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미안하다 말 안 하는 딸

ㅇㅇ202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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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탈 죄송합니다. 부모님 나이 또래의 분들이 중립적으로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17살 여자입니다.  제가 기억날 때부터 아빠와 엄마는 항상 싸우셨어요. 서로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했고, 플라스틱 옷장 서랍을 부수기도 했고, 화장대 의자 다리가 부러지기도 했고, 서로 직접 해를 가하지는 않았지만 칼을 들기도 했고, 둘 다 한번씩 집을 나가기도 했어요. 저는 아직도 그 모든 상황을 기억해요. 사소한 상황 하나하나 다요. 엄마와 아빠가 싸웠던 여름날 밤에 선풍기 타이머를 1시간 간격으로 세 번 돌리고 엄마와 아빠가 더 크게 싸우자 화장실 가는 척 나오고, 그리고 타이머를 다시 돌리다가 엄마와 아빠가 들어오면 자는 척 했어요. 엄마가 나가면 말리라는 아빠 말에 울면서 매달려도 봤어요. 별로 달라지는 게 없으니 그 다음부터는 엄마와 아빠가 싸워도 말릴 생각을 안 했어요. 아니 못 했습니다. 근데도 엄마는 제게 중재자 역할을 바라셨어요. 다른 집 애들은 부모가 싸우면 말린대요.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자식한테 바랄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나중에는 그냥 방에 들어가서 할일 하는 척 했어요. 당연히 실제로 하지는 못했죠. 다 싸우고 난 뒤 엄마는 제가 아빠와 트러블이 있을 때 자기가 중재해 주는데, 너는 왜 그렇게 하지 않냐고 따져 물었어요. 저는 그냥 울었어요. 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엄마는 항상 그렇게 싸운 뒤 제게 사과를 하셨대요. 이게 사실일 수도 있어요. 제 기억은 왜곡되어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단편적인 싸움만 기억했을 수도 있어요. 어린 아이의 기억은 왜곡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저는 엄마가 제게 진심으로 사과한 기억이 없어요.
 또 엄마는 싸울 떄마다 저를 때렸어요. 제가 거짓말을 했을 때, (심각한 비행 행동은 저지른 적이 없어요. 그냥 문제집을 풀지 않았다거나 엄마 몰래 카톡을 했다거나 하는 등의 거짓말이었어요.) 바로 사과하지 않았다는 이유였어요. 저를 추궁하다가 제가 대답하지 않으면 저를 몰아세우며 때렸고, 그게 안 되면 세탁실에 있는 빗자루로 때렸고, 그게 안 되면 내쫓았아요. 강제로. 근데 자기가 사준 옷은 벗고 가래요. 여기는 자기 집이니까 저는 함부로 방에 들어가서도 안 된대요. 나중에는 엄마라고 부르지도 말랬어요. 제가 안 나가면 엄마가 나갔어요. 싸울 때 이ㄴ 저ㄴ 각종 쌍욕은 모조리 들었어요. 저는 맞을 때마다 제가 사람이 아닌 것 같았어요. 핑계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맞고 나면 사과하기가 싫어졌어요. 딱 맞았던 그 순간부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어요. 그래서 맞고 맞고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을 때 사과했어요. 그러니 엄마 입장에서는 제가 한 번도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을 것 같아요. 제가 사과하고, 빌고, 또 빌면 그날 하루 끝에서야 엄마는 떄린 걸 사과했어요. 저도 그 사과가 진심처럼 느껴지지 않았고요. 그래도 엄마가 좋으니까 용서했어요. 화나지 않았을 때 엄마는 내게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계속 이게 반복되었어요. 중학교 들어와서 조금 뜸해졌고, 고등학교 올라와서는 일년에 한두번꼴로 때렸어요. 그러니 엄마는 자신의 행동이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고요. 이때 아빠는,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개입하기 싫으니까 가만히 있다가 엄마가 절 때리는 수위가 심해지고 언성이 높아지면 그제야 엄마와 제게 와서 싸움을 중재하기 시작했어요. 제게는 엄마한테 무조건 사과하라고 했고(원인 제공을 한 사람이 싹싹 빌라는 것) 엄마에게는 아무리 그래도 떄리는 건 좀 아니지 않냐고 했어요. 
 엄마는 사촌언니와 있을 때는 제가 뒷전이었어요. 나중에 들어 보니 이모(엄마의 둘째 언니)가 이혼하고, 금전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어했기에 그 자식도 안쓰러웠대요. 저는 사촌과 있을 때면 제 존재 가치를 의심했어요. 엄마와 아빠가 날 사랑하기는 하는데, 조건부 사랑인가 싶었고 차선책인가 싶었어요. 엄마는 이모와 만나지 않았던 평일날 제게 많은 사랑을 줬으니 그런 생각을 안 할 것 같았대요. 언니가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그러니까 제가 초등학생떄까지 언니를 거의 매주 만났어요. 이모와 함께 여행을 갔을 때, 엄마마저도 언니가 먼저였어요. 제가 느끼기에는 그랬어요. 근데 제가 이걸 서운하다고 표현하면, 못된 아이가 된 것만 같아 숨겨왔어요. 이모를 살뜰히 챙기는 사촌 언니와 저를 비교하기도 해요. 둘 다 외동인데, 왜 하는 행동은 그렇게 다르냐고.. 자세히 어떻게 차별받았는지는 글이 너무 길어질까봐... 나중에 궁금하시다면 추가할게요. 
 양가감정이라고 하나요? 저는 엄마와 아빠가 좋아요. 저를 사랑하신다는 것도 알아요. 그런데 같이 있으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아요. 그렇지만 가족이 모여 있을 때 행복해요. 엄마는 제게 고맙다, 미안하다를 왜 표현하지 않느냐고 하세요. 그런 점이 많이 속상하시대요. 제가 감정이 정말 메마른 걸까요. 절 위해 희생하는 부모님을 봐도 감사하다는 마음과 밉다는 마음이 동시에 들고, 잘못을 해도 밉다는 마음과 죄송하다는 마음이 동시에 들어서 너무 혼란스러워요. 저도 잘못한 게 많다는 걸 알아요. 이제 어린 나이가 아닌데, 사과와 고마움을 표현하는 따뜻한 말들이 언제까지나 어린 시절 상처를 들먹이며 미룰 수 있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아요.  
 작년부터 작은 말티즈 한 마리를 키워요. 초등학교 때부터 간절히 키우고 싶었어요. 상의 없이 데려온 거 아니고, 오랫동안 상의해서 허락 맡고, 부모님과 함께 데려왔어요. 초반에 엄마는 말티즈(구름이)가 배변실수를 하거나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때렸어요. 그러면서도 엄마가 주로 강아지 케어를 도맡으니 제게는 그 폭력을 제지할 권한이 없다고 하셨어요. 지금은 구름이에게 정이 들었는지 때리지도 않고 잘해 주세요. 근데 엄마는 저 때문에 데려온 것이니, 너는 항상 내게 감사해야 하고 죄송해야 한대요. 싸울 때마다 구름이 (말티즈) 이야기를 하며 제게 따지세요. 데려오기 전에 부모님과 저는 강아지를 데려올 경우 역할 분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물론 키우다 보니 계획대로 되지만은 않았지만, 당시에 엄마는 자신이 집에 항상 있고(전업주부이기 떄문) 아빠는 직장 다니느라 바쁘고, 저는 학생이고 대학생이 될 거고 그 뒤에는 취업을 할 테니, 본인이 가장 많은 역할을 맡는 게 당연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엄마는 강아지 케어에 있어 많은 역할을 맡는 자신을 다른 가족들이 인정해주고 미안해해주고 고마워해주기를 바라요. 그 감정적 수용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폭발해요. 그때마다 어쩄든 제가 구름이를 원하기는 했으니 저는 죄인이 돼요. 저는 구름이에게 정말 많은 정서적 위안을 얻고 있어요. 엄마는 부모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강아지에게 잘해 주는 제 모습이 꼴 보기 싫다고 하셨어요. (학생이라 돈과 시간에 한계가 있어 그렇게 잘해줄 수가 없긴 해요)
 자세히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얘기를 들어 보니 엄마도 어린 시절 상처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신이 받은 것보다 훨씬 많이 저를 사랑했고 잘해줬다고 생각하세요. 엄마의 어린 시절과 비교하자면 그게 사실인 것 같기도 해요. 저희 아빠와 엄마가 절 사랑하시는 건 맞아요. 절 위해 희생하는 것들도 많고요. 그걸 모르는 건 아닌데.. 제 마음이 너무 혼란스럽고, 제가 사이코패스인가 싶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회피형 인간인가 싶기도 해서 한심하기도 해요. 왜냐하면 가족이 평화로울 때 저는 제가 상처받았던 이런 이야기들을 꺼내고 싶지 않거든요. 사실 엄마와 아빠는 제가 부부싸움으로, 폭력으로 상처받았던 걸 모를 수도 있어요. 한 번도 얘기하지 않아서요. 
  제발 조언 부탁드려요. 제가 잘못한 걸 알고 고치고 싶어서 한번 글을 써 봤어요. 쓴소리도 좋으니까 중립적으로 봐 주세요. 할 말은 더 많은데, 그냥 여기까지만 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