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기억들 7

그날들202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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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에 집안행사가 두개나 잡혀버리는 바람에 일주일이 훅 가버렸네요. 주말은 좀 쉬는 가 싶었는데 청소하다 정신차리고 보니 분명 일요일 이었는데 월요일 이었습니다.허망하네요...
그래도 택시미터기에 말처럼 달려봐야지 별 수 있겠나 싶습니다.
덥습니다.건강 유의하시길 바라면서 힘내십시오.
실제 경험에 의한 이야기이며 가벼운 마음으로 봐주시면 좋겠고,글이 비교적 긴 편이니 유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군대를 전역하고 이력서를 넣는 족족 탈락을 맛보았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을지 모르겠으나 그땐 철저하게 학력과 출신학교가 중요하게 여겨졌기에 기업의 관리자들 시선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몇가지의 자격증은 그닥 플러스 요인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이력서만 주궁장창 넣으면서 지낼수도 없는 노릇이라 이런저런 알바를 했는데 다수의 단기알바는 급여가 짯다.
아는 형님의 부탁으로 외곽지역에 물류직 일을 소개 받았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3D업종 현장직은 늘 인력난에 허덕인다.
급여나 시급이 높았지만 업무량이 많고 거칠고 고된 노동이기에 다수가 2개월 안에 관둔다고 했다.

면접을 보러 갔는데 이력서는 쳐다보지도 않고,익일 작업이 가능한가 부터 묻는다..그것도 아주 정중하고 단호하게...
노가다도 해봤고,상하차도 뛰어 봤기에 일당과 급여 얘기만 듣고 그자리에서 계약서를 썻다. 작업복,안전화를 받고,출퇴근이 어려우면 달방(한달 계약 숙박업소)도 소개를 해주겠다고 했다.
출퇴근 왕복 3시간 거리라 그래 달라고 부탁했다.
그날 소개 받은 여인숙은 심각했다. 화장실은 공용인데다 리모델링이 시급한 곳이었으나 주인 할배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어보이셨다. 차라리 돈을 더 주고 사람답게 쉴 수 있는 곳을 가고 싶어 거절을 했더니 정중함이 사라진 그들은 그럼 이후에는 니가 알아서 하란식이다.(아마 협력관계 였던 모양이다)

근무지에서 거리는 조금 있었지만 리모델링이 된 곳을 찾았다.
2년전에 리모델링을 했다는데 가격이 큰 차이가 없었고,근처에 편의시설도 나름 괜찮아서 계약을 했다.
주인이 혹시 예민한 성격이냐고 물었다. 방음이 안되서 그런가 싶었는데 뭐 근처에 술집도 있고,방음에 문제도 있기때문에 과도하게 예민한 분들에게 미리 언지를 한다고 하셨다.
예민한 편이긴 한데 심각한 정도가 아니면 괜찮은데 많이 심각하냐고 물었더니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얼버무렸다.
4층방을 배정받고 일단 하루 자보라고 했는데 뭐 아직 계발이 덜 된 동네이고 특별히 씨끄럽다는 건 느끼지 못했다.

육체를 사용하는 일은 적응이 힘들다. 그냥 하는거다.
첫날부터 말그대로 개고생을 하고 어리버리한 영혼이 작업에 의해 탈곡됐다. 회사 선임들의 한잔 권유를 뿌리치고 꾸역꾸역 걸어서 여관에 도착했다. 그냥 더 가까운데 얻을껄... 프런트를 지나서엘레베이터에 올라 4층 버튼을 눌렀다.
각각 층마다 방이 4개씩 있었고, 내가 머무는 방은 4층 맨 끝에 호실이었다.재수없게 번호도 404호네...뭐 상관없다.
어두운 복도 바닥만 보고 걷다가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들어보니 403호에 여성이 가만히 서 이었다.

종종 직업여성과의 2차가 성사(?)되는 지역이라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배려를 한답시고 벽쪽에 최대한 붙어 지나가는데 희안하게 화장품이나 향수 냄새가 없이 탄내가 나길래 순수하게 담배를 피웠나 생각하고는 얼른 지나와 열쇠를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씻고 나와 멍하니 티비를 틀고는 싸구려 침대에 누웠다.
꿉꿉한 냄새가 나는 것을 보니 관리가 철저한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감이 풀리고 하루의 피로가 몰려와 가만히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무거워진 눈꺼풀이 내려오는 것을 느끼고 그대로 눈을 감아 깊은 수면에 빠졌다.
소변이 마려워 눈을 떠 화장실로 향했다. 노크소리가 들렸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인데 개매너라고 생각했다.

누구세요..?

현관 외시경도 없는 문이라 누군지 확인도 힘들어 잠깐 기다렸다. 혹시 잘못 두드린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10초정도를 기다렸다가 뒤돌아 서는데 다시 쿵쿵 하는 소리가 들린다. 감짝 놀라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누구시냐구요??

여전히 대답이 없다. 술 취한 사람인가 싶어 마주하고 싶지가 않았다. 근데 아무리 취했어도 대꾸가 전혀없는게 이상했다.
뭔가 좀 깨림직 하다는 생각이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쿵쿵쿵쿵쿵쿵쿵 격렬한 두들김에 깜짝 놀라 허우적 거리다 뒤로 나자빠졌다. 당황한 것도 잠시 황당함에 머리로 스팀이 올라와 벌떡 일어나 육두문자를 남발하며 문을 확 열었다..

이런 빌어먹을 x 같네...미친 누구신데...

복도는 고요했다. 개미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 한 동안 벙찐 상태로 허공을 응시하다가 다시 문을 닫았다.왠지 불안한 마음이 생겨 잠에 들지 못하다가 잠깐 쪽잠을 자고 일어나 피로에 찌든 상태로 출근을 했다. 선임이 얼굴이 왜 그러냐고 묻길래 그냥 아니라고 둘러댓더니 밤에 요상한 짓 하고 돌아다니는거 아니냐고 웃어넘겼다. 또 작업량이 많았다. 살짝 직업선택의 후회가 밀려왔다. 그날은 선임들과 근처에서 소주를 드링킹 하고,터벅터벅 걸어 오고 있었다.엘베를 타고 4층에 내리자 그곳에 또 여자가 서 있다. 쐬한 느낌이 들었다.

그곳에 가만히 서서 지켜봤다. 그냥 그 호수의 방으로 들어가길 원했던 마음이었다. 귀신이든 사람이든 제발 내 앞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알량한 마음...그곳에서 5분정도를 서서 지켜봤는데 미동도 하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가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에 다시 엘베의 버튼을 눌렀다. 띵 하는 기계음과 동시에 4층에 머물러 있던 엘베의 문이 열려 뒷걸음질로 탑승을 하려는데 그 순간 그 여자가 문을 열고 스윽 들어가 버렸다. 한숨이 나왔다.무슨 상황인가 빠르게 머리를 굴렸는데 올바른 답은 나오지 않았다. 내가 오해한건가?누군가 엘베를 눌렀는지 문이 닫히고 위잉하는 소리와 함께 엘베가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복도를 조심히 걸었다. 403호를 지나쳐 404호에 발걸음을 멈추고 매고 있던 가방에서 키를 찾느라 뒤적뒤적 걸리때 지근거리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뜨거워..뜨겁다고...

순간 움찔하며 동작을 멈췄다. 식은땀이 나는게 느껴진다.
싸늘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코 끝으로 탄내가 풍겨왔다.
무시했다..덜덜 거리면 떨리는 손으로 가방을 이곳저곳 뒤져 열쇠를 찾았다. 빨리 들어가거나 냅다 줄행랑을 치거나 둘중 하나는 선택을 해야했다.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 볼 용기가 나지 않아 모른척 계속 가방을 뒤지다 열쇠를 찾아 열쇠구멍에 맞추려늘데 당황해서 쉽지가 않았다. 여자의 웃는 소리가 들렸다.

흐흣...너 보이잖아?? 왜 모른척 하니?

눈 앞이 아득해 졌다. 열쇠가 구멍에 들어갔다. 살짝 돌리자 철컥 하는 소리가 들렸고,최대한 침착하게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고는 그대로 문을 닫았다. 숨을 내 뱉는 타이밍이 잊은 것 마냥 숨이 턱턱 막혀 가슴을 진정시켰다. 절대 뒤를 보지 않았다. 손만 뻗어 버튼을 눌러 문이 잠기는 소리를 듣고서도 그 상태 그대로 5분간 가만히 서 있었다. 가슴이 어느정도 진정이 되자 참았던 긴 한숨의 입을 토해 천천히 세어나왔다. 불을 켜기 위해 천천히 스위치에 손을 올려 누르려 하는 순간 몸에 한기가 몰려왔다.
스스로 그 상황을 재빠르게 인식했다....c바 돛됐다.
요동치는 심장소리가 느껴졌다...그리고 공습이 이어졌다.

으악..뜨겁다고...봤잖아 너 나 봤잖아...뜨겁다고 뜨거워서 미치겠어 살려줘 뜨거워....

놀란 가슴이 문제는 아니었다. 여자의 비명을 듣는 순간 몸 전체에 주체 할 수 없이 열이 오르는 게 느껴졌다.뜨거웠다.
옷을 벗고 말고 할것도 없이 화장실로 달려가 샤워기를 틀어 온 몸에 차가운 물을 뿌렸다. 남들이 봤다면 정말 딱 미친x 같았을 것이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을 먹고 뜨겁다며 계속해서 온 몸을 물에 적셨다. 계속해서 여자의 비웃음 소리가 들렸다.
왜 나한테 지랄이냐고 소리 소리를 지르다가 나도 모르게 풀썩 쓰러졌다. 눈을 떳을때 물에 젖은 생쥐꼴을 하고 화장실에 누워있었다. 다행히 머리가 깨지거나 다친 곳은 없다.그러나 머리가 띵하고 어지러웠다.

화장실에서 나와 방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서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인생이 참 지랄맞다고 스스로 한탄을 했다.
지독한 몸살기운이 들어 회사로 전화를 했다. 상황을 둘러댓더니 괜찮으니 하루한 쉬고 내일은 꼭 다시 나오라고 했다.
아마 다른 초보 인력들이 이런식으로 말하고 잠수 타는 경우가 종종 있었나 보다.. 옷을 갈아입고는 병원에 갈 채비를 하여 나오다가 카운터에 주인에게 물었다. 혹시 지금까지 방 사용한 비용만 내고 환불이 안되냐고... 달방은 선불이고 환불 자체가 곤란하다고 한다. 다급하게 왜 그러냐고 묻는다.

왜요.? 뭐 불편한데 있으셔?? 4층은 그렇게 시끄럽지도 않을텐데??

귀신이 보여서요..라는 말이 목구멍 까지 올라왔지만 참았다.
혹시 다른 층으로 옮길 수 없냐고 물었더니 3층에 방이 하나 남았는데 괜찮냐고 물어보길래 괜찮다고 답하고 옮기겠다는 말을 하고는 아래층 301호로 서둘러 짐은 옮겼다.
거기만 아니면 괜찮겠지 생각했다. 병원을 다녀와 이른 저녁을 먹고 약까지 먹었더니 노곤해졌다. 자연스럽게 눈이 감겨 침대에 누웠다가 잠이 들었다. 밖이 시끄럽다고 생각하여 눈을 떳다.
다닥 다닥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저기서 다양한 사람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 상황을 판단하려고 몸을 일으키는데 다급히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남자의 목소리였다.

빨리 나오세요..건물에 불 났어요..빨리 나와요.

깜짝 놀라 튕겨져 나가듯 문앞으로 가 손잡이를 잡아 조금 돌리다가 간밤에 일들이 생각났다. 사람은 경험을 해야 침착해진다.
경보기도 울리지 않았고, 호들갑을 떨 정도로 불이났다면 연기도 자욱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찰나의 순간에 또 낚일 뻔 했다.
그리고 더 이상 거기서 묶을 수 없겠다라는 판단도 들었다.
여자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렸다.

너만 살려고? 문 열어..뜨겁단 말이야...

혀를 내둘렀다.나쁜 x
돌아와 카운터로 전화를 했다. 한참을 신호음이 이어지다가 주인 목소리가 들려 돈이고 뭐고 그냥 나가겠다고 했더니 주인이 자다 말고 올라왔다. 말다툼이 오갔다. 왜 자꾸 나만 이상하게 나오냐고 하길래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사장님 여기 불난적 있죠??리모델링은 왜 하신거에요.?

표정을 숨길 수 없었나보다. 안면이 싹 변하면서 개인적인 것 까지 말해줘야 하느냐고 잔소리를 했다.
낸 금액을 반은 돌려주겠다며 나가시고,엄한 소문 내지 말라는 당부를 듣고 나서야 얼마있지도 않은 짐을 챙겨 나올 수 있었다.
제정신으로 사는 게 참 힘들다는 생각에 근처 슈퍼에 들려 소주를 하나 사들고 다른 숙박업소로 갔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주인에게 그 여관에 대해 넌지시 물었다.
또 한 번 혹시나가 역시나다..여관을 비롯해 근처 건물 두세개가 홀랑당 타버린 터에다 다시 여관을 지어서 리모델링 했단다.
엄한 소문이 아니라 이미 소문이 자자한 곳이었다.

빌어먹을 나만 몰랐다..만날 나만...
간만에 푹 잠들고 출근을 해서 여관에 대해 얘길했더니 선임이 혀를 끌끌 찬다.

야..물어보고 구해야지..거기 소문이 안 좋은데 너 싸서 갔지?

정답;;;
리모델링을 해서 신식인데도 주변 허름한 여관보다 가격이 싸서 객지에서 온 손님들이 주 호객층 이란다.
인근에 거주하거나 혹은 소문을 아는 사람들은 가지 않는 곳으로 나 말고도 여러명이 호구가 된 고스트 관광 명소라는 말이다.
그럼 좀 알려주면 좋지 않았나..
된통 당했다는 생각과 역시 싼것은 그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다시 새삼느꼈다.

10년정도 지나 출장 차 그곳을 다시 방문했을때 동네는 많이 변해있었고,여관이 망하고 음식점이 들어왔다가 화재가 나서 망해나가고, 땅주인이 굿을 했는데 그 이후에도 계속 들어오는 상가마다 망해나가다가 결국 시에서 땅을 사들여 주차장이 되어있었다.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진 않지만 분명 이유가 있었겠지....


이상으로 길고 길었던 이야기를 끝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좋은 하루 잘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