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깽이 구조일기

쓰니2022.06.01
조회10,367

안녕하세요 생에 첨으로 판에 글써보네요
작년 6월 18일날, 폭염대구로 길냥이 밥 챙기던 날이었는데요

저희 가게 앞에 웬 큰 박스가 있고 챙기던 삼색이가 경계를 엄청 하며 우는겁니다
삼색이는 제가 다가가도 운적이 없기 때문에 박스에 뭐가 있나하고 봤더니 새끼고양이가 있었어요



미성년 학생들이 버스를 타고 가다가 기사님이 멈춰서 버스 밑을 확인하는걸 보고 같이 봤는데 도로 한복판에 아깽이가 쓰러져있었답니다

맘 아파서 사진은 못올리는데 당시에 눈병이 심했고 많이 더러웠어요
병원에서는 이대로 두면 실명한대서 바로 약처방 받고 먹이고 넣고 그랬답니다

여튼 학생들이 이대로 두면 차에 치이겠다 싶어 저희 가게 앞에 큰 박스가 있어서 거기 두고 잠시 편의점에 냥이밥 사러 간사이 삼색이가 발견하고 제가 눈치를 챘어요

그렇게 구조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인분께 울며 죄송하다고 차 좀 태워달라고 하고 급히 저희집이 다니는 동물병원으로 데려갔어요
(당시엔 아깽이한테 무슨 병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냥이 키우던 지인분께 최대한 닿지 않고 사과하며 차를 얻어탔습니다... 지인분 넘 감사해요)



동물병원에서는 한달은 안된 것 같고 너무 어려서 범백 등 검사를 할 수 있지 않다고 격리하고 지켜보라고 해서 저희 가게에 서나흘 정도 두고 봤어요
다행스럽게도 눈병 외에는 아무런 병도 없었습니다
끙을 첨 하는데 그 끙을 받아냈을 때란... ㅋㅋㅋㅋㅋ



동생이 어릴 때 아주 심한 천식을 앓았었고 아버지가 냥이 알레르기가 있어서 어디 입양보내려고 했었어요
아버지가 고양이를 극도로 싫어하셔서 반대도 심했습니다
집에 또 6살 된 큰 푸들(10kg)도 있었구요



근데 이 냥이... 아는 동생 집에 한달만 임보 다녀온 후로 겁이 많아졌는데 그 모습을 보고 아버지 마음을 울렸나봅니다 ㅋㅋㅋㅋㅋ
다른 집에 못 보내겠다고, 털관리 하면서 키우자고 온가족이 마음을 쓸어내렸어요



그렇게 냥이는 안된다고 하시더니 아버지가 냥이를 아주 좋아하십니다 아버지도 60평생 꽹이(고양이)를 이뻐할 날이 올 줄은 몰랐다고 ㅋㅋㅋ



너무 착하게도 아픈 곳 없이 쑥쑥 자라고 사료나 캔 간식 등 가리는거 없이 잘 먹어줘요



자기 오빠(푸들) 궁둥이도 만지고~(의외로 우리집 강쥐만을 예외로 매우 좋아하고 있습니다)



맘마도 같이 먹고~



문제는 첨에 다이소 녹차두부 모래만 고집해서 저희 지역에 없어 전국 지인들에게 부탁해서 모래 구해다가 화장실 해줬는데 ㅜㅠ

점점 지 오빠 화장실에 볼일 보더니 이젠 아예 욕조 하수구 구멍에다가 볼일을 보고 매우 뿌듯한 표정으로 나와요... 그래 뭐 냥이가 좋다면야 화장실 (계속 둘거지만) 안쓰고 사람 장실 써도 되는데 냄새가 너무 지독해요 ToT 살려주세요...



맨날 오빠를 열렬히 끌어안지만 거부당하는 아깽씨...





푸들 이름이 미래라서 아깽이 이름은 현재로 지었어요 ㅎㅎ
둘이 자는 모습도 똑같답니다
앨범 뒤져보니 둘이 붙어있는 사진만 가득하네요 ㅋㅋㅋㅋㅋ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아깽이가 이제 1년 다 되어서 기념으로 써봅니다
아직 많이 서투른 집사지만 일단 먹는것부터 캣푸드 종류별로 다 사서 먹여보고 있어요 +_+ㅋㅋㅋ

사실 이 아이들이 10년 넘는 우울증으로 자살위험군이었던 제게 빛과 희망이 되어줘서...
힘드신 분들께 위로되었으면 해서 올립니다
저는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줄 알았던 우울증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해준 소중한 아이들이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