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너가 읽기를 바라며

과일바구니20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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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헤어졌다.끝날 듯 끝나지 않던 사랑이 결국 고꾸러 넘어진 심경은,한편으로 착잡하고 한편으로는 밉다.나는 정말 너를 많이 사랑했다. 그것 하나만큼은 너도 결코 부정하지 않았던 사실이다.너의 시답지 않은 장난에도 울고 웃으며 버텨왔던 1년이다.나도 많이 지치기도 했다. 너의 거짓말에, 너의 기만에, 때로는 너의 심한 말에 상처 받았다.그럼에도 너를 사랑했던 이유는 손가락과 발가락을 모두 다 접어도 끝이 없이 나열할 수 있었다.사실 너를 만나기 이전에도 여럿 남자들과 연애를 했다. 키 큰 남자, 키 작은 남자, 상냥한 남자, 까칠한 남자, 참 많고도 많았다.너는 내게 그 이상의 의미였다. 내가 이 남자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다투었지만 동시에 너가 없는 나의 미래는 암흑이었기에.나는 너를 잘 안다. 행복했던 과거를 묻기 위해서라도 금방 다른 여자를 만나 마음을 나눌 것이다.나도 그럴 거다. 청승 맞게 혼자 널 기다리는 짓 같은 건 하지 않을 예정이다.이 글이 마지막이 될 거다. 다시 돌아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하루 내내 끊이지 않게 나눴던 꿈 얘기들과, 지인들에 대한 불만, 이상한 곳에 난 뾰루지에 대한 투정, 마음 속 깊이 담아두었던 이야기들. 이 모든 게 없는 하루는 고요하기만 하다.세상의 모든 소리가 너로 하여금 잡아 먹힌 것만 같다.너와 함께한 시간들보다 내가 혼자 살아간 시간이 스무 배는 더 많은데 왜 그리 유난인지 모르겠다.너가 1년 동안 참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좋겠다.다 긁어 모아 이제 남은 사랑이 없겠다고 여길 만큼.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한동안은 너에게 주어 바닥나버린 사랑을 조금 가꿔야 할 거다.목구멍 끝까지 올라왔지만 하지 못했던 말들, 너의 부조리함에 혼자 울며 불며 지새웠던 날들 모두, 가다듬고 날려버리기로 했다.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어도 우리 아는 척은 하지 말도록 하자.너도 알듯이 나는 참 여리고 위태로운 마음을 가졌다.그냥 사랑만 했던 시간들이 그리울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너가 나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생각했던 때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