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의 말대로 둘은 만날 수가 없었다. 밤이의 자유시간을 위해 찾을 수 없는 곳에 숨어 있던 벌이가 몸이 아프게 된 것이다. 밤이는 하루 동안 벌이를 보지 못하자 너무나 보고 싶었다. 벌이를 찾아 헤메면서 벌이가 자신에게 너무나 소중한 벌레임을 알게 되었다.
별다른 사건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하루가 지난 동안에도 수암에게나 멀대 누구의 전화도 없었다.
아마도 두사람 모두 이젠 내가 결정할 때라는 것이라고 말없이 일러주는 것 같았다.
그들의 뜻대로 하루 동안 천천히 생각을 해 보기로 했다.
‘수암이랑 난 어떻게 가까워 진거지? 내가 오빠의 얼굴을 보고 반해버렸지. 한눈에 갈만한 얼굴이었으니까. 매너도 좋아 보였고. 그런 나에게 오빠도 잘 해주고 해서 별 갈등 없이 여기까지 왔구나. 거기에 비해 멀대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날 잡아주고 따라왔었어. 만약 수암과 나 사이에도 이런 갈등이나 오해들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수암은 절대 내가 떠난다고 하면 잡아주지 않을 거야. 자존심이 센 사람이니까.’
답을 얻은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에 도달한 느낌이 들었다.
커피를 마실 생각으로 주방으로 향했다.
오늘만 벌써 석잔째.
‘커피 마시면 얼굴이 까매진다고 초등학교 짝궁이 말했었지. 그때는 별 희안한 말이 다 돌았었는데. 후후. 딸국질을 백번하면 죽는다느니 유관순 언니 얼굴 반쪽은 여자, 반쪽은 남자라는 말도 있었지.’
무심코 거울앞에 서게 되었다.
‘이게 뭐야? 진짜로 까매졌잖아.’
“이모! 내 얼굴 좀 봐. 얼굴이 까매졌지?”
“어딜 싸돌아다녔길래 얼굴이 새까맣게 탔니? 완전 촌년이 따로 없다. 애.”
커피 때문이 아니었다.
볕에 얼굴이 많이 탄 것이었다.
속상한 마음으로 거울을 계속 보았다.
그리고는 장난스런 마음으로 얼굴을 반만 가려보았다.
‘어머나, 한손으로도 얼굴이 다 가려진다니까.’
그리고 얼굴을 반쪽 가려본 결과 다행히 두쪽 다 남자 같았다.
걱정은 금세 잊고 거울 앞에서 장난을 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수암이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할까?’
“여보세요.”
‘웬 여보세요? 긴장하긴 했나봐.’
- 할아버지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왔어. (지찍)시까지 우리 집으로 와.
뚝.
‘어쭈구리. 화가 많이 난 모양이네. 자기말만 하고 끊어? 근데 몇시까지 오라고 하는 거야? 수암의 자존심 생각하면 다시 전화하면 안되지만 어쩔 수 없지.’
신호가 여러 번가고 안내 멘트가 나오도록 전화를 받지 않았다.
‘뭐야? 전화를 안 받겠다는 거야?’
진짜 전화 걸기 미안했지만 또 걸었다.
이번엔 받았다.
- 여보(찌직)세..
“오빠, 몇시까지 오라고? 아까 잘 안 들렸어.”
- (지지지익) 뭐라고?
시끄러운 소리가 밖에 있는 듯 했다.
“안 들렸다고. 몇 시까지 오라는 거야?
소리를 고래 고래 질렀다.
- (직)시까지와.
뚝.
어쩔 수 없이 또 전화를 걸었다.
멋지려고 한 수암의 의도는 아주 많이 벗어나고 말았다.
수암의 집 앞에서 잠시 들어가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며칠 만에 햇볕에 그을린 건강한 얼굴을 보여준다는 것이 많이 미안했다.
썬크림을 발랐어야 했는데.
약속한 세시가 조금 넘어가고 있었다.
“들어와.”
수암은 내 얼굴을 보고 흠칫 놀란 표정이었다.
어서 좀 놀았구나 하는 듯한.
“응.”
애써 태연한 척 했다.
수암이 안내한 방에는 여러 서류들과 종이들이 널려 있었다.
“앉아.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수암은 조사 결과만 말해줄 생각인가봐. 하긴 이야기 꺼내기 어렵기도 하겠지.’
“일단 할아버지의 이름은 키노모토 다케다. 1909년 일본 도쿄 출생. 당시 정치, 경제에서 큰 활동을 한 키노모토 가문의 사람이야.”
‘잘 나가는 집안 사람이란 말이지. 어딘가 기품이 있어 보이긴 했어. 아주 조금이지만.’
“그 가문에서 임무를 받고 1940년 한국으로 넘어오게 되지. 당시 나이가 32세였어. 같이 넘어온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고.”
“그거라면 알아. 아마도 배멀미와 여독이 겹쳐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죽은 것 같던데.”
“그래? 여기서 중요한 건 어떤 임무를 갖고 왔냐지.”
“어떤 임무를 띠고 온건데?”
“민태식의 암살.”
예상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될 수 있다면 그 가족의 전멸까지.”
“도대체 왜?”
“월청의 아버지인 민태식은 고바야시의 가문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일본으로 건너갔어. 당시 키노모토 가문과 양대산맥을 이루며 정계와 경제계를 주름잡던 가문이야. 하지만 고바야시가문은 키노모토가 신흥세력으로 부흥하기 전부터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점점 세력을 확장해나가는 키노모토가 눈에 가시처럼 여겨졌겠지.”
“뭘 부탁했던 거야?”
“일본이 예부터 조상신을 섬기고 있었던 것은 알고 있지?”
“응. 각 가문마다 사당을 만들고 위패를 모시면서 조상신들을 섬기고 있다는 정도만.”
“너도 알겠지만 조상신들의 덕을 보아 집안이 일어나는 경우들이 많잖아. 일반 사람들은 잘 믿지 않지만.”
실제로 조상신들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는 직업상 잘 알고 있는 바였다.
그런데 그거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
“민태식이 고바야시가문으로부터 받은 의뢰가 키노모토 가문에 속한 모든 영혼의 소멸이야.”
“그러면 더 이상 조상신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
“혜림이도 잘 아는구나.”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다.
다른 집안의 영혼을 없앨 만큼 기득권을 얻고자 했다니 정말 사악한 생각이 아닐 수 없었다.
수암은 말을 이었다.
“그 생각이 정말 효과가 있었는지 키노모토 가문은 점점 쇠락하기 시작했어.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집안에서는 난리가 났겠지. 장손이 갑자기 아프다거나 손을 볼 수 없다거나 며느리가 바람이 나 도망을 간다거나하는 흉한 일들만 계속 됐으니까.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된 거야.”
“그래서 민태식 숙청을 목적으로 할아버지가 한국에 온 거구나.”
할아버지의 원한이 무엇인지 이제 조금 이해가 갔다.
정말 당시로는 급박한 문제였을 것이다.
“점점 실권을 장악하게 된 고바야시 가문은 영혼의 소멸 작전이 굉장한 효과가 있음을 의심하지 않았고 몇 년에 한번씩 민태식을 불러 일을 시켰어. 신생영혼들도 처치하기 위해서. 민태식을 일본에 갈 때 주위사람들에게 사냥을 간다고 하며 나갔대.”
“정말 사냥이군. 영혼 사냥.”
“...”
수암은 말을 하고 나자 목이 컬컬했졌는지 물한잔을 벌컥 들이켰다.
사실 목이 말라서가 아니라 너무도 사악한 그들의 행동에 열이 받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수암의 얼굴은 흥분되어 있었고,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키노모토 가문에서 민태식의 암살만을 지시하고 고바야시가문에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어?”
“가만있을 수 없었겠지. 이거 봐.”
수암이 넘겨준 종이에는 일본말 투성이여서 읽을 수는 없었지만 사람이름이 쭈욱 나열되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최근 150년간의 두 가문의 사망자 명단이야. 물론 여자는 없어.”
“이게 뭐야? 이 빨간 밑줄은?”
“그건 호상을 맞은 분이 아니라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야. 어떻게 보면 암살이라고 봐야겠지. 물론 100% 확실한 것들은 아니지만.”
빨간 줄을 쳐 놓은 것은 100여명의 명단 중 어림잡아 예닐곱 명은 되어 보였다. 키노무라가 8명, 고바야시가 9명이었다.
“엄청나구나.”
“두 가문은 서로를 암살할 기회만 노렸다고 봐야지. 거기에 중요 인사들이 아닌 사람들의 수를 합친다면 그 수는 훨씬 많아.”
죽고 죽이는 두 가문의 역사.
소름이 끼쳤다.
‘할아버지가 그런 가문의 사람이라니. 내가 알고 있던 할아버지 같지가 않아.’
“다케다는 번번히 민태식 암살에 실패하고 일본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어. 대한민국의 해방까지 겹치자 일본으로서 입지도 많이 좁아졌을거구. 그래서 암살은 더더욱 어려워졌을 거야.”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에 더더욱 민태식을 죽이고 싶은 생각이 커졌겠구나.’
“그렇겠다.”
“그러다가 다케다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일이 생겼어.”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분노는 극에 달았을텐데 도대체 무슨 사건이 있었길래.
뜸을 들이는 수암을 계속 쳐다보았다.
“그게 뭔데?”
수암은 조금은 내게 가까이 오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이야기를 계속 했다.
“다케다에게는 어린 아들이 있었어. 어느 날 다케다의 아내는 아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러 시댁으로 갔지. 거기서 모였다가 다른 친척들과 함께 차로 이동중이였어. 그때 교통사고가 일어나 아들과 함께 남자 둘이 죽은 거야. 물론 다케다 집안 사람이지.”
“아내는?”
“목숨은 건졌지만 회복 하는 데만 몇 달이 걸리는 큰 사고였나봐. 그리고 몸을 회복하자마자 홀연히 어디로 사라졌다고 하더라.”
“왜? 남편을 만나러 한국으로 온 건가?”
“아니야. 아들을 잃게 만든 키노모토 가문에 염증을 느껴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을 간 것 같아. 아무튼 나중에도 일절 연락조차 없었대.”
그 때 할아버지가 보낸 준 영상에서 보았던 얼굴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주리를 닮은 다소곳한 이미지의 여인.
아들을 잃은 슬픔이 대체 얼마나 컸기에.
슬픔의 크기를 가늠한다는 것은 나로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었다.
물론 부모님을 잃었지만 너무 어릴 적의 일이라 나와는 경우가 다르다 생각했다.
“그럼 그 사고도 고바야시가문에서 저지른 일이야?”
“그것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시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나봐. 그때 함께 차에 있던 남자가 무기 공장을 차려 꽤 돈을 많이 모은 재력가였거든. 아마도 그 사고의 목표물이였겠지.”
타지에서 보고싶어도 볼 수 없었던 아들을 잃은 슬픔은 굉장히 컸을 것이 분명했다.
“할아버지가 열 받을만 하네.”
“열 받았다는 증거물이 있다. 여기 다케다가 민태식에게 보낸 편지들이 있어.”
편지라니?
수암은 종이 석장을 넘겨주었다.
12-2
“어떻게 이런 걸 구했어?”
“월산에게 부탁을 했지. 자신들이 다급한 일이니까 협조 안할 수 없잖아. 암살이 실패로 돌아간 후에 보낸 것 같아.”
‘수암은 참 수완이 뛰어나구나.’
편지는 총 석장이었다.
“한국말이네.”
‘글씨가 꽤나 단정하네. 나중에 한국말을 배우셨나봐.’
“한국말을 배우기는 했겠지. 그런데 편지는 아마도 대필을 썼나봐. 당시에는 한글을 못 쓰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대필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거야.”
자세히 보니 수암의 말대로 글씨체가 모두 다른 것이 대필 같았다.
편지에는 증오에 찬 말들이 가득했다.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험악한 표현들로 죽여 버리겠다는 말들뿐이었다.
복수심이 그대로 드러난 편지였다.
“월산네 집도 이상하다. 왜 이런 편지들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거야? 자신들에게 유리한 말들도 없는데.”
“유리할 게 없다니? 영혼을 소멸시킨다고 경찰이 잡아 가냐?”
생각해 보니 그랬다.
영혼을 소멸한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없었다.
오히려 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증거물로 쓰이면 모를까.
‘똑똑한 사람들이란 말이야.’
“그래두 이해가 안가. 꽤 오래된 편지잖아. 협박한 할아버지도 죽은 지 오래고.”
“민태식이 죽을 때까지 불안했나봐. 사실 다케다가 언제 죽었는지는 모르고 있었을테니까. 그리고 유언을 남겼대. 편지의 주인공은 언젠가는 꼭 온다구.”
‘그걸 미리 알고 있었단 말이야? 역시 능력이 뛰어난 자였나봐.’
“할아버지가 언제 돌아가셨는지도 조사가 됐어?”
“응. 1972년 65세의 나이로 별세.”
정말 대단한 조사능력인걸.
수암이 대단해 보였다.
“그럼 돌아가신지 31년째구나.”
“할아버지가 더 열 받을 만한 일이 있지. 민태식이 죽은 건 1973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바로 다음해야.”
“진짜 억울 하셨겠다.”
“그랬겠지.”
“중요한 건 월청도사가 아직도 몇 년에 한번씩은 일본으로 가고 있다는 거야.”
“아니 그 일을 대를 물려서까지 한단 말이야.”
“아마도. 그래서 할아버지는 더더욱 민가네 집안사람들을 가만두고 싶어 하지 않을걸.”
“그렇구나.”
영혼사냥을 2대째 한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자신들과 상관이 없는 집안일인데.
그제서야 할아버지가 사람들을 죽일 정도로 분노한 것이 이해가 갔다.
나도 민가네 집안 사람들의 행동에는 이가 갈릴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할아버지의 분노가 큰 만큼 어떤 일을 벌이실지 모르는 일이니까 대책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해는 되지만 사람들을 죽이게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오빠 서둘러야겠어.”
“나도 같은 생각이야.”
“언제가 좋을까?”
“내가 그것까지 도와야 해?”
‘무슨 소리야, 저건?’
장난을 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수암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갑자기 남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할아버지를 빨리 극락으로 보내드려야지.”
“너 아직 나한테 말 안한 것이 있잖아.”
‘말 안한 것이라니? 혹시 내 마음의 결정?’
“여봉인지 오빤지 결정하라는 거야?”
“어차피 조사한 거니까 알려준 거지만 네 맘이 여봉이 자식한테 가있다면 내가 널 도울 필요가 있을까? 그런 부탁까지는 너무 잔인하지 않니?”
‘누가 누구더러 잔인하다는 거야?’
“······”
갑자기 돌변한 오빠의 행동에 놀라 말문이 열리지 않았다.
“치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입장을 바꾸어봐.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한테 가겠다는데 마지막까지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고.”
“지금 나랑 협상하자는 거야?”
목소리가 떨려왔다.
“협상 아니야. 난 네가 더 이해가 안가. 네가 이일에 열 올리는 것도 여봉이 그 자식 때문아니야? 조사해 보니 나오더라구. 여봉이도 민가네 식구라는 게. 넌 알고 있었지? 그것 때문에 처음부터 나한테는 말도 하지 않은 것일테고.”
“그건 오빠가 마음 쓰는 게 싫어서.”
“그것 봐.”
수암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길게 연기를 뿜어냈다. 연기가 코로 들어오자 답답했지만 마음이 더 답답했다.
“오빠는 할아버지가 사람들을 죽이고 다녀도 상관이 없어?”
“어차피 내가 모든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영웅은 아니야. 그리고 월청도사를 모르나본데 나 없이도 혼자 잘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수암이 이렇게 냉정한 사람이었다니. 항상 나한테는 다정한 모습만 보였는데.’
“오빠 정말 실망이다.”
“실망? 만약 내가 숙희씨랑 사귀게 되었다고 치자. 널 버리고 숙희씨한테 가는데 넌 숙희씨를 도울 수 있겠어?”
그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었다.
멀대가 주연이를 만난다고 했다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었더라도 돕지는 않았을 것이다.
“네가 돕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아니야. 넌 아직 대답 안 했으니까. 대신 이건 알아둬. 여봉이는 네가 싫다고 해도 몇 번이고 다시 찾아와 애걸복걸 했지만 난 그런 구질구질한 건 안해. 딱 질색이야.”
“그렇게 말 하지마.”
“그럼 네가 싫다고 하는데도 매달리란 말이냐?”
“매달리라고 안했어.”
수암과 나는 이미 언성을 높일대로 높이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방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
수암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잠깐 말을 멈추었다.
냉정을 찾아보려 했지만 흥분이 쉽게 가라 않지는 않았다.
“차라리 매달리는 것이 낫지. 이렇게 치사하게 협상을 해 올지는 몰랐어.”
“너 나 아니면 이 일 혼자 해결을 못해? 해결 못할 것 같으면 너도 관여 하지마.”
“할아버지의 영혼이 소멸되게 두고 볼 수는 없잖아.”
“그게 사람들 죽는 것 보다야 낫잖아.”
“하지만 오빠가 조금만 도와주면...”
“네 대답이 먼저야.”
오빠의 입장도 이해는 갔지만 끝까지 협상하려는 태도는 너무나 서운했다.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아 굉장히 낯설게도 느껴졌다.
“말싸움은 이제 그만하자. 언제 답해줄래?”
“...”
“너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건 알고 있겠지?”
“알아.”
“내일 집에 다시 와. 만약 대답이 노라면 올 필요도 없겠구나. 전화로 말해주면 될테니까.”
“그래. 알았어. 나 가볼게.”
수암은 가는 내 모습을 보려고 하지 않았다.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멀대에게 마음이 간 건 아니라고 말을 못 해주는 구나. 은근히 기대했었는데.”
오빠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힘없는 목소리가 너무나 가슴 아프게 들려왔다.
‘사실 오기 전까지는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잘해볼 생각이였는데. 집에 가서 더 생각해 볼게. 미안해. 아직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어.’
뒤돌아 나올 때 수암은 또 담배를 입에 물었다.
“대답이 노라고 해도 내일은 꼭 와줘. 마지막으로 얼굴이라도 보게.”
나는 아무 대답을 못한 채 급히 집밖으로 나왔다.
다정다감한 화해 분위기를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정말 의외였다.
‘이렇게 세게 나올지는 몰랐는걸. 은근슬쩍 묻어가려고 했건만 단칼로 잘라버리다니. 사람이 좋으면 잡고 매달릴 수도 있는 거지. 구질 구질? 웃기고 있어. 지가 멀대한테 가지말라고 하면 안갔잖아. 사람 테스트하는 거야 뭐야?’
한참 욕을 실컷하자 화는 풀리는 것 같았다.
마음이 가라앉아 가슴이 끝도 없이 답답했다.
바람이 불어 먼지가 코에 들어갔는지 코 끝이 찡했다.
‘이 눔의 먼지.’
그냥 먼지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더 아플 것 같았다.
사실 수암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네가 날 선택해야해.
내가 널 선택한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
뭔가 확실한 게 필요하다구.
분명 그런 뜻이리라.
정처 없이 걸었다.
이 길 끝에 답이 있을까?
그래. 가보자.
내 발길 닿는 데로 가보는 거야.
그 곳이 술집이라면 진탕 취해보자.
그 곳이 바다라면 물 속에 내 몸을 맡겨보자.
차를 타고 내리고 걷다가 뛰고.
끝에 다다른 걸까?
그 발길의 끝은 어이없게도 집 근처 개미 노래방이었다.
‘주리랑 교복입고도 자주 가던 곳이었는데. 혼자 노래방이라 참으로 청승맞구나.’
12-3
“삼십 분만요.”
“네. 칠천원 입니다.”
노란 머리 10대 총각은 거스름돈을 내주었다.
‘어린 놈이 학교도 안 가나봐. 멀리도 노란 게 안다니는 듯 보이네. 그나저나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인데. 으하하하. 개미핥기?’
생김새가 마치 개미핥기 같았다.
주둥이와 얼굴 전체를 이루는 선이 너무나 길다랬다.
대조적으로 팔과 다리는 짧았다.
‘동물과 비슷한 생김새를 안면있는 사람으로 착각했나보군.’
순간 웃음이 나왔다.
‘얼굴만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재주를 가지다니 놀랍군. 내가 웃는 것을 보고도 별로 기분 나빠하지 않네. 아마도 이런 웃음이 익숙한가봐.’
노란 개미핥기는 오히려 측은한 눈길을 보냈다.
어쩌다가 채였니하는 표정같았다.
아래 위로 훑기까지.
‘그래. 청승맞은 거 아니까 그만 좀 쳐다봐라.’
“이쪽으로 오세요.”
재떨이를 손에 들고는 카운터를 나오는 게 방으로 안내할 모양이었다.
“재떨이는 필요 없어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10대 총각은 살생 미소를 보여 주었다.
뒤가 섬뜩했다.
작은 눈알을 돌리며 긴 주둥이를 더욱 길게 모으다가 순간 옆으로 퍼트리는 미소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웃었지만 여전히 긴 주둥이는 우물거리더니 말을 뱉어냈다.
“필요할 거에요.”
무슨 뜻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한마디도 더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안내한 방은 카운터 바로 옆방이었다.
‘손님도 없는데 왜 옆방을 주는 거래. 남 노래 듣는 게 취미야?’
“방이 여기 뿐이에요?”
“6시까지는 아무도 안와요.”
어린 놈은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대답은 안 해주고 동문서답을 하네.’
시간은 정확히 30분이었다.
‘서비스도 안주다니 형편없는 알바로군.’
발라드 두곡을 부르자 19분이 되었다.
‘1시간 한다고 할 걸 그랬나.’
그때였다.
문이 열리더니 어린 놈이 문 안으로 얼굴을 들이 밀었다.
“서비스?”
“네?”
대답인지 뭔지 모를 말을 하자 문을 닫고는 나가 버렸다.
금방 10분이 추가되었다.
‘이것만 부르고 빨리 나가야지.’
6시까지 아무도 안 온다는 말이 생각이 나면서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설마 저놈이 날 마음에 두고?’
기분을 업 시킬 생각으로 좀 빠른 노래를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또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태연히 서 있는 것이었다.
“도우미 안 필요해요?”
‘노래방 도우미? 지금 지가 도우미 해주고 돈 받는다는 말을 하는 거야? 너 같은 도우미는 필요 없는데.’
“필요 없어요.”
나갈 생각이 없는지 버티고 섰다.
“돈이 없나 봐요. 그럼 그냥 공짜로 도우미 해줄께요.”
‘공짜도 싫다고. 나가.’
“싫다는데 왜 그래요?”
순간 놈의 표정이 상처 받은 짐승의 표정으로 바뀌었다.
‘꼴에 자존심이 상했나봐.’
“아까 손님이 저 보고 웃었잖아요. 이런 뜻 아니었어요?”
‘그건 너 생긴 게 웃겨서 웃은 거잖아.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할 수도 없고.’
말을 뱉는 순간 분노한 개미핥기가 달려들 것만 같았다.
‘노래방에서 죽을 수는 없어.’
“그건 남에게 웃음을 주는 기분 좋은 얼굴이라.”
‘설마 본 뜻을 알아듣지 않았겠지?’
“내가 누군지 알아요?”
‘저 뜻은 무얼까?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수 있다고 협박하는 거야?’
무서웠다.
밀폐된 공간에서 개미핥기와 한방에 있다니.
“누, 누군신데요?”
“이 노래방 셋째 아들이에요.”
‘도대체 모를 말만을 하고 있군. 지능이 좀 떨어지나봐.’
그래도 노래방 아들이라니 안심이 조금은 됐다.
예전부터 알고 있던 주인 아저씨는 굉장히 좋은 분이였으니까.
‘그래서 노래방이 개미 노래방인가? 암튼 나중에 다 일러 줘야지.’
댁의 아드님이 노래방 도우미를 행세하며 손님들에게 돈을 뜯어내고 있습니다. 꼭 일러주리라 마음을 먹으며 일단은 합석을 하기로 했다.
52. 꿀꿀이 바구미 12장 (01-03)
12
밤이의 말대로 둘은 만날 수가 없었다. 밤이의 자유시간을 위해 찾을 수 없는 곳에 숨어 있던 벌이가 몸이 아프게 된 것이다. 밤이는 하루 동안 벌이를 보지 못하자 너무나 보고 싶었다. 벌이를 찾아 헤메면서 벌이가 자신에게 너무나 소중한 벌레임을 알게 되었다.
별다른 사건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하루가 지난 동안에도 수암에게나 멀대 누구의 전화도 없었다.
아마도 두사람 모두 이젠 내가 결정할 때라는 것이라고 말없이 일러주는 것 같았다.
그들의 뜻대로 하루 동안 천천히 생각을 해 보기로 했다.
‘수암이랑 난 어떻게 가까워 진거지? 내가 오빠의 얼굴을 보고 반해버렸지. 한눈에 갈만한 얼굴이었으니까. 매너도 좋아 보였고. 그런 나에게 오빠도 잘 해주고 해서 별 갈등 없이 여기까지 왔구나. 거기에 비해 멀대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날 잡아주고 따라왔었어. 만약 수암과 나 사이에도 이런 갈등이나 오해들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수암은 절대 내가 떠난다고 하면 잡아주지 않을 거야. 자존심이 센 사람이니까.’
답을 얻은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에 도달한 느낌이 들었다.
커피를 마실 생각으로 주방으로 향했다.
오늘만 벌써 석잔째.
‘커피 마시면 얼굴이 까매진다고 초등학교 짝궁이 말했었지. 그때는 별 희안한 말이 다 돌았었는데. 후후. 딸국질을 백번하면 죽는다느니 유관순 언니 얼굴 반쪽은 여자, 반쪽은 남자라는 말도 있었지.’
무심코 거울앞에 서게 되었다.
‘이게 뭐야? 진짜로 까매졌잖아.’
“이모! 내 얼굴 좀 봐. 얼굴이 까매졌지?”
“어딜 싸돌아다녔길래 얼굴이 새까맣게 탔니? 완전 촌년이 따로 없다. 애.”
커피 때문이 아니었다.
볕에 얼굴이 많이 탄 것이었다.
속상한 마음으로 거울을 계속 보았다.
그리고는 장난스런 마음으로 얼굴을 반만 가려보았다.
‘어머나, 한손으로도 얼굴이 다 가려진다니까.’
그리고 얼굴을 반쪽 가려본 결과 다행히 두쪽 다 남자 같았다.
걱정은 금세 잊고 거울 앞에서 장난을 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수암이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할까?’
“여보세요.”
‘웬 여보세요? 긴장하긴 했나봐.’
- 할아버지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왔어. (지찍)시까지 우리 집으로 와.
뚝.
‘어쭈구리. 화가 많이 난 모양이네. 자기말만 하고 끊어? 근데 몇시까지 오라고 하는 거야? 수암의 자존심 생각하면 다시 전화하면 안되지만 어쩔 수 없지.’
신호가 여러 번가고 안내 멘트가 나오도록 전화를 받지 않았다.
‘뭐야? 전화를 안 받겠다는 거야?’
진짜 전화 걸기 미안했지만 또 걸었다.
이번엔 받았다.
- 여보(찌직)세..
“오빠, 몇시까지 오라고? 아까 잘 안 들렸어.”
- (지지지익) 뭐라고?
시끄러운 소리가 밖에 있는 듯 했다.
“안 들렸다고. 몇 시까지 오라는 거야?
소리를 고래 고래 질렀다.
- (직)시까지와.
뚝.
어쩔 수 없이 또 전화를 걸었다.
멋지려고 한 수암의 의도는 아주 많이 벗어나고 말았다.
수암의 집 앞에서 잠시 들어가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며칠 만에 햇볕에 그을린 건강한 얼굴을 보여준다는 것이 많이 미안했다.
썬크림을 발랐어야 했는데.
약속한 세시가 조금 넘어가고 있었다.
“들어와.”
수암은 내 얼굴을 보고 흠칫 놀란 표정이었다.
어서 좀 놀았구나 하는 듯한.
“응.”
애써 태연한 척 했다.
수암이 안내한 방에는 여러 서류들과 종이들이 널려 있었다.
“앉아.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수암은 조사 결과만 말해줄 생각인가봐. 하긴 이야기 꺼내기 어렵기도 하겠지.’
“일단 할아버지의 이름은 키노모토 다케다. 1909년 일본 도쿄 출생. 당시 정치, 경제에서 큰 활동을 한 키노모토 가문의 사람이야.”
‘잘 나가는 집안 사람이란 말이지. 어딘가 기품이 있어 보이긴 했어. 아주 조금이지만.’
“그 가문에서 임무를 받고 1940년 한국으로 넘어오게 되지. 당시 나이가 32세였어. 같이 넘어온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고.”
“그거라면 알아. 아마도 배멀미와 여독이 겹쳐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죽은 것 같던데.”
“그래? 여기서 중요한 건 어떤 임무를 갖고 왔냐지.”
“어떤 임무를 띠고 온건데?”
“민태식의 암살.”
예상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될 수 있다면 그 가족의 전멸까지.”
“도대체 왜?”
“월청의 아버지인 민태식은 고바야시의 가문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일본으로 건너갔어. 당시 키노모토 가문과 양대산맥을 이루며 정계와 경제계를 주름잡던 가문이야. 하지만 고바야시가문은 키노모토가 신흥세력으로 부흥하기 전부터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점점 세력을 확장해나가는 키노모토가 눈에 가시처럼 여겨졌겠지.”
“뭘 부탁했던 거야?”
“일본이 예부터 조상신을 섬기고 있었던 것은 알고 있지?”
“응. 각 가문마다 사당을 만들고 위패를 모시면서 조상신들을 섬기고 있다는 정도만.”
“너도 알겠지만 조상신들의 덕을 보아 집안이 일어나는 경우들이 많잖아. 일반 사람들은 잘 믿지 않지만.”
실제로 조상신들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는 직업상 잘 알고 있는 바였다.
그런데 그거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
“민태식이 고바야시가문으로부터 받은 의뢰가 키노모토 가문에 속한 모든 영혼의 소멸이야.”
“그러면 더 이상 조상신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
“혜림이도 잘 아는구나.”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다.
다른 집안의 영혼을 없앨 만큼 기득권을 얻고자 했다니 정말 사악한 생각이 아닐 수 없었다.
수암은 말을 이었다.
“그 생각이 정말 효과가 있었는지 키노모토 가문은 점점 쇠락하기 시작했어.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집안에서는 난리가 났겠지. 장손이 갑자기 아프다거나 손을 볼 수 없다거나 며느리가 바람이 나 도망을 간다거나하는 흉한 일들만 계속 됐으니까.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된 거야.”
“그래서 민태식 숙청을 목적으로 할아버지가 한국에 온 거구나.”
할아버지의 원한이 무엇인지 이제 조금 이해가 갔다.
정말 당시로는 급박한 문제였을 것이다.
“점점 실권을 장악하게 된 고바야시 가문은 영혼의 소멸 작전이 굉장한 효과가 있음을 의심하지 않았고 몇 년에 한번씩 민태식을 불러 일을 시켰어. 신생영혼들도 처치하기 위해서. 민태식을 일본에 갈 때 주위사람들에게 사냥을 간다고 하며 나갔대.”
“정말 사냥이군. 영혼 사냥.”
“...”
수암은 말을 하고 나자 목이 컬컬했졌는지 물한잔을 벌컥 들이켰다.
사실 목이 말라서가 아니라 너무도 사악한 그들의 행동에 열이 받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수암의 얼굴은 흥분되어 있었고,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키노모토 가문에서 민태식의 암살만을 지시하고 고바야시가문에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어?”
“가만있을 수 없었겠지. 이거 봐.”
수암이 넘겨준 종이에는 일본말 투성이여서 읽을 수는 없었지만 사람이름이 쭈욱 나열되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최근 150년간의 두 가문의 사망자 명단이야. 물론 여자는 없어.”
“이게 뭐야? 이 빨간 밑줄은?”
“그건 호상을 맞은 분이 아니라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야. 어떻게 보면 암살이라고 봐야겠지. 물론 100% 확실한 것들은 아니지만.”
빨간 줄을 쳐 놓은 것은 100여명의 명단 중 어림잡아 예닐곱 명은 되어 보였다. 키노무라가 8명, 고바야시가 9명이었다.
“엄청나구나.”
“두 가문은 서로를 암살할 기회만 노렸다고 봐야지. 거기에 중요 인사들이 아닌 사람들의 수를 합친다면 그 수는 훨씬 많아.”
죽고 죽이는 두 가문의 역사.
소름이 끼쳤다.
‘할아버지가 그런 가문의 사람이라니. 내가 알고 있던 할아버지 같지가 않아.’
“다케다는 번번히 민태식 암살에 실패하고 일본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어. 대한민국의 해방까지 겹치자 일본으로서 입지도 많이 좁아졌을거구. 그래서 암살은 더더욱 어려워졌을 거야.”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에 더더욱 민태식을 죽이고 싶은 생각이 커졌겠구나.’
“그렇겠다.”
“그러다가 다케다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일이 생겼어.”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분노는 극에 달았을텐데 도대체 무슨 사건이 있었길래.
뜸을 들이는 수암을 계속 쳐다보았다.
“그게 뭔데?”
수암은 조금은 내게 가까이 오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이야기를 계속 했다.
“다케다에게는 어린 아들이 있었어. 어느 날 다케다의 아내는 아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러 시댁으로 갔지. 거기서 모였다가 다른 친척들과 함께 차로 이동중이였어. 그때 교통사고가 일어나 아들과 함께 남자 둘이 죽은 거야. 물론 다케다 집안 사람이지.”
“아내는?”
“목숨은 건졌지만 회복 하는 데만 몇 달이 걸리는 큰 사고였나봐. 그리고 몸을 회복하자마자 홀연히 어디로 사라졌다고 하더라.”
“왜? 남편을 만나러 한국으로 온 건가?”
“아니야. 아들을 잃게 만든 키노모토 가문에 염증을 느껴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을 간 것 같아. 아무튼 나중에도 일절 연락조차 없었대.”
그 때 할아버지가 보낸 준 영상에서 보았던 얼굴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주리를 닮은 다소곳한 이미지의 여인.
아들을 잃은 슬픔이 대체 얼마나 컸기에.
슬픔의 크기를 가늠한다는 것은 나로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었다.
물론 부모님을 잃었지만 너무 어릴 적의 일이라 나와는 경우가 다르다 생각했다.
“그럼 그 사고도 고바야시가문에서 저지른 일이야?”
“그것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시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나봐. 그때 함께 차에 있던 남자가 무기 공장을 차려 꽤 돈을 많이 모은 재력가였거든. 아마도 그 사고의 목표물이였겠지.”
타지에서 보고싶어도 볼 수 없었던 아들을 잃은 슬픔은 굉장히 컸을 것이 분명했다.
“할아버지가 열 받을만 하네.”
“열 받았다는 증거물이 있다. 여기 다케다가 민태식에게 보낸 편지들이 있어.”
편지라니?
수암은 종이 석장을 넘겨주었다.
12-2
“어떻게 이런 걸 구했어?”
“월산에게 부탁을 했지. 자신들이 다급한 일이니까 협조 안할 수 없잖아. 암살이 실패로 돌아간 후에 보낸 것 같아.”
‘수암은 참 수완이 뛰어나구나.’
편지는 총 석장이었다.
“한국말이네.”
‘글씨가 꽤나 단정하네. 나중에 한국말을 배우셨나봐.’
“한국말을 배우기는 했겠지. 그런데 편지는 아마도 대필을 썼나봐. 당시에는 한글을 못 쓰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대필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거야.”
자세히 보니 수암의 말대로 글씨체가 모두 다른 것이 대필 같았다.
편지에는 증오에 찬 말들이 가득했다.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험악한 표현들로 죽여 버리겠다는 말들뿐이었다.
복수심이 그대로 드러난 편지였다.
“월산네 집도 이상하다. 왜 이런 편지들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거야? 자신들에게 유리한 말들도 없는데.”
“유리할 게 없다니? 영혼을 소멸시킨다고 경찰이 잡아 가냐?”
생각해 보니 그랬다.
영혼을 소멸한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없었다.
오히려 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증거물로 쓰이면 모를까.
‘똑똑한 사람들이란 말이야.’
“그래두 이해가 안가. 꽤 오래된 편지잖아. 협박한 할아버지도 죽은 지 오래고.”
“민태식이 죽을 때까지 불안했나봐. 사실 다케다가 언제 죽었는지는 모르고 있었을테니까. 그리고 유언을 남겼대. 편지의 주인공은 언젠가는 꼭 온다구.”
‘그걸 미리 알고 있었단 말이야? 역시 능력이 뛰어난 자였나봐.’
“할아버지가 언제 돌아가셨는지도 조사가 됐어?”
“응. 1972년 65세의 나이로 별세.”
정말 대단한 조사능력인걸.
수암이 대단해 보였다.
“그럼 돌아가신지 31년째구나.”
“할아버지가 더 열 받을 만한 일이 있지. 민태식이 죽은 건 1973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바로 다음해야.”
“진짜 억울 하셨겠다.”
“그랬겠지.”
“중요한 건 월청도사가 아직도 몇 년에 한번씩은 일본으로 가고 있다는 거야.”
“아니 그 일을 대를 물려서까지 한단 말이야.”
“아마도. 그래서 할아버지는 더더욱 민가네 집안사람들을 가만두고 싶어 하지 않을걸.”
“그렇구나.”
영혼사냥을 2대째 한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자신들과 상관이 없는 집안일인데.
그제서야 할아버지가 사람들을 죽일 정도로 분노한 것이 이해가 갔다.
나도 민가네 집안 사람들의 행동에는 이가 갈릴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할아버지의 분노가 큰 만큼 어떤 일을 벌이실지 모르는 일이니까 대책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해는 되지만 사람들을 죽이게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오빠 서둘러야겠어.”
“나도 같은 생각이야.”
“언제가 좋을까?”
“내가 그것까지 도와야 해?”
‘무슨 소리야, 저건?’
장난을 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수암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갑자기 남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할아버지를 빨리 극락으로 보내드려야지.”
“너 아직 나한테 말 안한 것이 있잖아.”
‘말 안한 것이라니? 혹시 내 마음의 결정?’
“여봉인지 오빤지 결정하라는 거야?”
“어차피 조사한 거니까 알려준 거지만 네 맘이 여봉이 자식한테 가있다면 내가 널 도울 필요가 있을까? 그런 부탁까지는 너무 잔인하지 않니?”
‘누가 누구더러 잔인하다는 거야?’
“······”
갑자기 돌변한 오빠의 행동에 놀라 말문이 열리지 않았다.
“치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입장을 바꾸어봐.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한테 가겠다는데 마지막까지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고.”
“지금 나랑 협상하자는 거야?”
목소리가 떨려왔다.
“협상 아니야. 난 네가 더 이해가 안가. 네가 이일에 열 올리는 것도 여봉이 그 자식 때문아니야? 조사해 보니 나오더라구. 여봉이도 민가네 식구라는 게. 넌 알고 있었지? 그것 때문에 처음부터 나한테는 말도 하지 않은 것일테고.”
“그건 오빠가 마음 쓰는 게 싫어서.”
“그것 봐.”
수암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길게 연기를 뿜어냈다. 연기가 코로 들어오자 답답했지만 마음이 더 답답했다.
“오빠는 할아버지가 사람들을 죽이고 다녀도 상관이 없어?”
“어차피 내가 모든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영웅은 아니야. 그리고 월청도사를 모르나본데 나 없이도 혼자 잘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수암이 이렇게 냉정한 사람이었다니. 항상 나한테는 다정한 모습만 보였는데.’
“오빠 정말 실망이다.”
“실망? 만약 내가 숙희씨랑 사귀게 되었다고 치자. 널 버리고 숙희씨한테 가는데 넌 숙희씨를 도울 수 있겠어?”
그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었다.
멀대가 주연이를 만난다고 했다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었더라도 돕지는 않았을 것이다.
“네가 돕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아니야. 넌 아직 대답 안 했으니까. 대신 이건 알아둬. 여봉이는 네가 싫다고 해도 몇 번이고 다시 찾아와 애걸복걸 했지만 난 그런 구질구질한 건 안해. 딱 질색이야.”
“그렇게 말 하지마.”
“그럼 네가 싫다고 하는데도 매달리란 말이냐?”
“매달리라고 안했어.”
수암과 나는 이미 언성을 높일대로 높이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방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
수암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잠깐 말을 멈추었다.
냉정을 찾아보려 했지만 흥분이 쉽게 가라 않지는 않았다.
“차라리 매달리는 것이 낫지. 이렇게 치사하게 협상을 해 올지는 몰랐어.”
“너 나 아니면 이 일 혼자 해결을 못해? 해결 못할 것 같으면 너도 관여 하지마.”
“할아버지의 영혼이 소멸되게 두고 볼 수는 없잖아.”
“그게 사람들 죽는 것 보다야 낫잖아.”
“하지만 오빠가 조금만 도와주면...”
“네 대답이 먼저야.”
오빠의 입장도 이해는 갔지만 끝까지 협상하려는 태도는 너무나 서운했다.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아 굉장히 낯설게도 느껴졌다.
“말싸움은 이제 그만하자. 언제 답해줄래?”
“...”
“너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건 알고 있겠지?”
“알아.”
“내일 집에 다시 와. 만약 대답이 노라면 올 필요도 없겠구나. 전화로 말해주면 될테니까.”
“그래. 알았어. 나 가볼게.”
수암은 가는 내 모습을 보려고 하지 않았다.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멀대에게 마음이 간 건 아니라고 말을 못 해주는 구나. 은근히 기대했었는데.”
오빠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힘없는 목소리가 너무나 가슴 아프게 들려왔다.
‘사실 오기 전까지는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잘해볼 생각이였는데. 집에 가서 더 생각해 볼게. 미안해. 아직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어.’
뒤돌아 나올 때 수암은 또 담배를 입에 물었다.
“대답이 노라고 해도 내일은 꼭 와줘. 마지막으로 얼굴이라도 보게.”
나는 아무 대답을 못한 채 급히 집밖으로 나왔다.
다정다감한 화해 분위기를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정말 의외였다.
‘이렇게 세게 나올지는 몰랐는걸. 은근슬쩍 묻어가려고 했건만 단칼로 잘라버리다니. 사람이 좋으면 잡고 매달릴 수도 있는 거지. 구질 구질? 웃기고 있어. 지가 멀대한테 가지말라고 하면 안갔잖아. 사람 테스트하는 거야 뭐야?’
한참 욕을 실컷하자 화는 풀리는 것 같았다.
마음이 가라앉아 가슴이 끝도 없이 답답했다.
바람이 불어 먼지가 코에 들어갔는지 코 끝이 찡했다.
‘이 눔의 먼지.’
그냥 먼지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더 아플 것 같았다.
사실 수암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네가 날 선택해야해.
내가 널 선택한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
뭔가 확실한 게 필요하다구.
분명 그런 뜻이리라.
정처 없이 걸었다.
이 길 끝에 답이 있을까?
그래. 가보자.
내 발길 닿는 데로 가보는 거야.
그 곳이 술집이라면 진탕 취해보자.
그 곳이 바다라면 물 속에 내 몸을 맡겨보자.
차를 타고 내리고 걷다가 뛰고.
끝에 다다른 걸까?
그 발길의 끝은 어이없게도 집 근처 개미 노래방이었다.
‘주리랑 교복입고도 자주 가던 곳이었는데. 혼자 노래방이라 참으로 청승맞구나.’
12-3
“삼십 분만요.”
“네. 칠천원 입니다.”
노란 머리 10대 총각은 거스름돈을 내주었다.
‘어린 놈이 학교도 안 가나봐. 멀리도 노란 게 안다니는 듯 보이네. 그나저나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인데. 으하하하. 개미핥기?’
생김새가 마치 개미핥기 같았다.
주둥이와 얼굴 전체를 이루는 선이 너무나 길다랬다.
대조적으로 팔과 다리는 짧았다.
‘동물과 비슷한 생김새를 안면있는 사람으로 착각했나보군.’
순간 웃음이 나왔다.
‘얼굴만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재주를 가지다니 놀랍군. 내가 웃는 것을 보고도 별로 기분 나빠하지 않네. 아마도 이런 웃음이 익숙한가봐.’
노란 개미핥기는 오히려 측은한 눈길을 보냈다.
어쩌다가 채였니하는 표정같았다.
아래 위로 훑기까지.
‘그래. 청승맞은 거 아니까 그만 좀 쳐다봐라.’
“이쪽으로 오세요.”
재떨이를 손에 들고는 카운터를 나오는 게 방으로 안내할 모양이었다.
“재떨이는 필요 없어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10대 총각은 살생 미소를 보여 주었다.
뒤가 섬뜩했다.
작은 눈알을 돌리며 긴 주둥이를 더욱 길게 모으다가 순간 옆으로 퍼트리는 미소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웃었지만 여전히 긴 주둥이는 우물거리더니 말을 뱉어냈다.
“필요할 거에요.”
무슨 뜻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한마디도 더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안내한 방은 카운터 바로 옆방이었다.
‘손님도 없는데 왜 옆방을 주는 거래. 남 노래 듣는 게 취미야?’
“방이 여기 뿐이에요?”
“6시까지는 아무도 안와요.”
어린 놈은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대답은 안 해주고 동문서답을 하네.’
시간은 정확히 30분이었다.
‘서비스도 안주다니 형편없는 알바로군.’
발라드 두곡을 부르자 19분이 되었다.
‘1시간 한다고 할 걸 그랬나.’
그때였다.
문이 열리더니 어린 놈이 문 안으로 얼굴을 들이 밀었다.
“서비스?”
“네?”
대답인지 뭔지 모를 말을 하자 문을 닫고는 나가 버렸다.
금방 10분이 추가되었다.
‘이것만 부르고 빨리 나가야지.’
6시까지 아무도 안 온다는 말이 생각이 나면서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설마 저놈이 날 마음에 두고?’
기분을 업 시킬 생각으로 좀 빠른 노래를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또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태연히 서 있는 것이었다.
“도우미 안 필요해요?”
‘노래방 도우미? 지금 지가 도우미 해주고 돈 받는다는 말을 하는 거야? 너 같은 도우미는 필요 없는데.’
“필요 없어요.”
나갈 생각이 없는지 버티고 섰다.
“돈이 없나 봐요. 그럼 그냥 공짜로 도우미 해줄께요.”
‘공짜도 싫다고. 나가.’
“싫다는데 왜 그래요?”
순간 놈의 표정이 상처 받은 짐승의 표정으로 바뀌었다.
‘꼴에 자존심이 상했나봐.’
“아까 손님이 저 보고 웃었잖아요. 이런 뜻 아니었어요?”
‘그건 너 생긴 게 웃겨서 웃은 거잖아.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할 수도 없고.’
말을 뱉는 순간 분노한 개미핥기가 달려들 것만 같았다.
‘노래방에서 죽을 수는 없어.’
“그건 남에게 웃음을 주는 기분 좋은 얼굴이라.”
‘설마 본 뜻을 알아듣지 않았겠지?’
“내가 누군지 알아요?”
‘저 뜻은 무얼까?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수 있다고 협박하는 거야?’
무서웠다.
밀폐된 공간에서 개미핥기와 한방에 있다니.
“누, 누군신데요?”
“이 노래방 셋째 아들이에요.”
‘도대체 모를 말만을 하고 있군. 지능이 좀 떨어지나봐.’
그래도 노래방 아들이라니 안심이 조금은 됐다.
예전부터 알고 있던 주인 아저씨는 굉장히 좋은 분이였으니까.
‘그래서 노래방이 개미 노래방인가? 암튼 나중에 다 일러 줘야지.’
댁의 아드님이 노래방 도우미를 행세하며 손님들에게 돈을 뜯어내고 있습니다. 꼭 일러주리라 마음을 먹으며 일단은 합석을 하기로 했다.
“그럼 같이 놀아요.”
“네. 잠깐만요.”
어린 놈의 표정은 밝아지더니 무언가를 가지려 나갔다.
개미핥기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얼른 핸드폰을 들었다.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니 누군가를 불러야겠어.’
막상 멀대나 수암에게는 전화를 할 수 없고.
집이랑 가까우니까 주리를 부르자.
다행히 주리는 20분내로 온다고 했다.
‘이제 20분만 참으면 돼.’
개미핥기는 음료수를 두개 가지고 들어와 탁자위에 툭하고 내려놓았다.
“천 팔백원이요.”
코 앞까지 지손을 내밀었다.
“두개 다 제가 사나요?”
구백원에 목숨을 걸고 말했다.
“그럼요. 도우미 것은 손님이 계산 하는 거에요.”
“몰랐어요. 처음이라.”
‘20분만 참자. 주리한테 돈 받아달라고 해야지.’
일단 내가 먼저 노래를 불렀다.
너도 내 노래에 뻑이 갈 것이다.
그러나 예상밖이었다.
어린 놈은 내가 노래하는 동안 음료수를 홀짝거리며 건성으로 들었다.
누가 노래방집 아들 아니랄까봐 노래번호는 다 외웠는지 번호책자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노래는 후렴부에 다달아 최고음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보통은 소름까지 끼친다고 하며 환호성을 보내는데 놈은 쫄지도 않았다.
‘역시 지능이 낮은 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