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 부조리 고발합니다.

이병2022.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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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들 때문에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없습니다.”


저는 8군단 23경비여단 모 경비대대에서 복무하고 있는 이등병입니다.

저희 부대 용사들 사이에 악폐습으로 여겨지는 식사 예절이 몇 가지 있어서 이렇게 적어봅니다.

먼저 식사 하기 전과 후에 인사하는 것입니다. 식사 하기 전에는 후임이 선임한테 무조건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라고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인사를 한번만 하지 않고 다른 선임들이 자리에 앉을 때마다 밥 씹는 것을 멈추고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라고 해야 합니다. 만약에 제가 밥 먹는 것에 집중해서 인사를 못하거나 밥을 씹고 있느라 인사가 늦으면 식사 후 선임이 인사 안했다고 쌍욕하며 갈굽니다.

선임이 식사를 다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에도 정해진 인삿말이 있는데 바로 ‘식사 맛있게 하셨습니까.’ 입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제가 밥을 먹는 것에 집중해서 인사를 못했거나 밥을 씹고 있느라 인사가 늦으면 또 선임한테 인사 안했다고 쌍욕 먹습니다.

밥 먹는 속도도 선임보다 빨라야 합니다. 만약 제가 한참 밥을 먹고 있는데 선임이 먼저 일어나면 저도 눈치 껏 빨리 먹고 일어나야 합니다. 그래서 매일 매일 밥을 많이 남기게 되고 특히 제가 좋아하는 메뉴가 나온 날에는 더 괴롭습니다. 그래서 일과시간 내내 배가 고픕니다. 후임이 선임보다 먼저 일어나는 것도 금기시 됩니다. 만약 본인이 불가피한 사유로먼저 일어나야 한다면 선임한테 ‘먼저 일어나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어봐야 합니다. 사실 이 질문하는 것 자체로도 욕 먹습니다.

저희 부대는 식사를 하면 식판을 본인이 직접 설거지하고 식판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설거지 속도도 선임보다 빨라야 하고 선임보다 느리게 설거지하거나 식판 검사에 통과 못해서 다시 설거지하면 그 때도 온갖 쌍욕을 먹습니다. ‘선임들보다 행동이 느려터졌다.’ ‘니가 이렇게 느려터지니까 선임들이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냐.’ ‘긴장 안하냐.’ 등등

저는 중대 간부님들께 해당 고충을 말씀드렸으나 간부님들이 다 하나 같이 하시는 말이 ‘오랫동안 이어져 온 문화라서 단기간에 없애기는 힘들거다.’ ‘여기는 군대다, 호텔이 아니다. 그러니 너가 선임들하고 간부님들한테 잘 보이려면 이 중대 문화에 동화되어야 한다.’ ‘다른 중대에서도 똑같이 한다. 우리 중대가 이상한게 아니다’는 등 저를 이해시키려고만 하셨고 이런 건의를 한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셨습니다.

병영식당에 식판검사를 하시거나 용사들하고 같이 식사하시는 간부님들도 계시지만 그냥 가만히 계십니다. 심지어 제가 5월 18일 수요일 석식 때 식당 문 앞에서 선임한테 설거지 속도 느리다고 한소리 듣고 있을 때도 그냥 보고 아무 일도 아닌 듯 지나가시기만 하는 등 이 부조리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이러한 부조리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밥을 너무 빨리 먹거나 적게 먹거나 긴장하면서 먹으면 소화도 제대로 안될뿐더러 선임들 눈치 보느라 식판 설거지도 제대로 안하면 위생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밥을 편하게 먹는 것은 인간의 기본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밥을 긴장하지 않고 배불리 먹어야 건강하게 군생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밥 먹을 때 선임 한분한분한테 인사하는 문화, 밥 빨리 먹는 문화, 설거지 대충대충 하도록 하는 것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이 너무 길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글을 널리 공유해주세요. 부디 이 글이 저희 부대 뿐만 아니라 지금도 부조리 때문에 힘들어하는 타 부대 용사들한테 ‘너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심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