으로 한 쪽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데 그 모습을 보니 더 설레고 떨렸다. 그렇게 15분 정도 얘기를 나누었다. 감사합니다 하고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또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누나가 얘기해주었다. 고마웠다. 또 나중에 어떻게 연락을 하지 생각하며 내 수업을 들으러 갔다.
시간을 빠르게 흘러 중간고사를 보았다. 누나가 알려준 내용이 나왔다. 엄숙한 시험시간 와중에 또 한번 누나의 웃는 모습이 떠올랐다. 아니지 아니지 시험 잘 보는게 우선이지 하며 다시 정신을 차리고 집중했다. 그렇게 일주일의 중간고사가 끝났다. 금요일이었다. 같은 반 동기들, 다른 반 애들은 벌써 시험이 끝났으니 술약속을 잡는다고 난리가 났다. 물론 나는 예외. 기숙사로 바로 돌아갔다. 룸메이트 형도 같은 날 시험이 끝나는 걸로 알고 있어 중간고사 쫑 기념으로 형과 한잔 하고 싶었지만 이미 간호학과 동기들과 함께 술을 마시러 간다고 했다. 뭔가 더 고독했다. 시험은 나름 잘 봤지만 그건 이미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바로 잠에 들었다.
토요일 아침. 보통 같으면 집으로 내려가 동네 친구들이나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귀찮았다 이번에는. 옆을 보니 지난 밤 술을 먹고 늦게 들어온 룸메이트 형이 쿨쿨 자고 있었다. 핸드폰을 켜보았다. 이제는 문자가 아닌 누나의 카톡 프로필을 보고 있었다. 창문 밖을 보니 날씨가 너무 좋았다. 토요일 아침, 날씨 맑음. 내게 버프가 되었던 걸까. 누나에게 카톡을 보냈다.
‘누나 덕분에 시험 잘 봤어요. 알려주신 거에서 많이 나왔어요’
몇 분 있다가 답장이 왔다.
‘아 정말? 다행이다. 시험 보느라 고생했어~ 푹쉬어’
‘ㅎㅎ 주말인데 집에 안 가고 기숙사에서 쉬고있네요 ㅎㅎ’
‘아 진짜? 이번 주말은 안내려갔네?’
‘네네ㅎㅎ 시험 끝나자 마자 내려 가기 귀찮아서요 ㅠ 날씨도 좋은데
기숙사 있으니 심심하네요ㅠ 누나는 주말인데 뭐하세요?’
‘오늘 친구 이사하는 거 도와줘야 되서 강남 가야 할 듯!’
‘와 강남이요? 저 강남 한번도 안 가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촌놈인거 티내는 거 같아서 정말 아닌 것 같았는데, 누나 답장을 본 순간 뭐 그게 뭐가 중요한가 결과가 개 쩌는데
‘그럼 너도 같이 갈래? 강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