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에게 트라우마가 있는게 이상한걸까요?

쓰니2022.08.09
조회130
유튜브보다가 부모님 관련 트라우마 관련된 것들이
보여서 보는데 댓글들이 부모탓하지마라, 평생 그렇게 살아라 뭐 그런 댓글들이 많이 보여서 여러 생각하다가 써봅니다.

저는 부모님과 우리 가족 모두에게 트라우마가 있어서
부모님과 다른 지방에서 혼자 아무런 지원도 없이 살고있는 20대 초중반 남성입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늘 술에 찌들어 있었고, 늘 어머니께 폭력을 휘두르셨습니다.
누나들과 저에겐 직접적인 폭력은 없었지만 늘 아버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나 꿈을 가지고 있는게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면 아버지는 늘 우리에게 들으라는 듯이 어머니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집어던지셨죠.

아버지에게 두려움을 가지고 늘 아버지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고싶다고 생각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아버지를 무서워하는 것을 아셨던 것인지 무슨 일이 있으면 아버지가 혼낼거다, 아버지가 누나를 이렇게 때렸었다 라며 아버지에 대한 공포심으로 저를 교육했어요.

저에게 아버지는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누나들이 크면서 좁고 오래된 빌라에서 신축 아파트로 이사가게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각자 방이 생겼고 저는 지금까지 바래왔던 것처럼 아버지의 앞에서 숨을 수 있는 개인 공간이 생긴 것에 기뻐했죠.

하지만 아버지는 저에게 그런 자유를 주지 않았고 방 문고리를 뜯고, 문고리가 뜯겨있어도 문이 닫혀있는게 보이는 날에는 문 열어두라며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시곤 하셨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어떤 일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중학교에 입학하고 몸이 너무 아파서 학교를 제대로 못다니고, 학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해 성적이 떨어지는 일이 생겼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아팠던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 어머니와 제 성적 관련된 일로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듣고 아픈 몸을 이끌고 방에서 나왔을 때 보인 모습은..

어머니는 패닉이 오신 것인지 아파트 10층 창문에서 방충망을 손으로 찢고 떨어지려고 하시고 아버지는 자기가 죽이겠다며 어머니에게 식칼을 들이밀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소리에 깬 것이지 방에서 자고있던 누나가 달려나왔지만 누나는 어머니를 떨어지지 않게 붙잡는게 먼저라고 생각했는지 누나는 어머니에게 달려들었고 자연스레 제가 식칼을 든 아버지의 앞을 막아서야 하는 상황이 와버렸습니다.

겨우 아버지를 붙잡아 막아서고 어머니를 누나 방에 피신 시키고 아버지를 집 밖으로 내보내고 방에 들어오니 눈물이 나더군요.

너무 무서웠어요.

아버지가 무서운 것도 있었지만 이게 전부 저 때문에 일어난 상황이라는 사실이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렇게 방 바닥에 혼자 앉아서 벌벌 떨다가 아침이 되었고, 아버지가 출근하시는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저도 학교에 갔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다녀오고 보인 모습은 저에게 너무 기괴하고 무서웠습니다.

가족들 모두 평화롭게 전날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모여있더군요.

나는 그렇게 무서웠는데..
이제 막 중학교에 올라간 어리다고 한다면 어린 애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아버지 앞에 섰었다는 일은 가족들에겐 아무 일도 아니였나 보더군요.

가족들은 모두 아버지를 용서한다는 분위기였지만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용서고 뭐고 그냥 아버지가 너무 무서워서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가족들이 모여있는 거실에서 화장실로 들어가서 떨다가 몰래 방에 들어가서 자는 척을 하며 매일매일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부터 가족들이 오히려 저를 죄인취급하는게 느껴졌습니다.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는 제가 잘못된거라 생각한건지.. 아니면 그냥 매일 학교 다녀오면 방구석에 쳐박혀있는 제가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했던건지..

그 이후부터 가족들의 시선이 무서워졌고, 10대 시절동안 같이 사는 가족들을 집 안에서 피해다니며 살다가 군대로 도망치고 전역하자마자 다른 지방에 방을 구해 혼자 살고있네요..


10년이 지난 지금도 아버지가 칼을 들고 앞에서 소리를 지르던 모습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제가 이상한 걸까요..?
그날 아버지를 용서하고 가족들과 이야기하지 않았던 제가 이상했던 걸까요..?
아직까지 그런 옛날 이야기를 핑계로 가족들과 선을 긋는 제가 이상한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