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때린 부모도 울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ㅇㅇ202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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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랜만에 본가 집에 왔어요 그동안 대학 방학 기간인데도 계속 자취방에 있었거든요

지난 5월에 아빠한테 뺨을 심하게 맞았어요 아빠한테 대하는 태도가 잘못되었다구요 아빠가 여러 번 부르는데 바로 와서 의자에 앉지 않았고 얘기하기 싫다고 말대꾸를 해서요 한 서른 대쯤 맞았나 그 길로 울면서 자취방으로 돌아갔어요

그날 울면서 버스에 오르면서 다시는 부모님께 기대하지 말아야지 다짐했어요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종종 맞았어요 성적이 안 나와서 수업 후 복습하지 않아서 공부에 소홀히 해서 정신상태가 썩어빠졌다고 맞고 그걸로 부모님과 싸웠다는 이유로 또 맞고... 때리는 부모님을 밀어내려고 했다고 맞고..

언젠가 성인 남성이 뒤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당장 그 사람이 손을 들어서 머리를 거세게 내려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내가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어딘가가 분명히 이상하다고

지난 날이 쌓이고 쌓이다보니 부모님과 같은 공간에서 밥 먹는 것조차도 거북해지고 같이 한 자리에 있는 걸 피하고 싶엊졌어요 그럼 부모님이 또 다그치고 때리고 악순환이 반복되더라구요

10대를 이 집에서 벗어나겠다는 마음 하나로 보냈어요 집에 돌아가는 게 죽을만큼 싫었고 부모님이랑 같이 있는 시간이 지옥같았으니까요

자취방이 생겼을 때 너무 행복했어요 드디어 나에게도 도망칠 곳이 생겼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그리고 부모님이 때렸을 때 난 자취방으로 도망쳐고 집에는 자주 가지 않았어요 어차피 만나면 우린 또 감정적으로 싸우고 난 부모님을 맨정신으로 보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항상 울면서 돌아오거든요 자취방에 가만히 있으면서도 자주 울었던 것 같아요 잘 살다가도 문득 과거일이 생각날 때 절로 눈물이 주르륵 났어요 날 배드민턴채로 때렸던 일 그런 부모님께 이럴거면 왜 낳았냐고 소리지르는 나... 부모님한테 맞을수록 악다구를 질렀던 나도 참 어지간했구나 싶더라구요


나에게 좋은 부모님이 아니었듯이 나도 부모님께 좋은 자식은 아니었겠죠 너 정말 키우기 힘들다고 자주 말했으니까요 나중이 어떻든 일단 지금 우리에겐 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엄마가 우린 가끔 봐야 싸우지 않는다는 말처럼요


어제 본가 근처에 일이 있어서 오랜만에 집에 왔는데 언제까지 그럴 거냬요 네가 내 자식이고 내가 네 부모인 건 결코 변하지 않을 사실이라고 전화도 연락도 안 받고 집에 잘 찾아오지도 않는다고 부모랑 멀리하려는 네가 나가서도 잘 할 것 같냐고

지난 달에 집안 공사하는데 일손 도우러 찾아오지도 않았다구요 정말 가족에서 아예 나갈 거냐고 너보다 더 맞은 첫째도 있는데 넌 왜 우릴 이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냐구요 널 때린 날 아빠도 많이 울었다고... 너만 아픈게 아니라고

생각해 보면 난 가족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줄곧 부모님이 마련해 준 자취방에서 그냥 현실 도피만 하고 있었구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만 했지 결국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누릴 건 다 누리고 있었네요 이런 내가 모순적이고 이기적인데

그렇구나 부모님도 그때 울었구나 생각이 드니까... 그냥 머리가 띵하네요 늘 그렇듯이 나에게 어릴 때 그랬듯이 다시는 때리지 않겠다 말하고 이번엔 정말이라고 말하고 또 되풀이해온 과정 중 하나겠지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그냥 이게 너무 지친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