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모자의 비극' 빈소 찾은 친구들 "엄마 좋아했는데…" 눈물 바다

ㅇㅇ2022.09.08
조회116
7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의료원 장례식장 빈소가 가득 찼다. 포항 인덕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주민 7명이 이곳으로 옮겨졌다. 빈소 8 곳이 있는 이 장례식장의 빈소 6곳에 한 아파트 주민 7명(한 곳은 부부 사망자가 함께 모셔짐)이 모셔졌고 오후 3시부터 조문객을 받았다.

"인기가 많은 친구였어요."

ㄱ군(14)의 빈소에 교복을 입은 중학생 20여명이 찾아왔다. 빈소 옆 식당 창밖으로는 조문을 마친 또래 친구들 한 무리가 더 보인다. ㄱ군의 초등학교 동창생들, 중학교 친구들, 동네 친구들이 시간을 맞춰 빈소를 찾았다. ㄱ군의 초등학교 동창 A군과 B군은 ㄱ군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A군은 ㄱ군을 "초등학교 때부터 남녀를 가리지 않고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친구였다"고 소개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은 사고 소식을 먼저 접했다. 동네 친구들과 연락해 함께 빈소를 찾은 B군도 ㄱ군을 '인기 많은 친구'로 기억했다.

ㄱ군은 50대 어머니와 함께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다가 화를 당했다. ㄱ군의 어머니는 지난 6일 저녁 9시41분쯤 구조됐지만 ㄱ군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사고 당시 어머니는 지하주차장 천장 배관 쪽에서 발견됐다. 어머니는 주차장 상단에 공간이 있어 호흡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친구 B군은 "엄마를 유난히 좋아하는 친구였다"고 ㄱ군을 기억했다.

조문객을 받기 시작한 이날 오후 한 무리의 친구들이 ㄱ군의 빈소를 다녀가면 교복과 운동화를 신고 검은 마스크를 쓴 또 다른 무리의 친구들이 빈소를 메웠다.

빈소에는 포항시장, 경상북도지사, 대통령의 근조기가 놓여있다. 중학생 ㄱ군의 빈소에는 경상북도교육감의 근조기가 고인과 또래인 조문객들을 맞이했다.

ㄴ씨(71)와 ㄷ씨(65) 부부는 3층 VIP실에 함께 안치됐다. 이들은 신고 15시간만인 지난 6일 오후 10시쯤 차례로 발견됐다.
노부부는 '지하주차장의 차를 빼달라'는 방송을 듣고 오전 6시쯤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올라오지 못했다.

해병대를 전역한 20대 ㄹ씨의 빈소에는 해병대 전투복을 입고 짧은 머리에 갈색 워커를 신은 조문객 무리가 눈에 띄었다. 건장한 해병대 전역자 한 명도 ㄹ씨 빈소 앞에서 오열했다. 같이 온 또 다른 해병대원은 오열하는 동료를 멍하니 바라볼 뿐 차마 달래주지 못했다.

ㅁ씨(75) 빈소에도 초등학교 동창들이 찾았다. 그는 육군 십자성 부대 군수지원단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ㅁ씨는 베트남전 참전 후 오랫동안 요식업을 했다. 초등학교 동창 D씨는 "평소 봉사활동도 많이 하던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침수된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다가 실종 신고된 주민 등 9명이 발견됐다. 9명 가운데 39세 남성과 52세 여성만 생존한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