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외국 기숙사에서 쓰는 인생 썰

스쿠너영이202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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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집으로 들어왔다. 한번이라도 누나에게 뭐 먹고 싶어요. 뭐 좋아하세요 물어봤으면 얼마나 좋았을 까. 특별한 관계가 되고 싶은 여자 분이 좋아하는 음식도 모르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참 연애, 여성, 인간관계 이런 것들에 무관심 했던 것 같다. 약속 전날 페이스북도 가입했다. 누나의 페이스북 친구 추가를 하고 싶었으니까. 짬뽕 2개를 주문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페이스북을 하냐고 누나에게 물었다. 서로 친구 추가를 하고 누나의 친구 숫자를 보았다. 대외 활동을 많이 하는 분 답게 많은 분들과 친구가 되어있었다. 그에 비해 이제 막 가입한 내 친구 숫자는 초라했다.


15분 정도 지나서 주문한 짬뽕이 나왔다. 뭐 맛집 답게 나름 맛있게 먹었다. 누나는 배가 그렇게 많이 고프지 않았던 것인지, 짬뽕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 처럼 잘 먹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선, 누나가 웃으면서


“맛있어?” 라며 물어보았다. 맛있다고 했다.


그러곤 “내 거 좀더 더 가져가서 먹어, 덜어줄게”


단순히 배고 고프지 않았던 걸까? 아니면 짬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일까? 뭐 그 당시에는 누나의 그런 모습 하나 하나가 다 좋았을 뿐이었다. 그런 행동 하나하나 깊게 생각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냥 함께하는 시간, 그 함께하는 시간이 나라는 것 그 사실이 제일 좋았으니까. 다 먹은 후에는 계산대만 노려보고 돌진했다. 누나는 왜 나보고 계산하냐며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며 말했지만 나는 괜찮다고 했다. 꼭 밥을 사주고 싶었다고. 웃으면서 덕분에 잘 먹었다고 대답해 주었다. 뿌듯했다. 누나에게 밥을 사줄 수 있어서. 그러곤 바로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 갔다. 기프티콘 선물 받은 게 있다고 누나에게 자랑을 했다. 그냥 입 다물고 조용히 뭐 마실 건지 물어보고 주문만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진동벨이 울리고 주문한 커피를 가지고 왔다. 살면서 스타벅스는 그때 처음 가보았다. 북적이는 사람들과 커피 냄새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물론 누나와 함께 왔기 때문에. 해외 프로그램에 관해서 좀 더 물어보았다. 어느 나라를 가는지, 가서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4개월 정도 동남아시아의 한 나라에 간다고 했다. 그 순간 날짜를 계산해보니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또 4개월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이 관계만 잘 유지 한다면, 누나가 돌아왔을 때 관계가 좀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누나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아무 후배들이나 동기들 이랑 밥이나 커피 안 마셔 그것도 이렇게 둘이서는”


두근거렸다. 내 얼굴이 빨개졌던 걸로 기억한다. 왜 이런 말을 하시는 걸까. 어버버 거리며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누나의 핸드폰이 울렸다. 내게 양해를 구하며 잠시 핸드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10분 20분 점점 더 시간이 흘렀다. 그러곤 전화를 받으러 갔다. 10분정도 더 지나고 나서 돌아와 정말 미안한데 다시 학교로 돌아 가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학회 관련 일이 생겼다고. 기숙사에 살고 있는 나는 그럼 같이 돌아가자고 했다. 예상했던 것 보다는 같이 보내는 시간이 짧았지만, 단 둘이 있을 수 있었기에 좋았다. 학교 근처에 있는 역에 도착을 해 학교 방향으로 걸어갔다. 어떤 일인지 물어보았다. 작년 학회 선배들이 학교 근처에서 회식을 하고 있는데 현재 학회장인 누나를 불렀던 거였다, 이미 다른 학회 분들은 회식 자리에 있다고 했다. 회식 장소에 거의 다다르니 나에게는 선배인 누나에게는 같이 학회 활동을 하는 동기인 분이 나와 계셨다. 나도 얼굴은 아는 학회 선배였다. 스타일도 좋고 얼굴도 매력 있고 인기도 많은 누나였다. 우리에게 다가와 “빨리 와 어디 있었어?” 라며 물어보았다. 누나는 웃으면서 날 가리키며 “얘랑 같이 있었어” 라며 대답해 주었다. 그 짧은 순간 친구 분은 나를 위 아래로 훑어 보며? 스캔이란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코 웃음을 치며 누나에게 말했다.


“뭐야? 이때 까지 얘랑 같이 있었어? 허?”


그 당시에는 아무 생각 없었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딱히 아무 생각 없었다. 지금 와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몇 초 동안 내 외모, 스타일을 평가해본 것이 아닐까 싶다. 친한 친구가 남자인 후배랑 둘이서 있었다고 했다. 그 후배가 나였다. 머리스타일은 손질 안 된 악성 곱슬, 색 조합 맞지 않은 코디, 두꺼운 뿔테안경, 하늘색 러닝화 (바닥은 주황색) 지금 내가 봐도 뭐 한마디로 별로였지.


무튼 그렇게 인사를 하고 누나는 친구 분과 함께 회식 장소로 들어갔다. 기숙사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는데, 짬뽕 국물이 튀어 있는 흔적을 발견했다. 국물 음식이란.... 침대에 누워 누나의 페이스 북을 살펴보았다. 웃는 모습의 프로필 사진이 예뻤다. 그렇게 학교생활을 하며 시간은 흐르고 2번째 만남을 위해 카톡을 해보았지만 학회장으로서 1 2달 내에 남은 일들을 처리하기에는 바빴던 것 같다. 결국 시간은 흘러 출국 전 마지막 날 학교 안 카페에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내 인생 처음으로 스스로 화장품 가게에 들어가, 처음으로 여자에게 줄려고 산 선물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