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시죠

궁상2022.04.10
조회1,105

평년보다 조금 늦게 봄이 찾아온 것 같습니다.

이제는 가벼운 샴브레이 셔츠 한장에도 쌀쌀함을 느끼지 못하는 걸 보니 비로소 완연한 봄이 왔나 봅니다.

당신, 잘 지내고 있나요?

 

오늘은 간만에 꽤나 멀리 나와서 혼자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이제 고개를 들고 있는 나무도, 꽃도 보고싶은 마음에 말입니다.

시간이 어찌나 빠른 지 이제 시작한 것만 같은 2022년도 벌써 4월을 맞이했습니다.

4월만 되면 유난히 당신 생각이 많이 납니다. 그대 생일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피는 벚꽃들을 보면 당신이 떠올라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당신이 궁금해 달달 다리만 떨며 보내기도 합니다.

물을 사람도 없고, 알 수 있는 방법이 내게는 없으니 그저 하늘만 보면서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답 없을 글 이겠지만 그래도 한번 보내 보네요. 확인하지 않을 메일 이어도 언젠가 볼 일이 있지 않을까 하고.

 

마지막으로 당신 목소리를 들은 날, 나와 통화하거나 만난 후엔 너무 힘들다던 이야기를 듣고 전화를 끊은 날. 세상에 태어나 그렇게 운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찌나 속이 상하고 아프던지. 그런 말 꺼내게 한 자신이 얼마나 못나고 미웠던지.

다시는 그러지 않으리 생각하며 오늘까지 이따금씩 찾아오는 그리움을 이기려 정말 애썼습니다.

그래도 사랑 고백을 하려 쓰는 글이 아니니 너무 싫어하지 말고 편한 맘으로 읽어 줬음 좋겠습니다.

 

코로나는 잘 피해갔나요? 내 기억으로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만 해도 마스크 없이 봤던 것 같은데. 아니면 마스크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당신이 빛났었던 걸 수도 있고.

저는 운이 좋게도 백신도 맞지 않았음에도 잘 살아나왔습니다. 주위사람들 다 걸리는데도 희한하게 걸리지 않더군요. 아플 정도로 여유롭지 못해서 그랬나 봅니다.

 

우리가 못 본사이 당신도 그러하겠지만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가게를 오픈 해서 장사도 하고, 영화 촬영, 음향 녹음 등 새로운 일들도 해봤고 독립 영화 상영회의 오프닝 무대에서 노래도 몇번 서보고…

응급실에 몇 주를, 큰돈을 잃어도 보고. 더 큰돈을 벌어도 보고.

항상 그랬듯 내 인생은 참 바람 잘 날이 없습디다.

 

오늘은 내게 꽤나 의미가 있는 날 이기도 합니다.

오랜 기간의 준비와 노력이 일말 결과물을 내놓은 날입니다.

아주 오랜 시간 돈과 싸워가며 방법을 갈구하다 이제서야 조금의 방법을 알 것 같네요.

많이 모으는 것 보다 많이 벌으려 노력했고, 비로소 조금의 벽을 깨 놓은 것 같습니다.

시간이 몇 년 더 흐른다면 그래도 내 보잘 것 없는 인생정도는 몇 단계 위로 올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날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관계의 친구도 한 발 멀어지니 뒤에서 내 험담을 한다고 하던데. 제가 조금이나마 좋은 결과를 내니 배가 아팠나 봅니다.

듣는 이들로 하여금 그들이 믿고 싶은 대로 믿으라 두었건만 함묵하는 자는 죄인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배우게 하더군요. 속은 쓰렸지만 한 번 더 인간관계에 대해 배웠습니다.

그저 올 때가 되어 왔고, 떠날 때가 되어 떠난 사람들 이리라.

 

잘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곁에 모든 이 들이 당신에게 웃음만 주고 당신을 잘 보살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웃으며, 맛있는 것들만 먹고 곧 만개할 예쁜 꽃들처럼 하루하루가 영원한 봄과 같고 쉽지않은 이 세상이 즐겁기만 한 놀이터 이길 바라봅니다.

 

다시 찾아온 봄. 당신도 좋은 사람과 좋은 곳에서 이 볕을 즐기고 있길 바랍니다.

 

요즘 너무도 자주 내 꿈속에 나타나는 당신이 실제 당신의 무의식 이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옳은 곳으로 걷게 되길 바랍니다, 건강하길 바랍니다, 행복하길 바라고 편하길 바랍니다.

 

너무 궁금한 그대. 내가 당신의 맘 속 어떤 모습이건 그 맘속 구석 어딘 가에 조그마하게 나마 존재하길 기대해 봅니다.

당신 마음이 전보다 편해졌다면 나랑 커피 한잔 할 수 있음 좋겠습니다.

귀한 시간이겠지만, 그저 옛 지인 이라고만 생각하고 잠깐 볼 수 있음 좋겠습니다.

사랑 이야기 같은 실례 하지 않을 테니 부담스럽지 않게 생각해 주어 얼굴 비춰 줬음 좋겠습니다. 내 인생의 모두를 그 곳에 두고 왔으니, 잠시 나마 볼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내 기억이 시작된 이래로 이 마음은 항상 그랬고, 오늘도 그렇듯 내일도 그럴 겁니다.

 

당신, 잘 지내고 있나요?

안녕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