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습니다.

ㅠㅠ2022.07.06
조회57,382
https://pann.nate.com/talk/362754495
작년에 이혼한다고 올렸던 글입니다.  답답한 글이었는지 댓글은 별로 없었지만 어차피 푸념삼아 올린 글이었어서 상관은 없었어요. 그래도 힘내라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었지만, 저희 아들들이 너무나 많이 힘이 되어 주어서 씩씩하게 버티면서 이제 새롭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번에 글 쓰고 전 남편(이 단어가 이렇게 기분 좋은 날이 오네요)에게 이혼 요구하고, 미쳤냐고, 제 정신이냐고, 너 바람 났냐는 소리까지 들으면서도 흥분하지 않고 끝까지 담담하게 이혼 요구 했습니다. 협의 이혼을 안 해준다면 소송까지 가겠다. 이미 변호사도 다 알아놨고 증거자료도 모두 제출했으며, 난 충분히 이혼하고 애들까지 기를 수 있는 자격도 조건도 되기 때문에 소송 이혼해도 난 이길수 있다. 라고 담담하게, 정말 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담담하게 이야기 했습니다. 
다행히 소송 직전에, 아빠는 아빠였는지 아이들 울면서 하는 부탁에 협의 이혼으로 결론짓고 지난달에 모두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전 남편 명의로 아파트가 3채가 있었습니다. 작은 평수 2채, 저희가 살고 있던 큰 평수 1채. 처음에는 재산이고 양육비고 받을 수 있는 만큼 다 받아내고 싶었지만, 하루라도 빨리 끝내고 싶어서, 양육비고 뭐고 아무것도 안 받겠다. 대신 이혼과 양육권 싸움 없이 양육권만 내게 넘겨달라는 조건만 걸었습니다. 그렇게 협의 했는데 마지막에 전 남편도 양심이 있었던건지, 철이 든건지, 저희가 살던 큰 평수 아파트는 제 명의로 넘겨주면서 아이들 보고 싶을 땐 언제든 볼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조건만 걸더군요. 
아이들이 원한다면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는 절대로 강요하지 않기로 하구요.
모든 일이 끝나고, 아이들과 여행 가서 알았습니다. 전 남편이 마음을 돌리는데, 지금은 중학생이 된 큰아이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해줬는지... 
소송으로 진행하겠다고 하면서 싸우는 동안 큰 아이가 따로 전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었더군요.
엄마를 보면 너무 힘들었다. 엄마는 지금까지 자신의 모든 인생을 포기하고 엄마와 아내와 며느리로만 살아온 모습만 기억한다. 아빠는 우리 가족이 유지되도록 뭘 얼마나 희생했냐. 물었다더군요. 그러면서 엄마의 남편으로는 남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아빠로는 남아달라. 마지막까지 엄마를 힘들게 한다면 엄마의 힘든 모습을 보는 우리도 힘들다. 그 원망은 모두 아빠에게로 갈테고 결국은 우리 아빠로도 남지 못할거다. 정말 그걸 원하는거냐
대략 저렇게 얘기했다더군요.
아마 아들의 말 때문에 전 남편도 맘이 바뀌었던 거 같아서 아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맙고, 든든했습니다. 
이젠 더 즐겁게 우리 아들들만 보면서, 힘든 엄마 보느라 알게 모르게 같이 힘들었을 아들들에게 더 즐겁게 행복해하는 모습만 보여주며 살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얘기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상대가 유책 배우자라고 하더라고, 아무리 내가 유리할거라 생각되더라도, 이혼 하시려고 마음 먹었다면 상대에게 절대 표내지 마세요. 대비할 시간을 주지 말라는 거에요.
무조건 증거 싸움입니다. 내게 유리한 증거와, 상대에게 불리한 증거는 무조건 많이 모으세요. 전 둘째 낳고부터 증거 모았습니다. 정말 usb만 수십개 모았습니다. 메모장만 수십권입니다. 
담당 변호사도 넘쳐나는 자료들에 깜짝 놀라서 혀를 내두를 정도로 준비했습니다. 물론 모두 확실한 증거 자료로 쓰였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협의 이혼을 하더라고 상대에게 압박을 할 자료로 쓰일 수 있고, 조금이라도 제게 유리한 쪽으로 진행할 수 있는 조건이 되더라구요.
확실하게 변호사 선임하고, 소송으로 갈 경우까지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해놓고, 움직이세요.
절대 표내지도 말고, 절대 책 잡힐 일 하지마세요. 물론 그 기간이 얼마나 힘들지는 잘 압니다. 하지만 결혼도 현실이고, 이혼도 현실입니다. 막연히 이혼해야지 하고 움직이지 마세요.
아이들 때문에~~ 핑계 절대 하지 마세요.정말 아이들 위한다면 어떻게든 이혼 소송에서 이길 준비하시고 시작하세요.
그동안 모아놓았던 수많은 증거 덕에 그나마 짧은 기간에 수월하게 이혼했기 때문에 얘기드리는 거에요. 변호사랑 계속 준비하면서 주변에서 그냥 감정에 휘둘려서 이혼하려 했다가 더 힘들게 끝나는 분들을  많이 봐서 그래요.
물론 이혼 안하고 살면 가장 좋겠지만요^^
이번에도 마무리가 힘들지만, 더 열심히 행복하게 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