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판] 청춘은 썩지 않게 1화

스리라츄2022.06.17
조회170

청춘은 썩지 않게 #1


 “신지유 너 소문 들었어? 혈귀라는 게 진짜 있대”


 “나도 귀칼 좋아하긴 하는데, 현실은 구분해야지 동한아.. 됐고 너 오늘 진짜 학원 안 가?”


 “어 피시방 갈 거임ㅋㅋ 오늘만 같이 쉬자~ 어? 내가 오늘 힐러 할게 어때”


 고등학교를 재학 중인 동한과 지유는 올해 10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최악의 아홉수, 19살 고3이다. 입시 지옥에 들이닥친 지유는 음대를 진학하기 위해 같은 학교 같은 반인 동한과 실용음악 학원을 열심히 다니고 있다.


 마지막 교시 수업을 듣는 도중 동한이는 어디서 들은 건지 말도 안 되는 소문을 주워듣고 와선 지유에게 곧바로 말을 전했다. 그 말을 들은 지유는 또 헛소리하나 싶어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누가 수업 시간에 떠드냐. 아직 수업 끝나려면 3분 남았다. 지방방송 꺼라”


 “…”


  딩동댕동-


 종이 치자마자 야자 하는 친구들은 석식을 먹으러 우르르 달려 나갔다. 


 “야~ 김동한! 우리 먼저 피시방 가 있는다?”


 “이 도라이야 아직 쌤 계셔”


 “어우 X됐네 간다!”


 선생님이 한숨을 푹 내쉬며 교실을 떠나셨고 학원을 가기 위해 가방을 챙기는 지유를 보니 애가 타는 동한은 냅다 지유의 가방을 뺏어 들었다.


 “가방도 내가 들어줄게. 제발 같이 피시방 가자 어?”


 “안 돼”


 “아 왜~~~.. 너 있어야 점수 올린단 말이야..”


 “너 학원쌤한테 다 이름 수고”


 “아 신지유!!!!..”


 지유는 동한이 들고 있던 가방을 다시 뺏어 한 쪽 어깨에 메고 교실 문밖으로 나갔다. 그런 지유를 동한은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쳐다보기만 했다.


 교문 밖으로 나온 지유는 학원 가기 전 뭐라도 요깃거기를 하기 위해 학교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때 편의점에서 나오는 한 남성과 부딪히고 말았다.


 “아야..! 아.. 죄송합니다.”


 “…”


 그 남자는 본인도 같이 부딪혀 놓고선 아무 말 없이 지나쳤다.


 “뭐야.. 기분 나쁘네. 엥..? 지갑 떨어뜨린 것 같은데?”


 바닥에 떨어져 있는 지갑을 주워 그 남자를 급하게 찾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그 남자는 온 데 간 데 사라지고 없었다. 지유는 뭔가 섬뜩하고 기분이 이상했다.


 되게 낡아 보이는 지갑에 종이가 삐쭉 튀어나와있어 본인도 모르게 그 종이를 꺼내 확인했다.


 “이게 뭐야..?”


 믿을 수 없을 만큼 낡은 종이었다. 그 종이에는 ‘1780年 출생’이라는 글과 함께 알 수 없는 한자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ㄱ..귀신인가..?”


 에이,, 그럴 리가,, 아니길 바라면서 지갑을 더 뒤져 신분증을 발견했다. 다행히 그 신분증에는 1997년생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지유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선 경찰서에 가져다주려고 가방에 그 지갑을 챙겼다.

 






*







 “아씨 김동한이 이상한 말 해가지고, 괜히 으스스하네..”


 하필 혼자 학원 가는데 이상한 소리를 듣질 않나, 귀신(?)같은 남자를 보질 않나,, 지름길인 골목으로 걸어가던 지유은 괜히 등이 오싹해서 다시 큰길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돌린다. 그때 에어팟 배터리가 나가 노래가 뚝하고 끊겼고, 뒤에 바짝 다가온 누군가의 인기척과 발소리가 들렸다.


 설마 김동한이 말한 혈귀는 아니겠지..? 평소 지유가 즐겨보던 애니 속 혈귀들은 식인 혈귀들이라 사람들을 잡아먹고 죽이는데.. 제대로 잘못됨을 느꼈다. 등엔 식은땀이 척추를 타고 흘렀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노래가 끊기지 않은 것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해야만 했다.


 그때, 지유의 왼쪽 귀에 바짝 다가오더니 에어팟을 뚫고 들어오는 기분 나쁜 목소리가 지유의 귀에 속삭이듯 들려왔다.


 “너 노래 끊긴 거 다 알아. 오늘은 혼자네?”


 순간 온몸이 돌처럼 굳어버렸다.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던 지유였지만, 실제로 죽음이 눈앞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무섭기만 했다.


 “자, 조용히 따라오자~?”


 “혹시..혈귀..에요..?”


 “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늘 재밌네ㅎ”

 

 그래 이 세상에 혈귀가 있겠냐 동한아, 라는 생각도 잠시. 혈귀가 아니면 살인자? 납치범? 그래도 사람 대 사람이라 해볼 만하겠다고 생각한 지유는 주변을 살피더니, 냅다 허공에 소리를 질렀다.


 “살려주ㅅ!!….”


 “아이씨”


 그러자 바로 그 괴한은 지유의 목 근처에 칼을 갖다 댔다. 소리 지르는 걸 멈출 수밖에 없었고, 그 날카로운 부분이 지유의 목에 살짝 찔러 소름 끼치게 따끔했고, 정말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다.


 “그러니까.. 살고 싶으면 조용히 따라와”


 칼을 쥔 손인 오른쪽 팔로 지유의 목에 걸어 다리에 힘이 풀린 지유를 질질 끌고 어둡고 더 깊은 골목으로 데려갔다. 이대로 끌려갔다간 진짜 죽을 거 같아서,, 어차피 죽었다고 생각하고 마지막까지 발악해 보자는 생각으로 목에 걸려있는 괴한의 오른팔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


 “아 씨X!!!!!!!!”


 무는 동시에 괴한은 아팠는지 욕을 뱉으며 팔을 뺐는데, 순식간에 손에 든 칼이 지유의 목을 깊숙이 베며 지나쳤다. 지유는 소리조차 낼 수 없었고, 목에선 믿기지 않을 만큼 쏟아져 나오는 피를 손으로 급하게 막았지만 어림도 없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


 “시X.. X됐네 이거..”


 사실 겁만 주려고 했던 괴한은 예상치도 못한 일에 뒷걸음질 치며 급하게 도망가 버렸다. 홀로 남겨진 지유는 목소리도 낼 수조차 없었고, 점점 눈앞의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면서 주마등처럼 그동안의 살아왔던 본인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아 이게 죽기 전에 온다는 주마등이구나. 그럼 나 진짜 이대로 죽는 건가? 더 이상 숨 쉬는 것도 힘들어졌고, 온몸에 힘이 빠져 붕 뜨는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인적이 드문 골목이라 쓰러져 있는 채로 그렇게 시간만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