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안먹는다고 화내는 사람이 싫어...

ㅇㅇ2022.05.27
조회1,582
나 원래 점심 안먹어


굳이 따로 먹고싶거나 그래서 그러는 건 아니고

밥 한 끼 챙기는 시간이랑 돈이 너무 아까워

편의점 삼각김밥부터 잘 빠진 레스토랑에서 먹는 밥까지도,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을 생각하면 만족이 안 돼

진짜로 나 다른 군것질도 안하고 밥먹는 돈까지도 아껴가며 회사 생활 악착같이 하는 중이야

회사는 돈을 벌러 오는 거지 쓰러 오는 곳이 아니잖아?


그렇다고 다른 동료들 안챙기는 건 아니고 내가 뭐 얻어먹거나 받으면 진짜 피눈물 흘려가면서 그만큼 같은 값어치하는 걸로 다시 돌려주려고 하는 편이고

전에도 막 커피 돌리고 초콜릿 돌리고 그러거든


그러다 어제 진짜 어이가 없는 일이 있었는데


평소 정말 존경하는 선임 하나가 나를 부르더니 처음으로 갈궈댔어

니 밥 안먹는거 다른 사람이 불편하니 먹으래

나는 적당히 자리 피하면서 밥 먹는 시간 동안 사무실 나가 있거든

그렇다고 그 시간이 긴 시간도 아니야 30분 이내로 째깍째깍 돌아와. 업무 시작 직전에 돌아온다면 나도 그건 꼰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당연히 납득 갔을 거야

나 진짜 10분 만에도 돌아온다니까? 난 다들 나 안먹는거 암묵적으로 합의한 줄 알았지

심지어 차장님이 나 밥 안먹냐고 여쭤보실때 그렇다고 했고, 왜 그러냐 물어보시니까 밥 안먹는 이유까지도 말씀드리고 그랬다니까? 그리구 그렇구나 하고 나옴

그런데 어제 그 차장님이 나 안 먹는 이유를 까먹었는지 어 너 벌써 왔어? 그 한마디 한게 모든 일의 시작이었음



가만히 있던 선임이 나 불러내서 부드럽게 욕을 퍼붓는거야 진짜

처음에는 네 네 거리면서 듣는데, 아주 온갖 소리가 다 나와

너 같은 년은 처음이다, 또라이년 아니냐, 다른 사람들 다 너 또라이로 본다, 아침이나 저녁 안먹는 사람은 있어도 점심 안먹는 사람은 없다, 자기니까 이렇게 싫은 소리 하지 남들은 신경도 안 쓴다, 너 가난하냐, 부모님 없냐, 김치에 고추장만 있어도 이해해주겠다, 니가 초등학생 어린애도 아니고 자기가 이게 뭔 짓이냐

당연히 돈이 없으니까고, 남들이 또라이로 봐봤자 그건 니 말이고, 신경 안써주면 오히려 땡큐고, 초등학생도 아닌데 참견 중인건 너고

이 소리 나오는거 진짜 목까지 삼켰어 밉보여 좋을 거 없으니까

그러면서 난 밥 먹겠다고 그냥 순응하면서 네 네 거리면서 들었고

진짜 밥먹는거 확인한다는 소리에 도시락통까지 보겠다는 말까지 들었어 나 진짜 역겹고 비참하더라

아무튼 그렇길래, 집에 남는게 딱히 없길래 오늘 딸기 가져왔어

진짜 그 때 우연히 집에 남았던 거야

뭘 가져와도 된다고 하길래 그거라도 락앤락 통에 싸가지고 갔거든


그래서 웃으면서 부르길래 같이 합석했지

나 초년생이라 그 때가 회사 사람들하고 처음으로 같이 먹었던 때일 거야

그래서 내가 선임한테 딸기가 아주 달다고, 드시겠냐고까지 권하면서 다른 사람들한테 돌렸거든

그리고 나 그거 너무 달아서 먹고 좀 남겼어 내가 워낙 소식가라


그리고 그 다음에 뭐일 것 같아?



ㅇㅇ 맞아 어제 일 재탕이야

더 심하게 까였어


어제 들었던 폭언 다시 다 당하고, 너 나 지금 놀리는 거냐, 집에서 매일 점심 안 먹냐, 니 딸기 밥으로 먹는 사람이 어디있냐, 딸기 남긴거 보니까 니 원래 딸기 안먹지? 등등

닌 야근할 땐 저녁도 안먹고 점심도 지 기분 내킬 때 바나나 한 개 처먹으면서, 지금도 니 컵라면에 당근 먹잖아 __아!!! 하고 샤우팅하고 싶은거 팔 꼬집어가면서 겨우 참는데 내가 그게 표정에 조금씩 나오긴 했나봐...

눈 돌리지 마라 눈 감지 마라 몇 번이나 지적당했는데 그럴 때마다 겉으로는 웃어야 하는 내가 진짜 엄청 비참했어


나도 이젠 못참겠어서 진짜 조심스럽게

외람되지만, 이렇게 말씀하시는게 너무 불편하다, 나 원래 점심 안먹거나 간혹 먹는 사람이다, 끼니 대신으로 사과를 먹는 사람도 있다, 집에 이거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가져온거다, 내가 지금까지 다른 것도 당신 말 다 잘듣고 이번에도 듣자마자 당신 때문에 평소와는 달리 이렇게 가져왔다, 불만이 있으면 메뉴 바꾸겠다 그런데 하루 만에 이러는게 어디 있나, 뭐 이런 말들을 변명처럼 지껄였어

그러니까 완전 기분 막 상해가지고는 날 대하는게 팍 느껴져

나도 이제 뭐 어째야 할지 모르겠어, 그냥 식비도 아껴가야제대로 밥벌이 할 이 회사가 밉고, 그런 회사라도 남아있어야 하는 내 처지가 처량하고...

암튼 하소연할 공간이 필요했어

지금 내가 할 업무도 막 뺏어가서 자기가 하고 그래서 진짜 하릴없이 여따 하소연 중이야...

것도 눈치보다 암도 안볼때 조금씩 써내려가는게 더 비참하네

진짜 뭐 때문에 화났는지도 명확하게 모르겠고, 알아도 그런 이유를 굳이 알고 싶지 않은 느낌이야

내일이야 내가 을이니까 간편식이라도 가지고 가겠지만 진짜

역겨워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