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들야들 결혼서약 (24)-때론 남자의 질투가 더 무섭다?

윤빛거진2004.03.10
조회19,144

#24. 때론 남자의 질투가 더 무섭다?
   
 
민석은 늦게까지 돌아가지 않았다.
서은은 바늘방석처럼 마음이 불안했다.
민석에게 정말 못할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처음부터 솔직하게 사실을 밝혔어야 했다.
그런데 더욱이 유학간 친구마저 끌어들이지 않았는가?
그것도 착하디착한 순하디순한 민석에게 말이다.
희윤도 눈치를 챈 것 같았다.
둘 사이에 흐르는 심상치 않은 공기를 말이다.
석훈은 오늘따라 일찍 퇴근했다.
그의 얼굴을 보자 서은은 왠지 안심할 것 같았다.
눈물이 핑 돌것만 같았다.
석훈은 외식을 시켜준다고 했다.
석훈도 그들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공기를 읽은 것만 같았다.
그들은 자주 가는 집근처의 레스토랑을 찾았다.
석훈이 잠시 화장실을 가겠다고 일어섰을 때 민석도 따라일어섰다.
서은은 마음이 조마조마 했다.
설마 석훈과의 관계를 의심하는 건 아니겠지?
민석은 석훈을 따라 화장실까지 들어갔다.
어색하게 그의 옆에 섰지만 사실 그는 화장실이 급한 건 아니었다.

 

"선생님.....저 여쭤볼 게 있는데요."

 

"뭔데? 여기까지 따라들어온 걸 보니 중요한 일인가 보군.....물어봐. "

 

"혹시 서은이한테 유학 간 남자친구가 있나요?"

 

"응. 러시아에서 공부하는 친구가 있어......병준이라고 하는 친구지....
자네도 그 친굴 아나?"

 

"아니요....."

 

"안그래도 조만간 한국에 들어올 것 같던데.......같이 전화통화를 한 적
이 있어.....그런데 오늘 무슨 일 있었나?"

 

"서은이가 끝내자고 하더군요.....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요....바로 그
유학간 친구래요.....도대체 얼마나 괜찮은 녀석이길래 그러죠? 떠나기
전에는 잘 몰랐는데 떠나고 나서야 그 친구의 소중함을 깨달았대요....."

 

"정말 그렇게 말했나?"

 

"네....."

 

석훈은 잠시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민석은 석훈이 생각하는 것을 읽을 수는 없었다.

 

"좋은 친구인 건 확실해....어른스럽고 밝고.....나도 만나본 적이 있는
데 그건 확실한 것 같더군......"

 

"그럼 선생님도 제가 서은이랑 헤어지길 바라시나요?"

 

"왠지 서은이와는 친구로 지내는 게 어떨까? 자네가 상처입게 될 거
야.....서은인 자넬 정말 걱정하고 있어.....보기보다 마음이 여리거
든....."

 

"왜 꼭 안될 쪽으로 말씀하시는 거죠? 전 서은일 정말 좋아해요.....서은
일 만난 후로 전 제 자신을 변화시키기로 작정했어요."

 

"자넨 정말 좋은 친구야....나도 그건 단박에 알았어.....하지만 서은이
한텐 사정이 있어....."

 

"그 병준이 친구 말인가요?"

 

"물론 그것도 일부긴하지....."

 

"하지만 전 서은일 포기 못해요....."

 

"세상엔 마음이 아파도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하는 게 있어....다 가질
수는 없는 거야....좀더 살아보면 그걸 알 수 있을 거야.....물론 그 댓
가는 크지만 말야......사람의 마음이란 건 자신도 어쩔 수 없을 때가 많
거든......미련이란 이름으로 말야....."

 

"선생님도 그런 기억이 있으세요? 누굴 좋아했던......"

 

"물론.....나도 이젠 나이가 있으니 그런 기억 하나쯤은 있을 수밖
에......아니 정확히 말하면 현재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어......하지만
나 역시 자네처럼 힘들어.....내가 어쩔 수 없는 영역이 있거든....물론 자네
보단 낫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석훈은 잠시 한숨을 내쉬다 다시 덧붙였다.
그 모습이 자못 심각해보여 민석은 심각하게 석훈을 쳐다봤다.

 

'저렇게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도 맘대로 되지 않는 게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자 민석은 잠시 위안을 받는듯했다.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해. 사람은 왜 자신이 가진 것의 소중함은 모르고 가지지 못하는 것만 쳐다 보게 되는지 모르겠어......행복한 사람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이
라더군......그 말이 옳다는 생각이 살수록 들어.....하지만 역시 아는
것과 실제는 다르더군.....자꾸 어쩔 수 없는 욕심이 생기거든......내
가 자네한테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우습군....실은 내 자신도 어쩌지 못하
는 바보가 바로 나거든.....자넨 나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
야.....물론 당장은 마음이 아프겠지만 서은인 자네 인연이 아니라는 생
각이 들어......자네가 상처받는 건 나도 원하지 않거든....."

 

"전 절대로 서은일 포기 못해요. 제가 첫눈에 반한 유일한 여자거든
요......유일하게 절 순하게 만들어주는 여자라구요....."

 

"자네가 상처입지 않길 바래......자넨 아직 어려.....많은 기회가 기
다리고 있을 거야....경험으로도 그렇고 사람관계도 그렇고....지금은 아
닌 것 같겠지만 서은이가 자네 마지막 인연은 아니라는 거야.....'"

 

"제가 그 병준이라는 친구보다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거에요?"

 

"난 자네 둘을 다 좋아하네. 결코 그 때문이 아니야....시간이 지나면
알 게 될 거야....그게 어쩔 수 없는 순리라는 걸 말이야....."

 

"전 결코 포기못해요....."

 

그러면서 민석이 나갔다.

 

석훈은 걱정스럽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서은은 석훈과 민석이 무슨 얘길 주고 받았는지 궁금했다.
석훈조차도 얼굴이 어두워보인다.
정확히 말하자면 석훈은 서은의 얼굴을 쳐다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석훈은 희윤과만 다정스럽게 얘길 나누고 있었다.
그가 화나 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저녁모임이 끝나고 민석은 돌아갔다.
그가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서은은 생각했다.
이렇게 일들이 꼬이게 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첫단추를 잘못 끼우니 그 다음 단추도 모두 엉망으로 끼워지고 있다.
집에 도착해서 씻고 침대에 누울 때까지 석훈은 서은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다.
무섭기까지 할 정도였다.
그의 침묵엔 반드시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다.
희윤은 피곤하다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서은은 뒤척이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정원으로 나갔다.
갑자기 등뒤에 인기척이 느껴져 서은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돌아보니 석훈이었다.

 

"잠 안자고 뭐하는 거야?"

 

"그냥이요....."

 

"잠이 안올만도 하겠지.....민석이한텐 헤어지자고 했다며....?"

 

"특별히 사귀었다고도 할 수 없어요....."

 

"상당히 상처가 컸던 것 같군....."

 

"저도 마음이 아파요.."

 

"당신이란 여자한테는 정말 질렸어...."

 

"또 날 비난하는 건가요? 이건 제가 원한 게 아니에요. 저도 이렇게 될줄
은 몰랐다구요.....지금 누구보다 속이 상한 건 저예요."

 

"이렇게 일이 복잡하게 엉킨 건 다 당신 때문이야....누가 시켜서가 아니
라고....."

 

"저도 후회한다구요...이렇게 되는 건 저도 원한 게 아니에요. 누구한테
상처주는 건 저도 바란 게 아니라구요....."

 

"남들한테 상처주는 게 당신이 유일하게 잘 할 수 있는 거 아니었나?"

 

"무슨 소리에요?"

 

서은은 석훈을 노려봤다.
이 남자 지금 임미진 씨 얘길 하고 있는 거다.
서은인 가슴이 후벼파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당신 너무 한 거 아니에요? 너무하잖아요......"

 

"곧 당신을 위로해줄만한 사람이 나타날 것 같으니 난 필요없을 것 같
군.....맞지? 곧 당신이 떨어져보고 나서야 사랑을 깨달은 당신의 애인
이 나타날 것 같으니 말야."

 

"뭐라고요?"

 

서은은 기가 막혔다.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인지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실컷 당신 애인이나 그리워하시지....난 그만 들어갈테니....방해하면
안되겠지?"

 

석훈은 그대로 냉정하게 집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서은은 넋이 빠진 사람처럼 그대로 한참을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누구의 비난보다 석훈의 비난은 견디기가 힘들었다.
한참 지나고 나서야 서은은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게 엉망이 되어 버렸다.
다음날 서은은 늦잠을 잤다.
일어나니 석훈은 출근하고 없었다.
다행이라면 그나마 희윤이 부모님이 데리러 와서 돌아갔다는 것이다.
희윤이 가고 나니 정말 마음은 후련해졌지만 괴로운 마음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화날 정도로 날씨가 화창했다.
이렇게 좋은 날 마음엔 장마가 한참이라니 정말 슬펐다.
민석의 맘은 좀 나아졌을까?
석훈에게 은근슬쩍 전화해볼까 싶었지만 역시 익숙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핸드폰이 울렸다.
서은은 혹시나 석훈이 아닐까 해서 얼른 전화번호를 확인했다.
석훈은 아니었다.
익숙하지 않은 번호다.
서은은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혹 한서은씨 핸드폰인가요?"

 

"네 그런데요....."

 

서은은 갸웃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저 혹시 누군지 모르시겠습니까?"

 

서은은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뻔했다.

 

"어머....언제 왔어?"

 

"이틀 됐어....."

 

"그런데 왜 전화안했어?"

 

"네 남편 무서워서 그랬지.....농담이야...이것저것 정리하게 좀 있어서....우선 집안 어른들한테 인사좀 하느라......"

 

"이 번호 모르는 번혼데 어디야?"

 

"압구정에...나왔어.....나올래?"

 

"아니....너 우리집 구경도 못했잖아....아무도 없으니까 놀러와...."

 

"그러다 네 남편 알면 나 죽는 거 아니야?"

 

"그럴리가 없잖아......그리고 요즘 그 사람 기분 안좋아서 나하곤 상대
도 안해...."

 

"너희 부부는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사냐?"

 

"글쎄...모르겠어...."

 

"애정이 너무 지나쳐도 문제가 되는 건가?"

 

"뭐?"

 

"아휴 안되겠군. 이번에 나온 김에 내가 손을 봐놓고 들어가야겠
다......"

 

서은은 집의 위치를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부지런히 음식준비를 했다.
이렇게 기분이 좋은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병준이란 친구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 정말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얼마만인지 가슴이 뛴다.
병준은 집앞에 도착해서 집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흠잡을 데 없군....."

 

그리고는 벨을 눌렀다.
문이 열리고 병준이 들어섰다.
그때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병준이 또래 정도의 남학생이 있었다.
그 남학생은 그 모습을 지켜보고는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형.....그 놈이 맞는 것 같아요.
네, 어떻게 할까요? 알았어요. 오늘 미행해서 집을 알아놓을게요.
어떻게 매운 맛좀 보게 해줄까요? 알았어요. 오늘은 그냥 미행만 하죠."

 

남학생은 전화를 끊었다.
민석도 수화기를 내려놨다.
그는 다시 예전에 어울리던 후배에게 미행을 시킨 것이다.
절대로 이대로는 끝낼 수 없다고 민석은 재차 마음을 다 잡았다.

 

"민석아.....그것들한테 매운맞좀 보게 해줘......"

 

"건드리지마.....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난 절대로 서은일 포기못
해....그녀나 그 놈 건드리는 놈은 내가 가만 안둬......그 놈은 내가
기회 봐서 적당히 해결할 거니까....너네들은 그냥 구경이나 해......"

 

"알았어...."

 

민석의 옛친구 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왠지 눈빛에 열의가 지나친 것을 민석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온통 질투에 눈이 멀어 제대로 된 판단력을 상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은과 병준은 너무 기쁜 마음에 포옹했다.
이렇게 완벽한 이성친구가 있을 수 있다는 게 너무나 감사했다.

 

"야, 너 정말 결혼 잘했구나....정말 집이 뽀대가 난다...."

 

"그건 그렇고 너 러시아 여자랑 사귈 생각은 어떻게 한 거야?"

 

"우선 차가운 것부터 한 잔 줘라....더워 죽겠다.....그리고 나서 네 얘
기 내 얘기 서서히 해보자구......"

 

"좋았어...."

 

서은은 오랜만에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내일 올려드리겠습니다*행복하세요*******************

 

 

그리고 다음에 올려드리는 것은 "고스트 마스터"라고 제가 엑스파일이나 CSI를 너무 좋아해서 한 번 써본 겁니다.사람들한테 미쳤다는 말 많이 들었죠..새로 쓴 것은 아니고 한 10편 정도 예전에 써놨던 건데요...로맨스는 아닙니다....심심하시거나 아쉬운 분들은 그냥 읽어주세요.....더 쓸 건 아니고 있는 것 10편 띄엄띄엄 올려드릴게요....엑스파일 같은 영화나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봐주세요..개인적으로는 아주 좋아하는 소재여서 10편밖엔 없지만 아끼는 거랍니다. 더 이상 쓸 예정은 없지만 버리진 못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