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민 뭐야?" "뭐긴. 누나가 할말 있다고 해서..." "할말? 무슨-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강윤주의 얼굴을 보고 했어야 할 말을 승민이를 보고 비꼬며 말했다.
"일단 앉아라." "......."
강윤주는 한참동안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제 와서 뭐 하자는 건데?
"잘... 지냈어?" "그럼- 잘 지냈지! 누가 좋으라고 못지냈겠어?" "......."
"야- 왜그래- 윤주누나 무안하겠다-" "무안하라고 해- 근데 날 왜 오라가라하는데?" "왜 그래- 오늘 선호 귀국파티때문에 누나가 부탁할거 있어서 부른건데-" "훗. 선호 귀국 파티? 아. 그렇지. 강윤주씨는 김선호 애인이셨지-? 참. 잊고 있었네. 얼굴을 본 지가 하도 오래되서." "이자식이 꽈배기를 먹었나. 왜 이래?" "몰라서 물어 임마? 나 간다-"
갑자기 나타난 강윤주때문에 좀 전까지 평균치를 유지하던 내 기분이 급속도로 하락하는 것 같 았다.
"미안해..." "......." "그래도... 선호는 미워하지 말아줘..." "허. 눈물 겹네- 이봐 강윤주씨. 난. 아니 김선호는 내 친구야- 니가 알기 훨씬 이전부터 알고 지낸 내 피같은 형제같은 친구라구. 니가 말 안해도 선호는 미워하지 않아-!" "...알아... 내가 잘못한거..." "잘못? 뭘 그렇게 잘못하셨는데?" "그러지마 신우야... 너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진심이 아니란거 알아..." "나에 대해서 니가 뭘 아는데? 나에 대해 뭘 그렇게 많이 알고 있는데?" "......."
한국에서 태어나 엄마가 돌아가시고 열살이 되던해에 아빠를 따라 프랑스로 갔다. 그리고 스물 다섯이 될때까지 그곳에 있었다. 내 사춘기 시절을 함께 보낸 내 엄마와도 같았던 존재. 강윤주
"선호... 잘 못 없어..." "그래- 단지 니 욕심때문이지. 언제 망할지 모르는 썩을대로 썩은 정치, 사업가 집안이랑 인류 를 구원하겠다는 5대째 내려오는 의사집안이랑 당연히 비교가 되셨겠지. 니 꿈은 너랑 어울리 지도 않는 의.사 였으니까!" "......." "그래- 미국에 있는 존스홉킨스대 유일한 한국인 의학박사 교수 부부의 자식이었던 선호가 멋 지기도 하셨겠지. 게다가 선호는 너랑 생각하는 것도 비슷했으니까. 나같은 날라리 환쟁이랑은 비교가 되셨겠지."
윤주를 처음만난건 프랑스에 있는 작은 시골마을이었는데 그때 난 열여덟이었고, 윤주는 나 보 다 한살이 많은 누나였다. 윤주는 가난한 유학생이었고, 난 프랑스 여기저기의 작은 마을을 떠 돌며 그림을 그리는 떠돌이일 뿐이었다.
윤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의사에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난 내가 할 수 있는 한 윤주를 도왔 다. 그러던 어느날 내게 찾아온 승민이와 선호. 내게서 꾸준히 선호의 얘기를 듣던 윤주는 녀석 을 처음보자마자 녀석에게 끌렸다고 했다. 그리고 선호가 부모님이 계시는 미국으로 돌아가던 날. 윤주는 선호를 따라 미국으로 갔다. 그때가 스물 한살이 되던 해 였다.
"선호 잘못 아니잖아... 내가... 그래 내가 좋아서 따라 간거잖아..." "그래- 누가 뭐라고 했나?" "선호는 한번도... 날 누나 이상으로 봐준적이 없었어..." "훗..." "그러니까 선호는..." "아- 이러다 눈물나겠는데? 니가 말 안해도 난 선호 의심하지도 않고 오해하지도 않아. 그러니 까 그쯤 해두는게 어때?" "......."
"야- 황보신우. 너 자꾸 왜이래?" "내가 뭘- 누가 먼저 시작한건데? 그러게 나 부르래?" "야 임마! 누나는-" "니가 얠 몇번이나 얼마나 봤다고 누나야? 너 얘랑 그렇게 친한 사이였냐?" "왜 그러는거야?!" "한승민 똑바로 들어. 다시 한번 이런일 있었다가는 너도 안볼줄 알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레스토랑을 나왔다. 강윤주가 귀국했다는 얘길 들은건 1년 전이었다. 선호 보다 11개월쯤 빨리한 귀국. 왜 돌아온거야 강윤주... 보고 싶지 않았는데... 여태껏 안 마주치 고 잘지냈는데... 나한테 왜 이러는거야!
점심을 같이 먹자던 승민이 자식의 배신으로 난 다시 내 오피스텔로 향했다. 삼순이는 뭘 하고 있으려나...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자 주방쪽에서 달그락소리가 나기시작했다. 그리고 내 코끝을 찌르는 김치냄새.
"야- 뭐해? 이게 도대체 무슨냄새야?"
삼순이는 놀라 뒤를 돌아봤고, 난 삼순이에게로 다가갔다.
"뭐하냐구?"
부침개였다. 김치 부침개. 식탁위엔 이미 한조각이 구여져 있었고, 도대체 누가 다 먹으려고 하 는건지 엄청난 양의 밀가루 반죽이 눈에 띄였다.
"야. 냄새나게 이런걸 집에서 해먹으면 어떡해?!" "......." "그리구 이렇게 많이 하면 이걸 누가 다 먹어? 어? 난 이런거 먹지도 않는단 말이야!!!"
삼순이는 또다시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듯한 눈망울로 나를 보았다. 뭐, 뭐야! 또 왜 그렇게 쳐다 보는데?
"내, 냄새 나니까 그렇잖아. 바, 바보같이- 왜 울려고 해-?!"
삼순이는 젓가락을 집어 내게 내밀었다. 먹어 보라는 뜻인가?
"난 안먹어. 이딴거 싫어한다구-!"
다시금 울먹이는 눈으로 날 보는 삼순이. 아, 알았어. 먹어. 먹는다구!!! 삼순이 손에 들려있는 젓가락을 받아 식탁위에 놓여진 부침개 한조각의 일부분을 아니 끝부분 아주 조금을 잘라 입에 넣었다. 난 새콤한건 먹어도 시큼한건 먹지 못한다. 그, 근데... 정말 이 상하게도 삼순이의 김치부침개는 내 입에서 부드럽게 식도로 넘어갔다. 고로. 삼순이의 부침개 는 나름대로 내 입맛에 맞는다는 얘기였다. 때문에 난 조금더 큼지막하게 찢어내어 한 입에 쏘 옥 넣었다. 후훗. 부침개는 내가 먹는데 삼순이가 왜 침을 꼴깍 삼키는지-
"쩝. 바, 밥이라도 좀 줘봐- 어디 짜서 그냥 먹겠어?"
삼순이는 웃으며 내게 밥을 건냈다. 왜 웃는건데? 밥과 함께 먹는 삼순이표 김치부침개는 내 입맛을 자극했다. 아주 맛있는, 이름있는 요리사의 음식들보다 가장 비슷한 생김새의 피자보다 더 맛있었다. 한국 음식. 이런맛이구나-
"에이- 그냥 그렇네 뭐- 너나 많이 먹어라-"
순식간에 홀딱 사라져버린 내 밥공기 가득했던 흰 쌀밥과 구워져 있던 한조각의 김치부침개. 앤드, 그리고 삼순이가 구워준 두조각의 김치부침개마저 내 뱃 속으로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는 순간 스르르 잠에 빠져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을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었다. 몇시나 된거지? 침대에서 일어나 시계를 보자 7시가 다되어가고 있었다. 선호의 귀국파티! 여섯시 시작인 선호 의 귀국파티를 잊고 있었다. 때문에 난 얼른 옷을 가라입고 부랴부랴 방에서 뛰어나왔다. 주방에서 무언갈하고 있는 삼순이.
"뭐해?"
식탁가득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정말 말그대로 한국음식들이.
"야-이게 다 뭐야?"
삼순이는 나를 보고 웃었다. 뭐 어쩌라구? 이게 다 뭔데?
"뭐? 너 설마 이거 지금 나보고 먹으라는거냐?"
삼순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야. 나 저녁약속있다고 했잖아. 나 못먹어. 그러니까 너 다 먹어. 나 간다- 젠장 한승민 그자식 또 한소리 하겠네-"
급히 차를 몰아 선호의 귀국파티가 있을 삼성동에 있는 호텔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고, 대게들 의학계에 있는 사람들이었고, 선호와 한국에 살때 알고 지내 던 친구녀석들도 보였다.
"이게 누구야?" "미친놈. 그게 친구한테 할소리냐?" "난 또 안오실줄 알았지?" "이자식이 점심을 잘 못 먹었나- 한승민 너 미쳤냐?" "그렇게 나간게 누군데 그래?!" "그러게 거길 왜 날 불러내냐고!!" "니가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줄 알았냐? 난 또 다 잊었는줄 알았지!" "조용히 해-! 너 한번만 더 그딴소리 하면 죽는다-" "어휴- 어디 무서워서 누나 얘기 꺼내겠냐?" "이자식이-!!"
"뭔데 만나자마자 들 싸워-?" "이야- 김선호씨!" "어제도 보고, 이야- 김선호씨는 뭐야?" "야- 귀국 축하한다-" "귀국한 첫날 만나- 그 다음날 만나. 일주일에 세내번씩 꼬박꼬박 얼굴 봤는데 무슨 축하야-?" "형식상 하는거지-!" "하하. 알았어-" "뭐 이렇게 아는 놈들이 많어?" "형식상 오는거지-" "따라하기는- 짜식!" "푸훕. 근데 왜 이렇게 늦게 온건데?" "그냥 좀 그럴일이 있었지. 언제부터 시작이야?" "내 베스트 황보신우씨가 오셨으니 시작해야지?" "농담은-" "진짜야. 너때문에 한시간을 기다렸다구-!" "같지 않은 소리 하지도 말고." "안 믿어주네- 여기요! 이제 시작하죠!"
그리고 정말 선호의 말대로 귀국 축하파티가 시작되었다. 한시간이 조금 넘었을까 분위기는 그 야 말로 축하파티 분위기였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 수많은 여자들... 아무리봐도 삼순이는 이 들과 어울리지 않을것 같았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잘 못 된건지도 모르겠다.
"그만 가봐야겠다." "왜-? 더 놀다가지?!" "됐어. 그만 갈랜다. 승민이자식 오랜만에 여자 많다고 신났네. 나 먼저 간다고 전해라-" "그래 그럼- 와줘서 고맙다." "짜식. 알면 잘해- 간다." "어 그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호의 귀국 축하파티였다. 물론 이런 분위기를 좋아한건 아니었지만 어쨌 든 선호의 파티였는데... 오늘따라 이곳의 분위기가 더더욱 낯설게만 느껴졌다. 집에 도착하니 이미 열시가 넘어있었다. 아참. 삼순이가 차려놓은 음식!
부랴부랴 엘리베이터에 올라 내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컴컴한 거실... 삼순이는? 삼순이는 자 는건가? 불도 꺼져 있었고, 그저 티비 소리만 작게 들려왔다.
거실 소파에 누워 웅크리고 잠이든 삼순이... 뒤를 돌아 주방쪽을 보니 식탁위의 음식은 깨끗이 비워져 있었다. 도대체 다 어디 간거야? 일단은 잠이든 삼순이를 조심스레 안아 내방 침대에 눕혔다. 여자는 들어와본적도 없는 내집에 들어와 내 침대에까지 눕게 된 삼순이. 너는 아냐? 내 침대에 누울수 있는건 크나큰 영광이란걸...
다시 식탁쪽으로 걸어와 여기저기를 살폈다. 음식을 버린건가- 분명 둘이 먹기에도 벅찰 정도 의 음식이었는데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설마- 삼순이 혼자 다 먹었나...? 그리고 내손은 냉장고쪽으로 향했다.
냉장고 문이 열리는 순간. 난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냉장고 가득한 음식들. 그것도 죄다 한 국음식이라고 시큼하고 구리구리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이걸 여기다 넣어놓으면. 아어- 냄새-!!"
그리고 내손은 자연스레 냉장고 안 음식들을 식탁위로 꺼내 놓고 있었다. 다시금 하나가득 차 려진 식탁위... 생선구이에 된장찌개, 밥솥에 들은 하얀 쌀밥과 기타등등 나열하기도 힘들정도 의 반찬들. 난 뎁히는 것도 잊은채 식탁위에 놓여진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벙어리 삼순이 #5
벙어리 삼순이 # 5
"한승민 뭐야?"
"뭐긴. 누나가 할말 있다고 해서..."
"할말? 무슨-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강윤주의 얼굴을 보고 했어야 할 말을 승민이를 보고 비꼬며 말했다.
"일단 앉아라."
"......."
강윤주는 한참동안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제 와서 뭐 하자는 건데?
"잘... 지냈어?"
"그럼- 잘 지냈지! 누가 좋으라고 못지냈겠어?"
"......."
"야- 왜그래- 윤주누나 무안하겠다-"
"무안하라고 해- 근데 날 왜 오라가라하는데?"
"왜 그래- 오늘 선호 귀국파티때문에 누나가 부탁할거 있어서 부른건데-"
"훗. 선호 귀국 파티? 아. 그렇지. 강윤주씨는 김선호 애인이셨지-? 참. 잊고 있었네. 얼굴을 본
지가 하도 오래되서."
"이자식이 꽈배기를 먹었나. 왜 이래?"
"몰라서 물어 임마? 나 간다-"
갑자기 나타난 강윤주때문에 좀 전까지 평균치를 유지하던 내 기분이 급속도로 하락하는 것 같
았다.
"미안해..."
"......."
"그래도... 선호는 미워하지 말아줘..."
"허. 눈물 겹네- 이봐 강윤주씨. 난. 아니 김선호는 내 친구야- 니가 알기 훨씬 이전부터 알고
지낸 내 피같은 형제같은 친구라구. 니가 말 안해도 선호는 미워하지 않아-!"
"...알아... 내가 잘못한거..."
"잘못? 뭘 그렇게 잘못하셨는데?"
"그러지마 신우야... 너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진심이 아니란거 알아..."
"나에 대해서 니가 뭘 아는데? 나에 대해 뭘 그렇게 많이 알고 있는데?"
"......."
한국에서 태어나 엄마가 돌아가시고 열살이 되던해에 아빠를 따라 프랑스로 갔다. 그리고 스물
다섯이 될때까지 그곳에 있었다. 내 사춘기 시절을 함께 보낸 내 엄마와도 같았던 존재. 강윤주
"선호... 잘 못 없어..."
"그래- 단지 니 욕심때문이지. 언제 망할지 모르는 썩을대로 썩은 정치, 사업가 집안이랑 인류
를 구원하겠다는 5대째 내려오는 의사집안이랑 당연히 비교가 되셨겠지. 니 꿈은 너랑 어울리
지도 않는 의.사 였으니까!"
"......."
"그래- 미국에 있는 존스홉킨스대 유일한 한국인 의학박사 교수 부부의 자식이었던 선호가 멋
지기도 하셨겠지. 게다가 선호는 너랑 생각하는 것도 비슷했으니까. 나같은 날라리 환쟁이랑은
비교가 되셨겠지."
윤주를 처음만난건 프랑스에 있는 작은 시골마을이었는데 그때 난 열여덟이었고, 윤주는 나 보
다 한살이 많은 누나였다. 윤주는 가난한 유학생이었고, 난 프랑스 여기저기의 작은 마을을 떠
돌며 그림을 그리는 떠돌이일 뿐이었다.
윤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의사에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난 내가 할 수 있는 한 윤주를 도왔
다. 그러던 어느날 내게 찾아온 승민이와 선호. 내게서 꾸준히 선호의 얘기를 듣던 윤주는 녀석
을 처음보자마자 녀석에게 끌렸다고 했다. 그리고 선호가 부모님이 계시는 미국으로 돌아가던
날. 윤주는 선호를 따라 미국으로 갔다. 그때가 스물 한살이 되던 해 였다.
"선호 잘못 아니잖아... 내가... 그래 내가 좋아서 따라 간거잖아..."
"그래- 누가 뭐라고 했나?"
"선호는 한번도... 날 누나 이상으로 봐준적이 없었어..."
"훗..."
"그러니까 선호는..."
"아- 이러다 눈물나겠는데? 니가 말 안해도 난 선호 의심하지도 않고 오해하지도 않아. 그러니
까 그쯤 해두는게 어때?"
"......."
"야- 황보신우. 너 자꾸 왜이래?"
"내가 뭘- 누가 먼저 시작한건데? 그러게 나 부르래?"
"야 임마! 누나는-"
"니가 얠 몇번이나 얼마나 봤다고 누나야? 너 얘랑 그렇게 친한 사이였냐?"
"왜 그러는거야?!"
"한승민 똑바로 들어. 다시 한번 이런일 있었다가는 너도 안볼줄 알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레스토랑을 나왔다. 강윤주가 귀국했다는 얘길 들은건 1년 전이었다. 선호
보다 11개월쯤 빨리한 귀국. 왜 돌아온거야 강윤주... 보고 싶지 않았는데... 여태껏 안 마주치
고 잘지냈는데... 나한테 왜 이러는거야!
점심을 같이 먹자던 승민이 자식의 배신으로 난 다시 내 오피스텔로 향했다. 삼순이는 뭘 하고
있으려나...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자 주방쪽에서 달그락소리가 나기시작했다.
그리고 내 코끝을 찌르는 김치냄새.
"야- 뭐해? 이게 도대체 무슨냄새야?"
삼순이는 놀라 뒤를 돌아봤고, 난 삼순이에게로 다가갔다.
"뭐하냐구?"
부침개였다. 김치 부침개. 식탁위엔 이미 한조각이 구여져 있었고, 도대체 누가 다 먹으려고 하
는건지 엄청난 양의 밀가루 반죽이 눈에 띄였다.
"야. 냄새나게 이런걸 집에서 해먹으면 어떡해?!"
"......."
"그리구 이렇게 많이 하면 이걸 누가 다 먹어? 어? 난 이런거 먹지도 않는단 말이야!!!"
삼순이는 또다시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듯한 눈망울로 나를 보았다. 뭐, 뭐야! 또 왜 그렇게
쳐다 보는데?
"내, 냄새 나니까 그렇잖아. 바, 바보같이- 왜 울려고 해-?!"
삼순이는 젓가락을 집어 내게 내밀었다. 먹어 보라는 뜻인가?
"난 안먹어. 이딴거 싫어한다구-!"
다시금 울먹이는 눈으로 날 보는 삼순이. 아, 알았어. 먹어. 먹는다구!!!
삼순이 손에 들려있는 젓가락을 받아 식탁위에 놓여진 부침개 한조각의 일부분을 아니 끝부분
아주 조금을 잘라 입에 넣었다. 난 새콤한건 먹어도 시큼한건 먹지 못한다. 그, 근데... 정말 이
상하게도 삼순이의 김치부침개는 내 입에서 부드럽게 식도로 넘어갔다. 고로. 삼순이의 부침개
는 나름대로 내 입맛에 맞는다는 얘기였다. 때문에 난 조금더 큼지막하게 찢어내어 한 입에 쏘
옥 넣었다. 후훗. 부침개는 내가 먹는데 삼순이가 왜 침을 꼴깍 삼키는지-
"쩝. 바, 밥이라도 좀 줘봐- 어디 짜서 그냥 먹겠어?"
삼순이는 웃으며 내게 밥을 건냈다. 왜 웃는건데?
밥과 함께 먹는 삼순이표 김치부침개는 내 입맛을 자극했다. 아주 맛있는, 이름있는 요리사의
음식들보다 가장 비슷한 생김새의 피자보다 더 맛있었다. 한국 음식. 이런맛이구나-
"에이- 그냥 그렇네 뭐- 너나 많이 먹어라-"
순식간에 홀딱 사라져버린 내 밥공기 가득했던 흰 쌀밥과 구워져 있던 한조각의 김치부침개.
앤드, 그리고 삼순이가 구워준 두조각의 김치부침개마저 내 뱃 속으로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는 순간 스르르 잠에 빠져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을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었다. 몇시나 된거지?
침대에서 일어나 시계를 보자 7시가 다되어가고 있었다. 선호의 귀국파티! 여섯시 시작인 선호
의 귀국파티를 잊고 있었다. 때문에 난 얼른 옷을 가라입고 부랴부랴 방에서 뛰어나왔다.
주방에서 무언갈하고 있는 삼순이.
"뭐해?"
식탁가득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정말 말그대로 한국음식들이.
"야-이게 다 뭐야?"
삼순이는 나를 보고 웃었다. 뭐 어쩌라구? 이게 다 뭔데?
"뭐? 너 설마 이거 지금 나보고 먹으라는거냐?"
삼순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야. 나 저녁약속있다고 했잖아. 나 못먹어. 그러니까 너 다 먹어. 나 간다- 젠장 한승민 그자식
또 한소리 하겠네-"
급히 차를 몰아 선호의 귀국파티가 있을 삼성동에 있는 호텔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고, 대게들 의학계에 있는 사람들이었고, 선호와 한국에 살때 알고 지내
던 친구녀석들도 보였다.
"이게 누구야?"
"미친놈. 그게 친구한테 할소리냐?"
"난 또 안오실줄 알았지?"
"이자식이 점심을 잘 못 먹었나- 한승민 너 미쳤냐?"
"그렇게 나간게 누군데 그래?!"
"그러게 거길 왜 날 불러내냐고!!"
"니가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줄 알았냐? 난 또 다 잊었는줄 알았지!"
"조용히 해-! 너 한번만 더 그딴소리 하면 죽는다-"
"어휴- 어디 무서워서 누나 얘기 꺼내겠냐?"
"이자식이-!!"
"뭔데 만나자마자 들 싸워-?"
"이야- 김선호씨!"
"어제도 보고, 이야- 김선호씨는 뭐야?"
"야- 귀국 축하한다-"
"귀국한 첫날 만나- 그 다음날 만나. 일주일에 세내번씩 꼬박꼬박 얼굴 봤는데 무슨 축하야-?"
"형식상 하는거지-!"
"하하. 알았어-"
"뭐 이렇게 아는 놈들이 많어?"
"형식상 오는거지-"
"따라하기는- 짜식!"
"푸훕. 근데 왜 이렇게 늦게 온건데?"
"그냥 좀 그럴일이 있었지. 언제부터 시작이야?"
"내 베스트 황보신우씨가 오셨으니 시작해야지?"
"농담은-"
"진짜야. 너때문에 한시간을 기다렸다구-!"
"같지 않은 소리 하지도 말고."
"안 믿어주네- 여기요! 이제 시작하죠!"
그리고 정말 선호의 말대로 귀국 축하파티가 시작되었다. 한시간이 조금 넘었을까 분위기는 그
야 말로 축하파티 분위기였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 수많은 여자들... 아무리봐도 삼순이는 이
들과 어울리지 않을것 같았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잘 못 된건지도 모르겠다.
"그만 가봐야겠다."
"왜-? 더 놀다가지?!"
"됐어. 그만 갈랜다. 승민이자식 오랜만에 여자 많다고 신났네. 나 먼저 간다고 전해라-"
"그래 그럼- 와줘서 고맙다."
"짜식. 알면 잘해- 간다."
"어 그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호의 귀국 축하파티였다. 물론 이런 분위기를 좋아한건 아니었지만 어쨌
든 선호의 파티였는데... 오늘따라 이곳의 분위기가 더더욱 낯설게만 느껴졌다.
집에 도착하니 이미 열시가 넘어있었다. 아참. 삼순이가 차려놓은 음식!
부랴부랴 엘리베이터에 올라 내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컴컴한 거실... 삼순이는? 삼순이는 자
는건가? 불도 꺼져 있었고, 그저 티비 소리만 작게 들려왔다.
"야-!!"
"......."
"삼순아-"
"......."
"도대체 뭘하길래 불러도 대다..."
거실 소파에 누워 웅크리고 잠이든 삼순이... 뒤를 돌아 주방쪽을 보니 식탁위의 음식은 깨끗이
비워져 있었다. 도대체 다 어디 간거야? 일단은 잠이든 삼순이를 조심스레 안아 내방 침대에
눕혔다. 여자는 들어와본적도 없는 내집에 들어와 내 침대에까지 눕게 된 삼순이. 너는 아냐?
내 침대에 누울수 있는건 크나큰 영광이란걸...
다시 식탁쪽으로 걸어와 여기저기를 살폈다. 음식을 버린건가- 분명 둘이 먹기에도 벅찰 정도
의 음식이었는데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설마- 삼순이 혼자 다 먹었나...? 그리고 내손은
냉장고쪽으로 향했다.
냉장고 문이 열리는 순간. 난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냉장고 가득한 음식들. 그것도 죄다 한
국음식이라고 시큼하고 구리구리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이걸 여기다 넣어놓으면. 아어- 냄새-!!"
그리고 내손은 자연스레 냉장고 안 음식들을 식탁위로 꺼내 놓고 있었다. 다시금 하나가득 차
려진 식탁위... 생선구이에 된장찌개, 밥솥에 들은 하얀 쌀밥과 기타등등 나열하기도 힘들정도
의 반찬들. 난 뎁히는 것도 잊은채 식탁위에 놓여진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맛있네? 이건 또 뭐야?"
-딩동-
열한시가 넘은 시각. 도대체 누구야?
"누구세요-"
"나다!"
"나도 왔다-!!"
승민이와 선호였다. 니들이 갑자기 왜??
==============================================================================
에고 이틀에 한번씩도 못올리는지...여툰 매일매일 못 올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추천해주시고 답글 달아주시는 우리 멋진 분들~후훗. 감사합니다.^-^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