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아데스의 푸른별 (4)

헤르미온느2004.03.07
조회581

 

류안은 영주의 성에 못지않을 만큼  큰 저택을 쳐다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길가로 쭉뻗은 가로수며

 

알록달록하게 퍼진 정원들이 너무나 아름다워서였다. 

 

마차가 곧 저택안으로 들어가자 누군가가 뛰쳐나와 문을 열어주었다.

 

"오셨습니까. 나으리"

 

자신의 주인이 내리기 쉽게 도와준 집사는 또다른 누군가가 따라 내리자 순간 뒤로 물러났다.

 

곧 그의 눈에는 행색이 초라한 여자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누구...?"

 

"호반, 내 딸아이일쎄.  일단 깨끗이 씻기고 저녁을 주게."

 

집사는 무슨말을 대꾸하려다가 자신의 위치를 알고는 조용히 입을 닫으며 낯선소녀에게 몸을 돌렸다. 

 

이미 실비앙은 집안으로 들어가고 난뒤였다.

 

"이름이...?"

 

"제 이름은 류안이에요.  나이는 16세이구요."

 

"아 그렇군요.  류안아가씨 이쪽으로 따라오십시오."

 

집사는 한쪽손을 앞으로 펼쳐보이고는 먼저 걸음을 내딛었다.  

 

"저기 누구를 찾고 싶은데요.  할아버지가 여기 계신가요?"

 

류안의 물음에 걸음을 멈춘 집사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듯 하더니 생각이 난듯 고개를 끄덕였다.

 

"찾는사람이 그 사람인지는 몰라도  조금뒤 만나게 해드릴테니 일단 이쪽으로 오시지요."

 

다시 집사는 가던길을 앞장 섰고 류안은 순간 다행이다 싶은 마음에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류안은 난생 처음 갖는 자신의 호사스런 방을 쳐다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온통 가구와 바닥은 빛이

 

나듯 번들거렸는데  곧바로 한 하녀가 목욕물을 들고오기까지는 기분이 좋았었다.

 

"뭔 때가 이렇게 많아요."

 

"제..제가 할께요."

 

낯선 이에게 알몸을 보여준다는게 부끄러워 류안은 재빠르게 자신의 가슴을 가렸다.

 

"아가씨 혼자서 때밀다간 하루도 모자랄것 같아요.  손 치워보세요.  여기 때가 그대로 있네"

 

하녀는 류안이 버둥거리지 못하게 한손으로 그녀의 팔을 움켜쥐더니 등을 세게 밀기 시작했다.

 

"아얏"

 

 

 

"에고 이제 다되었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목욕물 비우고 옷을 가져다 줄테니까요."

 

자신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하녀가 금세 사라지자 악몽같던 목욕시간도 끝이났다.   그러더니

 

또다른 하녀가 옷더미를 들고 들어오는게 보였다.

 

"이거 에안젤 아가씨 옷인데 한번 입어보세요. "

 

푸른리본이 매달린 우아한 드레스가 눈앞에 펼쳐졌다. 

 

"천이 너무 부드러워요."

 

이런걸 처음입어보는 류안의 입에서는 연신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치마단이 조금 긴것 같긴한데 아가씨에게도 잘 어울리시네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류안은 자신의 모습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모습을 보는듯 어색해 보였다.

 

-꼬르륵-

 

자신에게서 무언가가 요동치자 놀란 류안이 자신의 배를 감싸 쥐었다.

 

"조금있으면 저녁시간이니까 기다려요."

 

하녀는 미소를 지으며 류안이 벗어둔 낡은 옷더미를 챙겨들었다.

 

-탁-

 

"엄마. 사실이에요. 아버지가...흐흑"

 

거칠게 문소리가 들리자마자  자기또래의 여자아이와 한 여인이 들어왔다.  두 사람의 이미지가 비슷한

 

걸보니 모녀지간인것 같았다.

 

옆에 있던 하녀가 그들에게 절을 하고서야 류안은 누구인지 알수 있었다.

 

-철썩-

 

"마..마님..."

 

조금전까지 자신에게 드레스를 입혀준 하녀는 붉게 물든 한쪽뺨을 감싸쥐고는 겁에 질린듯  귀부인을

 

쳐다보았다.

 

"누가 마음대로 이 아이에게 이런걸 주라더냐"

 

아름다운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매서운 목소리의 귀부인이 하녀를 쳐다보다가 다시 류안을 쏘아보며

 

말을 이었다.

 

"주인어른 분부라고 하십시다."

 

"뭐야. 난 믿을수 없어. 아버지가...아버지가..."

 

귀부인의 뒤에서 가만히 서 있기만 하던 소녀가 갑자기 류안의 앞으로 다가와 옷을 쫙 찢어버렸다.

 

놀란 류안은 뒤로 한발짜국 물러서며 찢어진 옷자락을 거머 쥐었다.

 

"누가 맘대로 내옷을 입힌거야.  너 당장 해고야. 나가!"

 

"에안젤님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하녀는 급히 에안젤의 앞으로 가 무릎을 꿇고 사정했다.  이번에 해고되면 남아있는 식구들은 배고픔에

 

떨어야했기 때문이였다.

 

"이분은 잘못이 없어요."

 

류안의 말이 이어지자 에안젤의 눈빛은 더욱더 올라갔다.  

 

"어디서 참견이야.  더러운것.."

 

씩씩거리며 에안젤이 류안에게로 다가가자 곧 그녀의 어머니는 딸을 자신의 품으로 당겼다.

 

"에안젤.  이쪽으로 오너라.  저녁시간이 되면 모든걸 들을수 있을게다.  지금은 아니니 돌아가자구나."

 

"그러죠. 어머니.  넌 나중에 당장 길바닥에 쫒겨날줄 알아"

 

마지막으로 또한번 류안에게 매소운 눈초리를 보낸 모녀는 문짝이 떨어질만큼 소리나게 닫은뒤 그방을

 

나가버렸다.

 

"흐흐흑"

 

"죄송해요. 괜히 나 때문에"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하녀를 보자 마음이 약해진 류안은 그녀에게 괜시리 미안해지는 마음이

 

들었다.

 

"아니에요.  아가씨 잘못이 아닌걸요. "

 

하녀는 자신의 눈가에 맺힌 눈물자국을 닦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 류안이라고 해요.  어쩔수 없이 이 저택에 들어오게 되었지만 제가 도움이 된다면  아가씨를

 

도와드리고 싶어요.  가만히 있는게 도와주는 거겠지만.."

 

"고마워요. 류안아가씨. 제 이름은 조안나라고 해요. 그리고 앞으로는 말놓으세요."

 

두사람은 자신들의 처지를 공감해서인지 서로를 바라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류안은 잠시

 

마음을 나눌수 있는 첫친구가 생길것이라는 생각에 조안나의 손을 꽉 쥐며 좀더 강하게 미소를 지었다.

 

 

 

 

 

 

"할아버지...흐흐흑"

 

낡은 침대에 누워 거의 의식을 읽은 아퀼트를 쳐다보며 류안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에게

 

죽음이 다가올꺼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다가올줄은 몰랐었다.

 

"류안..."

 

마지막 힘을 내어 아퀼트는 류안에게 말을 하였다.

 

"불쌍한 류안아가씨..."

 

"무슨 말씀이세요.  전 할아버지의 손녀 류안이에요.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

 

두눈가의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며 류안은 아퀼트의 손을 부여잡았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얘기를 잘 들으십시오.  제가 도와줄수 있는건 이것뿐..앞으로 험난한 미래가

 

아가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말하기가 힘에 겨웠는지 아퀼트는 조금 쉰뒤 다시 입을 열었다.

 

"아가씨의 어머니는 인간이 아닙니다."

 

"네..?"

 

너무나 뜻밖의 말에 놀란 류안은 머리가 어지럽기 시작했다.

 

"충격인걸 알지만 계속 들으십시오.  아가씨의 어머니는 빛의 여왕이신 슈라의 막내따님 헤르나님

 

입니다.  저는 헤르나님을 모시는 신관이였습니다. 

 

16년전 카렌협곡에서 실비앙님과 마주치지만 안았어도 평범하게 빛의 여신으로써 살아가고 있

 

었겠지요.  하지만 운명을 비켜갈수는 없는법...짧은 사랑은 폭풍처럼 커져버렸으며  곧 사랑의 씨앗인

 

아가씨가 태어나고 말았습니다.  이 사실을 안 빛의 여왕인 슈라께서는 엄청나게 화를 내셨습니다.  가

 

장 순결한채로 빛의 기운을 맺어 자녀를 낳아야 하는데 일개 인간의 아이를 낳았으니..."

 

어느새 아퀼트또한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있었다.  지난 세월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던

 

것이었다.

 

"제 어머니는 어디계신가요?"

 

"아가씨의 어머니는 슈라님의 벌로 해산을 하다 명이 다하여 한줌 빛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저또한

 

벌을 받아 이렇게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텨가고 있지요."

 

"그럼 아버지는...아버지는 왜 괜찮나요?"

 

아퀼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누구보다 크게 고통을 받았던 사람은 아가씨의 아버님이십니다.  그분은 자신의 새생명을

 

직접 죽여야만 했으니까요.  운명이 그렇게 만들었으니까요....으으윽 콜록콜록"

 

세찬 기침을 해대자 아퀼트의 입주위에서는 선혈이 튀어나왔다.

 

"아가씨는 이제 혼자서 운명과 싸워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새 생명을 부여받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불행하단 생각을 하지말고 항상 꿋꿋하게 모든것을 헤쳐가십시오.  전 그럼...아무것도..으윽"

 

아퀼트는 심장이 조여오는 고통에 몸부림을 치다가 재빨리 류안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이건 아가씨 어머니..유...품....입니다.....힘들때면.....으윽.."

 

류안의 손에 목걸이를 힘겹게 건네준 그순간 아퀼트의 목이 한쪽으로 제쳐졌다.  숨이 멈춘것이었다.

 

"할아버지.  안돼...안돼......흐흐흑"

 

큰소리로 흐느끼는 류안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밖에서는 기다렸다는듯이 하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마 시신을 다른곳으로 가져가려고 하는듯 했다.

 

"싫어요.  할아버지는 저하고 있어야 해요...안돼..........."

 

빈 지하방에는 처절한 류안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흘려나올뿐 어떤 소리도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