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못 잊을 것 같은 시어머니의 한마디

쓰니202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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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생전 처음 네이트판 이라는 곳에 글을 올려봅니다.
저는 태어나서 서울과 수도권에서만 30년 동안 살다가, 15년 전 결혼하면서 
남편과 시댁이 있는 부산으로 내려와 살게 되었습니다 .
친정 엄마와 유달리 사이가 좋았기에, 제가 결혼한 뒤에 엄마는 몇달 동안 우울증을 앓을 정도였어요.. 
그럼에도 거리가 있다 보니 친정을 1년에 3번 정도 갈까 말까 했었던 것 같아요.
게다가 시댁은 제사만 1년에 5번을 지내는 집안이고, 
구정, 추석 때도 차례상을 5번씩 차렸다 물렸다 하다보니
명절에 친정에 가보기는커녕, 일하느라 허리가 휘고 명절이라면 진저리가 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만 70세이신 친정 엄마가 작년에 자궁암 3기 판정을 받으셨고...
진행이 많이 된 상태라 수술불가,,, 결국 항암과 방사선치료만 받게 되었어요...
치료를 마친 뒤에 암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다 했는데,
올해 2월에,, 1년도 되지 않아 암이 재발했고
결국 6월에 표적항암치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암크기가 작아지면 수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가졌었지만,
골반내 장기(대장, 방광 등)을 모두 적출하는 수술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주치의의 말에,,
항암치료를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친정 어머니는 몇년째 작은 가게를 운영하면서 혼자 살아오셨고..
편안히 모시지도 못하는 못난 자식으로서 늘 마음이 아팠었는데... 
이런 일까지 닥치니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엄마에게 당장 올라가서 엄마를 모시겠다고 했지요.
남편은 부산에 일터가 있어 올라갈 수 없는 형편이니 저만 혼자 올라가겠다고요.
그랬더니 엄마는... 사위 힘들까 봐... 안된다며,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극구 말리셨어요...

저는 일단 완전히 올라가겠다는 생각은 접고,,
시어머니에게 전화해서 엄마의 암이 재발했고, 지금 상태가 많이 안좋다 말씀드리면서,
이번 추석에는 친정에 올라갔다 오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시어머니가 묻더군요....
"와(왜), 집에 무슨 일이 있나"

특유의 무심한 경상도 사투리로 말씀하시는데, 순간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 멍해졌습니다...
혹시 어머니가 치매가 오셨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무슨 일이 있냐구요, 어머니? 엄마 상태가 많이 안 좋으세요. 
어머니, 제가 15년 동안 명절에 친정에 가 본 적이 한번도 없잖아요"

그랬더니 또 한마디 던지십니다.
"글나(그래?)"
아니, 15년 동안 제사상 차린 사람을 기억 못하는 게 말이 되나요?
이건 그냥 암이고 뭐고 나는 모르겠고 제사상이나 차리라는 말밖에 더 되나요? 


진짜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한번 묻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부모가 암에 걸렸다는데,,, 
그깟 명절날 제사가 더 중요한지,,, 흔쾌히 다녀오라고는 못할 망정
"집에 무슨 일이 있냐" 고 묻는 게 사람이 할 말인지...

남편에게  통화 내용을 얘기하니, 
(자기 엄마는)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다... 
자기 자신이랑 자식 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그러니 저 자신을 위해서 그런 말들을 무시하라고 하는데,

저는 정말 죽을 때까지 이 말을 못 잊을 것 같고,,
잊기는커녕 앞으로 시댁 식구들 얼굴은 쳐다보고 싶지도 않을 정도 입니다....

남편은 조금만 참아라, 곧 올라가서 장모님 모시고 같이 살자고 하는 착한 사람이고,,
부부 사이는 지금도 연애할 때처럼 좋아서 남편에게는 불만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혼하지 않는 한, 시댁 식구들하고 만나지 않고 사는 게 가능할까요? 
당장 다음 달에 있는 시모 생일에도 만나고 싶지 않은데,,
저 때문에 남편더러 부모 자식 연을 끊으라 할 수도 없고,,,

정말 제 심정은 부모 죽인 원수를 만난 심정 입니다...
너무 분해서 가슴이 답답하고 밤에 잠도 오지 않아서 여기에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