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량 정작 안줄고 수학능력 저하만 불렀다"…거꾸로 가는 수학과목 교육과정 개정

ㅇㅇ2022.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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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계 '2022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 연구'
종료 앞두고 비판 목소리


향후 5~6년간 초중고 수학교육의 향방을 가를 ‘2022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 연구’가 이달 중 윤곽을 드러낸다. 수학교육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교육과정 개정 방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생들의 학습량 경감을 이유로 교과과정을 축소하고 수업시수를 줄이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수학회는 16일 2022년 수학 과목 교육과정 개정 관련 입장문을 내고 “학점제 도입은 어려운 과목을 기피하고 쉬운 과목으로 쏠림 현상을 조장하고 악화시킬 우려가 크므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며 "수학 과목의 학습 내용과 수업 시수를 15년 전 수준까지는 못 미치더라도 일부나마 복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007년, 2009년, 2015년에 이어 올해 교육과정 개정한다고 예고했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 9~10월 ‘역량함양 교과 교육과정 재구조화 연구 공청회’를 열어 과목별 개정 방향을 공유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교육부가 공개한 개정 방향을 보면 학습량 경감과 창의융합 교육 등 기존 교육과정 개정의 기조를 계속 이어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고등학교 교육의 총이수단위는 2007년 개정교육과정에서 216단위였으나, 2009년 210단위, 2015년 204단위로 줄어든 데 이어 12단위가 더 줄어든 192단위로 축소된다. 또 기초과목의 필수 이수단위도 2009년 개정교육과정에서는 15단위였으나 2015년 10단위로 줄었고, 2022년에는 8단위로 줄 것으로 보인다.

융합교육과 학생의 선택권 확대 기조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학은 선택과목의 수가 2015년 9개에서 2022년 13~20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수학 선택과목은 총 세 분류로, ‘일반선택과목’에는 함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 ‘진로선택과목’에 기하, 미적분Ⅱ, 수학과 인공지능, 수학과 경제, 고급대수, 고급미적분, ‘융합선택과목’에 수학과 문화, 수학과 데이터, 수학과제탐구, 자유설계수학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수학회는 이와 관련해 “2015 개정교육과정의 결과 수학, 과학 학습내용이 더욱 부실해졌고, 특히 이공계 진학 학생들의 대학수학능력이 심각하게 저하됐다”며 “현재 추진 중인 2022 교육과정 개정안은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수학회는 이어 “기하와 미적분Ⅱ를 수학과 인공지능, 수학과 경제 등의 주변과목과 함께 진로선택 과목으로 분류하는 납득하기 어려운일이 추진되고 있다”며 “위계가 뚜렷한 수학교과의 특성을 무시한 채 고교학점제라는 틀에 끼워 수학과목 간 연계성을 없애라는 등 학습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학교육 전문가들은 지난달 25일 대한수학회가 대한수학교육학회, 한국수학교육학회와 ‘2022 수학과 교육과정 개정의 핵심 쟁점과 우려’를 주제로 공동으로 개최한 수학교육포럼에서도 현재 진행 중인 교육과정 개정 방향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초중고에서 전반적으로 이뤄지는 학습내용 축소, 삭제가 지적을 받았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황지현 한국교원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2015년 개정 당시)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점진적인 전이를 이유로 중학교 1학년 때 배우던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의 활용 부분을 삭제했고, 중학교 3학년의 교과내용이 많다는 이유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중학교 2학년 교육과정으로 이동시켰다”며 “무리수도 알지 못한 채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학습하다 보니 여러 한계점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학습량을 줄인다고 학습 내용을 없앴지만 실제 학습자의 부담은 오히려 계속 커지고 있고, 선생님들도 여러 방식의 교육을 준비하다 보니 해야할 일이 더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발표자였던 이진호 숙명여대 수학과 교수는 선택과목의 잘못된 분류와 불필요한 융합과목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수학은 위계가 있는 교과목인데 중간 내용이 빠지면서 여러 부분에 영향을 준다”며 “수학과 과학에서 핵심인 기하와 미적분은 진로선택과목이 아닌 일반선택과목에 포함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진로선택과목에 포함된 수학과 인공지능과 융합선택과목에 있는 수학과 데이터는 무슨 차이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관련학과 교수들은 학생들이 이런 융합과목보다도 수학 기초과목을 하나라도 더 듣고 오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