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설화(雪化)

sOda2004.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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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雪化)

 

24. 휘의 마음


“대체 그게 무슨소리냐!”

 

 

원이는 굳은 얼굴이었지만, 모든 것을 결정한 듯 흔들림이 없었다.

 

 

“파혼? 파혼이라 했느냐?”

 

“그렇습니다.”

 

“이미 너와 주부의 여식이 정혼한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거늘, 갑자기 파혼이라니! 지금 제정신이냐?”

 

“제 뜻과는 상관없이 아버지가 정하신 일이 아닙니까?”

 

“그래서, 아무말도 없다가 이제야 파혼이란 말을 꺼내는 이유가 무엇이냐? 네가 정말 집안을 말아먹으려는게야?”

 

“가문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아버지의 야심에 희생되고싶지 않습니다.”

 

“뭐라고?!”

 

철썩!

 

 

모사달의 노기 띤 얼굴이 파르르 떨리는가 싶더니 기어코 장자의 뺨에 손을 갖다 대고 말았다.

 

“한번만 더 파혼이니 그런 말을 지껄인다면 집안에서 쫓겨나기를 각오해라! 주부의 집안에서 가만히 있을 것 같으냐? 아마 우리 집안 씨를 말리려고 달려들게다.”

 

 

원이는 참담한 심정으로 방을 나왔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원이는 담이의 생사에 대해 자포자기하고 있었다.

 

아버지와 주부의 후원으로 계루부에 사신으로 가게 된 것도 기쁘지 않았다.

 

그곳에서 담이를 만날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던 일이다.

 

계루부 형의 노비라니...

 

거기다 범상치 않은 무공...

 

담이야... 대체 너에게 무슨일이 생긴것이냐?

 

 

“세상에나, 어찌 저한테 한 마디 말도 없이 십수여일을 사라지실 수가 있어요?”

 

 

아옥이는 잔뜩 뾰로퉁해 있었다.

 

 

“미안해. 급하게 심부름을 받아 그랬어.”

 

“난 그것도 모르고 사방으로 아가씨만 눈 벌겋게 찾으러 다녔잖아욧!”

 

“아옥아...”

 

 

담이는 아옥이의 손을 잡았다.

 

 

“내가, 어딘가 떠날 생각이면 반드시 너를 데리고 갈테야. 그러니 너도 날 떠날 생각하면 안돼. 알았지?”

 

“아가씨는 참... 어찌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저야 아가씨 수족인데 당연히 죽으나 사나 끝까지 쫓아 다녀야죠.”

 

“아니, 겨우 며칠 보지 못했다고 그리 감격적인 상봉을 하고 있는게냐?”

 

 

호탕하게 말을 걸며 들어오는 것은 역시 웃음 좋은 휘였다.

 

결에게 들은 말 때문에 휘를 보는 담이의 맘은 예전같이 편치가 않았다.

 

 

“잘 다녀왔니?”

 

“네...”

 

“험한일은 없었고?”

 

“예.”

 

“다행이다. 그럼 이제 며칠간은 좀 쉴 수 있겠구나.”

 

“...손을 놀렸으니 검술연습을 해야죠.”

 

“아참! 전에 갔던 사냥터에 가지 않으련?”

 

“아... 저는...”

 

“내가 그곳 주위에 토끼잡는 덫을 놓았거든- 보러가자!”

 

 

휘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들떠서 담이의 손목을 덥석 잡더니 반 강제로 끌고 나가는

것이었다.

 

아옥이는 담이의 타는 속도 모른채 손까지 흔들어 주고 있었다.

 

 

“생각보다 눈이 많이 쌓였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오지 말걸 그랬나보다.”

 

 

담이는 묵묵히 휘의 뒤를 따랐다.

 

휘가 놓은 덫에는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다.

 

솔직히 무언가를 잡기 위해 놓은 덫같이 보이지도 않았다.

 

어찌나 엉성하던지, 올가미에 걸린 동물이 몇 번 요동하면 쉽게 헐거워질 모양새였다.

 

 

“이런 젠장... 역시 난 사냥꾼으로는 굶어죽기 십상이야.”

 

“큭...”

 

 

휘는 빈 덫을 볼때마다 무안함을 감추려는 듯 계속 투덜거렸고 마침내 담이도 그런

어린애같은 휘의 모습에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결국 둘은 빈 덫만 살핀꼴이 되고, 담은 휘를 따라 은신처로 향했다.

 

역시 휘는 가끔 들르는 모양이었다.

 

안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고 바닥과 벽에도 털을 붙여 불을 피우지 않아도 아늑했다.

 

무엇을 두었는지 냄새도 향긋했다.

 

 

“냄새가 좋아요.”

 

“아아... 향목을 태웠거든.”

 

“후훗... 그런걸 하시다니, 보기보다 여성스러우신걸요~”

 

 

담이의 놀리는듯한 말에 휘는 얼굴이 조금 빨개지는 듯 했다.

 

 

“그, 그게... 언제든간에 니가 오지 않을까 싶어서...”

 

 

휘의 말에 담이는 순간 긴장했다.

 

후계자의 말이 정말 맞는것일까?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둘은 동시에 몸을 낮추고 어딘가를 주시했다.

 

말하지 않아도 무언가 움막에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움막은 땅을 파서 만들었기 때문에 밖에서 보기보다 내부는 훨씬 컸다. 그렇다 하더라도,

 

소년들이 두사람용으로 만든것이다.

 

무언가가 숨어있다면 눈에띄지 않을 수 없다.

 

휘가 구석의 털을 들추어내고 조심스럽게 들어올린 것은 뜻밖에도 아기 토끼였다.

 

담이의 눈이 감탄과 놀라움으로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