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산에 갔다가 수상한 놈 만났어

꾀꼬리2022.03.11
조회1,049
매번 눈팅만 하다가
밤새고 처음 톡톡남겨봐(참고로 나는 여자)

우리집 멍뭉이 산책코스 중에 뒷산 산책로가 있거든
근데 어제 산책을 좀 늦게 나가서
시간대가 나오는사람은 있어도 들어가는 사람은 없었어
산은 껌껌해지면 위험하고 무섭잖아

나도 해질거 같아서 안가려다가 진입로 근처에서
멍뭉이 산공기만 좀 쐬주자 싶어서 잠시 올라갔어

일단 산에 진입하면 바로 양갈래 길이 나와
데크 산책로쪽이랑 약수터로 가는 흙길

원래 산책로쪽으로가는데 금방 나올 참이라
흙 좀 밟게 하려고 흙길로 가려고 하니까
멍뭉이가 싫다고 버티는 바람에
그냥 산책로 쪽으로 걸어갔어

데크는 일자 흙길은 내리막길이라 내려다보이거든
멍뭉이 볼일보는 참에 주변 둘러보니까
어떤 젊은남자가 혼자 손에 뭘들고 흙길로 내려가는거야

이시간에 산에 왜들어가지 좀 이상하다 생각했어
요새 산불도 많이나고 하니까 뭔가 좀 의심스럽다고 할까?

일단 그사람 들어가는거 봤고 좀 더 밑에선
약수통 큰거 든 아저씨가 나가려고 올라오고 있었어

그거보고 난 다시 멍뭉이 산책하다 냄새맡는다고
잠시 멈춰서 있었거든
근데 뒤에서 갑자기 누가 말을 거는거야

바로 흙길로 내려가던 그 남자가!!!
차림새도 분명히 봤고 손에 뭘들고 있던건 물이랑 모자였어

내가 의심스럽게 보기도했고
분명 좀전에 산와서 흙길로 내려갔는데
그새 다시 이쪽으로 올라왔다고??
너무너무 이상하고 찝찝하더라

거기서부터 강아지 너무 예쁘게 생겼다고
쪼그려앉아서 우리 멍뭉이 만지면서 말을 거는거야

대충 대화내용은

남: 강아지가 너무 예쁘네요 이름이 뭐예요
나: 네? 아.. ○○에요
남: ○○진짜 귀엽네요 몇살이에요?
나: 아..○살이에요
남: 목줄 제가 한번 잡아볼게요
나: 네?? 하하.. 아니요 강아지가 불편해할거 같아요
남: 괜찮은데 한번 줘보세요
나: 아니요 죄송합니다 나가야돼서요
남: 아 그래요 (아무말없이 계속 앉아있음)
.
.
.
나: ○○나가자 이리와
(멍뭉이 눈치없이 코박고 냄새 맡아서 줄을 좀 잡아당김)
남: 억지로 그러시는거 아니에요?
나: 괜찮아요 해진다 나가자 아님 들어서 갈거야
남: 이쪽으로 잘 안오시나봐요?
나: 아니요 자주오는데
남: 그래요? 난 못봤는데
나: 아 네 가자(멍뭉이 들어올림)
남: 강아지 이름 뭐였죠? 아 맞다 ○○
○○ 다음에 보자(황급히 뒤돌아서 빠른걸음)


뭐 이런 대화였어

강아지 좋아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어도
살다살다 강아지 예쁘다고 목줄을 달라고 하는사람은
처음 봤어
강아지 이쁘다더니 1.2분만에 이름을 잊어버리고 본적이 없다니 멍뭉이는 아빠가 거의 매일 산에 데려가는데..
불편한 내색을 하는데도 버티고 있는거보고
아 진짜 이상하다 위험하다 생각이 들었어
(이미 말건순간부터 비상상태였지만)
사람도없고 섣불리 행동했다가 무슨일이 일어날지
등 뒤에선 식은땀이 나더라

아까 큰 약수통 들고 올라오던 아저씨마저 나가기전에
빨리 나가야겠구나 싶어서 멍뭉이 번쩍 안고보니
그남자가 도망가듯이 막 빨리 나가는거야
나도 긴장상태로 뒤따라 나가보니
약수통아저씨 뒤에 그남자 그 뒤에 나 이렇게 나가고있었음

그리고 산 빠져나가면 바로 주거단지거든
뒤도 안돌아보고 다다다다 걸어가길래
무서워서 딴길로 갈까하다가
행인들도 있겠다 멍뭉이안고
멀찌감치 뒤에서 따라가봤는데
골목으로 사라지는거까지만 보고
으슥한 골목이라 안따라감 ㅜㅜ

그뒤로 진짜 기분이 너무 찝찝하다
수상한 놈 뭐하는 ㅅㄲ가
산에와서 나한테 말걸고 바로 나갔는데
저러는거 오늘만이 아닐거 같은데
동네에 사건사고 없나 검색해보게 되고 잠을 못잤네

내가 오바하는건가? 싶다가도 그냥 소름끼쳐 ㅜㅜ

난 당분간 산은 못다닐거 같애

다들 저녁에 산에 가지 마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