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문제로 반대를 하시네요

ㅇㅇ2022.09.07
조회19,931
안녕하세요 새벽에 잠도 안오고 답답해서 속이 터지겠네요

저는 29이고 남친은 30이예요
만난지는 2년정도 되었습니다

저랑 남친은 먹는 쪽으로 결격사유가 있어요

일단 저는 위가 약해요
소화가 더디고 잘 얹히고 체하고
스트레스 받으면 위가 아픈 만성위염을 달고 살아요

그래서 늘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고
항상 소화제와 위염약을 준비하고 다니고
밥을 꼭꼭 씹어 먹으려고 노력합니다


소화기관이 약하긴 했어도
그래도 20대 초중반에는 나름 잘 먹었었는데
제가 식탐이 있는데다가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잘 먹거든요
예전에는 복스럽게 먹는다고
어른들이 참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는데ㅠ
몸이 아파서 거의 1년간 진통소염제를 복용하다보니
위가 더 약해지더라고요ㅠ


거기다 운동을 못하니 살까지 10키로가 쪄버려서
그거 빼느라 진짜 고생한 뒤로는
이제 식탐 안부리고 적당한 양을 먹으려 하고 있어요

식탐 있던 제가 살 찐 뒤로는 먹는것에
흥미를 잃었다고나 할까...
그만큼 살찐게 너무 충격이어서 뭘 먹기가 두렵더라고요

한밤에 식구들이 치킨이나 족발 닭발을 시켜도
환장하던 제가 이제는 안먹을 수 있는 지경입니다



남자친구는 가리는게 엄청 많아요
날 거 못먹구요
생선이나 고기에서 비린내가 난다 싶음 안먹어요

저는 곱창 막창 닭발 이런거 좋아하는데
남친은 안먹구요
음식이 눈 앞에 있으면 와구와구 잘 먹는거 같으면서도
은근 가리는게 많더라고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게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는데
뭘 좀만 잘못 먹으면 바로 설사를...
심한 것 같아요ㅠ
아니 심하더라고요..


이런 저희지만 그래도 서로의 고통을 알아서 그런지
먹는거에 많이 배려해주고 맞춰줘서
단한번도 불만을 가진 적이 없어요


제가 위가 안좋을 때는 남친이 죽도 같이 잘 먹어주고
제가 양이 적은 것도 이해해주고
살 때문에 가볍게 먹는 것도 이해해 줍니다

사실 저는 맛집 탐방 이런거 관심 없거든요ㅠ


저도 남친이 안좋아하는 음식은 제가 먹고 싶어도
먹자고 한 적 없고
다른 사람들과 먹으면 되니까 굳이 상관없거든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안타깝긴한데
남친이 굳이 고치려는 노력은 없는 것 같아서
거기에 좋다는건 약도 사주고 음식도 사주긴했는데
별 효과를 못봐서 그러려니 하고 있어요


그리고 둘다 음식에 환장하는 편은 아니라
그게 너무 좋거든요
예전에 먹생먹사 남자를 잠깐 만났었는데
말 그대로 먹는거가 낙인 사람이라 그런지
맨날 뭐먹으러 갈까 오늘은 뭐먹지
맛있는거 먹고 싶은데
오로지 먹는거 먹는거 먹는거

회 고기 장어 대게 이런 종류의 하드한 걸 특히 좋아하고
음주를 선호해서 저는 싫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남친은 너무 좋아요
저희는 먹는게 중심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어떻게든 저 맛있는거 먹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이제 결혼 이야기가 나와서
남친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거든요

한식 종류의 식사자리였는데
제가 하필 전날에 위장이 탈 나는 바람에
홀쭉해진 모습으로
긴장까지 해가지고 음식을 거진 잘 못 먹었습니다

어른 앞에서는 잘 먹는 모습을 보였어야 하는데
너무 무안했어요ㅠ
그렇다고 억지로 막 먹기에는 한계가 있었어서ㅠ


전날에 이래이래해서 속이 좋지 않아
음식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고 정중하게
말씀은 드렸는데 어머님 표정은 나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 남친 입에서
입이 짧은 며느리는 달갑지 않다고 하셨대요
자기는 요리하는거 좋아하는데
반찬이고 뭐고 해주고 갖다주면
안먹어서 다 버릴거 아니냐고요
그리고 위가 약한게 아이한테 유전되면 어쩌냐구요

순간 ??????? 스럽더라구요...?
입이 짧은 걸로 치자면 본인 아들이 더 심한데
무슨 말이지? 싶었어요



아니 솔직히;;; 아들이 과민성대장증후군에
가리는 것도 엄청 많고 잘 못먹고 그러니까
그런쪽으로는 당연히 이해해줄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입장 바꿔 생각하면
어느 딸 가진 부모가 저런 사위를 원하겠어요
복스럽고 시원스럽게 안가리고 잘 먹는
사위를 원하지..

그래서 우리집안이나 남친 집안이나
둘다 먹는걸로 결격사유 있는건
이해해주고 넘어갈 줄 알았는데
저런 이야기가 나오니 너무 당황스럽고
그냥 왠지 모를 배신감도 느껴지네요...

우리 커플 2년동안
서로 다투는 것도 많이 없고
서로 위해주고 배려해주고 성격이 잘 맞아서
때로는 애인처럼 친구처럼
그렇게 잘 만나왔는데..

둘다 집순이 집돌이라
이성문제 친구문제 그런 것도 없었고
저희 둘다 술도 담배도 안피고
항상 서로가 먼저여서
결혼은 이사람과 해야지 생각했는데
여기서 걸림돌이 생기네요


솔직히 잘먹는 며느리 들어왔으면 하는거
이해 못하는 거 아니지만
그건 남친 어머님 욕심 아닌가요?
본인 아들도 생각해야지..
둘이 이렇게 잘맞고 잘 만나는데
본인 욕심으로 고작 먹는거 하나로 결혼 반대하시고
둘이 헤어지면 맘이 편하실지..
잘 먹는 여자는 반대로 입이 짧은 남친을 좋아라 할까요?

참..반대하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은데 맘이 착잡하네요

헤어져야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