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요? 그냥요... 선배생각도 나고... 정들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아요. "
" 맞아. 그런게 인생인가봐... 우리인생에 그 많은 사람들이 스쳐가지만, 평생을 같이 추억을 만들며 갈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지. 그러구 보니까 경자씨하고 나하고는 얼마나 오랬동안 인연이 될까? 그러니까 마음이 더 우울해지네. "
" 아참, 경자씨 전영진씨 한테 편지 왔지롱. "
하면서 뒤에 감추고 온 것을 들어서는 내 눈앞에 살랑살랑 흔들어댄다.
" 어머, 정말요. 이리주세요. "
" 어머, 왜 이러셔. 이거 나 한테 온거라구. "
" 에이, 거짓말 마세요. 저 한테 온 거잖아요. 선배가 설마 저 한테 안 보내고 소장님 한테 보냈겠어요."
" 어머, 그러구 보니 경자씨 한텐 안 보냈네. 이것봐 이거 정말 나 한테 온거라니까? "
그녀가 보여주는 편지 겉봉에는 정말 소장님 앞으로 되어있었다.
' 뭐야? '
순간 기분이 우울해졌다.
" 에이, 경자씨 삐졌구나."
" 아니예요. 제가 왜 삐져요. "
" 경자씨, 어디 내가 한번 읽어볼까? 여기 경자씨 안부라도 물어볼지 누가 알아? "
한참을 읽어 내려가던 소장이 편지지를 덮으면서 실망한 투로 얘기한다.
" 어쩌지? 경자씨 얘긴 없네."
" 그래요. "
난 커피잔에 커피를 따르면서 얘기했다.
" 짜잔~ 경자씨 여기있어. 설마 경자씨 걸 안 보냈겠어."
'그러면 그렇지!'
난 금방 얼굴에 화색이 돌아서 편지를 받아들었다.
경자야!
잘 지내니?
처음엔 정신 없이 지내다보니 아무생각이 없었는데 이제 좀 여유가 생기고 보니 네 생각도 나고 한국이 그립다.
이러다 향수병에라도 걸리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대단한 각오 없이 남의 나라에 산다는 것은 힘든 일임에 틀림이 없어.
그래도 아직은 적응 잘하고 있으니 걱정말 구.
선배 몫까지 열심히 살아라.
언제 한번은 볼 수 있겠지?
'언제 한번 볼 수 있을까? '
혹시 선배와는 이것이 마지막이 아닐까?
자꾸 눈물나려 구 하네...
그렇게 소장님이 왔다가고 나서도 난 한참동안 창 밖을 내다보며 커피를 마시고 서있었다.
낙엽은 다 떨어지고 그와 같이 한 두 번째 가을이 지나갔구나...
이제 곧 그와 두 번째 맞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아니 마지막 크리스마스가 될지도...
이번 크리스마스도 화이트크리스마스였으면...
난 크리스마스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는 것 같은데도 늘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아직도 꿈에서 깨지 못한 소녀 같은 마음이 있는 걸까?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소녀인지도 모르지...
수혜씬 ...
민혁이와 나 그리고 수혜씨...
우리들의 관곈 여전하다고 해야겠지...
그가 문득 가까이 왔다고 느껴지다가도 내 것일 수 없는 벽 같은 것이 느껴지고 다시 좌절하고... 다시 기다리고...
그래도 뭔가 꿈을 꾸는 소녀처럼 마지막이 해피 엔딩 일 거라는 환한 장밋빛 꿈을 꾸는 ...
이번 크리스마스엔 정말 그를 위한 선물을 해야지.
난 마시던 잔을 바쁘게 내려놓고 앞치마를 둘렀다.
그때 내가 솔직하지 못해서 그에게 주지 못했던 머그 잔을 이번엔 꼭 주리라.
아니 우리들의 머그 잔을 만들어야 겠다.
그와 헤어져도 그가 늘 나를 느낄 수 있게...
그러구보니 나도 수혜씨처럼 미련이 많구나...
순간 알 수 없는 슬픈 실소가 났다.
흙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다시 두 덩어리로 나누었다.
흙을 나누면서 우리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려왔다.
물레로 깔끔하게 빚은 잔을 만들고 싶어서 물레를 켜고 앉았다.
살살 돌아가는 물레 위에서 머그 잔이 매끄럽게 만들어진다.
하나를 만들어서 옆에 놓고 또 하나를 만들었다.
적당히 굳혀야지....
그리고 며칠을 말리고 나서는 색을 입혀야겠다.
무슨 빛깔로 할까?
라벤더 빛...
파스텔 보라...
그래...
그렇게 해야지...
잘 만들어진 도자기를 받침에 받쳐서 건조대 위에 올려놓고는 퇴근준비를 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 여보세요?"
" 누나, 나야. "
" 어, 민혁아. 웬 일이야? "
" 웬일은? 오늘 부부동반 모임 있다고 얘기했잖아. "
" 어, 맞아 그랬었지? 깜박했네... "
" 뭐야? 누나, 준비 제대로 된 거야? 오늘은 특별히 선배들 부부모임이니까 좀 신경 쓰라고 그랬잖아."
" 어, 알았어."
" 내가 있다가 집으로 갈 테니까 준비하고 있어. "
" 응. "
난 집으로 왔다.
은근히 선배부인들이 빵빵해서인지 촌스런 내가 신경 쓰이나 보다.
전에 같지 않게 시간이며 옷 스타일까지 신경을 쓰는 폼이.
하긴 선배들로 다 의사고 하니 부인들이 좀 빵빵하겠어.
나 같은 건 어디다 대도 촌스럽겠지.
그러니까 문득 수혜 씨가 이런 민혁 이에겐 더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마구 다운되네..
어쨌든 이미 잡힌 약속이고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기분 풀자!
파이팅!
처음보다 나빠진 것도 없는 데 뭐.
그냥 최선을 다하지 뭐.
그가 왔다.
오늘은 진짜로 그를 위해, 신경을 좀 썼다.
" 어때? 괜찮니? "
" 응, 근사한 대. "
" 그래 다행이다. "
그렇게 그와 부부모임이 있는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 어서 와라. 안녕하세요. 결혼식 때 뵙고 처음 뵙습니다. "
선배들이 그를 보고 인사한다.
" 예, 안녕하세요. "
우와, 부인들이 귀티가 흐르고 품위들이 있네.
근데 나이들은 다 나보다는 젊어 보인다.
순간 민혁 이가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나 때문에 민혁이 까지 초라해 지는 건 아닐까?
자책감이랄까?
정말 그의 어머니 말대로 걸맞지 않은 상대였나 보다. 내가...
그렇게 우리는 식사를 시작했다.
" 민혁 씨가 제 친구들 중에 좋은 사람 많다고 소개시켜 준다고 해도 싫다고 해서 어떤 사람하고 결혼하나 굉장히 궁금했었어요. "
" 아네... "
선배부인 중 가장 젊은 여자가 말을 건낸다.
' 이게 무슨 뜻이냐? '
" 그러 게요. 저두요. 그렇게 유하갔다 오고 집안 좋은 여자들 소개 시켜준다고 해도 다 마다고 하더니 경자 씨를 만날려 구 그랬나봐요."
옆에 있던 좀더 나이든 부인이 얘기한다.
" 경자 씨는 도자기 하신 다면 서요? "
" 네. "
" 어머 어쩜. 근사하다. 저는 그림 그려요. 프랑스에서 유학하다 왔죠."
" 저두요. 경자 씨는 어디서 유학하셨어요."
" 저요? 저 두 프랑스요. "
' 에구 내가 미쳤지? 프랑스는 무슨 프랑스? '
근데 어쩌랴, 이미 엎질러진 물...
민혁이 기죽을 까봐 나도 모르게 순간 나온 말이었다.
순간 민혁 이가 당황한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근데 또 내 특기인 위급한 상황에서 태연한 척 하기 덕에 오히려 그의 걱정을 뒤로하고 버젓이 고개를 고추 세웠다.
" 어머, 어쩐지? "
" 프랑스 어디요? 무슨 대학인데요? "
' 무슨 대학? 그러니까... 어쩌지, 민주, 민주가 무슨 대학이었지? "
" 파리 ** 대학이요. "
" 파리 ** 대학이라면 어머 우리도 거기 나왔어요. "
" 아이구, 이건 또 뭐야? "
" 어디 사셨어요. 저흰 기숙사에 있었는데. "
" 저는 기숙사말고 근처 가까운데 그냥 집 얻어서 살았어요. 기숙사는 시설도 열악하고 그래서. "
' 에라 모르겠다, 이왕 뻥친 거 . 좀 크게 친다고 뭐가 달라져. '
" 어머 그러시구나. 그럼 학교 앞에 그 까페 아세요? "
" 로망스요? "
" 어머 아시네요. "
' 알죠, 거긴 민주가 자주 가는 단골이었죠. '
" 그 집에 치즈 케잌이 맛있었는데... "
난 한술 더 떠서 얘기했다.
뻥은 아니 예요. 민주가 그 집 치즈 케잌이 먹고 싶다고 자주 얘기 했었거든요.
" 어머, 어머, 그러시구나... 전 지금도 유학 시절을 떠올리면 샹송이 절로 나온답니다. 똥불라네쥬.저기 근데 그 유명한 교수님 아세요. 왜 이름이 뭐였지? 그 철학과... "
' 이 여자 이거 웬 오버야?f"
저 잠깐 실례.
아휴, 진땀나네. 왜 프랑스 얘긴 꺼내 가지고 사람 진땀나게 해.
화장실에 가서 볼일 한번보고 화장고치고 나오면서 내가 생각해도 난 위기에 강하단 말야. 이쯤이면 분위기가 바뀌어서 다른 얘기들을 하고 있겠지.
히히~
난 그렇게 유유히 다시 자리로 향했죠.
근데 웬일?!!
뭐야?
지금 나한테 뭐라고 하는 것 같은 데...
이것들이 물이 올랐는지 이젠 불어로 지껄이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턴 내가 소화하기가 힘든데...
할 수 없어서 난 의자에 앉는 척 하다가 민혁이 에게 물을 엎질렀어요.
" 어머, 어째 민혁아 화장실 가야겠다. 잠깐 실례하겠어요."
그를 끌고는 남자 화장실로 향했죠.
" 야, 넌 눈치도 없냐? "
" 무슨 눈치?"
" 아니야"
나는 새침하게 얘기했죠.
그가 갑자기 배꼽을 잡고 웃어요.
"그러게 왜 그렇게 대책이 안서는 거짓말을 하고 그래."
"그래서 너 일부러 나 골탕먹일 려구 그렇게 실실거리면서 지켜보고만 있었던 거야."
"아니 내가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내가 화장실 가는 중에 다른 화제 거리를 만들어서 분위길 바꿔야지. 아주 여자들이 물이 올라서는 그렇게 지껄이게 두냐 구 내 말은 ... 하여튼 눈치는 밥 말아 먹었어. 쯧쯧. 이제부터 잘해. 이제 누나는 밥 좀 먹을 테니까 이젠 니가 대화를 주도하란 말야, 다른 대화로. 알았어. "
" 알았어. "
" 그리구... 그만 웃어. 알았어? "
" 알았어."
그러면서도 계속 실실거려요.
그렇게 우리는 다시 착석을 했고 그가 다행히 남자들의 대화로 돌려서 전 다소곳이 앉아 스테이크를 차분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썰어 먹었답니다.
" 안녕히 들 가세요. "
" 경자씨, 다음에 만나면 더 길게 얘기해요. 우리. "
" 그러게요. 이것도 대단한 인연이 예요. 그죠. 어쩜. 우리가 다 같은 곳에서 유학을 하다니."
" 아네, 그러게요. 정말 아쉽네요. 다음에 만나서 더 깊이 있는 대화를 하죠. 불어로. "
내가 또 오버하면서 호응을 했다.
" 누난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려 구 그런 소릴 해. "
차를 타고 오면서 그가 묻는다.
"그러게... 그러기 전에 얼른 이혼하던지 해야겠다."
창 밖을 보며 무심하게 얘기했는데 그가 차를 멈춰 세운다.
난 깜짝 놀라서 그를 바라봤다.
" 야, 왜 그래? "
" 누나, 진심이야? "
" 뭐가? "
" 지금 한 말. "
" 지금한 말이 뭔데? "
" 이혼해야겠다는 말. "
" 글쎄... 진심일 수도 있겠지. 야, 운전이나 해. 피곤하다. 빨리 집에 가자. "
차가 움직인다.
창밖에 스쳐 가는 무수한 가로수들이 깡마른 쇠꼬챙이처럼 내 마음에 꽂힌다.
" 넌 참 이상하다... "
" ... "
" 넌 이렇게 사는 게 좋니? "
" 원래 우리 결혼이 이런 거였잖아. 처음하고 다르지 않은데 뭘 그래. "
' 그렇구나 처음하고 다르지 않구나... 다른 여자들은 괜찮았는데 수혜 씨라서 그런 거야. 그가 사랑하는 여자라서...그렇다면 내가 질투를 하는 거구나.'
" 처음 우리의 결혼 조건과 다르지 않다고... 넌 그럴지 몰라도 난 달라졌어."
" 어떻게? "
" 어떻게? 글쎄... 처음엔 그냥 널 좋아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어고 지금은..."
" 지금은? "
" 지금은... 모르겠다. 다음에 얘기해 줄게. 넌 전과 다름없이 똑같니? "
지금은 널 사랑해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또 용기가 나질 않는다.
눈물이 나려한다.
" 잠깐 차 좀 세워봐."
" 왜?"
"응 뭐 살게 있어서. 너 먼저가."
난 차에서 내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었다.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이제 와서 그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그를 붙들기 싫다.
사랑하기 때문에 용기 있게 해어지리라.
혼란스러운 그의 한 쪽 손을 놔주리라.
난 공원 벤취에 앉았다.
어둠 속에서 그렇게 편안히 울 수 있는 곳...
이곳도 내 추억의 장소구나...
춥다...
찬바람이 몸 속을 활게 치고 다닌다.
" 누나! "
난 고개를 들었다.
그다.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을 그에게 보이기 싫어서 고개를 숙였다.
" 누나! "
그가 나를 일으켜 세운다.
그리곤 꼭 안아 주면서 그가 운다.
" 누나, 미안해, 정말 미안해. "
우리는 그렇게 같이 한동안 울었다.
그는 왜 우는 것일까?
그는 뭐가 항상 미안한 것일까?
39. 다시 맞은 마지막 ??!! 화이트 크리스마스!!!
오늘은 아침부터 눈이 내렸다.
오가는 사람들의 걸음은 눈 속에 파묻혀 힘들어 보이지만 창 밖을 내다보는 내 마음은 포근하다.
정말 화이트크리스마스가 되려나보다.
오늘이 이브인데...
오늘은 그와 마지막 파티를 할 것이다.
둘이서만 오붓하게...
미리 약속 잡지 말라고는 얘기했는데...
알 수 없는 일이지?
수혜 씨가 가만있지 않을 텐데...
이런 뜻깊은 날...
고민을 해야하는 민혁 이가 안쓰러워진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그를 뺏기지 않을 거야.
난 다시 그에게 전화를 했다.
" 민혁아, 오늘 약속 안 잊었지."
" 그럼. 누구랑 한 약속인데. "
" 너 수혜 씨가 나오라고 하더라도 오늘은 안 돼. "
" 알았어 "
그렇게 해서 저녁 식사를 위해 그와의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정말 탐스럽게 내리는 눈이다.
정말 근사한 마지막 크리스마스구나.
오늘은 정말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야지.
난 테이블에 예쁘게 포장한 머그 잔 세트를 놓고는 그를 기다렸다.
한 시간이 지났다...
그는 오지 않는다.
끝까지 그는 나를 기다리게 하는 구나...
그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난 일어났다.
그러면 그렇지...
역시 그는 수혜 씨 몫이구나...
양손에 머그 잔 포장을 하나씩 들고는 밖으로 나왔다.
정말 흐드러지게 내리는 눈이다.
이젠 어디로 가지?
갑자기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돛단배 같다.
거리의 불빛들이 다 흐려지기 시작한다.
" 어머 경자씨 , 여기서 뭐해?"
" 어머 소장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
" 나?, 말 마, 크리스마스 이브에 바람맞았어. 나 원... 경자 씬 웬일이야?"
" 저 두 바람맞았어요. 헤헤. "
난 또 특유의 감정 감추기 달인이 되어 속 좋게 웃었다.
" 어머, 어쩜 경자 씨 두 바람맞았어? . 민혁씨 한테 지 그지. 이 사람 정말 안되겠네. 그나저나 우리 둘이 이것 두 인연인데 어디 근사한데 가자. 내가 저녁 살게."
" 네, 좋아요. "
" 참 그러지 말 구. 내가 아는 후배가 도자기 전시회 한다는 데 그쪽 가서 구경하고 저녁 먹자. 어때 괜찮지? "
" 네, 좋죠."
다행이다. 그래도 소장님 이라도 만나서...
표류하는 나를 인도해주는 등대 같네...
그렇게 우리는 인사동쪽으로 향했다.
" 여기 어디 작은 화랑에서 전시회를 하나보던데. 어디지 ? "
" 어 저기다. "
조금 작은 겔러리인 듯한 곳이다.
크리스마스를 위한 작은 전시회!
이름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그 밑에 이름이 이경자 전시회...
어쩜 내 이름하고 똑같네.사람이 있네요. "
" 당연하지, 경자씨 작품전시횐데."
" 네?!!"
" 내가 경자씨 몰래 도자기 나르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
" 어머, 소장님..."
순간 눈물이 나려했다.
변변한 전시회 한번 할 만한 실력도 갖추지 못한 내가 소장님 덕분에 이런...
" 고맙습니다. "
" 아니, 나한테 고맙다고 하지말고. 저기.."
" 누나! 축하해. "
그가 나에게 다가와 꽃다발을 안겨준다.
" 민혁아!"
" 아이구, 분위기 좋은데 난 그만 들어가야겠다. "
소장님이 멋쩍은 얼굴로 들어간다.
" 너 왜 그래? "
난 훌쩍거리고 있다.
" 왜 그러긴... 남편이 이 정돈 해 줘야지. 그 때 기억나... 처음으로 이층에 올라가서 누나 작품 본 날... 꼭 누나 전시회 해주고 싶었어. "
" 그래, 고마워. "
'얘가 다 늦은 판에 날 또 감동시키네. '
우린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 작지만 깔끔하게 전시가 잘 되어 있었다.
" 경자씨, 축하해요."
"어머 개판 씨도... 고마워요."
그렇게 전시회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개판 씨와 소장 님은 괜히 눈치 보인다며 벌써 퇴장한 상태였다.
" 근데, 오늘 누나가 나한테 할말 있다고 했지? "
" 응. 그게... "
" ... 아니 됐어. 듣고 싶지 않아. "
" 너, 내가 무슨 말하려는 지 알지? "
" 응... 알 것 같아. 그래서 듣기 싫어... 누나 우리 그냥 이렇게 살면 안 될까? "
" 싫어."
" 그래? 그럼 내가 어떻게 해줬음 좋겠어? "
" 너한테 바라는 거 없어. 그냥 서로 편안해졌음 좋겠어. "
" 뭐가 편한 건 데? "
" 그냥 마음가는 데로 몸 가는 데로 사는 거."
" 그래, 그래서? 누나 마음가는 데가 어딘데? "
" 나? 난 없어. 그냥 혼자가 좋을 것 같아. "
" 누나, 내 눈보고 얘기해봐. 누나 마음가는 데가 어디야? "
그의 눈을 바라보니 다시 마음이 약해지려 한다.
" 야, 그만 집에 가자, 춥다. "
" 그럼, 누나 마음가는 데로 가. 그럼 내 마음도 같이 가겠지. 전엔 몰랐는데 내 심장과 누나 심장이 붙어있는 것 같아. 그래서 누나가 멀리가면 난 심장이 터져서 죽을 지도 몰라."
그의 눈에 눈물이 흐른다.
난 차가운 손을 들어 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가 내 손을 잡으며 손에 키스를 한다.
내 눈에도 눈물이 흐른다.
그의 차가운 손이 내 눈물을 닦아준다.
그리곤 그의 차가운 입술이 내 볼을 쓰다듬더니 내 입술에 닿았다.
" 누나... 가지마... 사랑해... 정말로..."
주위는 온통 크리스마스 분위기고 포근하게 눈이 내리고 있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내 평생에 꿈에도 그려보지 못한 화이트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다.
THE END ....
~~~ 그 동안 재미있게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도 소녀같은, 동화같은 사랑을 그리시나요. 저도 그런데...히히. 그냥...세상이 따뜻하고 순수한 로맨스가 영원하길 바라며 이만 마칩니다. 다음 작품도 여러분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작품이었으면 좋겠구요. 네이트에 글을 올리시는 작가님들의 역량이 뛰어나셔서 항상 부럽기도하고 미흡하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담에 뵈요. 되도록 빨리요. 그죠!!!
(코믹러브) ** 그럭저럭 살아가던 여자의 쇼킹한 결혼 ** [38][완결]
38. 마지막??? 부부동반 모임
" 경자씨? "
" 어머 소장님 웬일 이세요?"
" 어, 그냥 외로워서 커피나 한 잔 하려구"
" 잘 됐네요. 저도 기분이 우울한데? "
" 경자씨가 왜? 민혁씨하고 안 좋아? "
" 아니요? 그냥요... 선배생각도 나고... 정들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아요. "
" 맞아. 그런게 인생인가봐... 우리인생에 그 많은 사람들이 스쳐가지만, 평생을 같이 추억을 만들며 갈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지. 그러구 보니까 경자씨하고 나하고는 얼마나 오랬동안 인연이 될까? 그러니까 마음이 더 우울해지네. "
" 아참, 경자씨 전영진씨 한테 편지 왔지롱. "
하면서 뒤에 감추고 온 것을 들어서는 내 눈앞에 살랑살랑 흔들어댄다.
" 어머, 정말요. 이리주세요. "
" 어머, 왜 이러셔. 이거 나 한테 온거라구. "
" 에이, 거짓말 마세요. 저 한테 온 거잖아요. 선배가 설마 저 한테 안 보내고 소장님 한테 보냈겠어요."
" 어머, 그러구 보니 경자씨 한텐 안 보냈네. 이것봐 이거 정말 나 한테 온거라니까? "
그녀가 보여주는 편지 겉봉에는 정말 소장님 앞으로 되어있었다.
' 뭐야? '
순간 기분이 우울해졌다.
" 에이, 경자씨 삐졌구나."
" 아니예요. 제가 왜 삐져요. "
" 경자씨, 어디 내가 한번 읽어볼까? 여기 경자씨 안부라도 물어볼지 누가 알아? "
한참을 읽어 내려가던 소장이 편지지를 덮으면서 실망한 투로 얘기한다.
" 어쩌지? 경자씨 얘긴 없네."
" 그래요. "
난 커피잔에 커피를 따르면서 얘기했다.
" 짜잔~ 경자씨 여기있어. 설마 경자씨 걸 안 보냈겠어."
'그러면 그렇지!'
난 금방 얼굴에 화색이 돌아서 편지를 받아들었다.
경자야!
잘 지내니?
처음엔 정신 없이 지내다보니 아무생각이 없었는데 이제 좀 여유가 생기고 보니 네 생각도 나고 한국이 그립다.
이러다 향수병에라도 걸리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대단한 각오 없이 남의 나라에 산다는 것은 힘든 일임에 틀림이 없어.
그래도 아직은 적응 잘하고 있으니 걱정말 구.
선배 몫까지 열심히 살아라.
언제 한번은 볼 수 있겠지?
'언제 한번 볼 수 있을까? '
혹시 선배와는 이것이 마지막이 아닐까?
자꾸 눈물나려 구 하네...
그렇게 소장님이 왔다가고 나서도 난 한참동안 창 밖을 내다보며 커피를 마시고 서있었다.
낙엽은 다 떨어지고 그와 같이 한 두 번째 가을이 지나갔구나...
이제 곧 그와 두 번째 맞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아니 마지막 크리스마스가 될지도...
이번 크리스마스도 화이트크리스마스였으면...
난 크리스마스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는 것 같은데도 늘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아직도 꿈에서 깨지 못한 소녀 같은 마음이 있는 걸까?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소녀인지도 모르지...
수혜씬 ...
민혁이와 나 그리고 수혜씨...
우리들의 관곈 여전하다고 해야겠지...
그가 문득 가까이 왔다고 느껴지다가도 내 것일 수 없는 벽 같은 것이 느껴지고 다시 좌절하고... 다시 기다리고...
그래도 뭔가 꿈을 꾸는 소녀처럼 마지막이 해피 엔딩 일 거라는 환한 장밋빛 꿈을 꾸는 ...
이번 크리스마스엔 정말 그를 위한 선물을 해야지.
난 마시던 잔을 바쁘게 내려놓고 앞치마를 둘렀다.
그때 내가 솔직하지 못해서 그에게 주지 못했던 머그 잔을 이번엔 꼭 주리라.
아니 우리들의 머그 잔을 만들어야 겠다.
그와 헤어져도 그가 늘 나를 느낄 수 있게...
그러구보니 나도 수혜씨처럼 미련이 많구나...
순간 알 수 없는 슬픈 실소가 났다.
흙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다시 두 덩어리로 나누었다.
흙을 나누면서 우리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려왔다.
물레로 깔끔하게 빚은 잔을 만들고 싶어서 물레를 켜고 앉았다.
살살 돌아가는 물레 위에서 머그 잔이 매끄럽게 만들어진다.
하나를 만들어서 옆에 놓고 또 하나를 만들었다.
적당히 굳혀야지....
그리고 며칠을 말리고 나서는 색을 입혀야겠다.
무슨 빛깔로 할까?
라벤더 빛...
파스텔 보라...
그래...
그렇게 해야지...
잘 만들어진 도자기를 받침에 받쳐서 건조대 위에 올려놓고는 퇴근준비를 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 여보세요?"
" 누나, 나야. "
" 어, 민혁아. 웬 일이야? "
" 웬일은? 오늘 부부동반 모임 있다고 얘기했잖아. "
" 어, 맞아 그랬었지? 깜박했네... "
" 뭐야? 누나, 준비 제대로 된 거야? 오늘은 특별히 선배들 부부모임이니까 좀 신경 쓰라고 그랬잖아."
" 어, 알았어."
" 내가 있다가 집으로 갈 테니까 준비하고 있어. "
" 응. "
난 집으로 왔다.
은근히 선배부인들이 빵빵해서인지 촌스런 내가 신경 쓰이나 보다.
전에 같지 않게 시간이며 옷 스타일까지 신경을 쓰는 폼이.
하긴 선배들로 다 의사고 하니 부인들이 좀 빵빵하겠어.
나 같은 건 어디다 대도 촌스럽겠지.
그러니까 문득 수혜 씨가 이런 민혁 이에겐 더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마구 다운되네..
어쨌든 이미 잡힌 약속이고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기분 풀자!
파이팅!
처음보다 나빠진 것도 없는 데 뭐.
그냥 최선을 다하지 뭐.
그가 왔다.
오늘은 진짜로 그를 위해, 신경을 좀 썼다.
" 어때? 괜찮니? "
" 응, 근사한 대. "
" 그래 다행이다. "
그렇게 그와 부부모임이 있는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 어서 와라. 안녕하세요. 결혼식 때 뵙고 처음 뵙습니다. "
선배들이 그를 보고 인사한다.
" 예, 안녕하세요. "
우와, 부인들이 귀티가 흐르고 품위들이 있네.
근데 나이들은 다 나보다는 젊어 보인다.
순간 민혁 이가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나 때문에 민혁이 까지 초라해 지는 건 아닐까?
자책감이랄까?
정말 그의 어머니 말대로 걸맞지 않은 상대였나 보다. 내가...
그렇게 우리는 식사를 시작했다.
" 민혁 씨가 제 친구들 중에 좋은 사람 많다고 소개시켜 준다고 해도 싫다고 해서 어떤 사람하고 결혼하나 굉장히 궁금했었어요. "
" 아네... "
선배부인 중 가장 젊은 여자가 말을 건낸다.
' 이게 무슨 뜻이냐? '
" 그러 게요. 저두요. 그렇게 유하갔다 오고 집안 좋은 여자들 소개 시켜준다고 해도 다 마다고 하더니 경자 씨를 만날려 구 그랬나봐요."
옆에 있던 좀더 나이든 부인이 얘기한다.
" 경자 씨는 도자기 하신 다면 서요? "
" 네. "
" 어머 어쩜. 근사하다. 저는 그림 그려요. 프랑스에서 유학하다 왔죠."
" 저두요. 경자 씨는 어디서 유학하셨어요."
" 저요? 저 두 프랑스요. "
' 에구 내가 미쳤지? 프랑스는 무슨 프랑스? '
근데 어쩌랴, 이미 엎질러진 물...
민혁이 기죽을 까봐 나도 모르게 순간 나온 말이었다.
순간 민혁 이가 당황한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근데 또 내 특기인 위급한 상황에서 태연한 척 하기 덕에 오히려 그의 걱정을 뒤로하고 버젓이 고개를 고추 세웠다.
" 어머, 어쩐지? "
" 프랑스 어디요? 무슨 대학인데요? "
' 무슨 대학? 그러니까... 어쩌지, 민주, 민주가 무슨 대학이었지? "
" 파리 ** 대학이요. "
" 파리 ** 대학이라면 어머 우리도 거기 나왔어요. "
" 아이구, 이건 또 뭐야? "
" 어디 사셨어요. 저흰 기숙사에 있었는데. "
" 저는 기숙사말고 근처 가까운데 그냥 집 얻어서 살았어요. 기숙사는 시설도 열악하고 그래서. "
' 에라 모르겠다, 이왕 뻥친 거 . 좀 크게 친다고 뭐가 달라져. '
" 어머 그러시구나. 그럼 학교 앞에 그 까페 아세요? "
" 로망스요? "
" 어머 아시네요. "
' 알죠, 거긴 민주가 자주 가는 단골이었죠. '
" 그 집에 치즈 케잌이 맛있었는데... "
난 한술 더 떠서 얘기했다.
뻥은 아니 예요. 민주가 그 집 치즈 케잌이 먹고 싶다고 자주 얘기 했었거든요.
" 어머, 어머, 그러시구나... 전 지금도 유학 시절을 떠올리면 샹송이 절로 나온답니다. 똥불라네쥬.저기 근데 그 유명한 교수님 아세요. 왜 이름이 뭐였지? 그 철학과... "
' 이 여자 이거 웬 오버야?f"
저 잠깐 실례.
아휴, 진땀나네. 왜 프랑스 얘긴 꺼내 가지고 사람 진땀나게 해.
화장실에 가서 볼일 한번보고 화장고치고 나오면서 내가 생각해도 난 위기에 강하단 말야. 이쯤이면 분위기가 바뀌어서 다른 얘기들을 하고 있겠지.
히히~
난 그렇게 유유히 다시 자리로 향했죠.
근데 웬일?!!
뭐야?
지금 나한테 뭐라고 하는 것 같은 데...
이것들이 물이 올랐는지 이젠 불어로 지껄이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턴 내가 소화하기가 힘든데...
할 수 없어서 난 의자에 앉는 척 하다가 민혁이 에게 물을 엎질렀어요.
" 어머, 어째 민혁아 화장실 가야겠다. 잠깐 실례하겠어요."
그를 끌고는 남자 화장실로 향했죠.
" 야, 넌 눈치도 없냐? "
" 무슨 눈치?"
" 아니야"
나는 새침하게 얘기했죠.
그가 갑자기 배꼽을 잡고 웃어요.
"그러게 왜 그렇게 대책이 안서는 거짓말을 하고 그래."
"그래서 너 일부러 나 골탕먹일 려구 그렇게 실실거리면서 지켜보고만 있었던 거야."
"아니 내가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내가 화장실 가는 중에 다른 화제 거리를 만들어서 분위길 바꿔야지. 아주 여자들이 물이 올라서는 그렇게 지껄이게 두냐 구 내 말은 ... 하여튼 눈치는 밥 말아 먹었어. 쯧쯧. 이제부터 잘해. 이제 누나는 밥 좀 먹을 테니까 이젠 니가 대화를 주도하란 말야, 다른 대화로. 알았어. "
" 알았어. "
" 그리구... 그만 웃어. 알았어? "
" 알았어."
그러면서도 계속 실실거려요.
그렇게 우리는 다시 착석을 했고 그가 다행히 남자들의 대화로 돌려서 전 다소곳이 앉아 스테이크를 차분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썰어 먹었답니다.
" 안녕히 들 가세요. "
" 경자씨, 다음에 만나면 더 길게 얘기해요. 우리. "
" 그러게요. 이것도 대단한 인연이 예요. 그죠. 어쩜. 우리가 다 같은 곳에서 유학을 하다니."
" 아네, 그러게요. 정말 아쉽네요. 다음에 만나서 더 깊이 있는 대화를 하죠. 불어로. "
내가 또 오버하면서 호응을 했다.
" 누난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려 구 그런 소릴 해. "
차를 타고 오면서 그가 묻는다.
"그러게... 그러기 전에 얼른 이혼하던지 해야겠다."
창 밖을 보며 무심하게 얘기했는데 그가 차를 멈춰 세운다.
난 깜짝 놀라서 그를 바라봤다.
" 야, 왜 그래? "
" 누나, 진심이야? "
" 뭐가? "
" 지금 한 말. "
" 지금한 말이 뭔데? "
" 이혼해야겠다는 말. "
" 글쎄... 진심일 수도 있겠지. 야, 운전이나 해. 피곤하다. 빨리 집에 가자. "
차가 움직인다.
창밖에 스쳐 가는 무수한 가로수들이 깡마른 쇠꼬챙이처럼 내 마음에 꽂힌다.
" 넌 참 이상하다... "
" ... "
" 넌 이렇게 사는 게 좋니? "
" 원래 우리 결혼이 이런 거였잖아. 처음하고 다르지 않은데 뭘 그래. "
' 그렇구나 처음하고 다르지 않구나... 다른 여자들은 괜찮았는데 수혜 씨라서 그런 거야. 그가 사랑하는 여자라서...그렇다면 내가 질투를 하는 거구나.'
" 처음 우리의 결혼 조건과 다르지 않다고... 넌 그럴지 몰라도 난 달라졌어."
" 어떻게? "
" 어떻게? 글쎄... 처음엔 그냥 널 좋아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어고 지금은..."
" 지금은? "
" 지금은... 모르겠다. 다음에 얘기해 줄게. 넌 전과 다름없이 똑같니? "
지금은 널 사랑해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또 용기가 나질 않는다.
눈물이 나려한다.
" 잠깐 차 좀 세워봐."
" 왜?"
"응 뭐 살게 있어서. 너 먼저가."
난 차에서 내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었다.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이제 와서 그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그를 붙들기 싫다.
사랑하기 때문에 용기 있게 해어지리라.
혼란스러운 그의 한 쪽 손을 놔주리라.
난 공원 벤취에 앉았다.
어둠 속에서 그렇게 편안히 울 수 있는 곳...
이곳도 내 추억의 장소구나...
춥다...
찬바람이 몸 속을 활게 치고 다닌다.
" 누나! "
난 고개를 들었다.
그다.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을 그에게 보이기 싫어서 고개를 숙였다.
" 누나! "
그가 나를 일으켜 세운다.
그리곤 꼭 안아 주면서 그가 운다.
" 누나, 미안해, 정말 미안해. "
우리는 그렇게 같이 한동안 울었다.
그는 왜 우는 것일까?
그는 뭐가 항상 미안한 것일까?
39. 다시 맞은 마지막 ??!! 화이트 크리스마스!!!
오늘은 아침부터 눈이 내렸다.
오가는 사람들의 걸음은 눈 속에 파묻혀 힘들어 보이지만 창 밖을 내다보는 내 마음은 포근하다.
정말 화이트크리스마스가 되려나보다.
오늘이 이브인데...
오늘은 그와 마지막 파티를 할 것이다.
둘이서만 오붓하게...
미리 약속 잡지 말라고는 얘기했는데...
알 수 없는 일이지?
수혜 씨가 가만있지 않을 텐데...
이런 뜻깊은 날...
고민을 해야하는 민혁 이가 안쓰러워진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그를 뺏기지 않을 거야.
난 다시 그에게 전화를 했다.
" 민혁아, 오늘 약속 안 잊었지."
" 그럼. 누구랑 한 약속인데. "
" 너 수혜 씨가 나오라고 하더라도 오늘은 안 돼. "
" 알았어 "
그렇게 해서 저녁 식사를 위해 그와의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정말 탐스럽게 내리는 눈이다.
정말 근사한 마지막 크리스마스구나.
오늘은 정말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야지.
난 테이블에 예쁘게 포장한 머그 잔 세트를 놓고는 그를 기다렸다.
한 시간이 지났다...
그는 오지 않는다.
끝까지 그는 나를 기다리게 하는 구나...
그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난 일어났다.
그러면 그렇지...
역시 그는 수혜 씨 몫이구나...
양손에 머그 잔 포장을 하나씩 들고는 밖으로 나왔다.
정말 흐드러지게 내리는 눈이다.
이젠 어디로 가지?
갑자기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돛단배 같다.
거리의 불빛들이 다 흐려지기 시작한다.
" 어머 경자씨 , 여기서 뭐해?"
" 어머 소장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
" 나?, 말 마, 크리스마스 이브에 바람맞았어. 나 원... 경자 씬 웬일이야?"
" 저 두 바람맞았어요. 헤헤. "
난 또 특유의 감정 감추기 달인이 되어 속 좋게 웃었다.
" 어머, 어쩜 경자 씨 두 바람맞았어? . 민혁씨 한테 지 그지. 이 사람 정말 안되겠네. 그나저나 우리 둘이 이것 두 인연인데 어디 근사한데 가자. 내가 저녁 살게."
" 네, 좋아요. "
" 참 그러지 말 구. 내가 아는 후배가 도자기 전시회 한다는 데 그쪽 가서 구경하고 저녁 먹자. 어때 괜찮지? "
" 네, 좋죠."
다행이다. 그래도 소장님 이라도 만나서...
표류하는 나를 인도해주는 등대 같네...
그렇게 우리는 인사동쪽으로 향했다.
" 여기 어디 작은 화랑에서 전시회를 하나보던데. 어디지 ? "
" 어 저기다. "
조금 작은 겔러리인 듯한 곳이다.
크리스마스를 위한 작은 전시회!
이름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그 밑에 이름이 이경자 전시회...
어쩜 내 이름하고 똑같네.사람이 있네요. "
" 당연하지, 경자씨 작품전시횐데."
" 네?!!"
" 내가 경자씨 몰래 도자기 나르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
" 어머, 소장님..."
순간 눈물이 나려했다.
변변한 전시회 한번 할 만한 실력도 갖추지 못한 내가 소장님 덕분에 이런...
" 고맙습니다. "
" 아니, 나한테 고맙다고 하지말고. 저기.."
" 누나! 축하해. "
그가 나에게 다가와 꽃다발을 안겨준다.
" 민혁아!"
" 아이구, 분위기 좋은데 난 그만 들어가야겠다. "
소장님이 멋쩍은 얼굴로 들어간다.
" 너 왜 그래? "
난 훌쩍거리고 있다.
" 왜 그러긴... 남편이 이 정돈 해 줘야지. 그 때 기억나... 처음으로 이층에 올라가서 누나 작품 본 날... 꼭 누나 전시회 해주고 싶었어. "
" 그래, 고마워. "
'얘가 다 늦은 판에 날 또 감동시키네. '
우린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 작지만 깔끔하게 전시가 잘 되어 있었다.
" 경자씨, 축하해요."
"어머 개판 씨도... 고마워요."
그렇게 전시회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개판 씨와 소장 님은 괜히 눈치 보인다며 벌써 퇴장한 상태였다.
" 근데, 오늘 누나가 나한테 할말 있다고 했지? "
" 응. 그게... "
" ... 아니 됐어. 듣고 싶지 않아. "
" 너, 내가 무슨 말하려는 지 알지? "
" 응... 알 것 같아. 그래서 듣기 싫어... 누나 우리 그냥 이렇게 살면 안 될까? "
" 싫어."
" 그래? 그럼 내가 어떻게 해줬음 좋겠어? "
" 너한테 바라는 거 없어. 그냥 서로 편안해졌음 좋겠어. "
" 뭐가 편한 건 데? "
" 그냥 마음가는 데로 몸 가는 데로 사는 거."
" 그래, 그래서? 누나 마음가는 데가 어딘데? "
" 나? 난 없어. 그냥 혼자가 좋을 것 같아. "
" 누나, 내 눈보고 얘기해봐. 누나 마음가는 데가 어디야? "
그의 눈을 바라보니 다시 마음이 약해지려 한다.
" 야, 그만 집에 가자, 춥다. "
" 그럼, 누나 마음가는 데로 가. 그럼 내 마음도 같이 가겠지. 전엔 몰랐는데 내 심장과 누나 심장이 붙어있는 것 같아. 그래서 누나가 멀리가면 난 심장이 터져서 죽을 지도 몰라."
그의 눈에 눈물이 흐른다.
난 차가운 손을 들어 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가 내 손을 잡으며 손에 키스를 한다.
내 눈에도 눈물이 흐른다.
그의 차가운 손이 내 눈물을 닦아준다.
그리곤 그의 차가운 입술이 내 볼을 쓰다듬더니 내 입술에 닿았다.
" 누나... 가지마... 사랑해... 정말로..."
주위는 온통 크리스마스 분위기고 포근하게 눈이 내리고 있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내 평생에 꿈에도 그려보지 못한 화이트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다.
THE END ....
~~~ 그 동안 재미있게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도 소녀같은, 동화같은 사랑을 그리시나요.
저도 그런데...히히.
그냥...세상이 따뜻하고 순수한 로맨스가 영원하길 바라며 이만 마칩니다.
다음 작품도 여러분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작품이었으면 좋겠구요.
네이트에 글을 올리시는 작가님들의 역량이 뛰어나셔서 항상 부럽기도하고
미흡하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담에 뵈요. 되도록 빨리요. 그죠!!!
그동안 답글달아주신 님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일일이 답글 다 달아드리지 못했지만 다 외우고 있을 정도입니다.
제가 사이트 들어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리플읽기지요....
담 작품올리면 그때도 한 번 씩은 찾아와 주실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