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외국 기숙사에서 쓰는 인생 썰

스쿠너영이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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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은 빠르게 지나갔다. 어느덧 미국인 교환학생 친구들과 교수님 과도 마지막 인사를 해야 했다. 같이 여행 다녀주면서 가이드 해준 것 내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솔직히 나는 즐겼다. 힘든 것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전에 혼자 하던 서울여행에서 이렇게 외국인 손님들과 함께 동행하며 다닌 것이 또 다른 재미를 불어넣어 주어 내가 더 감사함을 전하고 싶었다. 영어로 간단한 편지를 적어 세분에게 전했다. 서양인들의 풍부한 리액션이 보기 좋았다.


한달만 있으면 방학이 끝이 난다. 수업에 집중했다. 방학기간 동안 낸 기숙사비를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영어가 조금은 늘었던 것 같다. 외국인들을 만날 때 어색함이 많이 없어졌다. 자신감이 생겼다. 어쩌면 장학생으로 선정되어 진짜 4개월동안 외국생활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이맘때쯤 이였던 것 같다. 누나 페이스북에 새로운 게시물이 올라왔다. 남성분이랑 둘이서 찍은 사진이 여러 장 올라왔다. 사진 속 두분은 해맑게 웃고 있었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웃음을 짓고 있던 둘은 닮아 보였다. 결국 이렇게 되네 싶었다. 보기에도 잘 어울렸다. 선남선녀였다. 더 이상 누나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기분은 덤덤했다. 그리고 좀 씁쓸했다.


2학기가 시작되었다. 동기들 몇 명이 휴학을 하고 군대에 갔다. 돌아온 복학생도 몇 명 있었다. 지루한 수업, 과제, 생활 반복이었다. 같은 과 선배님 중 기숙사에 사시는 분을 알게 되었다. 종종 인사하는 사이가 되어 가끔 같이 밥도 먹고 했는데, 우연히 누나 얘기를 듣게 되었다. 프로그램 일정상 인턴경험을 끝으로 한국으로 귀국 해야 하지만, 회사에서 정식으로 일해보지 않겠냐는 오퍼를 받아 그 곳에 남게 되었다고 했다. 역시는 역시인 사람이었다.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방학동안 기숙사에 있으면서 해외프로그램 준비 수업을 들어서 였을까. 날 알아보는 교수님이나 다른 과 선배들이 많아졌다. 그냥 인사만 열심히 했다. 종종 진지하게 프로그램에 지원해볼거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 겨울방학 전까지 지원자격 (공인영어점수)를 만들어 놓고 면접 준비를 해야 하는 과정 때문인 것 같았다. 공강인 날에 영어시험을 보았다. 지원자격 점수가 높은 편은 아니어서 한번에 합격했다. 차근차근 학교생활과 병행하면서 프로그램을 준비하다 보니 어느새 2학기는 끝나 있었다.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반편성이 면접반과 아직 점수를 만들지 못한 학생들이 있는 준비반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여름방학과는 다르게 외국에서 교환학생이 오는 일은 없었다. 면접준비만 매일매일 했다. 그러면서 올해 경쟁률과 나라 선택지에 관해 듣게 되었는데 경쟁률이 상당히 높았다. 우리학교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되었다. 거의 7개월을 준비했는데 떨어지면 어떡하지 하며. 합격 못하면 바로 다음학기는 휴학하고 바로 군대에 가려고 했다.


대망의 면접 날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