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4-

까미유2004.03.10
조회1,142

 

***제 3화까지는 중요한 인물들의 간단한 소개였구여, 스토리는 지금부터

시작됩니다...창피하긴 하지만 열심히 읽어 주시는 분들께는 정말루

감솨드려요^^

행복 만땅 하루 되세요^^

 

 

 

제 4 화

 

-첫사랑의 기억(지니편)-

 

나는 대학을 5년만에 졸업했다. 그럴수밖에 없었던 것은....서준하라는 아이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수도 없이 교수님들께 불려 다녔다. 그 아인...그런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준하를 처음 본 건....첫 눈이 내린 그 다음 날의 아침이었다.

검은 털모자를 쓰고 내 앞에 나타난 준하는 기집애처럼 하얀 얼굴이었다. 그때까지만해도

준하를 사랑하게 될거란 생각을 못했다. 그저 그런 평범한 후배였으니까....

세 번째 나를 찾아오던 날은 그의 곁에 하은이 함께였다. 눈망울이 커서 겁을 잔뜩

집어 먹은 듯한 인상을 남기긴 했지만 명랑하고 밝은 아이였던 것 같다.

 

-우리 준하, 우상이신 분이 선배에요?

 

당돌하게 묻던 하은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매일 지니선배, 지니선배...하두 그래서 첨엔 준하가 선배 사랑하는 줄 알았어요.

 조금 질투도 나구 그랬었는데....선배 보니까 안심되네. 제 말은요, 선배가 매력없다는 게

 아니라, 그럴만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저두 선배,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요.

 

그땐 아마 일 년이 넘도록 쫓아 다니던 혁이 때문에 준하를 제대로 볼 수 없었을 때였다.

하은과 함께 나타난 뒤로 아마도 나는 점점 준하에 대한 감정이 커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준하는 기억할까....언젠가 내가 대학 3학년이 되었을 때였다.

혁의 죽음에 한동안 나는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땐 정말 내게 지옥 같은 시간들이었다.

그때, 준하가 나를 찾아왔다. 처음...내가 살고 있던 자취방으로 말이다.

나는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었고, 며칠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해 탈진해 있었다.

 

-지니 선배, 나에요. 눈 좀 떠봐요...

 

울먹이던 준하의 목소리가 선하다. 그때 준하는 병원으로 달려가 어떻게 구워 삶았는지 주치의를

데리고 왔고 이틀동안을 내 곁에 머물러 있었다. 어쩌면 그때였을지도 모른다. 내게도 기회라는 게

그때, 딱 한 번 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고 보면 준하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었던 기회가 두 번은

있었던 것 같다. 왜 그땐 그렇게 자신이 없었을까.

 

-아직 거기 있었어?

 

주치의가 다녀가고 난 다음날 눈을 떴을 때 준하는 나를 위해서 미음을 쑤고 있었다.

 

-선배, 좀 어때요?

-왜 여기 아직 이러고 있어?

-선배 집 찾느라 고생했어요...어렵게 찾았는데...어떻게 그냥 가요.

-하은인?....하은인 알어?

-....아직....일어날 수 있겠어요?  아니다...내가 여기루 가져다 줄게요, 그냥 누워 있어요.

-준하야...

-네.

-나중에 먹을게....그냥...너 볼일 봐.

-먹는 거 보구 갈게요 그럼.

-나, 기운없어. 너랑 놀아줄 기운 없어서....그래.

-평소에 문을 안 잠궈요?...문이 열려 있어서 놀랬잖아요. 혼자 살면서 단속 잘 해야지....안 놀아줘도

  되니까, 푹 자요 그럼.

 

그때 준하는 혁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이 나에 대한 배려일지도 모른단 생각을

한다. 내가 다시 잠에 빠졌을 때 준하는 돌아가지 않았었다. 깊은 밤이 되어서야 잠에서 깬 나는 쇼파에

웅크리고 자고 있는 준하를 보고 놓치고 싶지 않단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땐, 모든 것들이 엉망이었다.

오래 전 이태리로 도망치듯 떠나버린 엄마가 한국에 들어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였고,

그로 인해 집안이 한바탕 발칵 뒤집어져 난리 아닌 난리 속에 있었으니까.

준하나 하은의 말처럼 내 주위엔 많은 친구들과 후배와 선배들이 있었다. 내가 주동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내 주위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정작 나는 그들에게 내 마음을 열어 보인 적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나를 잘 아는 한 교수님의 말을 빌리자면 그것도 타고난 운명이고 끼라고 하셨다.

두 번째의 기회가 내게 왔던 날은 내가 엄마를 만나고 온 날이었을 것이다.

나는 극도로 흥분해 있었고, 그런 내 이성과는 달리 가슴은 힘겨울 만큼 가라 앉아 있었다.

술에 취해 나도 모르게 준하의 집앞까지 걸어오게 되었는데 그땐 어떤 용기였는지 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꽤나 늦은 시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준하의 집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준하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하은을 생각하지 않았다.

 

-선배, 무슨 일이에요?

-어, 서준하....우리 준하 왔네.

-괜찮아요?....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기분 좋아서 한 잔...아니 두 잔....아니다...백 잔쯤 마셨나....

-걸을 수 있겠어요?

-아니...다리가 꼬이고, 혀도 꼬이고...그러네. 근데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업혀요 그럼.

-됐어 임마....요 앞 놀이터에 가서 잠시 앉았다 가믄 괜찮을 것 같은데...

 

짙은 어둠이 깔린 놀이터는 적막했고, 이따금씩 바람만이 여기저기 뒹굴곤 했다.

삐걱대며 그네가 움직일 때마다 내 가슴 한 켠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 듯 아팠다.

 

-내가 선배를 왜 좋아하는지 알아요?

-글쎄...니가 날 좋아하는 것두 잘 모르겠는데...

-선배는...뭐랄까...집 같아요. 그래, 집이다. 고향 같은 그런 거...

-어렵다.

-힘들게 힘들게...돌아다니다 돌아오면 그 힘들었던 게...눈 녹듯 다 사라지게 만들잖아요...선배가

  그래요. 눈에 안보이면 그립고...가까이 있으면 소중한지 가끔 잊고 살지만...그래도 항상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거기에 있는...처음엔 그래서 선배를 좋아했는데...요즘은 선배를 보면...

  내가 선배에게 고향이 되고, 집이 되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되요....무조건 힘겹게 삼키려고만

  하지 말고 그냥...뱉어내도록 해봐요. 그거 삼키면 목이 터지고 피가 솟고 그럴텐데도 선배는...

  자꾸 삼키려고만 하잖아요....

 

그때 난 준하에게 매달리며 말했어야 했다. 니가 가시처럼 내 목에 걸려 있다고. 그것 때문에

너무 아픈데...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내게도 기회를 주면 안되겠느냐고.....그러나 난 그렇게

뻔뻔할 수가 없었다. 혁이 죽지만 않았어도..아니, 처음부터 혁이와 얽히지만 않았어도...나는

나 스스로 만들어 놓은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무슨 생각해?

 

박교수가 핀잔을 준다. 그의 손에 술잔이 들려 있다.

 

-너무하네...난 심각하게 상담했더니...당신, 지금 딴 생각하고 있었어?

-아, 잠깐....미안해요. 뭐라고 했어요?

 

그때서야 나는 오래 전의 기억속에서 헤어나왔다.

 

-뭐야?....뭐가 있지?....나 유교수한테 조금씩 관심이 가기 시작했거든...알고 싶은데, 말 안해줄래?