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친정에서 독립하고 싶어요.

ㅋㅋ202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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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쓸쓸한 마음에 적어봅니다.
내 얼굴에 침뱉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름대로 힘든 어린시절을 보냈어요.
기초수급자는 아니였지만, 여유로운 환경도 아니였죠.
부모님 딴에는 잘해보려고 했던 부동산들, 사업들...
고스란히 말아먹고 빚이 되었고, 정년퇴직을 앞둔 지금까지도 빚에 허덕이고 계십니다.
감사하게도 정년까지 버티시기는 했지만, 벌이의 대부분이 빚 상환으로 빠져나가니...
매달 생활비에 허덕거리면서 살고 계세요.

장녀로서,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의 사정을 알고 있었기에 일찍 철이 든 것 같습니다.
엄마아빠는... 중학생 시절 제가 핸드폰이 없어서, 친구들과 놀러갈 돈이 없어서
누구와도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는 것을 몰라요.
수학여행도, 재미없을 것 같아서 가고싶지 않다고 둘러댔지만 사실은 너무 가고 싶었어요.
제주도를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거든요.
친한 친구 하나 없이... 이곳 저곳의 무리에서 겉돌며 생활했던 학창시절은 제게 우울버튼입니다.
특히,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는데...
제가 학창시절에도 예체능은 돈이 많이 들었기에 음악학원 보내달라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어서, 음악실에서 혼자 피아노를 치곤 했어요.

학교 앞, 떡볶이 조차 사먹지 못하는 삶이 지긋지긋했어요.
돈이 주는 비참함을 알고 있었기에, 취직이 잘되는 간호대에 진학했습니다.
국가장학금과 교내장학금으로 학비 걱정은 덜었지만, 교통비부터 전공책 비용, 기타 생활비까지... 
대학은 학비만 해결해서 되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학식 사먹을 돈이 없어서 집에서 도시락을 싸 다니고, 1,2키로는 걸어다니고.
학교까지 왕복 4시간이 걸렸지만, 자취할 돈이 없어 4년을 통학했습니다.
자취하는 비용보다는 교통비가 쌌거든요.
평일에는 학생으로, 주말에는 풀타임 아르바이트 생으로.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고스란히 생활비로 나갔으니 
소위 대학생들의 낭만은... 제게 해당되지 않았어요.
연애? 술?
마치 그림의 떡 처럼 지켜봐야 했지만, 취업만 하면 끝이 보인다는 생각에 버텼습니다.

메이저 병원에 좋은 성적으로 입사했고, 9년을 버텼습니다.
10명의 신규간호사 중 9명이 그만두는, 악명 높은 부서에서 일하면서도 제가 그만두지 않았던 것은 병원에서 받는 월급 때문이였어요.
평범한 남자를 만나 오래 연애했어요.
저보다 벌이는 적었지만 제 모든 사정을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남자였기에, 결혼했습니다.
서울에 대출을 끼고 작은 오피스텔을 샀고, 국산차 한대도 있습니다.
결혼 4년차가 된 지금까지 아이는 없습니다.
보상심리가 발동한 것 처럼 집을 산 이후에는 여행을 가고, 배우고 싶었던 것을 배웠어요.
집에 피아노방을 만들어 피아노도 들여 놓았고, 꾸준히 돈도 모으고 있습니다.
후배들은, 친구들은 저보고 참 인생을 잘 산다고. 저 처럼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저는 그저 웃지요.
나이차가 나는 동생이 있는데, 
저는 대학생 때 교수님이 사 주신... 처음으로 갔던 아웃백에서 너무 당황했던 기억이 있어서
동생은 그러지 말라고.
아웃백에 데리고 가 스테이크 굽기부터, 스테이크 종류까지 가르쳐 주기도 했어요.
다른 친구들이 메뉴를 주문할 때 저게 대체 무슨 말이지, 하고 쳐다보길 바라지 않았거든요. 
그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고 사신 부모님을 처음으로 국외선 비행기에 태워드리고,
호캉스도 시켜드리고, PT도 끊어드렸어요.
소파, TV, 침대, 도배장판까지.
친정 집에서 큰 돈이 들어가는 것은 모두 제 지갑에서 빠져나갔습니다.
부모님께서 손을 내미실 때는 큰 돈도 드리곤 합니다.
부모님께 저는 자랑스러운 딸입니다.

이제 먹고 살만하지?
이제 슬슬 애도 낳아야지.
부모님은 그렇게 말씀하지만, 저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 속에서 무언가 차올라요.
엄마는 나 낳고 행복했어?
엄마가 그렇게 사는 걸 보고 컸는데, 어떻게 나보고 애를 낳으라고 할 수 있어?
내 어깨위에는 엄마도, 아빠도, 아직 취직하지 못한 동생도 있는데 여기에 애 까지 올리라고?
내 인생은 엄마, 아빠 둘 중 하나만 아파도 휘청거릴텐데.
엄마아빠는 나를 20년 키웠지만, 나는 그 이상 엄마아빠를 돌봐야 할텐데.
내가 애 생각이 없는게 누구 때문인데.
언제 까지 내 발목을 잡을거야?
나는 언제 독립할 수 있어?
모진 말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아서, 그냥 입을 닫습니다.
안보고 살면, 연락을 안하면 좀 나아지다가도
오늘처럼 생활비가 없는데 혹시 보태줄 수 있냐는 카톡을 받으면
저는 또 심연으로 빠져듭니다.

결시친에 올라오는, 경악할 만한 이야기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서글픈 내 인생.
나보다 더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다가도
그런 사람들은 동정이라도 받지, 나는 이게 뭐냐는 배부른 투정을 하게 되는 내 인생.
나는 언제쯤 독립할 수 있을 까요.
나는 정말로 독립하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