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우울증이 오신 어머니, 어떡하면 좋을까요.

ㅇㅇ2022.04.17
조회53,280
+많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아버지께서는 어머니가 제발 일 안 하고 쉬시길 바라십니다.
여태까지 함께 두 아들 딸 잘 키워 준 게 너무 고맙다고, 엄마로서 너무나도 수고했다고. 그냥 이제는 취미생활 만들어서 쉬시길 바라십니다.
오죽하면 아버지께서 각종 취미 조사해오셔서 어머니께 이건 어떠냐, 이건 어떠냐 다 물어보셨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취미생활 그런 건 아예 관심이 없으십니다.
그나마 하시는 게 헬스장에서 두 시간 운동 하시는 거였습니다. 그렇게 삶의 낙이라고 주장하시던 운동이 요새 재미 없으시다고 합니다.
돈을 벌고 싶으시대요. 돈 버는 재미에 사셨는데 이제 재미가 사라졌다고 하십니다.
저는 대학생이라서 차마 어머니의 삶의 노고를… 그렇게 생각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차마 쳐다볼 엄두도 안 나네요.
어머니께 죄송하고 또 감사합니다.
간호조무사 이야기는 어머니께서 실업급여 기간에 구직을 못 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안을 찾아 드린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아버지께서는 평소에 어머니 생각 정말 많이 하신다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좋은 댓글들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ㅠㅠ
개강 전까지 어머니 데리고 정말 많이 놀러다녔어요. 처음에는 저랑 바다도 많이 가고, 예쁜 카페라던지 맛집 등등도 가구요. 그러다가 이모들께서 아시는 예쁜 곳들 많이 가봤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한 번도 전에 일할 때 처럼 행복한 미소는 짓지 않으셨어요….. 올 때 여쭈어보면 일 그만두니까 일하시는 직원들 보며 ‘저 사람들은 일해서 좋겠다…’ 이런 생각이 온 종일 드셨다고 하셨어요.
어머니께서는 산부인과 다녀오셨습니다. 갱년기 맞으신 것 같아요. 많이 혼란스럽고 힘든 시기 맞는 것 같아요. 다들 본인 경험들 공유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많이 고민해 보고 쓴 글인데 다들 그만큼 고민 해 주신 흔적이 보여서 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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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남겨보는 글이라서 두서가 없을 수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는 올해 20살이 된 대학생입니다.
저희 집안은 아빠, 엄마, 오빠, 제가 있고 부모님께서는 주말부부입니다. 아버지께서는 회사가 좀 멀어서 주말마다 집에 오셔요. 어머니께서는 집에서 출퇴근하셨습니다.

제 어머니께서는 한 직종에서 무척 오래 근무하셨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서 회사 상황이 악화되었고, 올해가 되자마자 퇴사를 하셨습니다.(퇴사를 당했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자의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제 어머니께서는 이 직종 말고는 다른 일을 해보신 적이 없습니다. 거기다 50대 초반이라서 새로운 곳에 취직을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구요. 무슨 직종인지 밝히기는 조금 곤란해서 밝히지 않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2월 쯔음이 되자, 어머니께서 급격히 우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전에는 정말 활기차고 씩씩하셨던 분입니다. 아버지랑 금슬도 좋으셔서 둘이서 캠핑도 많이 다니시고, 매주 주말마다 산에 가셨어요.
그런데 퇴사 한달 후, 2월이 되어서는 그냥 사람 자체가 무기력해지셨습니다. 아마 이때가 우울증 초기 단계셨던 것 같습니다.
제가 스무 살 되기까지 한 두번 정도 우셨었는데, 2월달엔 좀 많이 우셨습니다. 삶의 재미가 없으시대요. 일이 너무 하고 싶으시답니다. 일이 인생의 전부인 삶을 사신 걸 이때 뼈저리게 느끼고 저도 너무 슬펐고 너무 죄송했습니다. 제 뒷바라지를 하신다고 지금까지 열심히 일하셨으니까요.


그런데 고용보험 때문에 앞으로 9월까지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추천하셨고,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어머니께서도 초반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셨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내키지 않아 하셨습니다.
간호조무사 카페를 온통 찾아 보시더니, 50대 초반이면 너무 늦다는 말과 간호조무사 자체가 힘들다는 말을 너무 많이 보신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공부도 싫어하시구요. 저는 책을 정말정말 좋아하는데, 어머니께서는 제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책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고 말하십니다.
아버지께서는 당장은 공부가 힘들지라도, 이런 경험을 하는 것 자체가(어쩌면 실패로 남을지라도) 어머니의 인생의 밑바탕이 될 것이고, 또 좋은 경험일 것이라고 설득하셨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끝내 학원 등록을 취소하셨습니다.

또, 어머니는 사실 누구한테 의지를 정말 많이 하는 성격이십니다. 이모들하고 아버지, 주변 사람들한테 정말로 의지를 많이 하세요.
직설적으로 말하면, 혼자 있으면 불안해하는 분이십니다.


그런데 저는 올해 대학에 입학할 나이고, 제 대학은 본가에서 정말 정말 멉니다. 저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서울 상위권 대학에 합격해서 현재 다니고 있는 상태입니다. 사실 더 높은 목표가 있어 지금 대학이 원했던 대학은 아니었지만, 현재는 나름대로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는 중입니다.

오빠도 타 지역에서 대학에 다니며 자취 중이고, 아버지도 주말에만 오시고, 저는 서울에 있어 주중에는 어머니께서 종일 혼자 계셔야 하는 거죠.

2월 내내 어머니는 저에게,
‘아침이 오는 게 두렵다.’
‘ㅇㅇ야, 엄마 일 정말 나가고 싶다. 식당 잡무라도 하고 싶다.’
‘ㅇㅇ야, 엄마가 너무 한심하다. 너한테 미안하다.’
라는 말을 정말정말정말 많이 하셨습니다.
저도 어머니 많이 사랑합니다…. 이런 날 들을때마다 너무 슬픕니다. 넣은 등록금 취소라도 하고 같이 있어드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럴 순 없는 거잖아요.
이러한 상황에서 3월이 되고, 저는 개강하여 서울로 떠났습니다.
그 뒤로 어머니는 아버지께 많이 의지하셨습니다. 제가 집에 없는 동안, 저한테 하던 말들을 아버지께 계속 몇 번이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데리고 신경정신과에 데려가셨고, 약을 처방받아 오셨습니다. 하지만 그 약마저도 먹으면 어지럽다고 하셔서 못 먹으셨습니다.


이러한 소식들을 제가 대학에 있을 때는 잘 안 이야기 해 주십니다. 제가 전화로 직접 물어봐야 말해주세요. 제가 걱정할까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주 본가에 내려가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제 본가랑 대학이 정~~~ 말 멀다 보니,
지금까지 본가에 3번 정도 내려왔습니다.
오늘은 당장 며칠 뒤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공부할 것들 바리바리 싸들고 내려왔어요.
본가에 내려올 때 대화패턴은 늘 항상 이렇습니다.


나 : “엄마 이번주엔 뭐 했어?? 밥은 잘 먹었어?”
엄마 : “이번주? 그냥 멍청하게 앉아있었지… 아무 것도 안 하고.”
나 : “강아지라도 키워 볼래??” (아니면 기타 의견들을 제시합니다.)
엄마 : “강아지? 싫어…. 다 싫어 그냥.” (그때마다 부정적으로 반응하십니다.)
엄마 : “ㅇㅇ아, 엄마 알바천국이랑 워크넷 하루종일 뒤졌어…. 할 게 없더라.”(이 말을 제일 많이 하십니다)
엄마 : “고용보험 다 필요 없어. 그냥 제발 일 하고 싶어….”


이 말이 대화의 전부입니다.

그런데 금요일~일요일 오전까지, 아버지께서 잠깐 친가에 농사를 도와주러 다녀오셨습니다.
오자마자 어머니랑 저랑 아버지랑 같이 밥 먹고, 어머니께 같이 동네 한 바퀴 돌러 가자고 제안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하도 안 먹고 안 움직이시니까 억지로라도 같이 먹고 같이 움직이려고 아버지께서 많이 노력하십니다. 또한 아버지께서 운동을 좋아하시기도 하구요.)

어머니께서는 싫다고 하셨습니다.
평소에는 아버지께서 몇 번 더 같이 하자고 하시고, 어머니께서는 마지 못해 같이 나가서 바람 쐬십니다.

그런데 오늘은 아버지께서 두 번 정도 물어보시더니, 알았다고 하고 혼자 가셨습니다.

아버지가 가고 나시고, 어머니께서는 저한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느이 아빠는 엄마가 힘든 거 모르는 것 같다고.
일 갔다와서 힘들면 그냥 자지 왜 또 나가냐고.
안 그러냐고.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냐고.



근데, 지금까지 몇 주간 어머니 말을 잘 들어주다가
이 말을 듣자마자 정말 속이 무너지더라구요.




저희 집, 넉넉하지 않아요. 더구나 맞벌이였다가 지금은 아버지 혼자 외벌이십니다. 더구나 제 대학 등록금은 서울권 중에서도 꽤 비싼 편입니다.

아버지께서도 어머니 힘든 거 아세요. 제가 대학 기숙사에 있을 동안은, 저한테 맨날 카톡으로 ‘ㅇㅇ아. 기숙사 고양이 사진이라도 좋으니까 어머니께 근황 많이 보내드려라.❤️‘ 라고 수도 없이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저랑 어머니랑 잠깐이라돞 둘이 있을 때에는 엄마 상태 좀 괜찮았냐고 물어보십니다.
어머니께서도 항상 말씀하십니다. 아버지 좋은 분이시라구요.


아버지 입장에서는 5일동안 타 지역에서 근무하고 나면, 이틀동안 어머니 돌봐드려야 하고, 또 그 뒤엔 다시 회사로 가야 하고… 쉴 틈이 없으시잖아요. 아버지께서도 한 달동안 이 생활 반복하시다가 오늘 처음으로 혼자 운동 나가신 거에요.


그런데 ‘엄마, 나는 아빠가 이해가 돼. 이러이러한 상황이잖아. 엄마도 아빠를 좀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라고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에 나온 어머니의 말이
‘ㅇㅇ아, 나는 네가 제일 편해. 아빠보다, 언니들(저한테는 이모들입니다)보다, 나는 네가 제일 편해… 숨통이 트인다.’

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저는 점점 숨통이 막혀가요. 물론 제일 힘드신 분은 어머니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런 말들을 한 두번도 아니고, 몇 주 내내 들으니까 미칠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 꼭 인서울 하려고 공부 정말 열심히 했던 게 그냥 다 후회 될 정도로요. 그냥 공부 적당히 하고 집 근처 대학 갈 걸 그랬나 하는 생각…. 자퇴하고 엄마 옆에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


별 게 다 듭니다….. 대학에 있어도 그냥 불효하는 기분이에요. 죄 짓는 기분이구요.


앞으로 어머니께 어떻게 위로를 해 드려야 할지,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지도 고생이신데…


사람이 마음이 약해지면 사이비 같은 데 빠지기도 쉽잖아요. 서울 살다 보면 그런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마주치게 되는데, 어머니께서 그런 데 빠지실까 봐 겁도 납니다.



제가 아직 몇 년밖에 못 살아보고, 경험도 없어서 이렇게 게시판에 글을 남깁니다.

다시 한번 두서 없는 글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