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노래하자

해내리202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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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이자 노래하자’란 프로가 있었다. 아마 요즘은 이런 프로는 잘 하지 않을텐데 그 당시에 주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가령 어린이 합창단이나 아역배우들이 나와 노래와 율동,촌극등을 보여주기도 하고 동서양의 각종 전설이나 민담등을 들려주기도 하고 그 외 이런저런 과학상식이나 역사상식 또는 국내 각 지역이나 세계지리,문화에 대한 정보등을 알려주기도 하는 한마디로 재미와 교양,시사의 기능을 모두 하나로 뭉뚱그린 어린이용 ‘종합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보통 일주일마다 한번씩 돌아가며 각 초등학교 학생들이 스튜디오와 방청석에 앉게되고 경우에 따라선 스튜디오에 앉은 학생들이 아역배우나 합창단과 함께 이런저런 코너에 참가하게 되기도 하는데, 다만 선정된 학교의 전교생이 모두 스튜디오 녹화에 참여하진 못하고 보통 5,6학년 상급생중에서 선발되거나 각 학교 재량에 따라 가령 모범생이나 우수생 위주로 녹화에 참여할 학생들을 선발하기도 하는등 보통 이런 참가학생은 각 학교 재량에 따라 제각기 달랐던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가 한번 그 ‘모이자 노래하자’ 녹화에 참여할 순서가 돌아온적이 있었다. 우리학교의 경우엔 6학년 상급생 위주로 대략 6학년 학생 절반정도가 녹화에 참가했는데 당시 한 학급에 60-70명이던 시절이었으니 반별로 대략 30명 안팎으로 녹화참여 학생을 선발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아마 방송사 제작진측에서 ‘여학생들 위주로 스튜디오에 앉히는게 모양새가 더 좋으니 여학생들 위주로 선발해달라’는 주문이 있었는지 보통 여학생을 20명정도 남학생은 한 10명 내외로 각 반별로 녹화참여 학생을 선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 따라서 당연히 6학년 학생들중에서도 여학생이 상대적으로 남학생보다 참가하게될 확률이 높았다. 여하튼 여학생은 전체 30명중 약 3분의 2 정도가 녹화참여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지만 남학생은 사실상 경쟁률이 3:1도 넘게 되는 것 아닌가.  

 따라서 당연히 나야 그 스튜디오 녹화에 참여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고 선별된 학생들은 방과후 남아서 매일 한두시간 정도 한달 가까이 연습을 한뒤 녹화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헌데 이 프로 녹화때 여학생들이 이상한 음모를 꾸민일이 있다. 원래 ‘모이자 노래하자’란 프로에 그와같은 코너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남학생 인기투표’를 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게 이번 우리학교 순서때는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일반적으로 남자아이보다 여자아이가 성이나 이성에 좀 더 일찍 눈을 뜨는 것으로 알려져있고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 정도면 충분히 이성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할 나이니 그런 코너를 재미로 만든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OO 초등학교’ 편에서는 녹화에 참여할 6학년 여학생들이 6학년 남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기투표를 하여 결과를 발표하는 순서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녹화프로의 특성과 성격상 인기투표는 녹화일 이전에 사전에 진행이 되고 녹화당일엔 인기투표 1,2,3위를 한 학생만 발표하고 경우에 따라선 1위를 한 남학생의 간단한 인터뷰시간도 갖는 대충 그 정도 순서로 진행되는것이라고 들었다. 

 헌데 이때 우리학교 여자아이들이 좀 이상한 음모를 꾸민 것이다. 사실 그때 우리 학교 6학년 사이에선 남학생과 여학생 사이에 좀 이상한 불화가 있었다. 뭐 초등학교 시절에 가질만한 불화야 기껏해야 가령 각 반별 남녀성비 불균형이라던가 자리배치 문제 또는 청소당번이나 주번 정할 때 남녀성비나 순서 불균형 문제 이런게 주로 논란이 되는것이지만 어른들의 눈으로 볼때는 사소한 문제지만 초등학교 6학년 그 당시일때는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내가 그 당시 ‘OO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들의 심리를 일일이 다 파악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짐작컨대 대충 이런 분위기였던 것 같다. ‘잔뜩이나 남자애들에 대한 감정도 안 좋은데...무슨 인기투표까지 하라는 것이냐 ?’ 허나 방송국 어린이 프로그램 녹화에 참여하게 되어 벌이는 이벤트이니 아주 안할수도 없는 일이고...그러다 아마 여자 부반장들 몇몇 사이에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던 모양이다. ‘차라리 이참에 남자애들 엿먹이자 !!!’  

 음모의 핵심은 간단명료하다. 남자애들은 물론 누가봐도 ‘아주 황당한 아이’를 인기투표 1위로 만들어버리자는 것. 다시말해 ‘투표조작’을 하자는 것이다. 처음엔 아마 각 반 여자 부반장들끼리 자기네들끼리 사적으로 만나 이런저런 불만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장난수준으로 나왔던 이야기가 그리고 실제 음모로 진행되었던 듯 하다. 아무리 그래도 한반 학생이 60-70명 수준이던 시절 12개 학급 여학생이면 무려 300명이 넘는데 그 많은 학생들이 음모에 가담한다는게 말이 되는일일까 ? 고개가 갸웃거려지겠지만 그 당시 ‘OO 초등학교’에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이건 뭐 내가 실제로 그 음모의 진행과정을 알수야 없는 일이지만 대충 분위기로 추정해보면 이랬던 것 같다. 각 반 여자부반장들이 먼저 모여 의기투합, 그리고 각 반의 학급간부나 분단장 이런 여자아이들에게 ‘지령’을 내려 역시 각자 맡은 ‘다른 여학생’들을 설득해 음모에 가담시키는 것. 사실 음모의 내용은 간단하다. 그냥 ‘아주 황당한 결과’ 누가봐도 도저히 ‘인기투표’에서 1위를 할수 없는 남자아이를 ‘1위’로 밀어버리면 그만이니까. 그냥 간단하게 ‘야 !!! 인기투표날 OOO 찍어야해. 이거 남자애들 엿먹이려고 벌이는짓야.’ 대체 어떻게 그 많은 아이들이 단체로 그런 음모에 가담한것인지 내가 일일이 그 아이들을 만나 물어볼수도 없는 이상 세세한 파악은 불가능하지만 일단 ‘지령’을 받은 당사자 입장에선 그냥 어려운일이 아닌 ‘인기투표’ 당일날 투표지에 특정학생 이름만 써넣어버리는 ‘간단한 일’이니 그리 고민할 것도 없었고 ‘남자애들 엿먹이려고 벌이는일’이라고 하니 어린 마음에 그저 ‘재미있는 장난’ 정도로 받아들여졌을수도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음모의 희생양이 된 것이 나다. 다시말해서 여자아이들이 봤을 때 ‘누가 봐도 황당한 아이’를 ‘인기투표 1위’로 만들자는 그 대상이 나였던 것이다. 

 사실 당사자 입장에선 이중,삼중의 굴욕을 당하는 셈인 음모다. 어쨌든 남학생이 되었든 여학생이 되었든 그만큼 그 음모의 희생양이 ‘찌질하고 황당한 아이’로 보였다는 소리고 또 실제 그 음모의 대상이 결과를 봤을 때 – 솔직히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이상한일 아닌가. - 설마 (1) 진짜로 자기가 좋아서 1위로 만들어준걸로 착각하던가 아니면 (2) 그런 음모의 희생양이 되었음에도 그런 음모를 꾸민 애들에게 항의도 제대로 못할 그야말로 ‘천하의 찌질이’로 보았던가. 둘중에 하나가 되는 것 아닌가. 사실 조금이라도 생각이나 판단력이 있고 자존심이 있는 아이라면 대번에 항의했을일이긴 하다. ‘너희들이 뭔데 날 이런식으로 우롱하고 조롱하느냐 !!!’고. 

 근데 난 솔직한 심정 그대로 말하자면 ‘귀찮고 유치해서’ 안 했다. 근본적으로 그런 인기투표 이벤트 자체가 유치해보였고 거기서 누가 1위를 하건 몇위를 하건 그런 인기투표든 장난이든 음모든 그 자체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또 설사 그런 음모를 나중에라도 눈치챘다고 치자. 뭐라고 할건가. 만약 항의를 했다가 여자애들이 ‘이건 지를 1위로 뽑아줬는데도 불만이냐 ? 그리고 이게 음모라는 조작이라는 증거 있어 ? 있으면 증거대봐 !!!’ 이렇게 잡아떼버리면 그만 아닌가. 따라서 난 이미 여자아이들의 음모를 눈치채고 있었음에도 귀찮기도 하고 성가시고 또 인기투표니 뭐니 그런짓 자체가 유치해보이기도 해서 애초에 내 관심권 밖으로 밀어버렸다. 

 어쨌든 문제의 ‘인기투표일’이 되었다. 투표일은 바로 ‘모이자 노래하자’ 녹화 전날에 이루어졌는데, 방송의 특성상 여학생들 인기투표는 사전에 학교에서 진행을 하고 방송 녹화에선 그 투표결과만 발표한후 경우에 따라 시간이 남으면 인기투표 1위를 한 남학생과 간단한 인터뷰라도 갖는 그 정도 순서로 예정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투표당일 선생님들은 일단 남학생들을 먼저 귀가시켰는데 대개는 각 반 담임선생님의 재량으로 여학생들만 별도 면담을 할 일이 있다느니 신체검사나 건강검진을 해야한다느니 그런식의 핑계를 대서 먼저 남학생들을 귀가시킨 것이다. 허나 ‘모이자 노래하자’에서 남학생 인기투표 이벤트 순서가 있다는 것은 눈치빠른 학생들은 이미 입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눈치챌만한 학생들은 대개 눈치채고 있는 그런 분위기였다. 

 인기투표는 여학생들만 남은 상태에서 별도의 과학실이나 체육실등을 각 담임선생님 재량으로 빌려서 진행이 되었다. 어차피 ‘모이자 노래하자’의 프로 녹화준비를 위해 진행하는 이벤트니 학교측의 협조도 충분히 이루어진 것이다. 투표 자체는 각 반별로 자기반 여학생들(대략 30명 정도)만 모아놓고 한것이었으니 투표진행시간은 길어야 10분-20분을 넘지는 않았다. 

 문제는 그 다음 이제 담임선생님들끼리 모여서 투표함을 열어 결과를 체크해봐야할 때 발생했다. 선생님들도 나름 인기투표 결과가 궁금했는지 잔뜩 흥분되고 기대되는 분위기속에 투표함을 열어보았는데 12개 투표함(각 반별)을 모두 열어보는 순간 이미 경악스러운 사태는 터저버렸다. 

 결국 그날 저녁시간에 6학년 담임선생님들이 모두 모여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봐도 납득도 이해도 안가는 결과, 혹시 뭐가 잘못되거나 아이들이 무슨 장난을 친 것이 아닐까. 자연스럽게 그런 의심은 들긴 했지만 시간이 촉박했다. 가령 재투표를 실시한다거나 진상조사를 하기엔 이미 다음날 방송프로 녹화를 해야하기 때문에 재투표도 진상조사도 이미 할만한 시간은 충분치 못했다. 그러다 몇몇 담임선생님들이 기발한 계책을 내놓았다. 

 역시 어른들의 음모는 아이들의 그것모다 더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진행되기 마련이다. 너무나 터무니없는 결과가 나왔던 실제 여학생들의 남학생 인기투표(?) 결과와는 달리 담임선생님들인 일단 학생회장을 하고있는 학생이 과반을 조금 넘는 수치로 ‘압도적 1위’를 한 결과표를 만들고 나머지는 대충 각 반 반장이나 학급간부 그리고 경우에 따라선 각 반 담임선생님들의 옛날친구 이름이든 옛날애인 이름이든 아니면 먼 친척조카나 동생 이름이든 그런 ‘가공인물’ 이름까지 동원해 적당히 ‘가상 순위표’를 만드는 것이다. 어차피 이게 무슨 대단한 투표도 아니고 방송프로 제작진이 투표,개표 진행과정을 지켜보는것도 아니고 실제 방송프로는 그냥 투표결과를 학교측에서 방송사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전달만 하면 해당 녹화날엔 프로그램 진행자가 결과순위만 발표하면 그걸로 끝나는 것이다. 그것도 전체순위를 다 발표하는것도 아니고 대충 시간에 맞춰 3위나 5위까지만 발표하게 되어있는것이니 –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경우에 따라서 1위한 학생 인터뷰 시간까지 갖고 – 어차피 ‘모이자 노래하자’ 제작진이 무슨 ‘OO 초등학교’의 학생이름이나 세세한 속사정을 다 파악하고 있는것도 아니니 그냥 대충 학생회장이나 각 반 반장이나 학급간부 이름 적당히 끼워맞춰 – 거기에 경우에 따라선 각 반 담임선생님 친구나 친척 이름까지 적당히 가공인물로 추가시켜 넣어서 – 1위부터 한 10위까지 그런대로 납득이 갈만한 득표수 순위를 만들어 그야말로 ‘가상 순위표’를 만들어 제출만 하면 되는 것이다. - 그것도 무슨 격식갖춘 도표를 만들필요도 없이 대충 연습장 같은데 순위표만 만들어서 방송사 제작진에게 전달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따라서 그날 실제 여학생들의 투표용지는 전량 폐기처분되고 대신 당시 ‘OO 초등학교’ 학생회장을 하고 있는 학생이름을 전체 여학생 투표(대략 350-360명 정도)수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과반득표 1위를 한 것으로 순위를 만들고 그 외 대충 2위부터 5-6위까지가 20-30여표 그리고 나머지 한 4-5명 정도의 학생이 10표 미만의 한자리수 저조한 득표를 했을지언정 10위 안팎의 순위를 기록한 것으로 그야말로 ‘조작’의 표가 나지 않도록 제법 치밀하게 잘 짜여진 한 장의 ‘가상 순위표’가 만들어진 것이다. 담임 선생님들 입장에선 너무 터무니없는 결과가 나와 그게 방송을 그대로 타서 학교가 망신을 당하느니 그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그런 기지를 발휘해낸 것이다.  

 일단 다음날 녹화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방송국 녹화가 오후에 진행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6학년은 수업은 오전수업만 진행한뒤 ‘모이자 노래하자’ 녹화에 참여하게 되는 학생들은 대절한 관광버스를 타고 여의도 KBS 방송국으로 가고 나머지 학생들은 그냥 귀가조치 시키는 것으로 그날 수업이 진행되었고 녹화도 별탈없이 진행되었다. 녹화 중간에 있을 코너인 여학생들의 ‘남학생 인기투표’도 선생님들이 만든 가짜 순위표가 그대로 방송국 제작진에 전달이 되어 녹화에서 사회자에 의해 대략 5위정도까지가 득표수와 함께 순위발표가 되고 인기순위 1위를 한 학생회장 OOO군이 대략 1분이 채 안되는 짧은 인터뷰까지 하는 것으로 ‘남학생 인기투표 결과발표’도 그렇게 순조롭게 진행이 된 것이다. 

 헌데 녹화도 순조롭게 마무리가 되었고 방송도 방송 예정이 되어있는날 문제없이 그대로 나갔는데 정작 방송이 나가고 나서 뜻하지 않은 사태가 벌어졌다. 뜻밖에도 다음날 정보기관에서 학교에 전화가 왔다. 대략 ‘무슨의도로 저런 방송을 내보냈는지’ 조사를 좀 해봐야겠다는 것이다. 실은 당시 우리학교 학생회장 이름이 공교롭게도 전정권 실세였던 사람의 이름과 동명이인인 것이다. 더 엄밀히 말하면 정권실세이긴 하지만 80년대 초반 그 당시엔 생사여부가 애매해진 상황에 있는 사람이고 따라서 그 당시 정권 입장에선 그 이름이 이런식으로 세인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지기’를 바랬던 아마 그 정도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헌데 아무리 동명이인이기로 하필 전정권 실세였던 그 사람과 동명이인이 그 학교 학생회장이고 그런 학생회장 이름이 어린이 대상 공영방송 ‘버라이어티 쇼’ 프로그램에서 그것도 여학생 인기투표에서 1위를 한 남학생이라니. 당시 정권 입장에선 무슨 저의가 있는걸로 생각했던것일까. 안기부,보안사,교육청 모두 나와서 대대적인 내사를 벌였다. 

 다음날 학교에 가보니까 날더러 교무실로 오라는것이었다. 교무실엔 교장,교감 선생님과 주임선생님들은 물론 6학년 담임선생님 대다수가 모두 심각하게 모여있는 상황에서 학생주임 선생님이 돌연 날 보더니 대뜸 귀쌰대기를 후려 갈긴뒤 마치 야구에서 선수 퇴장을 명하는 심판의 동작처럼 팔을 한번 크게 휘두르며 이와같이 외쳤다. 

 “ 퇴학 !!! ”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내가 사라져야 이 사태가 무사히 수습될수 있는 사안이었던 것이다. 사실 문제의 ‘인기투표 순위표’는 실제 학생들이 투표한게 아니라 투표결과가 너무 이상해서 이대로 발표하면 학교 망신이란 생각과 그리고 여자애들의 어떤 저의도 의심되어 그걸 폐기처분해버리고 자기네들끼리 ‘가짜 순위표’를 만들어 거기에 학생회장 이름을 ‘인기투표 1위’를 한 학생 이름으로 넣은 것 아닌가. 무엇보다 다른문제는 몰라도 전정권 실세가 되었든 다른 무엇이 되었든 하필 공교롭게도 그런 사람과 동명이인인 아이가 현재 ‘OO 초등학교 학생회장’ 인 것을 어쩌란 말인가. 다른건 몰라도 OOO이란 이름을 가진 학생이 ‘OO 초등학교’ 학생회장(동명이인)‘ 인것만은 안기부,보안사,교육청,경찰청 특별수사본부, 공영방송 KBS 자체조사팀의 조사에서도 모두 사실관계가 확인된것이니 어쩌란말인가. 남은 문제는 왜 하필 그런 학생이 ’인기투표 1위‘를 했는가 하는 문제인데 그 정도 되는 우등생이고 모범생이 여학생들에게서 인기가 많은 것은 따지고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니 그 자체도 별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결과적으로 안기부,보안사,교육청 등등 막상 조사를 해보고는 허탈한 심정으로 조사결과 보고서를 상부에 보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대략 사건은 일단락된 것이다. 

 문제는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을 엿먹이려고 만든 ’조작투표‘ 내용이다. 사실 실제로 ’OOO(당시 OO 초등학교 학생회장. 이전 정권 실세와 동밍여인)‘이 인기투표에서 1위를 한 것이 아니고 투표결과가 너무 터무니없자 담임선생님들이 긴급회의를 열어 만든 ’가상 순위표‘가 아니었던가. 헌데 그 가상순위표가 담임선생님들이 만든 가짜 순위표가 아닌 실제 여학생들이 한 투표결과가 되어야하니 여학생들의 ‘조작투표’ 진상이 드러나선 안되는 일이었다. 따라서 여학생들도 실제로 OOO이란 학생에게 압도적인 득표를 몰아준것처럼 증언을 해야했으며 그게 여학생들 입장에서도 실제로 자신들이 ‘남자애들 엿먹이려고 일부러 찌질이 같은애 하나를 지명 걔한테 표흘 몰아주었다’는 진상이 드러나선 안되니 그렇게 여학생들과 담임 선생님들이 입을 맞춘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내가 ‘OO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아니어야만 마무리가 되는 일이었다. 학교측 입장에선 실제 전정권 실세와 동명이인인 그리고 아주 모범생이며 우수생인 학생회장이 자기네 학교에 있음을 사실로 입증시켜야 하며 또한 그런 우수한 학생에게 여학생들이 ‘인기투표 1위’로 표를 몰아준 것이 되어야 자신들도 살고 학생들도 산다. 또한 OOO(학생회장. 전 정권 실세와 동명이인)에게 여학생들이 실제로 투표를 한게 ‘기정사실’이 되어야만 실제 있었던 여학생들 조작투표도 진상이 드러나지 않게 되는것이니까 애초에 내가 존재하지 않아야 여학생들의 그런 조작투표도 ‘없었던 일’이 되는것이고 조작투표 결과가 너무 허무맹랑해서 담임선생님들이 급한김에 ‘가짜 순위표’를 만든것도 진상이 드러나지 않게된다. 그래야만 OO초등학교에 공교롭게도 전정권 실세와 동명이인인 학생회장이 있고 실은 우연찮게도 그 학생이 아주 우수생이고 모범생이라 여학생들 인기투표에서 압도적 득표로 1위를 한 것이 뜻하지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킨것이란 ‘해프닝’으로 이 사건이 마무리되지 만약 사건의 보다 깊은 전말까지 정부당국이나 방송국측에서 조사하려 들었다간 사태가 진짜 어떻게 확산일로를 걸을지 모를일이었다. 따라서 이 모든 사태를 그저 ‘오해에서 빚어진 단순한 해프닝’이 되기 위해선 그저 내가 사라져야만 이 모든 사태가 해결이 되는것이기에 학교측에서 그러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다음날 학교에 가보니 내가 ‘퇴학조치’되었다는 것이 이미 교문에 대문짝만한 공고문으로 붙어있었다. 나로선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학교로 가본것인데 혹시 내가 이런식으로 등교를 강행할 것을 우려라도 했는지 미리 그런 조치까지 취해놓은 것이다. 공고문을 대충 읽어보니 퇴학사유가 ‘학교모독,교권모독,교우(交友)간 불화’ 대충 그런것들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무런 잘못도 문제도 없는 학생을 갑자기 퇴학시킨게 되면 곤란하니까 적당히 그런 명분을 갖다붙인 모양인데 솔직히 내가 공부는 그리 잘하는편은 아니었지만 말썽을 부리는 아이는 아니었다. 헌데 ‘교우간 불화’는 그렇다치더라도 학교모독에 교권모독이라니... - 기왕 갖다 붙이는거 절도,횡령,성추행까지 갖다붙이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알아야 하는건지... 

 다만 시간이 지난뒤에 새삼 궁금해진 것은 실제 있었던 여학생들의 ‘조작투표’ 득표결과다.애초에 여학생들이 남자애들 엿먹이려는 수작으로 가장 찌질한애인 나를 지목해서 의도적으로 ‘압도적 1등’으로 만들어버린 투표가 아니었던가. 담임 선생님들 입장에서도 얼마나 결과가 황당했으면 부랴부랴 문제의 투표용지들은 전부 – 그래봤자 대충 연습장 적당한 크기로 오려 만든것일테니 – 폐기처분하고 자신들끼리 ‘가짜 순위표’를 만드는 한바탕 소동까지 벌인것인지. 

 솔직히 어느정도 자란 성인이라 머리가 좀 돌아가는 나이였다면 ‘조작’ 티가 안 나도록 어느정도 수치조작은 하던가 했을 것이다. 허나 애초부터 그야말로 단순한 ‘초딩’ 수준의 장난이었고 그렇게 자기네들끼리 ‘무조건 누구찍어라’ 그렇게 여자부반장들이 여자 학급간부나 분단장들에게 여자 학급간부나 분단장들은 자기 분단 여학생이나 자기가 친분있거나 관리하는 아이들에게 그렇게 ‘지령’을 전달한 모양새아닌가. 그러니 대충 그 지령 내용이 ‘남자애들 엿먹이려고 꾸미는 일이니 무조건 아무개 찍어라’ 이런식이었을 것 아닌가. 물론 아무리 그래도 350여명이나 되는 여학생들이 조작에 가담한 규모라면 최소한 그중 한두명정도는 ‘이건 아니다’ 싶은 이탈표도 나오기 마련이고 자신은 내키지 않아서 자신이 찍고싶은 남자애를 쓰는 경우도 한 몇 명 나오기 마련일 것이다. 헌데 대체 어찌했길래...그야말로 한 100% 가까운 아이들이 전부 내 이름을 적어냈던 것은 아닌지. 하다못해 담임 선생님들끼리 작당해서 만든 가짜순위표에서 조차도 1등을 한 학생회장이 그저 과반이 조금 넘는 수준 (대략 180-190표 정도 ?)의 득표수를 기록한걸로 만들어놓았고 진짜 치밀하게 음모를 꾸미는 이라면 조작의 표가 안 나게 1등을 120표 2등은 한 80-90여표 정도로 만들어 놓을수도 있었을 것이다. 헌데 그런게 아니라 ‘무조건 OOO 찍어라’ 하는식으로 작당을 한것이었다면...더더욱 끔찍하고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지는 일이다. ‘인기투표 1위’가 아니라 실제로는 그 학교 6학년중 가장 찌질한 남자애로 그야말로 ‘공인’된 셈이고 심지어 그런 굴욕의 조작음모의 대상이 되고서도 여자애들한테 항의한번 제대로 못할 그런 천하 바보X신 취급을 받은 것 아닌가. 

 솔직히 난 애초부터 인기투표고 뭐고 그런걸 유치하게 생각했고 지들끼리 작당을 하든 장난질을 치든 관심 자체가 없었다. 또 그런거 항의해봤자 별 득되는일도 없을걸로 생각했고, 또 그런 한바탕 소동을 겪은뒤엔 여자애들이야 – 실제로 자신들이 학생회장 OOO을 압도적 1위로 표를 몰아준 것으로 중명해줘야 하므로 – 더더욱 잡아뗐을일 아닌가. 그러니 뒤에가서도 항의한들 아무 소용 없는 일이고 – 게다가 이미 증거까지 담임선생님들에 의해 인멸(폐기처분)된 상태다 – 그래서 항의하는 것을 포기하고 체념해버린 것이다. 

 한편 퇴학을 당한 나의 경우와는 달리 공교롭게도 전정권 실세와 동명이인이기도 했던 실제 학생회장은 그 얼마후  KBS의 다른 주부대상 아침 토크쇼에 교장선생님과 함께 초대손님으로 나가기까지 했었다. 여하튼 학교측으로선 실제 전정권 실세 아무개와 동명이인인 그러나 아주 모범생이고 우등생인 학생회장 OOO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해야했기에 대충 그런식의 기획을 이심전심 만든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해당 토크쇼에서 학생회장은 간단한 인터뷰를 가진뒤 프로가 마무리될때쯤 사회를 맡은 아나운서가 학생회장에게 감탄하듯이 ‘요즘 참 보기드문 모범 어린이고 모범학생’이라는 식으로 마무리 멘트를 하며 프로를 마무리한 것으로 기억한다. 한편 ‘모이자 노래하자’에서 일시적으로 기획했던 여학생들에 의한 ‘남학생 인기투표’는 뜻하지 않은 부작용 발생 때문인지 그 1회성 시도 이후로 폐지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