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기 싫어요-두번째

바보1200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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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나의 상태

- 자존감 마리아나 해구 (스스로 존엄한 인간이라 아무리 되내어도 정말 버려진 쓰레기같다) 

- 자책감 에베레스트 산 (의도하지 않았더라고 어쨌거나 이 상황에 대해 나도 원인제공자일 수 밖에 없다는 거, 나때문에 애들도 아빠에게 버려진거 등등)  

- 우울증 (원래 약을 잘 못 챙겨먹는데 이 약만은 결사적으로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 불안증 (툭하면 소송걸겠다는 협박에 핸드폰 메시지도착표시, 우편함, 택배아저씨만 보면 가슴이 죄어온다 )

- 체중감소 (10키로 쫙 빠지니 고민거리 뱃살 없어졌다-유일하게 좋은점)

- 어지럼증 (몸을 움직일때마다 어질어질하다-운전하며 좀 불안하다)

 

써놓고 보니 내가 좀 오버스럽고 코미디같다.

 

요즘에 주로 하게 되는 생각은 '왜 나는 이혼을 안하는가 혹은 못하는가'이다.

 

첫번째 복수심

그래? 나를 철저하게 짓밟고 망가뜨린 네가 그렇게 간절히 원하는게 이혼이야? 그럼 더더욱 이혼은 있을 수 없지. 네가 바람난거하고 나와 이혼하고 싶은 것은 별개라구? 스스로의 잘못은 모르고 왜 이혼을 안해주냐구? 그럼 내내 쇼하며 산거야? 내게 했던 말들, 행동들 다 연극이었어?나도 말이야 어떤 놈하고 바람나서 너 떼내려고 작정하면 너에 대한 불만, 책 한권으로 쓸 수 있어. 서로에 대해 불만 없는 부부가 어디 있겠어. 그럼 내게 기회를 달라고 했잖아. 이렇게 허무하게 끝내기 싫으니 좀 더 시간을 갖고 노력해보자고 애원했잖아. 하지만 넌 이미 돌이킬 수 없다며 무조건 이혼을 요구했지.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이혼에 응해는게 좋다구?  난 강하니까 당장은 힘들더라도 애들하고 잘 살 수 있을거라구? 진심으로 나와 애들을 위해서 하는 소리야?

 

두번째 아이들

애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고 부탁했지. 네 대답 - 애들을 위해서 나를 희생하라고? - 난 지금까지 아이들을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해보지 않았어. 애 키우는 거 진짜 힘들지. 낮에만 친정어머니가 애들을 봐주셨지. 항상 바쁜 너였기에, 항상 칼퇴근을 위해 화장실가는 것도 잊으며 일을 하고 퇴근하자마자 두 아이를 돌보았지. 하지만 당연히 장성할때까지는 행복한 가정에서 클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 최소한 자식을 세상에 나오게한 부모만의 권리이자 보람이라고 생각했지. 난 결코 아빠없는 아이들로 만들고 싶지 않아. 따로 살더라도 법적으로나마 허울뿐인 것이라해도 이혼가정의 아이들로 키우고 싶지 않아.

 

세번째 이혼녀

이혼하는 경우가 많다하더라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이혼녀가 살아가기에 많은 제약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 왜 내가 이혼녀로 살아야해? 아직 나는 그런 편견들을 뛰어넘을 용기가 없어. 게시판에 당당히 결단을 내리고 꿋꿋이 살아가는 많은 분들, 정말 존경스러워. 난 왜 그들처럼 못하고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구는 걸까. 내가 이런 일을 당할 만큼 큰 잘못을 저지른 걸까. 나 싫다는 사람 왜 자꾸 잡으려는 걸까. 아직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내 스스로에게는 답하지만 어른임에도 홀로서는게 무서운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은 아닐까.   

 

네번째 가족들

순박하고 착하게만 살아오신 시부모님들. 자식들때문에 속썩이는 일이 없어 주위 친지분들로부터 부러움을 사며 살아오셨지. 얼마전 아들의 가출을 아신후부터 나와 손주들 불쌍해서 어떡하냐며 시아버지는 술에 쩔어 사시고 시어머니는 내 아들같지 않다며 며느리인 내게 함부로 이혼결정을 하지 말것을 당부하셨지. 지금 당장이야 내편을 들어주시지만 결국은 아들의 결정이 맘에 안들더라도 아들이 원하는대로 되기를 바라실 수도 있겠지. 그리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친정 식구들.. 칠순 넘어서까지 10년간 우리 두 아이들을 키워주신 엄마는 아마 이 사실을 아시면 충격으로 돌아가실지도 몰라. 우리 언니는 큰 조카에게 입버릇처럼 말했지. 더도 말고 딱 이모부같은 사람 만나 결혼하라고. ㅋㅋ

 

다섯번째 사랑..

정말 사랑했지. 난 원래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신뢰하지 않아. 하지만 너만은 정말 좋은 사람이고 영원히 내 곁에 있어줄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 설령 바람을 피더라도 내가 피지 네가 그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 그래도 사람의 일이라 혹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한번쯤은 용서해주자 그런 생각은 얼핏 했었어. 그거야 물론 가정으로 되돌아온다는 전제였겠지. 하지만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며 나와 우리 자식들을 버리리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해봤지. 세상의 다른 남편을 다 그래도 내 남편만은 예외라는 아내들의 착각. 나도 별 수 없이 대한민국의 아줌마라는거. 넌 내게 다른 어떤것과도 대체될 수 없는 유일한 존재라고 생각해왔고 아직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어. 별별 모진 소리를 들었음에도 포기못하는 내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젠 밑바닥까지 와 있기에 이게 사랑인지 집착인지 나도 모르겠어. 도대체 사랑이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