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서 부모님께 비교.잔소리 언제까지 듣고 사나요?

ㅇㅇ2022.04.14
조회13,938
지방에서 태어나 지금은 수도권 살고 있는 30대 여자입니다.제 고향에서 살고 계시는 친척 어르신에게서 선 자리가 들어왔습니다.부모를 반드시 모시고 살아야만 하는 외동아들로부모님 모시고 아들딸 낳고 한 집에서 삼대가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저를 본 적은 없지만 조건만 듣고 맘에 든다고 합니다.우리 어머니가 시부모를 모시고 10년을 넘게 사셨는데그걸 장녀인 제가 보고 자랐으니 저도 어머니처럼 시부모를 잘 모실 것 같다며꼭 만나고 싶다 했답니다.제가 삼대가 함께 사는 화목한 집안에서 자랐으니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분명히 성격 좋을 것 같고 어른들에게 예의바를 것 같다고도 했고요.좀 사는 집 외동이니 이 정도면 괜찮은 선 자리라 하는데 맘에 안 들어서 거절하긴 했습니다. 그냥 친척 어르신 얘기 듣고 옛날 생각 나서 글 써봐요.

우리 집 가정환경부터 말할게요지방에서 삼대가 한 집에서 살았습니다.
부모님은 맞벌이였습니다. 그 시대, 그 지역치고는 특이하게 어머니가 일을 해서 돈을 벌면서 아버지보다 수입도 더 많았습니다.정확하게 얼마나 벌었던 건지는 잘 모릅니다.저도 그냥 할아버지에게 들은 얘기입니다.늘 아버지에게 대학교 씩이나 나와서 고졸인 며느리보다 적게 버는 거 안 창피하냐고 했으니맞을 겁니다. 그럴 때면 꼭 가슴도 같이 치면서 내가 너 때문에 사돈댁 볼 낯이 없다고도 했고요.
그러다 제가 10살 때 쯤 아버지가 수도권에 돈 많이 주는 직장으로 참 운좋게 이직하면서이사와서 그때부터 쭉 여기서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도 근처에 새 직장을 구해서 여전히 맞벌이 중입니다. 조부모님은 거기 남으셔서 네 식구만 살게 되었습니다.
고향에서 부모님이 집에 없을 때 저와 동생을 돌본 건 조부모님이었습니다.특히 할아버지가 참 다정했습니다.꼭 오늘은 어느 친구랑 뭐하고 놀았는지 물어봐주고, 받아쓰기도 시키고, 할아버지 친구 만날 때 우리도 데려가서 인사시키고 했습니다.그때 우리를 길러주신 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정말로 좋아해요. 지금도 조부모님 생각하면 좋은 감정 뿐입니다.그렇긴 한데 지금 생각해보면 좀 쎄하네요.

어린 시절 기억들은 다 희미한데 유달리 강렬하게 남아있는 기억들이 좀 있습니다.할아버지는 밤에 저녁 다 먹고 나면 저와 제 동생을 자기 바로 옆에 앉혀놓고 아버지는 자기 바로 앞에 앉으라 하고 자주 여러 얘기를 했었습니다.
내 친구 누구 아들은 고졸인데도 서울에 있는 회사에 취직했단다옛말에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 했는데나도 아들 낳은 거 서울 보내려 했는데넌 왜 걔처럼 서울에 있는 회사에 취직 못해공부는 니가 더 잘했는데
내 친구 누구 아들은 은행에서 대출 받아서 XX시 한복판에 있는 아파트를 샀다더라넌 걔처럼 은행에서 대출이 나오기나 하냐내가 은행 직원이었어도 너 따위에게는 돈 안 빌려줘
내 친구 누구 아들은 차를 뽑았는데 그 차가 ..... <이 뒤로 잘 기억 안남>넌 그 나이 먹고 차 한 대 없는 거 스스로도 안 창피하냐
오늘 내 친구 누구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널 멀리서 봤다며 놀라더라XX대학교 졸업한 인재가 왜 여기 있냐고.내가 그래서 거기서...  <이 뒤로 잘 기억 안남>
너 내가 셋째 아들인거 알지나라고 이 집을 물려받은 건 줄 아냐큰 형만 제사 지낼 장남이라고 집 물려줘, 돈 물려줘내가 젊은 시절 번 돈 한 푼 두 푼 모아서.....  < 이 뒤로 잘 기억 안남>

우리 할아버지어렸을 때는 세상만사 할아버지 하나만 믿으면 되고우리 할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하고 우리 집은 할아버지 하나 덕분에 굴러가고저 나이 먹도록 철 안 들고 있는 한심한 우리 아버지를 저 나이까지 계속 교육시키는 좋은 할아버지인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약간 심장이 떨리네요.저도 이 나이 먹도록 집도 없고 차도 없는데.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우리 할아버지가 옛날 분이라서 워딩이 좀 쎘습니다.
다른 집은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한데 익명이니까 물어봅니다우리 집처럼 삼대가 같이 살았거나 지금 살고 있는 분 있나요?이번 선 자리 들어온 게 제가 화목한 집안에서 자랐다며 들어온 건데 우리 집안 이 정도면그래도 화목한 편인거죠?다들 밖에서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삼대가 한 집안에서 같이 살면 저 정도 잔소리와 비교는 들으면서 사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