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장미 하나 사랑 둘 2

전선인간200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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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장미 하나 사랑 둘 2

//전편에 이은 글입니다. 전편을 읽고 읽어주세요 

 

 

장미는 요즘 하루하루가 너무나 새롭고 행복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는 저녁 노을처럼 달콤하고 분위기 있는 세윤의 미소가 그녀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또 다음날이면 새벽 공기처럼 신선하고 밝은 하윤의 귀여움이 장미의 가슴을 통통 뛰게 만들어 주니까


벌써 한 달째 계속된 두 남자와의 릴레이 데이트가 장미에게는 어느덧 세상에서 가장 크고 소중한 일과가 되어버렸다.

장미는 천천히 두 남자에 맞춰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세윤을 만나는 날이면 장미는 우유배달 복장과는 조금 거리가 먼 단아한 정장스타일의 옷을 입게 되었고 하윤을 만나는 날이면 장미는 자신도 모르게 힙합스타일의 옷을 찾아 입게 되었다.


오늘은 정장을 입는 날!

여전히 하늘의 빛깔을 얼굴에 담은 세윤이 2층 창문에서 장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쩜 똑같은 얼굴의 두 형제가 저렇게 다른 분위기를 가질수 있을까?’

장미는 세윤과 하윤을 생각하며 서서히 미소를 지으며 2층 창문의 세윤에게 인사를 건낸다.


“안녕 세윤 오빠!”


“안녕”

세윤은 천천히 손을 흔들며 미소를 가득 담은 체 장미에게 인사를 하였다.

세윤의 방안에선 어디선가 영화에서 들은 듯한 음악소리가 들린다. 아름다운 남자의 가성소리가.....


“어...어 이 음악은?”


“장미도 이 곡 아니?”


“어..그게 내가 한 감수성, 문학 만땅 소녀라서 잘 알지. 근데 알긴 잘 아는데 내가 무척 좋아하는 영화에서 나온 노래 인데... 헤 솔직히 곡명이 잘 기억이 안난다... 이궁 내 머리는 장식인가봐”

장미는 곡명을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툭 친다.


“풋~! 이 음악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에 나오는 곡이야. [파리넬리]라는 영화에 나오는

‘나를 울게 하소서’라는 곡이지“


“아 맞다. 파리넬리 나도 그 영화 엄청 좋아하는데”


“정말? 장미도 파리넬리 좋아해?”


“응”


“파리넬리 보면 그렇잖아. 거세를 당한 동생과 그리고 그의 곡을 작곡하는 형

그 두 형제에게는 세상에 그 들 둘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잖아. 그치만 동생은 목소리를 얻기 위해 거세를 한 과거에 그리고 형은 동생에 대한 열등감에 그 어떤 여자도 사랑하지 못하고.....그러다 긴 시간이 흐른 뒤에 비로소 그 둘은 한 여자를 진심으로 함께 사랑하게 되잖아.

꼭 그 둘이 하윤이와 나 같다. 하하“

세윤은 우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의 큰 눈엔 천천히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치만 머 파리넬리의 형제들은 서로 부족한 게 있었잖아. 오빠랑 하윤오빠는 두 사람 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격체로 멋지고 잘생기고 매력 있는데 왜 그런 걱정을 해! 그런 걱정은 이제 그만 접어두세요!“


“한 사람의 인격체라 과연 우리가 한 사람 한사람의 몫을 할 수 있을까”

장미는 계속해서 우울해 하는 세윤을 보며 서둘러 이 무거운 분위기를 반전시켜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 머 그런 무거운 소리는 그만하고 어서 빨리 우유나 한 컵 들여 마셔! 얼릉 내가 눈 뜨고 보고 있을 테니까! 내가 오빠 우유 잘 마시라고 노래 불러줄게! 잘 들어!

우유 조아! 우유 조아! 세상에서 제일 좋아!”

장미는 그 자리에서 빙글 빙글 돌아가며 우유광고에 나오는 CM송을 따라 부른다.


“하하 알았어. 고마워 장미야! 잘 봐 나 지금부터 마신다.”

세윤은 장미에 대한 고마움만큼 유리잔에 가득담은 우유를 벌컥 벌컥 들여 마시기 시작했다.


“근데 오빠가 파리넬리 이야기하니까 파리넬리도 보고 싶고 지금 나오는 노래도 듣고 싶다.”


“응..그래? 우리 집에 그 영화 애장판 DVD도 있고 카운터테너 정세훈씨가 부른 나를 울게하소서 음반도 있는데......?”


“와 정말? 그럼 오빠! 나 언제 오빠 집에 그 영화 보러가두 돼? 하윤오빠랑 나랑 같이 이렇게 세 명이서 보면 되것다. 아 참 이제 좀 있음 발렌타인데이잖아! 나 그때 그럼 초콜렛 사들고 갈게 그래도 돼?”


“어....어...그게.... 응... ”

세윤은 말을 더듬거리다 서둘러 다른 방향으로 말을 돌리기 시작했다.


“참 장미야 현관에 우산 놓아두었거든 꼭 챙겨가”


“잉 우산을 왜? 하늘도 맑고 오늘 일기 예보도 맑음이었는데......”

장미는 두 손을 이마에 대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날씨다.


“아 우리 어머니가 비온다구 하셨거든 우리 어머니 이상하게두 날씨를 거의 다 맞추셔 오늘 비온다구 하면 비오고 눈온다구 하면 눈이 오더라구 일기예보가 틀릴지언정 우리 어머니의 예고가 틀린 적이 없어 신기한 능력의 소유자시지”


“어 정말? 신기하다. 사실은 나도 특이한 능력하나 가지고 있는데”


“응? 너두 ? 무슨 능력인데?”

세윤은 신기한 듯 장미를 쳐다보며 말한다.


“순간기억능력!”


“순간기억능력? 그게 머야?”


“그게 머냐면 왜 사람들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사물이나 형상같은 걸 잘 기억 못하잖아

근데 나 딴 건 기억력이 없는데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형상은 다 기억한다.

히히 되게 신기하지?“


“정말? 잠시만......”

세윤은 옆에 있던 스케치북을 가져와 스케치북 안에다 매직으로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장미야 지금 내가 스케치북 빠르게 넘길 테니까 내가 머라고 적었는지 맞춰봐”

세윤은 빠르게 스케치북을 넘기기 시작했다.


장미는 스케치북을 쳐다보다 마지막장이 넘겨질 무렵 세윤에게 말했다.


“&#49324&#46993&#54644 이네”


“우와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어떻게 그걸 맞출 수가 있지 대단하다. 정말”

세윤은 장미의 순간지각능력에 대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근데 오빠 그 숫자의 의미가 머야?”


“응! 응 그건 나중에 니가 그 숫자들을 인터넷 검색엔진에 그대로 쳐봐 그러면 답을 알거야”


“치 머야 완전 미스테리네 미스테리..

악! 큰일났다. 오빠랑 대화한다구 1교시 늦겠다. 오빠 나 이제 가볼게! 참 비가 올지 안올지는 모르지만 어머니께 우산 고맙다구 전해드리고 하윤이에게도 안부 전해줘!“


“응... 근데 장미야 앞으로 당분간 하윤이 못 볼지도 몰라.”


“응? 왜?”


“하윤이 조금 아파”

세윤은 다시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디가 얼마나 아픈거야?”


“으응...그게... 아악.”

세윤은 무언가에 찔리기 라두 한 듯 가벼운 비명소리를 내었다.


“어 왜 그래 오빠?”


“아..아냐... 잠시 모서리에 찔려서...”


“칠칠맞지 못하기는...... 그런데 하윤오빠 많이 아파?”


“아 아니..그냥 감기 몸살 인가봐..”


“에이 머야 감기 몸살정도로 남자가....하윤오빠한테 어서어서 일어나라고 해 내가 일등급 우유로 배달해 준다구 알았지?”


“응 그래..”


“그럼 오빠 나 간다. 안녕”


“응 안녕 장미야”


장미는 수업시간에 늦었는지 평소보다 서둘러 자전거를 몰고 세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형 왜 장미에게 내가 아프다구해”

하윤은 그제서야 세윤의 등을 꼬집던 손을 놓으며 말했다.


“너 많이 아프잖아. 그래서 이제 장미를 못 볼지도 모르잖아. 그래서.......”


“그래두........”


“참 형 장미 오늘도 무지 이뻤어?”


“응 장미 오늘도 무지 이뻤어. 언제나 처럼....... 아까 너두 들었지. 장미가 우유 마시라고 우유송 부르는 거 빙글 빙글 돌아가며 부르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하윤이랑 함께 봤음 좋았을 텐데....... 참 장미가 너 얼릉 나으라구 일등급 우유 배달해준데 그러니까 너 꼭 얼릉 나아야해 알았지....... 응.......“


“응....... 근데 형 나 조금 피곤하다. 나 침대에 좀 뉘여줄래”

하윤의 건조한 목소리로 세윤에게 말했다. 하윤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세윤은 느끼고 있었다.


“형....... 나....... 장미 너무 보고싶다.

한번이라도 가까이에서 장미랑 이야기하고 같이 있고 싶다. 형.......“

침대에 누운 하윤이 세윤에게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응..그래...우리 그럼 발렌타인 데이에 장미 초대하자. 그래서 집에서 같이 영화두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하자. 그러니까 힘내 응”


“형 장미가, 장미가 이런 나를 이해해줄까?”


“........ 장미는, 장미는 이해 해 줄꺼야. 알잖아 장미 밝고 착한 아이인거. 그러니까 장미를 믿자 우리 하윤이 많이 힘든 거 같은데 조금 자”


“응 형 나 조금만 잘게”

하윤의 등 뒤에서 세윤은 동생이 흐르는 식은 땀을 닦아줄 수 없는 자신이 슬퍼지기 시작한다. 그리곤 조용히 잠들기 시작한 하윤의 손을 꼬옥 맞잡았다.



그날 오후 일기예보에는 없었던 우울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